•  월간복지동향
  •  2015.04.10 
  •  52

건강보험 흑자와 부과체계 개편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오바마도 부러워한다’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 보면, 주요선진국과 비교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낮은 보장성, 상병수당의 부재, 간병비의 존재등에 대다수 국민들은 민간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 여기다가 국제적으로 유래가 없는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는 과도한 경쟁으로 병상과다, 과잉진료논란은 물론, 의료민영화의 배경까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작년까지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누적흑자가 발생했다

 

사실 13조원이면 획기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 2005년경 1조원가량의 흑자를 기반으로도 ‘암부터 무상의료’를 시행했듯이 말이다. 그간 재정문제로 시도하지 못한 각종 보장성 강화안들을 모조리 시행해 볼 수도 있는 기회로, 의료복지의 획기적 확대를 꾀할 호기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별적으로 보장성 항목을 찔끔 확대하는 척 하면서, 재정지출을 제한하려 한다. 도리어 한술 더 떠 입원비 부담을 높여 보장성을 낮추려 한다. 여기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고, 빈곤층 의료지원을 축소하려 한다. 막대한 재정흑자에도 의료복지를 축소하는 괴이한 상황인 셈이다.

 

우선 건강보험에서 복지긴축을 획책하는 맥락은 몇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재정흑자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줄이려는 심산이다. 이미 담배세 인상으로 일반회계 지원금이 줄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순수하게 가입자들의 돈으로 운영하겠다는 시도다. 시기적으로도 현행 ‘20% 지원법안’이 2016년 만기이다. 두번째는 향후 노령화, 저성장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미리 대비하는 구도다. 물론 2000년 건강보험 재정적자때 국고지원이 이를 메꾸듯이, 향후 비용이 늘어나 혹여나 이를 국가가 부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국가책임회피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더 나아가서는 건강보험의 공적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더내고 덜받는’ 기조를 건강보험에도 적용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5년간 흑자에도 꾸준히 보험요율을 올려왔고, 보장성은 낮춰왔다. 이미 의료복지에서는 ‘더내고 덜받는’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과체계 개편논의’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 향후 노령화, 저성장국면에서 필요한 건강보험 추가재원을 누가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면 개편논의가 시작되었다. 물론, 불합리하고 역진적인 그간의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때문에 피부양자문제, 종합소득부과문제 등은 지난 3년간 부분적이나 개선되었던 바 있다.

 

문제는 전면개편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이번호 복지동향에서는 정부추진안의 근간인 ‘소득중심’ 개편방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비판지점과 대안등을 다뤄본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많이 내야 한다는데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소득중심’이 ‘드러나는 소득중심’이 될 공산, 그리고 ‘자산부과’배제가 향후 사회보험의 미래에 미칠영향등이 주된 촛점이다.

 

끝으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측면에서 ‘소득중심’ 주장과 이에 대한 안티테제 개념을 넘어선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가입자들 사이의 형평부과외에도 건강보험재정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들이 많이 있다. 특히 국가와 기업 기여를 높일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과체계 개편논의를 뛰어넘는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 이번호가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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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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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중동 지역을 제외하곤 거의 퍼지지 않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발병국이다. 중동을 거쳐온 2~4명 정도의 내국인을 성공적으로 방역 차단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나라와 비교해 볼 때는 '의료 후진국'이란 말이 적당하다.

그런데 이런 놀랄 정도의 감염병 확산을 아직도 단순히 '운이 없다'거나, 몇몇 실수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선 먼저 밝힐 객관적 자료만 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결핵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OECD 평균의 8배 정도다(2011년 OECD healthdate). 다재내성(여러 결핵약이 듣지 않는) 결핵 감염자 비율도 높다. 참고로 결핵은 공기감염질환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결핵도 방치했는데, 메르스에 웬 호들갑이냐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이미 이번 메르스 창궐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2003년 사스의 잘못된 교훈

혹자는 2003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아래 사스)을 한국이 잘 막았다는 사실을 들추어 낸다. 당시에 중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서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사망자가 발생할 때도, 한국은 3명의 감염자에서 추가 전파를 차단했다. 

당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한 대책팀과 일선 의료진의 노력으로 방역에 성공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당시에도 나왔던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가 '지정병원' 부족 문제였다. 이 문제는 이후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어찌보면 공항 방역과 초기 대응의 적절함으로 인해, '지정병원' 문제가 2순위로 밀린 측면이 컸다. 도리어 중앙정부 차원의 감염병 관리체계를 구체화시킬 계획이 제출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질병관리본부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다.

사스 전염 교훈에서 만들어진 질병관리본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중요한 점은 당시에도 민간병원이 진료를 거부해서 공공병원에서 사스 환자를 진료했다. 때문에 공공병원과 격리병상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해결책으로는공공병원을 늘리는 문제보다는 질병관리본부 등을 만들어 민간병원을 포함한 한국 의료체계에서 효과적인 자원 배분과 방역을 위한다는 방향이 실행되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선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을 관리하려면 설득과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병원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에도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메르스 환자 진료 및 격리치료에 동원되었다. 

아쉽게도 2003년 사스 감염 이후에도 공공병상 비율은 계속 축소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역사상 최초의 공공병원 폐원까지 이루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원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열악한 공공의료 환경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의료 환경이긴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내 공공병원은 기관 수로 전체의 5%대에 불과하다. OECD 평균 70%와 비교해도 말이 안되고, 민간의료의 천국인 미국의 27%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 5% 안에 서울대병원을 위시한 국립대병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사실상 실질적인 공공의료기관은 눈씻고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인 적정진료나 진료표준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민간의료기관이 진료를 기피하는 빈곤층 진료에 주로 집중하게 된다. 실제로 지방의료원의 빈곤층 진료 비중은 민간의료기관의 10배 이상 높다. 그런데 '의료산업화'가 추진되면서 공공의료기관도 경영능력으로 평가받는 구조가 되었다. 빈곤층을 주되게 진료하는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만큼 수익성이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도 취약해지고, 재투자가 안 되어 병원시설과 장비도 노후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그래서 국민들도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점차 잊어버리고, 공공의료기관은 그저 전염병이 돌거나, 재난시에만 필요한 것인냥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나마 지금 존재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수익성 없는 빈곤층 진료와 감염병 진료를 하고 있어, 여타 공중보건이 유지되는 측면이 크다. 대표적으로 결핵 감염자들과 에이즈 감염자 같은 감염 질환자들은 대부분 공공병원에서 입원치료하거나 통원한다. 적은 수의 공공병원이 공중보건의 최전선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과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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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착용 필수가 된 삼성병원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 본관 앞으로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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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르스 창궐의 2차 발원지는 한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를 확진하고도, (자의든 타의든) 이를 공표하지 못했다.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인데 말이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조차 메르스의 전파경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를 무려 3일 동안 방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공개가 늦었다는 점이고, 그 이유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영상 고려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을 포함한 수많은 감염자를 양산했다. 그리고 확진된 환자(35번)를 공공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막상 감염병이 확산되자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한 경우다. 

수지타산을 중심에 놓는 민간의료기관이 감염병을 제대로 관리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큰 기대이긴 하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 의료전문가들은 최소한 공공병원이 전체의 30%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30%가 안 되면 실제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집권 공약에는 공공의료기관 30% 확충이 있었다. 물론 이 약속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켜지지 못했다. 공공병원 부족은 감염질환 치료병상의 부족뿐 아니라 2차적인 문제점도 많이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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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한 진주의료원 건물 바깥에는 외벽이 설치되어 있고, 도로변에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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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르스 확산은 공공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받는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는 '유탄'이 되어 돌아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환자 수용을 위해 기존의 입원환자를 전원 보내거나 퇴원시켰다. 서울의 시립병원은 결핵병동 한 층을 격리병동으로 소개하면서 환자들을 퇴원시켰다. 

이들은 가난해서 혹은 감염질환이라서 민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메르스 확산에 턱없이 부족한 공공병상을 활용하려다 보니 빈곤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는 경우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시립병원에 결핵환자, 에이즈 감염자들이 상당수 입원해 있는데, 이런 면역저하 및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메르스 감염은 치명적이다. 이런 환자들이 다수인 병원에, 격리시설이라지만 메르스 확진자들을 모아두는 것은 어찌봐야 할까? 결국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 때문에 위험은 고스란히 빈곤층이 짊어지고 가는 셈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면서 "공공의료법이 바뀌어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정된 민간의료기관에 예산지원을 하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 황당한 공공의료법은 이명박 정부 때 소리소문 없이 통과된 법이다. 암튼 홍 지사의 이야기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하면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금 메르스 창궐을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현재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과 보건소에서 메르스 확진자를 보낼 '치료병원'이 없어 고생하고 있고, 메르스와 관계없는 환자들도 '메르스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원 및 치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공공병원이 거의 없으니, 감염질환 하나에 모든 의료체계가 와해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의 공공병원인 왕립 셰이크 칼리파 병원 위탁을 서울대병원이 했다며 자랑했다. 막상 국내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원을 승인하고, 공공병원이 없어 감염질환 하나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말이다. 중동의 공공병원 위탁운영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공공병원이라도 제대로 건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이번 감염확산으로 얻을 교훈 중 하나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공공병원 확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메르스는 물론이고 결핵 후진국의 멍에도 벗어 던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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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도 2년이 넘었다. 국민의 건강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4대 중증질환 국가 책임 100%' 공약 파기를 비롯해 수많은 의료민영화 시도가 있었다. 더불어 2년 동안(2013~2014) 건강보험이 8조 6천억 원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문턱은 높아졌다. 설상가상 최근엔 입원료 인상도 꾀하고 있다. 

국민 건강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공격. 사실 이는 취임 다음날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인 2013년 2월 26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징후가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경남도가 발표한 '진주의료원 폐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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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동 진주의료원주민투표추진 진주운동본부 공동대표와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의료원지부장이 지난 2월 28일 창원에서 열린 '경남도민대회'에서 "주민투표로 진주의료원에 새생명을"이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거리행진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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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을 폐원한다는 건 적정진료를 포기한다는 것이고 재난 대응에 대한 방기다. 지난해 전 세계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한국에는 고위험성 전염병 격리병동이 거의 없었고, 에볼라 지정 의료기관도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와 같은 국가 의료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있던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는커녕 폐원한다니... 이런 상황에서 고전염성 감염질환과 재난에 어떻게 대응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진주의료원 폐원 문제에 경남도만 관여돼 있다고 단정 짓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2월 4일 진주의료원 건물을 경상남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토록 승인했는데, 이는 폐원을 최종 확정해준 것과 다름없는 행위였다. 더군다나 당시 국회 청문회와 공식 입장을 통해 진주의료원 문제를 경남도 탓으로 돌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사퇴요구에도 여전히 건재한 것을 보면, 석연치 않음이 더욱 증폭된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 공공의료기관은 어디에

아무튼 진주의료원 사태는 해방 이후 최초의 공공의료기관 폐원 사건일 뿐만 아니라, 국내 5%(2014년 기준 기관수)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는커녕 줄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전면 의료민영화와 결을 같이 한다. 물론 지난해 12월 말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한 주민투표를 위한 서명운동이 시작되는 등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집에서 '공공의료'를 언급하며 ▲공공의료 체계 강화로 장애인 건강권 보장 ▲권역별 재활병원 확충, 재활중심 거점보건소 확충과 같은 세부과제를 나열했다. 그러나 집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공의료기관을 단 한 곳도 확충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와 '공공의료기관 선진화' 등 공공의료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라고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병원은 '국제의료'와 '원격의료'의 첨병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과의 합작자회사인 '헬스커넥트'는 개인의료정보 유출문제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공공의료의 현실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성남시립의료원이 개원한다는 소식이다. 성남시민과 시민단체, 이재명 성남시장의 노력으로 이제 막 건설을 시작한 성남시립의료원은 2년 뒤인 2017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성남시립의료원의 개설소식은 의료민영화 추진과 상업화된 의료가 만연한 한국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그리고 성남시립의료원의 성공여부는 대전시립병원과 제2인천의료원 설립 등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성남시립의료원은 구 성남시청 자리에 들어서 위치와 접근성이 좋다. 또 규모도 600병상급의 준종합병원으로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건립과 추진과정에 시민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다수가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가 힘을 합치면 훌륭한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대주' 성남시립의료원이 갖고 있는 오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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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17년 개원하는 성남시립의료원 조감도.
ⓒ 성남시립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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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칭찬'만 하기엔 성남시립의료원이 갖고 있는 '오점' 하나가 작지 않다. 다름 아닌 병원의 위탁경영을 시조례에 명문화 해 둔 것이다. 성남시립의료원 위탁조례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시의회 다수를 차지했던 2011년 7월 성남시의회를 통과했는데,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신상진 전 의원은 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대학병원이 위탁운영하는 성남시립병원 건립을 주장해 왔다"면서 "시립병원이 대학병원에 위탁운영되면 저렴한 비용에 고급의료서비스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공병원을 민간병원에 위탁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엄청나다. 2011년께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위탁 관리해 온 A민간병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쓰고 병원 노동자 임금을 체불하고 노조원을 부당 해고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위탁경영을 맡은 B병원 또한 노동자 탄압 등의 물의를 일으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등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대학교에 위탁해 운영해 온 호남권역재활병원 또한 적자보전을 둘러싼 논쟁으로 병원 운영이 엉망이다. 2013년 1월, 10년 동안 위탁 운영을 맡기로 한 조선대학교측이 당초 투자금의 일부를 내놓지 않으면서, 결국 156병상 중 70여병상만 가동한 채로 개원했다. 물론지난 1월 광주시가 일부 적자를 보전해주기로 한 후 병원측이 정비를 해 하반기부터 정상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지켜봐야할 것 같다. 

1998년 고려대학교에 위탁한 경기 이천의료원은 위탁 후 진료비가 올라 주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적자폭이 더 커졌고 결국 2003년 다시 직영의료원으로 전환됐다. 같은 해 원광대병원에 위탁된 군산의료원도 15년만인 지난해 말 직영으로 전환됐다. 서울시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하고 있지만, 의료비가 비싸고 비급여가 많아 사실상 공공병원이란 인식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시예산은 수십 억 원이 지원된다.

위탁경영을 하게 되면 공공의료기관의 본분인 적정진료와 재난대비, 지역보건사업 등은 하지 않으면서 수익성만 찾게 돼 일부 병원처럼 주민들의 외면을 받거나 대학병원이 의료 인력을 순환시키는 병원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그동안 이렇게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줬던 위탁경영을 왜 성남시립의료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으로 지정해놓은 것일까?

보라매병원 무료진료환자 비율, 서울시내서 가장 낮아

물론 '대학병원에 위탁하면 더 질 좋은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의료 질은 고가장비나 고비용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고용안정성에 기반을 둔 경우가 크다. 더구나 순환근무는 '몸풀기' 혹은 '자리 지키기' 행태를 만연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고용안정성을 해치는 위탁경영은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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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지역 건강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서비스 강화방안연구 2011.10
ⓒ 서울특별시 복지건강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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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민간위탁을 한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이 약화되는 것은 분명한데, 경영상 호전되었다는 증거는 찾기 쉽지 않다. 공공병원이 지역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 지수로 꼽히는 게 '무료진료환자 비율(급여환자비율)'인데,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은 서울시에서 가장 낮다. 2011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북병원, 동부병원은 모두 40%가 넘고, 서울의료원도 30% 수준인데 반해, 보라매병원은 13%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서울시는 보라매병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수십 억 원을 지원한다. 

끝으로, 위탁을 하게 되면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참여가 어려워진다. 위탁기관의 이해관계가 우선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남시립의료원이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파괴공작'을 훌륭히 막아내고, 공공의료 확대의 모범이 되려면 의료원의 민간 위탁운영은 철회되어야 한다. 성남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건립되는 시립의료원이 운영 면에서도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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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회

생계 위협하는 '재난적 의료비'…빈곤층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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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8 17:06|수정 : 2015.03.0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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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갑자기 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고통스러운 건 물론이고, 감당 못 할 병원 치료비에도 시달리게 됩니다. 이런 '재난적 의료비'를 쓴 가구를 조사해 봤더니 무려 30%가 빈곤층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나라 기자입니다.

<기자>

체내에서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는 희귀병에 걸리기 전까지, 44살 김 모 씨는 200만 원 정도의 월급에 저축한 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치료가 시작되고 천문학적인 치료비가 들면서, 생활은 급격히 궁핍해졌습니다.

[환자 유가족 : 병원비, 입원비, 약값 다해서 1천만 원 정도 들었어요. 한 달에.]

정부 지원을 받을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고 지난해 9월 숨졌습니다.

[유가족 : 저희는 준비를 한다고 했어요. 의료보험도 있었고, 너무 못사는 것도 아니었고. 누나가 아프면서 우리한테 치명타가 된 거죠.]

김 씨 경우처럼 의료비가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일 경우 재난적 의료비라고 합니다.

한양대 의대 연구팀이 재난적 의료비를 지출한 가구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가구의 30%가 지출 이후 빈곤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낮다 보니, 든든한 안전망이 못 된 겁니다.

우리나라 환자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35.9%로, 일본 14%, 독일 13%, 프랑스 7.5%에 비해 크게 높습니다.

[신영전/한양대 의과대학 교수 : 국민건강보험이 보장을 충분히 못 해주기 때문에 나머지는 자기가 내야 하는데 그 부분의 비율이 유난히 높은 거죠.]

정부가 암과 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보장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저소득층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재난적 상황을 피하기엔 여전히 미흡합니다.

(영상취재 : 김대철·배문산, 영상편집 : 김형석)


[평화방송 인터뷰 전문] 정형준 "정부,병원 부대사업 확대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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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bc.co.kr/CMS/news/view_body.php?cid=514560&path=2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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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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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발언]

"정부, 모든 병원들이 부대사업 확대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 추진"

"영리 자회사가 부대사업 할 경우 병원 경영에 도움 안 될 수 있어"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한쪽 측면만 본 것"

"새 의료기계 도입시 의료 질 떨어질 우려"

"병원 헬스장을 물리치료로 연결 가능, 비급여 비보험 매우 증가할 것"

"병원 모델이 훨씬 영리화되면 저소득층 치료 더 어려워질 것"

"전문가 단체들과 기자회견 준비중"

"정부는 직능자 단체들하고만 상의, 국민의 얘기를 듣고 철회해야"

"부대사업 규제완화, 당장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지만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어"

 

 

[발언전문]

앞으로는 병원도 숙박업과 여행업 등의 분야에서 자회사를 설립하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외국인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고, 환자와 종사자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입장인데요.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회사 설립이 영리병원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건데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연결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지난 10일 정부가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놨는데요. 현재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요?

 

▶ 원래 의료법상 환자 편의를 위한 것들로 명시되어 있고요. 대표적으로 주차장이나 장례식장, 식당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그럼 사업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됐습니까?

 

▶ 이번에 나와 있는 것들을 보게 되면, 과거에는 ‘포지티브 리스트’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지정할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네거티브 리스트’라고 해서 건물을 인수한 다음에 그 안에 부대사업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 아직 정해놓진 않았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술집이나 도박장 같은 것들로 못 하는 것만 지정해놓았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게끔 된 상황입니다.

 

 

- 그럼 못 하는 것 빼고 그 외에는 다 허용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말씀이시죠?

 

▶ 맞습니다.

 

 

-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모두 적용대상인가요?

 

▶ 그렇습니다. 의료법 시행규칙이기 때문에 모든 병원에 다 적용되는 겁니다.

 

 

- 기준이 없고요?

 

▶ 기준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 병원에서 하고 못 하는 것이 그 안에 다시 담겨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모든 병원이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 정부는 중소병원의 경우는 경영여건이 개선될 수 있고, 외국인 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도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입장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물론 정부는 중소병원 경영을 명분으로 삼고 있긴 한데요. 부대사업과 또 다른 것으로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인데, 부대사업을 영리자회사와 하게 될 경우 영리자회사쪽으로 수익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반대로 병원 경영에 도움이 안 될 수 있고요. 부대사업이나 영리자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병원 자체가 잠식되는 거니까 좋다고 말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만 봐도 한쪽측면만 보는 것이죠.

 

 

- 이렇게 부대사업이 늘어나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의료비 문제인데요. 일부에서는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요?

 

▶ 정부가 지금 발표한 내용대로 만약 자회사가 하게 될 경우, 자회사들은 일단 병원에 여러 부대사업들을 하게 되면 그 중에서도 의약품·의료기기를 판매·임대는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개발 같은 것들은 다 들어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병원이 사용하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같은 것들을 그 안에서 환자들에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면 의료비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겠죠. 임대를 해서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업체들이 식당뿐만 아니라 헬스장이라든가 환자에게 -들이 들어오게 되면 의료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 병원이 진료 말고 다른 곳, 그러니까 수익사업에 눈을 돌린다면 진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요, 의사 선생님들도 이런 우려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그럼요. 전체적으로 의사들이 체감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대형병원이나 중형병원에 최신장비가 들어오면 최신장비의 처음 임대료나 도입 단가 때문에 최신장비를 많이 사용하게끔 독려합니다. 이런 것들 자체가 진료적인 측면에서도 과잉진료가 되면 당연히 진료의 질이 떨어지거든요. 환자들은 왜 이렇게 검사를 많이 하느냐, 혹은 왜 자꾸 기계로 뭔가 하려고 하냐는 의문을 갖게 되고, 대부분 비용 자체가 환자들에게 거의 100% 부담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의료의 질 자체가 적정화되지 않고 과잉이나 혹은 아예 필요없는 부분은 안 하게 되는 그런 것들로 인한 질 저하 우려가 커집니다.

 

 

- 비급여나 비보험이 증가할 수도 있는 건가요?

 

▶ 맞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새로운 장비가 하나 들어오는 것이 대부분 비보험으로 적용되는데요. 이번에 나온 내용을 보면 보장구 판매 같은 경우를 봐도, 자세교정기구나 허리가 아플 때 필요한 의자 같은 것들도 다 포함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환자에게 권유하거나 부차적으로 구매를 유도하게 될 수도 있고, 물리치료를 하실 때 비보험으로 하는 부분이 헬스장쪽으로 해서 운동치료사를 두게 되면 사실상 추가적인 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또 부동산 임대를 통해 네거티브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식품 같은 것도 다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약품말고 건강식품들이 대거 소비되고, 비급여나 비보험이 매우 증가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병원이 근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모습이 바뀔 수도 있고요. 지금도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게 앞으로는 더 심해질까요?

 

▶ 지금까지도 많이 영리화되어 있습니다. 훨씬 더 영리화되는 거고요. 현재도 돈이 없으면 꼭 필요한 치료도, 예를 들어 의료급여환자나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의 경우 결핵에 걸려도 큰 병원에 가야 하는데 못 갑니다. 워낙 비보험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대사업 자체가 그런 비보험 영역을 확대하게 되기 때문에 중증환자들은 큰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도리어 의료원이나 2차 의료기관으로밖에 치료를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런 질환들이 제대로 치료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돈이 없으면 치료를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더욱 심해질 거라고 봅니다.

 

 

- 결국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의 설립은 영리병원으로 가는 수순일 뿐이라고 보시는 거죠?

 

▶ 사실 영리병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리병원이라는 게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줄 수 있는 병원을 말하는 건데요, 영리자회사는 법상 회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안에 따르면 사모펀드에까지 배당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사실 영리병원과 하등에 다를 바가 없는 것이죠.

 

 

- 정부가 정책을 철회할 것 같진 않은데요, 정부 당국에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 가요?

 

▶ 의료법의 상위법에 있는 ‘의료행위는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는 것과 충돌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과 관련해서 참여연대나 전문가 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 정부의 불통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공청회도 하고 해야 하는데, 의협이나 약협 같은 공급자 단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직능단체들과만 상의를 했습니다. 국민들과 상의해야 하고요.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이게 일종의 규제완화인데 당장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지만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지금까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soundcloud.com/sisatong/0223pm


한국의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거의 모든 세대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고 국민이 내는 민간보험 납부액은 OECD 회원국 중 2위를 기록한다. 결국, 대다수 국민이 민간보험에 열과 성을 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뜻인데, 한국은 어쩌다 ‘보험천국’이 된 것일까?

원인으로 국가의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해 국민의 불안 심리가 민간보험에 집중된 것으로 본다. 그 점을 간파한 보험사는 경기가 불황일 때도 매년 흑자를 기록하며 자신의 덩치를 부풀렸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탕 물린 듯한 높은 보장성이 유지되는 보험은 자선단체가 아닌 보험사에서 실재할 수 없다. 갱신시 높은 보험료 인상률과 막무가내인 보험료 산출법, 암보험과 실손 의료보험, 만기환급형·저축성 보험 등 여러 종류의 보험을 살피며 국민을 ‘호갱’으로 만드는 민간보험의 실상을 들여다보자.


https://soundcloud.com/sisatong/0209pm


지지난 주 한국 건강보험에만 없는 것을 살펴봤다면, 이번 시간에는 한국 건강보험에만 있는 것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 건강보험에만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의료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섞어서 진료하는 이른바 ‘혼합진료’가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혼합진료’인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혼합진료로 비급여 진료(본인 부담금 100%)가 점점 늘어나면서 급여진료까지 증가해 가계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런 비급여 항목(로봇 수술, MRI, 신의료기술)을 위해서 개발까지 나섰는데, 의료 선진국에서는 신의료기술을 어떻게 도입하는지 외국의 사례를 함께 살펴보자.

MB정부 인수위에서 해제하려고 했던 병·의원 공보험 강제 적용, 이 제도가 없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앞에서 말한 모든 문제점(공적의료기관 없음, 상병수당 없음, 의료비 상한제 없음, 공적 부조 없음, 혼합진료 있음)으로 공보험은 유명무실하게 된다. 또한, 병·의원이 부자병원과 서민병원으로 분리되며, 공보험 적용 병원은 서서히 줄어들 게 된다. 민간보험상품과 민간병원이 직접 계약하는 미국식 의료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국 건강보험에만 유·무’ 시리즈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며 국민건강보험의 실상을 드려다 보자. 


https://soundcloud.com/sisatong/0202pm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장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정부 비판 성명서를 내고 단장직에서 사퇴해 후폭풍이 일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개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교수의 판단인 것. '송파 세 모녀'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건강보험료를 덜 낸다는 현 건강보험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본다. 국민건강보험이 힘없는 서민에게만 부담되는 차별성을 보이는 요인으로는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현행 건보료 부과 체계가 유지되는데 있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개선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할까?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689


건강보험 흑자와 복지축소[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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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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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흑자가 2014년 말까지 12조원을 넘었다. 작년 한해에만 4조원의 흑자가 또 발생했다. 흑자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면 여러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있겠지만, 간단히 보면 경제위기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줄거나 비용지출이 적은 쪽으로 이동한 것이 크다. 즉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겨진 흑자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쉬쉬하거나, 대안논의가 거의 없다.

우선 정부가 2월 3일 발표한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을 보면, 대략적인 건강보험예산 사용내역이 나온다. 연평균 1.3조(공약이행사항 제외 시 연 3500억 원 수준) 정도의 예산만 건강보험 재정에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에만 4조 원의 흑자가 났고, 만약 이런 의료이용행태가 유지되면 올해도 4조 가량의 흑자가 발생할 것인데 말이다. 즉 계속 엄청난 흑자를 내겠다는 이야기다.

원래 건강보험재정계획은 지출과 수입이 일치하게 세워야 한다. 건강보험은 매년 전년상황을 고려해 보험요율 및 수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의 이번 계획은 이해할 수 없다. 근데 여기서 잘 봐야 할 지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건강보험 재정지원 만기도래('16년 말)에 대비하여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을 언급했다.

실제로 2016년까지 국민건강보험재정 지원이 명시되어 있을 뿐, 지난 법안 도입 때(2010년)도 국고지원을 줄이려 한 세력이 많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국고지원을 축소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계속 저축하면 국고지원금 축소의 명분이 커지므로, 정부는 남는 건강보험 흑자를 쓰지 않을수록 이득일 것이다.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건강보험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73.6%에서 2005년 이후 80%를 넘어섰고, 2012년에는 85.7%로 증가했다. 즉 국고 지원 비율은 계속 줄어들었고, 노동자•서민의 부담으로 보험 재정이 메워졌다. 사실상 복지긴축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병원들은 이런 흑자 국면에서 최대한 자신의 몫을 늘리려 한다. 대표적으로 3대비급여 해결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기준병실확대와 선택진료비 축소건은 조정되는 만큼 이상을 보상받았다. 보상액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있는 정도다. 여기에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앞두고, 전반적인 재정순증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수가인상협상과는 별개로 병원이 수가항목조정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국면이다.

그리고 그간 비용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각종 항목 등도 급여범위로 이참에 집어넣으려 한다. 물론 정부는 저축을 하고, 정부지원을 줄일 궁리중이라서, 의료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려 하지는 않는다. 의료계가 원하더라도, 의료이용이 증가하거나, 비용이 급증할 사업은 제외한다. 대표적으로 노인본인부담금 정액 상한선은 올리지 않는다. 여기에 입원일수와 법정본인부담금 비율을 연동하는 개악안까지 입법예고했다. 모두 국민들의 병원이용을 어렵게 하고, 치료비의 국민부담을 증대시키는 조치들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입장은 반영될 경로도 없다. 부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병원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병원 이용을 점점 더 자제하게 되는 구조다. 사실상 부자들에게 유리한 의료제도인 셈이다.

따라서 의료복지와 관련해서는 재정흑자에도 현재 긴축이 추진되는 형국이다. 그리고 긴축의 칼날은 서민과 빈곤층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진보’세력의 대응은 변변치 않다. 건강보험 흑자에도 강하게 복지확대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복지를 재정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증세운동까지 전개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건보재정이 많이 남아도, 왜 쓸 곳을 정하지 못할까? 재정확충을 해도 어떻게 사용할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까?

현재 흑자하의 의료긴축상황이 보여주는 지점은 복지는 결국 돈 문제가 아니고, 세력문제(‘정치’문제)라는 점이다.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한다는 주장에 진보는 동의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흑자를 보장성 확대로 이끌 운동이다.<끝>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http://omn.kr/bldw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백지화한다는 발표 이후 비판 여론이 드세졌다. 특히 지역가입자 중 저소득층에 대한 부담경감책이 백지화된 것 때문에, 청와대도 다음 날 백지화가 아니라 유보된 것이라며 한 발 뒤로 빠지는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1월 30일 정부가 우선 올해를 넘기기 위한 대응책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 보험료 적용 기준을 조정하여 지역가입자 중 연소득 5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게 요지다. 또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전면 개편도 내년에는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기획단은 소득중심 부과체계 개편의 개혁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송파 세 모녀' 사건까지 거론하면서 빈곤층의 보험료 부담을 상당히 고려한 조치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른바 1만6천여원의 '기본보험료' 부과로 보험료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빈곤층의 경우 기존의 5만원 대의 보험료가 1만6천여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실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오히려 건강보험 체납세대를 또 다시 양산할 조치일 뿐 개혁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남겨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송파 세 모녀'의 현실에서 말해주듯이, 기본적으로 연소득 500만 원 이하인 세대는 보험료를 낼 수 없는 무소득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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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화면 캡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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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전체 790만 세대 중 소득이 없는 세대는 430만 세대에 이른다(2012년 1월 기준). 과반수가 보험료 지불 능력이 없는 세대다. 여기에 정부가 지역가입자에게 부과하겠다는 정액보험료 1만6천여원도 부과하기 어려운 보험료 1만5천 원 미만 세대가 약 12%를 차지하며, 6개월 이상 장기 보험료 체납자도 지역가입자 중에 10%에 이른다(2012 건강보험통계연보).

정부의 주장대로 '소득'만을 기준으로 형평 부과를 달성하겠다면, 우선 재산도 없고 소득도 없는 사람들은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즉 건강보험제도가 아니라 국가의 공공부조(의료급여)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산부과 기준을 일부 완화하거나 일정액의 정액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하여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과를 여전히 강제하고 건강보험제도 아래에 두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는 최소한의 동참이 필요한 구조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빈곤층은 별도의 영역에서 관리하는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빈곤층을 건강보험의 '무임승차자'로 보고 개인 책임을 끝까지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보험료 경감' 조치이며 부과체계 개편방안이 마치 큰 개혁방안인 것처럼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빈곤층의 보험료 부과가 형평부과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이는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담 능력 없는 빈곤층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의료급여'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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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고를 겪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송파 세 모녀'가 집주인에게 남긴 메모와 70만 원이 든 봉투
ⓒ 서울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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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송파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과 잘못된 근로능력평가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즉 애당초 부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건강보험 가입자에 포함시킨 것이 문제다.

정부는 공공부조의 영역에서 의료보장을 담보하는 국가의 핵심 역할을 방기하고, 이러한 책임을 여전히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보험에 전가하고 있다. 때문에 201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2010년 빈곤층이 14.73%(중위소득의 50% 미만)인데,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매년 줄어 현재 약 2%대에 불과하다(2012 건강보험통계연보).

정부 책임과 국고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이와 같은 빈곤층의 상당수를 굳이 건강보험 영역에 남겨두고 일정액이라도 보험료를 부과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건강보험제도에 남아서 그래도 보험료를 경감해주니 고마운 줄 알면서 수용하라고 하는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지금 여론에서 백지화되었다고 뭇매를 맞고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기획단 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서민증세'와 다름이 없다.

여기에 '소득기준'을 강화한다면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파생되는 소득인 퇴직소득, 양도소득, 상속 및 증여소득은 모두 배제하여 오히려 이들의 무임승차를 허용하였다. 보험료 부과의 상한선도 폐지하지 않아 30억 원 이상 재산이나 100억 원 이상 재산이나 똑같은 보험료를 낸다.

또한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재산부과 기준이 문제라면서도 저소득층에게 굳이 기여책임을 부과하고 정액보험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의료급여 확대나 저소득층의 보험료 전액 면제 등 정부 책임(건강보험 지역재정의 국고부담 강화)은 거론조차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공공부조 확대 내용이 빠져 있긴 하지만, 지역가입자의 역진적 재산점수를 개선하고 피부양자의 종합소득 부과를 강화하므로, 개혁적 조치가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폭탄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부조 확대 배제, 기업 부담 증대 방안, 상한제 폐지 등을 논외로 하면, 실제로 이번 개선책의 대상은 대부분 연금소득처럼 소득 파악이 용이한 계층의 부담으로 대부분 전가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기본보험료는 한 번 도입되면 인두세(일정 연령 이상의 주민 한 사람당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 우리나라의 주민세와 유사)적 성격으로, 향후 건강보험 재정 확충시 월급쟁이의 보험료 인상과 함께 가장 먼저 인상될 항목이다. 

무엇보다 제도의 합리성은 단순히 현재 시점에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국가책임과 기업책임을 배제한 과정에서 노동자, 서민들이 향후 증가할 건강보험료를 어떻게 채울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건강보험 부과체계 기획단은 무려 1년6개월 이상 이런 중요한 문제는 배제하고, 재산 부과 방식 하나 가지고 세월을 낭비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는 이런 논의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두려워 아예 개선 시도 자체를 백지화 하였다. 그리고는 고작 연 500만 원 소득 이하의 보험료를 건강보험 흑자로 메꾸겠다고 한다(현재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12조가 넘는다). 이 흑자는 전적으로 국민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해 생긴 것인데, 생색은 국가가 내고 있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발표하려던 안은 재정중립을 실제로 이루지 못한다. 2012년 건강보험공단의 소득중심 부과체계 시뮬레이션 자료만 봐도 지역가입자 부담인 7조3166억(2011년 기준)원을 종합소득부과 수준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첫 서민증세 시도인 '건강세'(부가가치세에 0.1~0.5%의 건강보험료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가 논의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고부담 강화나 공공부조 확대가 동반되지 않는 부과체계 개편안은 필연적으로 향후 월급생활자의 보험료인상이나 부가가치세의 건강보험료 부과 같은 역진적 구조를 강화하는 방편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국고지원 확대나 공공부조 확대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지금 건강보험 부과체계개편 논란 이면에 숨어 있는 정부의 술수에 더 이상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정부 개편방안의 본질은 정부책임은 최소한 억제하고 고소득자보다는 월급생활자와 서민들 중심의 보험료 수입 증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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