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만능주의 의료의 ‘막장쇼’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하자 또 집단 진료거부가 벌어졌다. 2020년과 같이 전공의들이 진료를 거부하자 중환자 진료, 응급진료부터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값싼 전공의를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해온 대가다. 한국은 병원인력 기준이 없다. 의사인력은 최소기준만 있고, 간호인력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그래서 병원들은 최소인원만 고용하고, 싼 수련의를 많이 고용하고 싶어 한다. 이로 인해 전공의가 없으면 진료과가 운영되지 않기도 한다. 2년 전 모 대학병원의 소아과 입원중단 사태 원인도 비슷했다. 즉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알았던 시장의료 문제를 우리는 방치해왔다.

진료거부가 발생하자 이번에도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에 손을 벌렸다. 지방의료원, 군병원 등이 진료시간을 늘리고, 진료공백을 메우고 있다. 재난상황의 구원자는 늘 공공의료기관이었다. 메르스, 코로나 시기 환자 대다수는 공공병원이 진료했다. 감염병 시기마다 공공병원이 부족하고 공공병상과 인력이 부족하단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재난이 끝나면 정부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한술 더 떠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 진료 때문에 발생한 적자도 메워주지 않았다. 그 결과 공공병원은 더욱 부실화됐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사협회는 8개월간 진료거부를 선동했다. 그 결과 당시 국가와 사회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이 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는 공공병상을 30%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의료 부문은 시장에 맡겨두면 된다는 재정당국과 의료민영화론자들이 다시금 득세했기 때문이다.

민간 중심 의료체계는 한국에서 의사집단의 기득권 저항을 여러 차례 불러왔다. 1966년 서울시의사회는 소득세를 인하하지 않으면 진료거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권위주의 정부 시절 집단행동이 자제됐지만 1995년 의대 신설 때도 비슷한 협박이 있었다. 이후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20년 의대 증원 사태가 있었다. 즉 작금의 사태는 시장만능 의료체계에서 예측된 일이다.

결국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의사들의 집단적 진료거부는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의료체계를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한 30% 수준의 공공병상을 갖고 있었다면,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준이 있었다면, 개원의사들이 시장경쟁이 아니라 주치의제나 환자등록제하에서 일차의료가 기능했다면, 애초에 지역의사 공공의대 같은 의무복무 의사를 보유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윤 정부의 의료정책은 시장주의적 의료체계를 강화한다. 공공병원은 고사시키고, 민간병원에 수가를 더 주고, 일차의료는 민영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나 비대면진료로 운영하며,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직업선택의 자율을 논하며 거부한다. 되레 바이오헬스 산업화를 위해 의사들이 앞장서라 말한다. 그러다 보니 배치계획과 재정지원이 없는 의대 증원안이 개혁으로 포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숫자뿐인 의대 증원안은 사교육시장에선 호재지만, 의료현장에선 모순의 카오스일 뿐이다. 배치계획을 숫자부터 발표하고 수립한다는 발상 자체가 시장주의적이다. 의료인력을 배치할 계획과 지역병원 확보도 없이 시장에 의사를 많이 배출시키면 소위 ‘낙수의사’가 발생할 거란 생각이라면 이는 국가기능 포기다.

의대 증원을 한다고 파업하는 의사들이나, 배치계획도 없이 의대 증원안을 발표하는 정부나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런 유례없는 사태는 시장만능주의를 추앙하는 의사단체와 정부의 공통점 때문이다. 비슷한 시장만능주의자들끼리의 싸움에 결국 국민들 등이 터지고 환자들만 두려움에 떨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넋 나간 시장주의 정부 모두를 막을 수 있는 공공의료를 복원하는 정치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의사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402281957005

디지털헬스케어법, 개인건강정보 갈취 위장 법안이다

기업이 개인 건강정보를 쉽게 취득해 이용할 수 있는 악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디지털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법안’(이하 디지털헬스케어법)이 그것이다. 법안명만 봐서는 ‘디지털헬스케어’가 무엇인지, ‘보건의료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도입 취지도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이를 통해 의료기술이 발전한다고만 되어 있다. 요약문을 읽어봐도 이 법안이 가진 위험성과 초법성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이 법은 개인정보법, 의료법, 약사법 등에 규정된 제3자 제공범위를 무시하고 개인 건강정보가 쉽게 전송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위험성과 초법성을 내포하고 있다. 각각의 법률에 규정된 제한 사항을 하위 행정법안인 보건복지부령으로 재규정하는 위법성에 더해 개인 건강정보를 무차별 전송하고 집적하기 위해 ‘디지털헬스케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디지털헬스케어’란 아직까지 불분명하고 연구과제 대부분이 광범위하다. 일종의 신기루 같은 영역인데, 법안은 이를 ‘지능정보기술과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을 예방·진단·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일련의 활동과 수단’으로 설명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산진료정보부터 스마트워치에서 측정하는 건강정보까지, 보건의료 서비스 전반을 뛰어넘는 뭔가가 ‘헬스케어’라는 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증진법 등에 명시된 내용을 포괄해 언급하는 수준이다. 이런 얼렁뚱땅 용어로 법안이 제안된 이유는 각종 법률에 규율되어 각각의 개정과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은 문제를 법안 하나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빅테크 기업과 민영보험사들의 민원 수리를 위한 꼼수인 것이다.

의료법과 약사법 등은 민감 정보의 핵심인 개인 건강정보 이동의 보안상 책임과 제3자 전송에 대한 제한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 유출로 인한 부작용과 무차별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다. 반면 디지털헬스케어법은 개인 건강정보의 합법적 갈취와 집적화에 목적을 둘 뿐 나머지 내용은 매우 취약하다. 예를 들어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애초에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의료법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 일을 별도의 위원회와 입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법에 군더더기가 생긴다. 이미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수십년 전부터 의료현장에 도입된 디지털 장비나 전산차트를 별도 법안에 규정된 시범사업이나 위원회 등에서 추진할 이유가 없다. 대체로 이러한 별도의 허가 및 운영 조치는 완화된 규정을 낳게 마련이다. 이는 편법적인 규제 완화다.

국회가 나서 뜬구름 잡는 누더기 입법안을 논의하는 건 가뜩이나 투기세력이 눈독 들이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난맥상을 부추기는 일이다. 디지털헬스케어법에서 정말 개정하고 싶은 내용은 각각의 법률안에서 내실있게 논의해야 한다. 그게 정직한 길이고, 정도(正道)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실행위원·의사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311202034015

윤 정부 “필수의료 살리기” 실체는 건강보험 민영화 [왜냐면]

‘의료개혁’으로 포장된 의료 민영화 ①

전진한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정부가 ‘의료대란’ 수습에 다음달 초까지 건강보험 재정 2조3448억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환자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거나 의료비 부담 절감에 쓰는 게 아니다. 대부분 민간 대형병원들의 매출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서다. 재난 상황에도 정부 관심사는 오로지 병원 자본의 이윤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멋대로 쓰는 것이 이 정부 들어 예삿일이 됐다.

이른바 ‘필수의료’ 개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병원 보상을 늘린다는 ‘수가 인상’을 남발한다. 무려 연 5조원 넘게 쓴다고 한다. 대체 그 돈은 어디서 난단 말인가? 정부는 이미 2월에 답을 내놓았다. ‘의료개혁’ 핵심인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다. 정부는 건강보험 패러다임을 ‘의료비 부담 완화’에서 ‘필수의료 살리기’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우선 기존 패러다임을 “급격한 보장성 확대”로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불필요한 의료쇼핑 증가”를 일으킨 구태로 규정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필수의료에 대한 미흡한 투자로 중증·응급의료 등 공백(을) 초래”했단다. 엉터리 분석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입원보장률은 오이시디 평균은 90%지만, 한국은 68%에 그친다. 그래서 의료비 본인 부담이 주요 국가들과 견줘 과중하다. 무엇보다 보장범위가 좁아 비급여가 범람해 과잉진료가 만연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애꿎게 환자들을 비난하며 건강보험 보장을 축소하고 본인 부담을 인상할 계획이다.

한술 더 떠 건강보험에 미국 민영보험 같은 최소부담금 제도도 검토 중이다. 일정액 이하는 환자 본인에게 100% 부담을 지우는 제도다. 또 보험료 일부를 자신이 노후에 쓸 의료비로 스스로 적립해두는 ‘저축계좌’도 고려한다고 한다. 의료를 많이 이용하면 페널티를 주고, 적게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사회보험을 해체하고, 각자도생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패러다임으로 ‘필수의료 살리기’를 앞세운다. 대체 ‘필수의료’란 무엇인가? 정부는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을 꼽는다. 그런데 심근경색·뇌졸중 치료가 필수면,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만성질환 관리는 왜 필수가 아닌가? 소아 진료는 필수고, 중장년·노인 진료는 필수가 아닌가? 피부과, 성형외과가 필수가 아니라면 화상 환자 피부 치료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재건 성형도 비필수인가?

결국 의료행위를 ‘필수’와 ‘비필수’로 구분하는 건 사회적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뜻하는 대로 필수의료를 협소하게 쓴다면 예방, 재활은 물론 대부분의 필수적 의료서비스가 제외된다. 의료는 사회보편적 필수서비스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국제기구에서는 ‘보편적 건강보장’ 맥락으로 이 말을 쓴다. 공중보건과 의료보장에 누구나 접근할 권리를 추구한다는 개념에 가깝다. 의료정책연구소의 2022년 10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연상한 단어는 ‘건강보험’(18.8%)이었다. ‘응급 및 중증’(6.5%)을 떠올린 사람은 많지 않았다. 즉 국민도 보편적 건강보장 영역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건의료정책 키워드가 그간 ‘건강보험 보장성’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를 ‘필수의료’로 대체하는 프레임 전환을 시작했다. 그 목적은 의료가 다 ‘필수’는 아니니 국가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이데올로기 전쟁이다. 이런 식이니 중증이 아닌 경증환자 응급진료를 보장하는 것은 ‘필수’도 ‘의무’도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쫓겨난 의료 분야는 자연히 기업들의 시장이 된다. 만성질환 관리와 치료는 윤석열 정부 들어 ‘비필수’로 격하됐고 행정적으로 ‘비의료’가 됐다. 민영보험사, 테크기업 등이 이 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른바 경증 의료행위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된다.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이고 건강보험 민영화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마저 살릴 수 없다. 응급, 중증, 소아, 분만이 외면받는 이유는 의료 시장화와 건강보험의 취약성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는 부르는 게 값이고, 그 돈벌이 기회를 좇아 의사들은 큰 병원을 떠난다. 그래서 해법은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에게 건강보험이 ‘필수’다. 윤석열 정부는 그 필수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기업과 부자들을 위해 우리에게 필수인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 그게 바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실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63657.html

민영보험에 직불제 허용? ‘판도라 상자’ 기어코 여나

‘의료개혁’으로 포장된 의료 민영화 ②

정형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의료대란이 한국 사회의 보건의료 쟁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의사 인력 외에 시급히 대처할 과제는 많다. 국민이 감내하는 의료대란 고통을 더 나은 의료제도로 나아갈 마중물로라도 보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들의 준동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민영보험은 이번 대란에서 자신의 지위를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상향시키려 한다. 정부가 8월 발표한 ‘의료개혁실행방안’을 보면, 향후 개발되는 실손보험은 병원과 직계약을 할 수 있다. 현재 민영보험은 환자가 의료비를 모두 의료기관에 내고 사후에 보험사에 개개인이 청구하는 구조다. 반면 건강보험 진료는 환자는 본인부담금만 직접 의료기관에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이 해결한다. 이를 ‘직불제’라고 한다. 지금까지 민영보험과 의료기관의 직불제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담합 혹은 종속관계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건강보험은 직불제를 통해 건강보험 진료 내용을 심사평가하고 가격도 결정한다.

그렇다면 민영보험이 직불제를 시행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비급여 가격을 의료기관과 결정한다. 혹자는 싸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환상이다. 특정 비급여는 자사와 계약한 의료기관에서만 저렴하게 공급하는 미끼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총수익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최적으로 하게 된다. 결국 비싼 보험료를 내는 민영보험에 가입하면 비급여 가격이 싸질 수 있지만, 싼 민영보험에 가입하면 보장 내용에서 제외될 수 있다. 현재 실손보험도 보장 제외를 조건으로 가격이 싼 경우가 많다. 평균 가격은 민영보험사와 민간 병원이 최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곳에서 결정된다. 건강보험이 최대한 가격을 낮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여기다 민영보험사는 환자의 진료정보도 심사평가를 명목으로 다 가져갈 수 있다. 현재도 건강보험공단의 개인건강정보 빅데이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직불제가 성사된다면, 보험사는 공단 빅데이터 말고 직접 환자들의 개인진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영보험이 민간 병원과 계약을 맺고 진료비를 대납하고 심사평가를 추진함으로써 사실상 건강보험과 동등한 지위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현재도 실손보험은 4천만명가량이 가입해 금융위원회가 “제2의 건강보험”으로 광고까지 해주고 있다. 실손보험에 많은 사람이 가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 아직도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런데 실손보험이 별도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경쟁형 보험으로 의료기관과 계약까지 한다면 그때는 4천만명이 아니고 빈곤층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또 특정 민영보험과 계약한 특정병원은 더 높은 보험료를 감내할 환자들만 받을 수도 있다.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한층 더 강화된다.

민간 병·의원의 과잉진료와 과다 비급여 사용을 민간 보험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출시돼 비급여시장은 확대됐을 뿐 실손보험의 각종 규제가 비급여를 줄인 바는 없다. 민영보험과 민간 의료기관은 서로를 강화해주는 공생관계다.

우리는 민영보험이 의료기관과 계약하고 의료비를 결정하고 심사하는 게 만연한 나라를 알고 있다.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식 의료제도의 제일 큰 문제는 건강보험이 없고 민영보험이 의료기관과 직계약을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조합보험에 가입한 서민들은 조합 계약 병원만 가고, 비싼 보험에 가입한 부자는 고급 병원에 간다. 반면 민영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시민들은 집에서 약만 사 먹는다. 보건의료제도 개혁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과거의 잔재다. 지금 의사들의 저항도 민영의료 공급을 방치한 결과다.

미국처럼 한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민영보험 활성화 정책은 결국 민간 보험의 기득권을 강화시켜 이후 제대로 된 건강보험 개혁을 할 수 없는 방해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윤석열 정부 같은 친시장주의 정부를 한번 더 만나면 미국처럼 될 가능성도 크다. 현 정부는 이 지점에서 건강보험을 위협할 ‘의료 민영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는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64760.html

 

의사들 돈 좇게 만든 나라, 국민 돈 터는 민영보험

그 많던 전문의들은 어디로 갔나 [왜냐면]

 

진짜 ‘의료 개혁’ 위한 연속 기고 ③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2010년 이후 10여년간 상급 종합병원은 1500명가량 의사가 늘어난 반면, 의원급 종사자는 1만명가량 늘어났다. 매년 3000명가량 배출한 의사 대부분이 개원의가 된 셈이다. 그 결과 중환자를 돌봐야 하는 병원에서는 의사, 특히 전문의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왜 한국에서는 전문의들이 개원의가 되는 걸까?

우선, 대형병원들은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목의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흉부외과, 뇌신경외과, 소아과가 이에 해당한다. 응급환자가 늘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는다. 응급실 뺑뺑이가 시작되는 첫 번째 길목이다.

반면 내과 계열과 통증·근골격계 의사들은 병원이 고용하려고 해도 개원가 소득이 높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개원가는 영양주사, 도수치료, 비급여 시술 같은 것들로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많다. 피부·미용 시장의 팽창도 원인이고, 탈모, 비만, 영양 등 이른바 관리의료 시장의 창출도 개원가 쏠림을 크게 부추겼다.

지난 20여년간 의료 상업화가 의사 공급의 불균형을 심화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들은 모두 “의료 선진화”, “신성장 동력” 운운하며 의료 시장화를 가속했다. 의료 시장화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복지제도로서 의료에 대한 이해가 있는 나라 대부분은 신의료기기나 치료 재료를 그 효능과 위험도를 엄밀하게 평가해 규제하는 데 반해, 한국은 신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무조건 간소화해 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안전성 평가는 나중에 하고 시장에 먼저 진입시키는 ‘선 진입, 후 평가’까지 추진한다. 그래서 개원의들이 할 수 있는 비급여 시술의 종류와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급자 주도의 도덕적 해이인 것이다.

사례를 하나 보자. 지난해 7월 허가된 무릎관절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만원짜리 연골주사와 비교해 별 차이도 없는 치료 대안이 규제도 없이 광고로 퍼지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내는 수백만원이 의사들의 영리적 개원가 쏠림을 부추겨 의료 공급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두 번째 핵심적 문제가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데, 이런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빠른 속도로 퍼지게 만드는 민영의료보험 시장의 엄청난 확장이다. 4000만명 이상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은 이런 비급여 시장을 창출하는 미다스의 손이다.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의원들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상식이다. 자궁근종 치료 등에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수백만원의 하이푸 치료도 의사가 아닌 상담사가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는 적극 권유한다. 보험상담사가 무릎관절 유전자 치료제로 광고했던 수백만원짜리 가짜 약 ‘인보사’도 같은 사례다. 모두 실손의료보험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이용을 장려하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오는 10월부터는 민영보험사가 환자 개인의료정보를 축적해 보험사에 이익이 되도록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낭비적 진료를 더 늘릴 것이다. 엄청나게 증가하는 비급여 시장은 의사와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

시장 중심 공급구조로 비급여 진료를 부추기고 실손보험을 활성화하는 정책은 한국 의료를 기형적으로 만드는 원인의 원인으로 작동해 왔다. 그 결과 응급, 중환자, 수술 진료에 집중해야 할 의사들의 개원 붐이 일어, 이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집단 개원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일차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할 동네의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한 시장 경쟁으로 내몰려 고가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환자 주머니에서 회수해야 하는 사업이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의료 대란을 해결하려면 의료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하고, 공적 사회서비스로서의 의료를 되찾아야 한다. 이제 비급여 통제, 실손보험 규제를 통해 정상적인 일차 의료로서 동네의원을 복원해야 한다. 이게 의료의 공공성이다.

마지막으로 일본도 의사들의 개원 자율권을 인정하지만 민간 사업체처럼 운영하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강력한 비급여 규제인 ‘혼합진료 금지’가 사회적으로 합의돼 있어 일본 의사들은 비급여가 아니라 필요한 의료행위는 모두 급여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혼합진료 금지’는 영리적인 한국의 외래진료 서비스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조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35804.html

책 읽기, 뇌 건강에 큰 도움 된다

 

언어능력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성이다. 동시에 각종 기록을 통해 인간이 통시성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핵심도구이기도 하다. 만약 언어능력을 상실하거나 손상받게 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질병상태를 야기하게 된다. 일차적으로 언어능력은 일상생활의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언어기능 손상은 일상생활 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여기에 사고체계의 상당부분이 언어로 구동돼 사고영역의 경우 언어손상이 인지장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언어능력 저하로 시작된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언어활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현재 치매예방을 위해 신경과학자들이 권유하는 것들은 규칙적인 신체활동(운동), 금연, 사회활동, 두뇌활동, 절주, 신선한 먹거리로 요약된다.

여기서 두뇌활동 영역에서 단연 첫번째 권유활동은 독서다. 수많은 언어활동 중에서도 대화나 듣기보다 독서를 권유하는 이유는 구어와 문어의 차이 때문이다. 우선 구어는 어휘수가 문어에 비해 매우 적다. 구어는 1000개 정도의 단어만 있으면 생존언어가 가능하다. 의사소통에는 2500개, 고급수준의 이용에는 7000개 정도가 필요하다.

반면 문어는 읽기를 위해 최소한 7000개의 단어가 필요하고 교육을 받은 경우는 20만단어까지도 어휘가 확장될 수 있다. 문맹도 대화는 가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어는 구어에 비해 다양하고 풍부한 어휘 사용을 하게 되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단어나 문법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영역을 구현하게 된다.

치매예방하고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

문어 사용은 읽기와 쓰기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읽기능력이 향상돼야 쓰기능력이 발전한다는 점에서 문어사용 능력의 핵심은 읽기능력이라 볼 수 있다. 읽기능력의 향상은 대부분 독서로 갖출 수밖에 없다.

덧붙여 독서는 듣기나 보기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보존하는 역할도 크다. 주요 뇌과학 연구를 보면 읽기, 특히 독서는 기억력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고 돼 있다. 평상시 쓰지 않던 어휘와 문법, 그리고 언어적 단계가 공간과 시각적 형상화를 하는 독서과정에 있다고 본다. 여타 읽기활동에 비해 독서는 시간을 소모하면서 언어기능을 온전히 향상시키는 활동으로 큰 효과를 가진다.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몇 안되는 치매예방법에는 독서가 항상 포함된다.

그렇다면 독서나 읽기 말고 동영상 시청이나 라디오 등의 청각적 언어활동은 어떨까? 현재까지의 수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실제 동영상 시청은 공급되는 정보량에 비해 치매예방이나 인지능력 향상에 기여한 바가 불분명하다. 동영상 시청은 인지능력에 기여하지 못하고 치매를 악화시킨다는 분석과 연구도 많다.

무엇보다 동영상은 직관적인 인지전달로 인해 사고와 어휘의 발전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뇌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자극속도는 빠르지만 비판적 사고나 기억 등의 영역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자극, 특히 최근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짧은 동영상의 다량 입력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기는 하나 현재까지의 뇌과학 연구에 근거해 볼 때 인지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거꾸로 말하면 치매를 더욱 가속화시킬 위험성이 동영상 시청에 있을 수 있다. 치매예방 인지능력향상 같은 뇌건강을 위해서는 동영상을 멀리하고 읽기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독서는 교양을 쌓거나 뭔가를 알아가는 과정 뿐 아니라 인지능력을 보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넘겨 보는 종이책 방식이 더 도움이 돼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는 어떨까? 주요연구를 보면 스크롤을 하면서 읽는 경우는 안구의 움직임이 없어 넘겨가면서 읽기를 하는 경우보다 기억력 및 사고능력 향상에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돼 있다. 종이책은 넘기는 과정에서 특정 정보의 대략적인 물리적 위치가 기억에 남고 책을 꽂아놓는 책장의 위치도 입력이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공간과 언어가 결합돼 기억영역의 확장을 가지고 온다. 반면 전자책은 이런 효과는 떨어진다. 인지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추천하는 독서양식은 책을 읽는 것이다.

가을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어는 이제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언어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책읽기로 만끽하면서 동시에 치매예방과 인지능력의 향상도 가져온다면 일석이조다. 단편적이고 중독성만 유발하는 뇌건강에 도움되지 않는 동영상을 멀리하고 읽기를 가까이 하는 게 건강해지는 길이다.

https://www.naeil.com/news/read/527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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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서기엔 자전거운동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도 야외운동은 중요하다. 뙤약볕에서 탈수와 열사병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무리한 운동을 하는 건 피해야 한다. 하지만 새벽과 저녁시간을 이용해 신체활동을 야외에서 유지하는 건 여러 이점이 크다. 우선 기온과 습도에 일정 적응능력을 가져다준다. 덥다고 실내에서만 지낼 경우 환기도 잘 안되고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져 건강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정 정도 열적응은 인체 항상성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더운 날 달리기 테니스 축구 같은 운동은 체온을 떨어뜨리고 탈수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혹서기에는 틈틈히 수분섭취를 해야되고 체온도 떨어뜨려야 한다. 이럴 때 해봄직한 운동은 역설적으로 실외자전거다. 자전거는 일정정도의 속도로 주행 중 자연풍에 의한 체온조절이 가능하다. 여기다 물을 마시면서 운동을 할 수 있어 탈수도 예방된다. 대부분 자전거도로가 강이나 하천주변에 있어 상대적으로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덜하다.

물론 자전거운동도 준비가 필요하다. 그냥 페달만 밟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어린시절 부모가 잡아주며 배웠던 자전거 탈 수 있는 능력은 잊어야 한다. 주행중 여러 돌발상황이나 수분섭취를 위해 물통을 한 손으로 잡을 정도의 균형감각은 필수다.

한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경우라면 자전거도로나 사람이 많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선 곤란하다. 한적하고 넘어져도 큰 부담이 없는 공간에서 한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는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자전거도로 등에서는 방향전환이나 정지를 뒷사람등에게 알릴 수신호를 해야한다. 당연히 수신호를 하기 위해 한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

사고 줄이기 위해선 균형감각 갖추는 훈련을

여기다 자전거운동은 낙차시 다른 운동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일정 속도 이상에서 자전거라는 물체까지 인체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낙차시 골절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실외자전거를 만만하게 봐선 곤란하다. 앞서 이야기한 한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건 기본이고 여유가 되고 속도를 높여볼 요량이면 양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정도의 균형감각도 갖추는 게 좋다.

이런 균형감각을 갖추기 위해 실내에서 훈련을 할 수 있는데, ‘평로라’라는 훈련도구가 이를 도와줄 수 있다. 평로라는 3개의 큰 드럼통위에 본인이 실외에서 타는 자전거를 올려놓고 실외와 유사한 자전거주행을 구현하는 장비다. 과거에는 자전거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안전한 자전거운동을 위해 아마추어도 해봄직하다. 평로라 훈련을 하게 되면 주행의 균형감각도 살아나지만 고유수용성 감각도 상당부분 강화할 수 있다. 다시말해 전반적인 신체 밸런스가 좋아진다. 실제 실외에서 자전거를 탈 때 여러 위기상황을 대처할 감각도 상향되는 건 물론이다. 평로라운동을 시켜주는 자전거훈련센터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이제 일정 균형감각을 익혀 물도 마시고 안전도 도모할 수 있는데 자전거도 기구운동이다 보니 잘못된 자세나 잘못된 규격으로 타게 되면 스포츠손상을 겪게 된다. 초보자들에게 제일 흔한 실수는 잘못된 안장높이다. 안장높이가 너무 높으면 무릎통증과 장경인대염을 유발할 수 있고 너무 낮으면 엉덩이근육과 허벅지에 부담을 줄 뿐더러 속도도 나지 않는다. 안장의 높이는 기본적으로 발뒤꿈치를 페달에 두고 끝까지 밀었을 때 다리가 펴지는 수준이 좋다.

잘못된 자세는 신체에 안좋은 영향 줘

그러나 아무리 안장을 잘 맞추더라도 발과 발목의 각도가 일정하지 않고 내외로 돌아가 있으면 장시간 주행시 결국 무릎과 고관절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자전거운동에 재미가 붙여지고 계속 해볼 생각이 든다면 클릿페달을 준비해야 한다.

클릿페달은 페달과 신발이 결합되는 형태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를 추천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페달과 발을 고정함으로써 관절 전체를 보호하는 게 더 큰 이익이다. 클릿페달 훈련도 실외에서 넘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실내자전거나 평로라에서 충분한 훈련을 해둬야 한다. 적응하지 않은 채 실외에서 클릿을 사용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장높이를 기점으로 하는 피팅이나 클릿훈련도 여러 자전거훈련 연습장이 있으니 이를 이용해도 좋다.

자전거운동을 즐기기 위한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고 자전거도로를 달린다면 손쉬운 건강유지책을 가지는 셈이다.

https://www.naeil.com/news/read/519774

 

[의약살롱] 혹서기엔 자전거운동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도 야외운동은 중요하다. 뙤약볕에서 탈수와 열사병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무리한 운동을 하는 건 피해야 한다. 하지만 새벽과 저녁시간을 이용해 신체활동을 야외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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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 잘하는 방법

 

우리사회도 다른 산업국가처럼 비만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비만율이 2007년 31.7%에서 2020년 38.3% 까지 증가했고, 특히 남성은 2021년 기준으로 49.2%에 달한다. 비만은 만성질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1.6~2.3배 증가한다. 이런 만성질환은 각종 노인성질환 심뇌혈관질환의 핵심 원인으로 결국 비만을 좌시하면 건강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비만해지는 이유는 운동량 이상의 섭취 때문이다. 즉 소모하는 에너지보다 섭취하는 에너지가 많아서다. 그래서 살빼기는 대부분 식이조절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식욕억제를 못해서 병의원을 찾아 약물을 복용하거나 포만감을 느끼는 약품을 복용하는 방식까지 나아가는 경우도 꽤 된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방식은 약물로 치료하는 기간을 포함한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이전 체중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요요현상이다.

문제는 단순계산 방식의 칼로리 연산은 실제 식품섭취의 타이밍과 종류를 결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이어트용 건강보조식품이 실제로 한시적 효과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체중감량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단순한 식이조절 강박에서 벗어나 에너지 소비와 식품섭취를 연동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런 방식은 실제로 체중조절을 해야하는 운동선수들의 식단과 운동연계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음식 섭취 타이밍 ‘운동전후 1시간’

우선 하루 총 칼로리 섭취보다 언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인가를 결정하자. 복부비만의 적으로 알려진 간식 야식 술과 안주 등은 공통점이 있는데 운동시간과 연관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섭취된 에너지가 거의 소모되지 않으면서 지방대사에 대부분 사용되는 것이다. 만약 같은 칼로리의 식품이라도 운동전후에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운동전이라면 대부분 연소되는 에너지가 되고 운동직후라면 소모된 에너지와 단백질을 재구성하는데 상당량이 사용된다.

따라서 식품섭취 타이밍을 운동계획과 연동하는 게 중요하다. 야식이 복부비만을 부추기는 원흉인 것은 단순히 칼로리 문제가 아니라 섭취 전후 에너지 소모 신체활동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아예 먹는 양을 확 줄여 체중을 감량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낼 계획이 아니라면 가장 바람직한 식품섭취는 운동전후 1시간으로 연구돼 있다.

다음으로 먹는 타이밍을 정하려면 자연스럽게 운동 계획이 필요하다. 사실 운동 계획 없는 체중감량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비만치료를 권하는 누구나 운동과 식이를 동시에 말한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은 대체로 규칙적인 운동 프로그램이 없거나 운동을 하더라도 잘못된 방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체중감량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들은 하나의 공식을 만들고 있다. 지방연소가 최적인 운동강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최근 분당 지방연소와 운동 최대산소량(VO2 max)관계로 다양한 연구에서 분석하는데, 결론만 말하면 운동강도 60~70%가 지방을 잘 연소시키는 것으로 돼있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워치 등에 표시되는 심박수로 대략 알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최대심박수의 70~77% 수준이다. 따라서 50대의 최대심박수를 173이라고 가정하면 120회에서 130회 사이로 달리기 수영 자전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운동시간도 중요하다. 이런 정도 강도로 운동을 시작하면 20분이 지나야 지방이 연소되기 시작된다. 따라서 운동시간은 최소 20분 이상이어야 하고 체중감량을 목표로 한다면 1시간 남짓이 좋다. 만약 빠른 기간에 체중을 빼고 싶다면 허기가 지는 시점까지 지방연소 최적의 강도로 유산소운동을 시행하면 된다. 운동량이 늘어나면 유산소능력과 근육 내 글루카곤 저장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 시간이 2시간을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감량에 1시간 운동이 좋아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은 게임도 가능하고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운동이지만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대체로 효과적이지 않다. 고강도로 하기 때문이다. 체중감량을 위해 상하지 근력운동을 하는 것도 시간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 근육량이 늘어나면 대사율이 늘어나 쉽게 복부지방이 늘어나지 않겠지만, 그 정도의 근육량을 만들기 전에 지방부터 연소시켜야 가벼워진 몸으로 더 지속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정리하면 심박수 120~130회에서 1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고, 하루 한끼는 이 운동 전후에 하는 게 가장 시간대비 효과가 높다. 요요현상 없이 체중 유지도 쉬워진다. 엘리트체육의 과학적 결과는 비만치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

https://www.naeil.com/news/read/511536

동네의원 친해지고 잘 활용하기

 

의료광고 수준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은 쿠키정보를 이용해 맞춤형으로 의료광고를 띄워준다. 어떻게 알았는지 허리통증으로 검색을 몇번하면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귀신같이 허리통증 잘 치료한다는 병의원 광고가 뜬다. 여기다 건강상담을 연계한 광고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무릎 퇴행관절염에 대한 자가줄기세포 치료술의 경우를 보면 무릎수술 없이 주사만 맞으면 된다는 광고가 먼저 뜬다. 그 광고를 클릭하면 병의원을 바로 소개하지 않고 상담사이트가 나온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건강상담을 가정한 광고전화가 오는 방식이다.

이들 광고사이트는 치료비 ‘무료’라는 것도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전화상담을 해보면 치료비가 무료가 된다는 건 실손의료보험이 있을 때에만 한정된다. 실제 ‘무료’가 아니고 내가 실비보험료를 내고 있어 받는 혜택을 가장한 과장광고인 셈이다.

이런 과장광고는 주로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전파되고 있어 규제도 쉽지 않다. 기술의학의 발전은 빠르고 실험적인 시술과 약품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기술과 약품 중 일부는 단기간의 임상시험 뿐 아니라 장기간의 효과도 입증된 진짜 치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는 아직 설익은 단계로 임상시험을 통과했다고 기존 치료기술보다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된 건 아니다. 표준치료와 신의료기술의 비교평가, 그리고 경제성평가에는 사실 10년도 부족하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의료기술과 약품의 허가·규제를 명확히해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의료연구원 급여평가위원회 같은 국가기구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상담 가장한 광고 주의

이런 국가기구가 제 역할을 했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그중 하나가 광범하게 퍼져있는 건강상식, 의료광고, 그리고 언론에서 다루는 건강관련 기사들이다. ‘의약살롱’에 실리는 내용도 건강에 좋은 내용이지만 막상 약품이나 의료기술을 스스로 선택할 때는 제한점이 있다.

일반의약품 광고도 개개인의 판단을 믿는 영역이지만 만성질환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게 옳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을 대리해줄 의료전문가는 필요하다. 주요선진국은 주치의가 있어 이런 역할을 해주지만 한국은 아쉽게도 아직 주치의가 없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바로 가까운 동네의원과 친해지는 방법이다. 우선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주는 동네의원을 선택한다. 동네주민들의 소개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몇가지 팁이 있다. 좋은 동네의원은 비급여광고를 의원 앞에 많이 붙여두거나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다. 병원의 위치도 잘 살펴야 한다. 임대료가 비싼 곳에 개원한 동네의원은 어쩔 수 없이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의사의 성향도 중요하지만 처한 경제적 구조가 진료에 영향을 더 많이 준다. 휘황찬란한 인테리어와 대로변상가, 그리고 널찍한 공간을 쓰고 있는 동네의원은 그 모든 걸 유지하기 위해서 검사와 처치에 내몰린다.

그래서 좀 허름해 보이지만 오래된 곳에 있는 동네의원을 찾았다면 그 다음은 그 동네의사와 친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권위주의 문화가 아직 남아있어 의사가 지시나 처방을 하면 질문을 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동네의사와 친해지려면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질문은 정말 그동안 궁금한 내용을 솔직하게 해야 한다. 미리 질문을 준비해가는 것도 필요하다. 짧지만 정확한 답변을 해주는 의사라면 성공이다.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고 표정이 답답하더라도 동네의사의 답변에서 전문가적 소견이 느껴진다면 믿어도 좋다. 잔소리 같고 뭔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의사라면 대성공이다.

귀찮아하더라도 묻고 상담 받아라

끝으로 진료과목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은 대부분이 전문의라서 내과진료를 본다고 쓰여있는 동네의원이면 된다. 동네의원 한곳을 정했으면 이제 마음 붙이고 아픈 곳이 있을 때 먼저 가보는 게 좋다.

앞서 이야기한 의료광고를 보고 전화상담을 하거나 전문병원이나 대형병원을 먼저 찾아가기 앞서 한번 물어보고 의견을 청취하는게 필요하다. 말끝을 흐리고 그런 진료를 강권하지 않으면 동네의사가 추천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동네의원 한곳과 친해지면 의사가 좀 귀찮아하더라도 적당히 괴롭히고 상담도 받고 하면서 활용해야 한다.

주치의제 같은 제도적 도움이 구조적으로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범사업수준이다. 시민들 스스로 ‘현명한’ 의료소비자가 되기를 노력하기 보다는 친한 동네의원을 만드는 게 더 낫다. 아직까지 인터넷 정보보다는 동네의사의 판단이 더 낫기 때문이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

https://www.naeil.com/news/read/506023

건강한 먹거리, 올바른 먹거리

 

방송에 건강기능식품 광고가 넘쳐난다. 과거 고전적인 건강식품은 녹용 흑염소 웅담 같은 자양강장식이었다. 최근에는 가공된 알약형태나 포장된 간편식 액상으로 보급이 확대된다. 그 결과 비타민정은 물론 유산균제제 관절제제 등이 선물용으로 각광받는다.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논하기 앞서 건강문제를 매일 복용하는 먹거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사실 환상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진통소염제를 제외하면 관절염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화학성분이나 특정식품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글루코사민의 경우가 효능을 일부 인정해 약품까지 진입했지만 장기추적연구에서 효용성이 없다고 밝혀져 퇴출됐고 그외는 여전히 상당 부분 효과가 미지수다.

개별 건강식품에 대해 방송이나 광고에서 말하는 내용을 보면 특정증상 개선에 효능을 과대포장하는 일이 허다하다. 문제는 이런 건강기능식품에서만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아침방송을 보면 식품도 그 효능이 자주 분석된다. 예를 들면 마늘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부추는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이 그러하다.

물론 따뜻한 생강차나 배즙 같은 걸 감기가 걸렸을 때 마시면 상기도가 진정되고 가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술 마신 다음날 꿀차를 마시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식품이 가진 효과는 있다. 하지만 특정질병에 특정식품이 치료제처럼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식품이 있다면 이미 약품으로 개량됐을 것이다.

치료제처럼 효과있는 식품 흔치 않아

지금의 과도한 의료상품화는 의사를 만나고 약사를 만나러 가는 순간 뿐 아니라 언론과 광고에서 너무나 많은 건강정보를 공유한 나머지 ‘식품건강론’을 과도하게 설파한다. 식품건강론의 문제는 실제 중요한 먹거리의 문제를 간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배웠듯이 좋은 식사는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먹는 것이다. 그런데 광고하는 건강식품은 대부분 가공된 것들이다. 균형잡힌 식사의 일부도 될 수 없다. 가공유통하면서 보존하기 위한 보존제와 착향제 등이 더해진다. 보존제와 착향제는 화학물질이다.

더욱이 중요한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점차 식품을 직접 조리해서 먹기보다는 가공식을 더 많이 섭취한다는데 있다. 2022년 서울시 먹거리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은 주간 직접조리식품을 먹는 비율이 평균 59%에 지나지 않는다.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에도 11%는 배달음식이다. 집에서 조리한 음식도 사실 상당부분은 가공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햄 소세지가 기본반찬이고 마트에서 양념된 고기와 냉동식품, 가공된 소스류와 조미료는 없으면 안되는 식재료다.

이런 가공식품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건강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선 가공식품은 대체로 당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공되면서 정제돼 흡수율이 빠르다. 흡수가 빠른 식품은 대사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년부터 심각한 건강문제의 원인이 된다. 빨리 흡수되는 만큼 몸에서는 빠른 속도로 소모하거나 축적되면서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장애를 유발한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운동량도 적다. 운동량이 적은데 가공식품으로 칼로리를 채우게 되면 심혈관질환으로 나타난다.

가공식품은 균형잡힌 영양소도 공급하지 못한다. 섬유질이 매우 부족하고 섭취할 때도 유동식은 아니지만 충분히 씹지 않아도 소화되기 편하게 돼 있다. 우리가 씹어 음식을 삼키는 것은 단순히 저작을 통해 음식물을 으깨는 의미뿐이 아니다. 그 자체도 조화로운 두경부 운동의 일부다. 사람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두경부 움직임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은 건강을 위한 기본토대다.

‘골고루’ ‘신선식품’ 먹기가 건강에 도움

먹거리 문제가 건강식품보다 훨씬 더 건강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정 식품과 건강의 연관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다. 다시 말해 신선한 식재료를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조리해 최소 가공한 상태로 규칙적으로 균형있게 섭취하던 과거 식단의 장점을 복원하는 게 건강식품보다 훨씬 중요하다.

유럽이나 일본의 장수마을의 공통점은 요구르트를 먹거나 음식을 조금 먹는 습관이 아니라 사실은 신선식품을 먹고 직접 발효시킨 음식을 먹는다는 데 있다. 직접 조리하고 조리를 위한 움직임이 건강을 위한 기본소양이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공식품 패스트푸드로 절약한 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메꾸는 아이러니에 빠져있다.

끝으로 다이어트를 위한 건강기능식품도 각광인데 신선식품으로 식단을 일단 바꿔보는 게 체중조절에서도 시발점이다. 건강식품이 아니라 신선한 먹거리가 답이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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