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들은 주로 ‘원격’ ‘비대면’ ‘언택트’ ‘디지털’ 같은 수식어다. 이런 키워드의 공통점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서비스나 인간생활의 상당 부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주로 편의성이라는 점이 강조됐지만, 실제 도입은 비용과 시간의 절감을 위한 것이다. 비용절감으로 산업현장의 효율성은 올라가고 유통구조가 빨라졌다. 하지만 온라인 택배거래가 늘면서 물류비용이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높은 소매점들이 없어지고 동네상권이 붕괴했다.

우리는 디지털기술 발전을 사회적으로 적용하면서 그 부작용에 대해 목도해 왔다. N번방 같은 디지털범죄를 떠올리지 않아도 CCTV와 블랙박스, 디지털화된 개인정보들의 유출 및 악용의 용이성도 심심찮게 겪었다. 전산화된 각종 정보는 너무나 손쉽게 유통되고 디지털화폐는 손쉬운 거래와 관리 감독이 없어 젊은이들의 투기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전대미문의 감염병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디지털화’는 경향성에서 칭송과 가속화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과학기술발전과 사회적 이익에 대한 고려는 찬성할 일지만, 부작용과 이로부터 발생할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점검은 부족하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강조되는 디지털화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점을 줄이는 데 내용이 집중된다.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인간이 사회적 존재임을 규정하는 것인데 말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신종감염병 시기에 개개인의 접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비극이 필수적이고 향후에도 지속한다는 전제이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은 여러 디지털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학교 원격교육의 문제에서는 또래끼리 협동하고 다투고 어울리는 과정이 생략되고, 선생님과 직접 만나는 과정이 축소되면서 단순지식 전달과정만 남았다. 실제로 언어능력, 정서발달 등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다는 연구보고가 나온다. 사회서비스영역에서도 홀몸노인 방문이나, 복지관 등의 모임이 없어지고 장애인 이동보조가 줄고 전화통화에 의존하면서 활동성 저하 및 인지능력 저하가 발견된다. 의료 부분에서도 비대면 진료 및 투약 반복으로 만성질환자들의 건강상태가 나빠진다.

그런데 이런 나빠지는 과정이 모두 비슷하지는 않다. 공교육이 원격으로 바뀌면서 사교육이 운동, 학생 분석, 심리상담, 또래 모임까지 책임진다. 또래 내 학력 격차는 유례없이 커졌을 것이다. 여유가 있는 고령층은 여전히 골프를 치거나 대면 모임, 야외운동을 한다.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환자들은 대면진료도 지속하고, 만성질환도 의사를 만나 상담받는다. 거꾸로 홀몸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은 더욱 사각지대에 몰려있다. 스스로 관리하지 않는 환자들의 만성질환도 악화된다.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재활치료도 원격으로 하겠다는데, 구체적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원격재활은 돈 있고 시간 있는 환자들이 선호할 리 없는 건 당연해 보인다. 결국 ‘디지털화’라는 가치 중립적 기술발전이 실제로 적용되면 불평등이 가속화될 건 불 보듯 뻔하다. 디지털화가 기존 대면서비스들의 축소로 나타나면, 상당수는 어쩔 수 없이 비대면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화 논의는 이 때문인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부터 논의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한국은 가장 빠른 고령화 시기를 맞이한다. 사회적 돌봄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 ‘스마트 말벗기계’ ‘AI 로봇’ ‘원격재활치료’ 등을 도입하겠다는 정부발표는 황당하다. 코로나19 시기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손길이고, 인간의 돌봄이다. 돌봄까지 디지털화할 수 있다는 망상부터 일단 버리는 게 옳다.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811186&path=202110

지난 10여년 정치권, 경제계, 언론을 통틀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의료쟁점은 단연 ‘원격의료’다. 토론회, 공청회도 아마 수백번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임상현장에선 정작 ‘원격의료’의 실체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밖에 없다. ‘원격의료’가 어떻게 유용하고 우수한지 제대로 된 설명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를 주장하는 분들은 한국이 마치 모든 원격의료를 허가하지 않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관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격영상의학’은 이미 광범위하게 도입돼 이제 의료현장에서 필름이 사라지고 있다. 피부질환은 물론이고 상처 부위, 수술 부위 추적관찰은 스마트폰 사진과 동영상을 사용한다. 환자진료기록 역시 전산화돼 각종 원격기기에서 색인도 가능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대면진료와 전화처방 역시 허용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십수년을 오로지 ‘의료법에 원격의료를 명시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들이 있다. 우선 의료기기 회사와 민간보험사들은 스마트폰 앱, 생체정보 취득 및 전송을 할 수 있는 체외진단기기를 팔기 위해 끊임없이 각종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그중 하나가 ‘원격의료’의 법적 허용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이들이 파는 장비를 사용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민간보험사는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상품을 통해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하는데, 원격의료 허가가 필요하다. 효과가 있는 체외진단기기 및 스마트폰 앱은 지금도 사용 중이다. 이들로 건강보험상 진료비 및 추가 수가를 보장받겠다는 건데, 이는 비용효과성 평가를 통과하면 될 일이다.

다음으로는 경제관료와 투기꾼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체외진단기기, 거대 통신회사, 민간보험사 컨소시엄으로 ‘원격의료’를 매개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주식시장 등에 반영해 기업투기를 부추겨 한몫 챙기려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 세력의 후원을 받는 언론과 청부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효과나 환자편의보다는 뜬구름 잡는 장밋빛 광고만 쏟아낸다. 인공장기, 원격치료기기 등의 발전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국 실체다.

정작 한국은 실체가 분명한 신의료기술이나 첨단의약품을 규제로 외면하는 까다로운 평가검증제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규제가 너무 엉성하다. 한국에서 허가된 의료기기나 재생의약품 중 상당수가 해외에서 국가 승인을 받지 못해 사용도 못 할 정도다. 따라서 이젠 ‘원격의료’를 의료법에 명시하고자 하는 세력도 근거중심의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원격의료가 세계적 흐름이니 규제 완화를 검토’하자는 세미나를 열었다. 그렇다면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라도 해 보라고 권해 주고 싶다. 더이상 실체 없는 허풍으로 국민들을 귀찮게 하는 건 곤란하다. 이상한 나라의 아무말잔치는 이제 그만하자.

 

2021-04-27 29면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42702901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152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의사협회의 파업은 결국 의-정 합의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당시 의-정 합의에는 '환자-의사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의협과의 합의를 명분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다시 시행하려 한다. 시범사업이 처음도 아닐 뿐더러 비용 및 효과에서도 문제가 많은 원격의료를 강행할 명분을 쌓는데,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원격의료. 국민들도 이제는 이 용어가 비교적 낯설지 않고, 무언가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된 빈도수만큼 원격의료가 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원격장비를 이용하여 진료를 한다는 막연한 '개념'만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3분 진료와 성의없는 대면진료 때문에 "화상으로 이야기하고 처방전을 받으면 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우선, 3분 진료의 대안이 원격진료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원격진료'가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약 처방 편하게 받자고 원격의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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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5월 25일 계명대 동산병원은 병원 내 교수연구동 1층에 의료사각지대 환자들을 원격으로 진료하는 원격의료센터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의료진이 울릉도에 있는 심장병, 피부병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의료 시연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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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묻자. 사람들이 아플 때 가장 답답하다고 느끼는 게 의사를 만나기 힘든 현실인가? 아니면 주변에 상담하고 상의할 의사가 딱히 없기 때문일까? 아마도 대부분 후자일 것이다. 특히 야간이나, 갑작스런 질환이 생겼을 경우 믿고 상의할 만한 의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원격진료'가 해결할 수 있을까. 원격진료는 지금의 3분 진료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약만 주는 진료 행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재차 말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궁금할 때, 아플 때 상의할 수 있는 의사이다. 이는 유럽에서처럼 '주치의제'를 시행할 때만이 가능하다. 즉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의사이지 단말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둘째로 '원격진료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물론 환자 얼굴을 단말기를 통해 보고 그 전에 주었던 약을 주는 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은 전화로도 할 수 있고, 보호자가 대신 방문해서 재진시 약처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고가의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통신망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크게 선전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단순한 약처방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반대를 무릎 쓰고 '원격진료'를 시행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원격진료로는 초진 환자를 볼 수 없고, 진단을 내릴 수도 없다. 오진의 위험성이 높고, 정말 중요한 검사는 모두 대면 진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원격진료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나 인도네시아처럼 아주 가난해 의사가 없는 섬 등의 지역이 산재한 나라이거나 미국의 알래스카 극지나 네바다 사막 지역 혹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 전초기지처럼 특수한 지역에만 해당된다. 무엇보다 이들 나라들은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된 바 있는 '원격의료'는 공공의료의 기본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 의료 분야가 아닌 사회복지 분야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행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즉 지금 한국의 '원격의료' 논란은 실체가 없는 허상을 두고 가부를 논쟁하는 셈이다. 물론 실체가 하나 있기는 하다. 그건 바로 의료 장비업체, 케이블업체, 서비스제공 업체로 흘러들어갈 '돈'이다.

최근 국회 발표 내용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도입시, 만성질환자 기준으로 동네의원은 컴퓨터 장비(마이크, 웹캠 등)로 30~330만 원, 환자는 컴퓨터 장비(마이크, 웹캠 등)와 생체 측정기 등으로 150~350만 원의 경비를 소요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약 최대 20조475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금액에는 장비들의 유지 보수 및 관리 비용은 빠져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발표된 강원도 및 경상북도 시범사업 시행 결과, 불과 3400명 정도의 만성병 환자군을 대상으로도 355억의 돈을 지출한 바 있다. 강원도의 경우 26개 지표 중 22개 지표에서 효과가 없고, 진료에서도 환자정보취득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격의료는 그저 삼성, SK, KT 같은 대기업들에게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의학적 효과도, 임상적 성과도 없는 원격의료에 기업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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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 200여 명이 지난해 11월 경북대병원 10층 강당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저지를 결의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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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격의료'가 최초 논의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 부터이다. 당시 도입 명분은 '환자 편의'였으나, 실제는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민간의료서비스시장의 선결 과제로 제시된 의료민영화의 한 방편인 것으로 폭로되어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박근혜정부 수립 이후 원격의료는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3년 5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예로 '원격의료'를 언급하면서, 원격의료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핵심 사업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해 6월에 원격의료허용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지난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갑작스런 사퇴로 보건복지 정책의 난국이 예상됐지만, 복지부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원격의료 도입'을 천명했다. 또 지난 10월 14일 보건복지부 국감에는 장관의 부재로 이영관 차관이 출석했는데, 이때도 다시금 강력하게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원격의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직접 3개년 경제개발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원격의료' 추진을 재차 천명했다. 이 정부의 '원격의료'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이 누구보다 가장 앞장서서 '원격의료'를 반대하자, 박근혜 정부는 계속 의사들을 달래려 하였다. 의사들이 '원격의료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더 부추길 거라'고 지적하자, 지난해 정부 입법을 하면서 원격의료를 의원급에서만 하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올해 의사들이 '의사파업'을 하며 원격의료 철회를 주장하자, 이번에는 의사들이 원하는 의료 정책(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혁, 수가인상 등)을 대폭 수용하면서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시범 사업을 한 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물론 국민건강을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려 한다면 그 내용이 어찌되었든 마음만은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집착'에 가까운 원격의료 외사랑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의료비 폭등과 의료불평등을 양산할 '의료 부문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2013년 12월에 같이 발표하였다.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는 병원과 제약산업의 안녕에 더 관심이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원격의료 사랑에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최소한의 명분도 남아있지 않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확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애도 속에 있을 때인 지난 5월 8일, 정부는 한 술 더 떠 군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을 결정하기까지 하였다. 국무총리 주재로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열고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방부 주도로 올해 내 군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군대는 각종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이다. 각급 부대에 군의관을 놔두고 원격의료가 웬말인가?

국민은 쏙 빠진 원격의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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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를 생각한다면 정부의 원격의료 시행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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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문제인 것은 원격의료 도입을 논의하면서 정작 그 당사자들인 국민들은 논의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시행하기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정부는 철저하게 의협하고만 협상하고 합의하려고 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냥 수동적으로 평가의 대상만 되라고 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정부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위해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지난 3월 의협과 정부가 벌인 '의-정 합의'에서 이 점은 더욱 두르러졌다. 정부는 건강보험제도 전반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중 중립위원의 구성 비율 변경을 국민들과 상의도 없이 의협과 둘이서 약속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을 단순히 세금이나 내고, 선거 때 표만 찍는 사람들로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방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10일, 보건복지부가 국무회의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인 '부대사업 확장'과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가 있었겠나. 국민이 배제된 시범사업은 멈춰야 한다. '원격의료'라는 신기루에 홀린 것은 박근혜 정부이지, 국민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처럼 IT업체 간 먹튀의 장이 될 '원격의료'는 그 시범사업부터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격의료'가 의료법 개정사안인 만큼 시범사업도 최소한 국회에서는 논의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형준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입니다.


http://www.vop.co.kr/A00000695435.html


[기고]원격의료, 왜 의료민영화와 삼성특혜의 출발점인가?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입력 2013-11-04 21:28:43l수정 2013-11-05 06:33:28
원격진료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에 설치된 '화상상담센터'에서 의료진이 경기도 이천의료원과 화상 의료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사랑이 놀라울 정도다. 5월 창조경제와 연동해서 ‘원격의료’를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는가 하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원격의료’ 허용을 거들고 나섰다. 6월에는 지난 정부와 국회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폐기된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을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란 것인지 조바심인지, 국회가 국정원게이트 때문에 공전을 거듭하자, 빨리 처리해달라고 이제는 떼를 쓰는 것인지, 지난주에는 보건복지부가 아예 나서서 다시 ‘원격의료’ 허용을 위해 입법예고까지 했다.

‘원격의료’에 대한 논란은 이미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다. 당시 유헬스 범주 속의 ‘건강관리서비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영리적 의료서비스로 이름을 올린 것이 ‘원격의료’ 였다. 여론의 반발은 이를 결국 철회시켰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을 해체할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같은 노골적인 의료민영화를 정권 초에 주장했다. 이 때문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인한 촛불투쟁에서 의료민영화 역풍 때문에 더욱 고생한 바 있다.

이에 배운 것인지, 상대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는 노골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이고, ‘나 몰라라’ 방식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원’이다. 지방정부의 일이라고 중앙정부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응하지만, 사실상 가장 무서운 의료민영화 추진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암묵적 지지가 없이는 힘든 일인데 말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 민영화보다 모호하고 민중들이 잘 이해하기 힘든, 혹은 언뜻 봐서 좋아 보이는 언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별적 복지 공약’이고, ‘창조경제’다. ‘창조경제’의 경우 무엇인지 단어만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융합, 혁신의 미명하에 여러가지 민영화, 영리화가 상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원격의료’이다.

‘원격의료’ 역시 언뜻 봐서 좋은 것처럼 보이거나,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함정이다. 특히 한국처럼 3분 진료, 약물중심 의료가 만연한 나라에서 국민들은 굳이 직접 의사를 찾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점이 박근혜 정부가 노리는 측면이다. 의사들이 지금 ‘원격의료’를 반대하지만 국민들은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의협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정부가 ‘원격의료’를 먼저 밀어붙이는 토대일 공산도 있다.

하여간 이런 여러 가지 여론과 정치적 고려 속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밀어붙이기는 지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지금 장관이 사퇴한 공백 속에서도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어떤 변화가 오는가?

‘원격의료’는 장비 및 서비스업체에는 대박...
의료비·약물의존도·병원의존도 증가하고 건강 과잉사회될 것...


환자와 의사 사이에 단말기나 원격 장비가 매개가 되는 단순한 변화일 뿐일까? 유선전화에서 휴대전화기로 바뀌듯이 시대의 조류인가?

우선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많은 국민은 ‘원격의료’ 사용 단말기를 사게 될 것이다. 즉 단말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음으로 원격의료 프로그램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당장 국민들이 지불하는 돈은 없다 할지라도 결국 국민건강보험이나, 민간보험료, 세금에서 이 돈이 충당될 것이다. 알다시피 유선전화-셀룰러폰-3G 스마트폰-LTE 스마트폰으로 장비와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개인 통화료와 국가 전체 통신비 증가가 있었다. 이 과정이 의료에서도 똑같이 반복하게 되면서, 개인 의료비와 전체 의료비가 급등할 것이다.

따라서 ‘원격의료’는 장비 및 서비스업체에는 향후 대박 사업이 된다. 하지만 의료의 경우 통신과 달리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원격의료라도 약간의 미심쩍은 점이 발견된 사람들은 결국 의사를 직접 만나야 한다. 질환과 건강은 기계처럼 쉽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환자들은 높은 비용을 물지만, 서비스내용의 본질은 달라질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주장대로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병 환자의 경우에도 조절되지 않으면 결국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원격의료가 최종적으로는 허상인 이유이다.

혹여나 ‘원격의료’가 무상이고, 장비도 공짜면 괜찮을까? 물론 그렇게 되지도 않겠지만,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자연스럽게 ‘약품의 온라인 판매’도 진행되고, 스마트폰으로 쉽게 건강에 대해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가뜩이나 높은 약물사용을 부추길 수도 있다. 여기에 각종 과잉 건강정보까지 곁들여지면 병원에 대한 의존도는 역으로 더욱 증가하고, 건강염려증도 증대될 수 있다. 주치의 제도 등을 통해 의료전달체계와 환자-의사 관계를 OECD 국가 대부분이 갖추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즉 의료비 증가, 약물의존도 증가, 병원의존도 증가, 건강 과잉사회로 ‘원격의료’는 향하여 있다. 같은 비용에서도 의사를 의료기관을 공급하는 것이 원칙적인 순서인데, 이런 순서까지 뒤바꾸는 것이다. 결국 이는 의료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책임지라는 메시지를 매번 전달한다. 다시 말해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은 폐쇄하면서, 의료사각지대에 ‘원격의료’ 단말기 한 대를 가져다 놓고 국가의 책무를 다했다고 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격의료’는 아주 작은 변화로 보이지만, 의료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의료를 민간영역으로 넘기는 손쉬운 기재로 작용하게 된다.

‘원격의료’는 그 의학적 안정성이나 효용성도 입증된 바 없다

여기에 수없이 밝혀졌듯이, ‘원격의료’는 그 의학적 안정성이나 효용성도 입증된 바가 없다. 의학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위험이 너무나 크고, 대면치료보다 효용성도 떨어진다. 또한 민간업체에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매우 크다. 추가로 원격지의 소위 ‘명의’들을 찾아 결국 대형재벌병원들만을 위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이런 숱한 문제점에도 현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연코 의료를 돈벌이로 전환하려는 계획만이 남는다. 아마 그 시발점이 ‘원격의료’일 것이다. 삼성, SK 같은 굴지의 재벌들이 이미 수년전에 단말기와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하고, 이 사업의 확장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들과 대형재벌병원들이 이미 연계되어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을 바라는 민간보험사들이 준비하고 있다.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려는 자들이 모두 대기하고 있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기획재정부가 이 사업의 주된 동력이다.

미래부는 시작부터 ‘삼성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의 사업계획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은 2010년 자신의 향후 5가지 사업 중 2가지를 의료 쪽으로 잡은 바 있다. 또한 ‘IT-의료’ 연계사업은 모조리 삼성을 위시한 재벌들의 군침 거리이다. 이런데도 ‘원격의료’가 거론되는데, 숱한 우려가 기우일까? 그리고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미사여구를 믿어야 하나?

얼마 전 친정부성향 시민단체에서 ‘창조경제의 적을 해부한다’는 토론회를 했다. 창조경제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호소하는 위험한 주제이다. 아마도 창조경제인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세력을 지칭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역으로 나는 주장한다. 우리는 ‘민중건강의 적’을 해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적’에 의료민영화 추진세력이 있고, 그들의 최근 외피가 ‘원격의료’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제 해부에 성공했으니 독소(원격의료)를 제거하는 것만 남았다고 말하고 싶다.



2013년 10월 21일 건치신문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050

박근혜 정부의 4대강사업 ‘원격의료’[논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기초노령연금 20만원 공약이 국민연금과 연동되면서 사실상 개악안이 되었는데한 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를 알고도 막을 수가 없어서 사퇴하였다진영 장관은 실제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고 인수위의 실세였지만복지후퇴와 각종 복지안의 개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한 듯 보인다.
 
진영장관 역시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소득수준기준으로 선별화하자는 안을 지지했다는 이야기로 볼 때그 자신도 박근혜 정부의 공약지키기에 무게를 두지는 않았으나최소한 노령연금안의 개악에 손을 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여간 갑작스런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로 보건복지 정책의 난국이 예상되리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일이 계속 벌어졌는데그 중 하나가 보건복지의 창조경제라 불리는 원격의료도입 천명이다지난14일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는 장관의 부재로 이영관 차관이 출석했는데이 때도 다시금 강력하게 추진을 천명한 것이 원격의료’ 이다.
 
이미 5월 국무회의를 비롯하여 숱한 언론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의중으로 밝혀진 것이 원격의료’ 이긴 하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시도야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계속되었지만여러가지 문제점으로 이제 그 도입 정당성은 많이 희석 되었다원격의료는 그 안정성과 효율성이 전세계 어디서도 입증된 바가 없다대면치료에 비해 오진의 가능성이 높고처치도 약품이 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환자 정보유출이 가능하고무엇보다 의료비 상승을 불러올 기재가 될 수 있다여기에 건강관리서비스나 의약품 원격배송등과 결합할 시에는 의료민영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고무엇보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없거나 악화될 소지마져 있는 것이다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의료단말기 보급에 무려 500억이상을 지출했지만그 효과가 경미하여 지금 이 사업은 청문회에 올라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이토록 집요하게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우선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이 ‘4대강으로 대표되는 토건투자가 핵심이었다면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로 대표되는 서비스산업의 이종결합 및 민영화가 핵심이 되고 있다국민들은 누구도 창조경제의 실제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데이야 말로 창조경제라는 간판이 가지고 있는 효과로 보인다.
 
실제로 진행되는 사업들은 이미 이명박정부때부터 했거나 시도했던 것들인데그 위에 창조경제라는 이름을 덧씌움으로써나름 새로운 사업인 것 처럼 포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창조경제라는 간판 아래로 진행되는 사업들을 보면 의료,교육,법률 등의 전문적인 서비스를IT,기계,관광 같은 다른 산업과 결합시키는 것이 목표이고 이는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산업선진화계획과 맥을 같이 한다이런 목표 중 하나가 의료산업화인데실제로 영리병원에 대한 대중적 반발감과 분노 때문에 병원자본 자체의 노골적인 의료영리화는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회적인 방향의 의료영리화 과제들에 박근혜 정부는 계속 집착하고 있는데메디텔의료관광이 이런 것이며그 중 하나인 원격의료에 목을 매는 것이다이미 지난 6월 새누리당 심재철의원 발의로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또한 SK, KT, LG, 삼성 등의 대기업들은 서울대연세대카톨릭대등과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회사를 차리거나 시험사업에 들어갔다즉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이 승인되기 전부터 토목산업들은 준비를 하고 정부예산을 받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듯이현재 IT-의료 복합 업체들은 원격의료가 승인되기도 전부터 자신들의 사업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4대강 사업처럼 대기업이 지분을 투자한 벤처업체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앞서 간략하게 보았듯이, ‘원격의료는 의학적 필요이나 안정성그리고 경제적 효율성조차 입증되지 않은 것은 물론약품 과잉사용이나 개인정보유출등의 나타날 부작용도 크다마치 4대강 사업이 만들어낸 수많은 환경파괴와 녹조현상과 같은 부작용이 원격의료’ 사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따라서 모든 점을 비교해 볼 때 원격의료는 박근혜 정부의 ‘4대강 사업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는 달랑 유감만 표명하면서 더 이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지만이 원격의료에 만큼은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우려스러운 것은 나뿐일까지금 자신의 의료복지공약은 누더기가 되고약속은 모두 거짓이 되었는데도 원격의료’ 사업이라는 4대강식 신기루에는 목을 메게끔 하는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과 복지에 관심이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다만 4대강 사업의 최후처럼 원격의료’ 사업도 추진된다면 막대한 예산 낭비와 국민들의 건강에 피해를 입힐 것이기 때문에 수년 후에는 분명히 수많은 논란의 초점이 될 것이다때문에 초장부터 막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그러지 못했을 경우 처음에 왜 못 막았냐고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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