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700926.html

 

“외국 신종 감염병 정보 수집·정리체계부터 갖추자”

등록 :2015-07-19 22:37수정 :2015-07-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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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식 인하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왼쪽부터), 임승관 아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메르스 유행 원인을 짚고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을 길을 논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황승식 인하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왼쪽부터), 임승관 아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메르스 유행 원인을 짚고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을 길을 논의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메르스의 경고 ⑤ 전문가 좌담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환자가 5월20일 진단된 뒤 두달이 다 되어가며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그동안 1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가운데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14명이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초일류병원이라 불리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에 초토화돼 부분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번 메르스 유행으로 한국의 병원들이 그동안 병원 감염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낱낱이 보여줬다는 지적도 많다. <한겨레>는 메르스 유행의 원인을 짚고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을 길을 찾으려고, 임승관 아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황승식 인하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등 전문가 3인의 의견을 들었다. 좌담회는 지난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김양중 의료전문기자가 맡았다.

 

임승관 아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실질적 권한’ 가질 주체가 중요
시·도는 끼어들 공간 없었고
보건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황승식 인하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감염병 의심환자 증상 등 정보
중앙 전산망서 실시간 공유해야
응급실엔 별도의 이동경로 필요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 정책국장
한국 감염병엔 후진국 양상
공공인프라 제대로 안 갖춰진 탓
다인실·가족간병 환경도 개선을

 

사회 5월20일 첫 환자가 확진됐을 때 처음엔 대부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186명의 환자가 생겼다. 왜 이렇게 확산됐나?

 

왼쪽부터 황승식 교수, 정형준 국장, 임승관 교수
왼쪽부터 황승식 교수, 정형준 국장, 임승관 교수
임승관(이하 임) 초기에 격리의 범위를 잘못 설정한 것이 이후의 모든 사태를 낳았다. ‘비말(침방울) 전파’나 ‘2m 이상 퍼지지 않는다’는 모두 맞는 말이고 지침대로 한 것이다. 문제는 첫 환자가 해당 병실 바깥으로 사흘 동안 나가지 않았으리라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가정이 그 뒤 여드레 동안 통했다는 점이다.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됐을 때 질병관리본부장이나 역학조사과장 등이 평택성모병원에 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전문가들을 만나러 서울역으로 갔다. 질병관리본부가 전문가한테 의존하고 수동적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정형준(이하 정) 임 교수의 지적에 동감한다. 정부가 병원의 경영 문제에 초점을 맞춰 5월20일부터 6월7일까지 19일간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바로 이 점이 메르스 확산을 증폭시켰다.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 일선 의료진이나 환자가 감염됐을 가능성을 의심하지 못하게 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다 대규모 감염원이 된 14번째 환자도 메르스가 완치된 뒤에야 자기가 14번째 환자인 줄 알게 됐지 않느냐. 첫 환자를 진단한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해당 의료진이 아닌 다른 의료진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못했다.

 

황승식(이하 황) 국외 유행 감염병 정보가 제대로 취합돼 있지 않았다. 메르스 매뉴얼은 있었다. 하지만 그 매뉴얼에 병원 감염이 실제 어떻게 나타나고 유행하는지는 담겨 있지 않았다. 중동에서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중동에 인력을 파견해서 직접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모았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격리 범위를 너무 좁게 잡은 실수를 삼성서울병원에서 되풀이한 것도 문제다. 대책본부를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복지부로 격상하며 오히려 평택성모병원에서 대처하던 경험을 활용하지 못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사회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메르스 지침대로 대응했다고 한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메르스 확산을 부추긴 건 아닌가?

 

 메르스 대응 지침(매뉴얼) 자체보다 매뉴얼 지상주의가 더 문제다. 매뉴얼이 ‘있다는 사실’에 집착해 실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적용하지 않았다. 대비 훈련을 통해서 매뉴얼을 계속 수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해설서처럼 매뉴얼을 갖춰놓고만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감염병 위기 대응이 매뉴얼대로 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여러 상황을 가정해 대비 훈련을 하며 매뉴얼 내용을 개선하고 있다.

 

 훈련이 부족하다는 황 교수의 지적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병원 의료진이나 보건소 공무원이 훈련을 한다고 실제로 잘할지는 의문이다. 현실에서는 요식적인 훈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메르스 유행 사태로 감염병 확산 방지 시설·장비 강화, 보건부의 독립부처 신설 등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행위 주체의 권한이다. 평택성모병원을 보자. 질병관리본부와 평택시보건소만 움직였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허리가 없다. 시·도는 끼어들 공간이 없었고, 끼어들었다면 오히려 간섭이나 경쟁으로 비칠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소에 책자를 주고 실행하라고 하는데 보건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한국은 결핵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7배 수준이다. 보건소를 기반으로 한 공공방역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감염병에 대해선 후진국 양상을 보인다. 관련 전문가를 만들어내는 체계도 없다. 감염내과 전문의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다. 방역 체계에서 감염병 예방을 맡은 공무원은 한직이다. 현장에서 훈련받은 사람조차도 그 위치를 벗어나고 싶게끔 만든다. 이런 현실에서는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현장에서 구동이 되지 않는다.

 

사회 병원 정보 공개는 국민들이 원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늦어도 너무 늦게 공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비밀에 부치고 좌충우돌하며 메르스를 확산시킨 것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 정부는 시민들을 과도하게 불안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 병원을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위험대응전략에서 시민의 신뢰 확보를 강조하며, 모든 정보를 조기에 발표하도록 한다. 시민들이 투명하다고 믿게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구하고 다닌 것이다. 정부가 민주적으로 결정하거나 시민과 소통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자문한 전문가도 비밀주의에 빠졌다. 이런 게 계속 불신을 낳았다.

 

 우리 사회가 감염병 유행 등에 쉽게 들끓고 차분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일 것 같다. 정부나 전문가도 메르스 유행 병원 이름 등 정보를 공개하는 게 좋다는 걸 몰랐겠나. 투명한 공개는 ‘절대선’이고 미공개는 민주주의 훼손으로 여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의료진한테만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정보 공개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잘 정하고 집행하는 게 바로 행정력이다. 대한감염학회에서 정보 공개에 반대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다. 감염학회는 의료기관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미국의 사례는 정보의 공개·공유가 강조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연방정부-주정부 체제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연방 전체가 알 수 없다. 위험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정보 공개·공유가 필수다. 모든 정보의 공개·공유가 절대선은 아니더라도, 어느 단계에서 어찌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정보 공개·공유가 더 이득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다만 우리 사회는 아직 시민, 심지어 전문가들도 공중보건 위험에 대한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이분법으로만 배워 확률적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 공개가 오히려 과도한 불안을 낳을 위험도 있다.

 

사회 초일류병원이라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유행지가 된 사실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음압병실이나 방호복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점은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찌 된 일인가?

 

 의료진의 잇단 감염 등 메르스 유행이 나타난 삼성서울병원은 우리가 아는 그 삼성서울병원이 아니었다. 메르스 유행에 따른 대응인력 부족으로 의료진들이 과도하게 근무하게 됐다. 감염 예방 지침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지침대로 하지 못하는 등 실수도 하게 돼 감염됐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이 병원에 메르스 진료를 계속 맡기기보다는 다른 병원에 이송하는 게 바람직했다. 문제는 그 이송 시기가 늦었다는 점이다.

 

황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잇따라 나와도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메르스 환자 진료를 계속한 것도 이 병원의 자존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아마 다른 대형병원들이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처지였더라도 문제를 자체 해결하려 했을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일부러 정보를 감추려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하지만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해본 경험이 없어 실패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는 응급실의 모든 구역을 돌아다녔지만, 병원 쪽은 이 환자가 있었던 구획만 소독할 정도였다.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 초기에 질병관리본부가 배제됐는데, 어떤 이유로 그리됐는지 밝혀져야 한다.

 

 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사장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해 내부적으로 의료진이 경직돼 메르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 이 병원 의료진의 메르스 감염 경로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양산될 때 역학조사관들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 삼성서울병원 또는 삼성 쪽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꼭 밝혀져야 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137번째 환자인 이송요원 문제다. 그 환자는 비정규직인데, 메르스 증상이 드러나면 해고될까봐 (이를 숨기고) 계속 일을 했다고 한다. 병원이 수익 중심으로 운영돼 벌어진 일이다. 개선책이 꼭 필요하다.

 

사회 메르스처럼 국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의 유행이 또 올 수 있다. 시급하게 대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신종 감염병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정보를 정리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발병 현장 방문 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자체 수집·정리해야 한다. 문제가 터졌을 때 지휘할 사령관도 필요하지만 정보를 수집·취합할 정찰병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응급실이 감염병 대응의 전초기지 구실을 하고 있다. 밤이 되면 작은 병원이든 대학병원 응급실이든 모든 환자가 응급실에 오게 돼 있어서다. 감염을 확산시킬 위험이 큰 호흡기 질환자는 다른 응급 환자들과 별도 경로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감염병을 의심할 만한 환자 증상 등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중앙응급의료전산망에 입력해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감염병 통계 발표만으로는 정보 공유가 효과적이지 않고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

 

 메르스 유행이 주로 병원 감염으로 촉발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 병실에 여러 환자가 모여 있고, 환자 보호자들도 함께 있어 북새통을 이루는 현실이 문제라는 뜻이다.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4월까지 건강보험 누적 재정흑자가 17조원이라는 정보가 있다. 다인실을 당장 없애거나 대폭 줄이기 어려울 테니, 우선 1~2인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환자 간병을 가족 등 보호자가 아니라 간호사 등 의료진이 하도록 포괄간호서비스를 모든 병원에서 해야 한다. 그래야 병원 감염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기본기가 너무 없었다. 감염병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했는데, 그동안 현란한 치료 기술을 키우는 일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첫 환자가 나온 경기도가 메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경기도에 수원의료원이나 분당서울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없었다면 그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할 지역 거점이란 관점을 잃지 않으면 어떤 의료 인력을 키워 배치할지 길이 보일 것이다. <끝>

 

정리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25


1인1개소법은 공공의료의 마지막 보루건치, 1인1개소법 긴급좌담회 개최…1인1개소법은 한국 의료 최소한의 경계‧책임성 전제된 의료 필수법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03.07 17:49
▲패널토의

의료법 제33조8항(이하 1인1개소법)에 대한 공개변론을 앞두고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에서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이하 건치)는 지난 4일 강남역 토즈에서 ‘1인1개소법의 가치를 말한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1인1개소법 수준의 법이 위헌심판을 당하고 무력화 시도에 놓인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이 법의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건치 김형성 사업1국장이 발제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 경기도치과의사회(이하 경치) 최유성 정책연구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양승욱 고문변호사가 패널로 나와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보건연합 정책위원이자 의사인 정형준 선생이 ‘한국병원 발전과 네트워크 병원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한국병원의 자본 축적을 통한 확장 그리고 이러한 토양에서 성장한 일부 네트워크병원의 발전사와 문제점, 그리고 영리병원 허용 주장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네트워크병원은 일부 의료인의 ‘욕망’ 투영된 것"

정형준 정책위원은 “1990년대 중반 네트워크 병‧의원과 IMF 이후 2000년대 확장된 일부 전문병원 네트워크 등은 이러한 성공을 바라는 몇몇 의사들의 욕망이 다른 모습으로 결합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특히 한국 일부 네트워크병원의 진화 과정은 의료민영화를 가속화하는 경로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가 강력한 영리병원 지지자들임을 볼 때 일맥상통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 위원은 “영리병원 도입 논의가 있을 때마다 현 제도하의 영리 수준을 확장함으로써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위원은 “1인1개소법을 통해 지역 의료계 나아가 한국 의료시스템의 영리화를 부추겼던 부분들이 해소됐다. 1인1개소법은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지키는 최소한의 경계선 ”이라고 강조하면서 “1인1개소법과 같은 상식적인 수준의 법이 위헌심판제청을 당하는 상황은 한국의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정형준 정책위원

정 위원은 일부 네트워크 병원의 형식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었다. 정 위원은 일부 네트워크 병원의 문제점으로 ▲높은 가맹비로 인한 과잉수요 창출 ▲MSO를 활용한 병원내 인력 아웃소싱으로 비정규직 양산 및 의료 노동력의 질저하 ▲병원자본의 확대를 기반으로 제약자본 등과 연계 합리적 약품 및 의료기기 선택 제한 ▲적정진료에 대한 환자 대중 및 의사들 사이의 신뢰관계 붕괴 등을 꼽았다.

정 위원은 “아무리 네트워크병원이 합법적이라 해도, 지난 2007년 대전우리병원과 우리들헬스케어 사이의 분쟁을 보면, 가맹비가 진료수익의 5%로로 매우 높았다. 이런 높은 가맹비는 과잉수요 창출 상황을 가중시키고 병원내 진료 인센티브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 원가 절감형방식의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이하 MSO)도 사실상 수익분배를 진료수익 등으로 다양하게 하는 과정일 뿐, 병원의 영리화를 가속화 시킨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또 병원내 인력을 아웃소싱 하는데 MSO를 활용해 사실상 비정규직 양산과 의료 노동력의 질 저하, 네트워크병원간의 인력순환 등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됐다”며 “대표적으로 유O치과네트워크의 치과기공사 집단 해고 사건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위원은 “일부 네트워크병원은 적정진료에 대한 환자 대중 및 의사들 사이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린다”면서 “뿐만 아니라 개별 의사들까지 이윤동기 및 계급 상승 욕망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의사집단내 긍정적인 동료관계를 왜곡한다”고 맹비난했다.

여기에 본지 김철신 편집국장은 “네트워크병원이 어느정도 규모가 돼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계가 투명하고 간결해야 한다”면서 “치과계에서 네트워크병원 문제가 불거진 데에는 이면계약, 소유주를 특정치 못하게 하는 복잡한 구조 등이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1인1개소법, 의료인의 ‘책임성’ 전제된 필연적인 법

이날 좌담회에서는 건치 김형성 사업1국장이 1인1개소법을 둘러싼 법정 공방의 역사와 1인1개소법이 의료법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짚었다.

▲김형성 사업1국장

김형성 사업1국장은 “의료법의 목적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구현하는 데 있다”면서 “지난 2003년 대법 판례를 ‘경영참여는 인정’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의료법의 목적과 구조, 의료기관 개설제한 규정의 의미에 있어서 오히려 ‘이례’적인 판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대법 판례 이후 이를 악용한 의료인들의 다수 의료기관 개설이 만연함으로써 의료법이 우려했던 기형적이고 극단적 의료행태가 발생,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라며 “당시 2004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이 판례가 이후 ‘병의원 인수 합병’의 합법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국장은 한국의 의료공급이 90%이상 민간에 맡겨져 있음을 지적하면서, 1인1개소법과 비영리법인과 같은 의료기관 개설 제한은 과도한 영리행위 규제의 최소 장치이며, 이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초기 의료민영화 핵심 4가지가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폐지, 복수의료기관 개설 허용이었는데, 1인1개소법 허용은 4가지 중핵 사안 중 하나에 확실한 제동의 의미를 가진 강화법안”이라며 “2011년 (1인1개소법) 개정도 의료민영화에 대한 전국민적 비판의식에 기반에 여‧야 합의로 된 것이며, ‘의료상업화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20조를 돌파했다. 최소한 아이들만이라도 치과진료를 포함한 기본진료혜택을 보장해 준다면, 이를 경험하는 세대가 나온다면 의료제도 근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승욱 고문변호사

이어 치협 양승욱 고문변호사는 의료기관‧의료인의 ‘책임성’을 키워드로 1인1개소법의 가치와 오는 10일 예정된 공개변론에 대한 대응 방식을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양승욱 고문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의료법을 포함해 책 한권 분량의 책임을 가진 직업은 의료인이다. 그럴만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1인1개소법의 사회‧경제학적 논의도 중요하고 영향도 주지만, 의료기관의 ‘책임성 제고’가 주안점이다”라고 제안했다.

양 변호사는 “1인1개소법은 의료법 자체의 전제가 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책임성’에 의해 건전한 의료질서를 위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법”이라며 “1인1개소법은 특정 집단을 단죄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이를 보편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고, 규범의 원래 취지를 의료공급자들이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최근 (주)유O치과네트워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1년 개정된 1인1개소법이 자신들을 탄압하기 위해 치협이 로비를 벌여 만든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건 '과잉진료', '이면계약', '불법의료기기 사용' 등 일부 네트워크병원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때문이었다.

▲최유성 정책연구이사

경치 최유성 정책연구이사도 “얼마 전 치과계내에서도 1인1개소법 합헌에 대한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정말로 국민을 위한 내용인가 그 진정성에 대해 고민해 봤다”면서 “우리 역시도 의료인이지만 동시에 국민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1인1개소법에 대한 공감을 어느 만큼 얻고 있는지 제고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의료인들이야 과잉진료인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가능하지 않다”라며 “이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우리 쪽에서만 주장하니 설득력이 없다. 국민과 눈 높이를 맞춘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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