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경감 조치에 숨은 '서민증세' 술수
[주장] '연소득 500만 원 이하 건강보험료 부담 경감' 환영할 조치 아니다15.02.04 08:38
최종 업데이트 15.02.04 12:0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백지화한다는 발표 이후 비판 여론이 드세졌다. 특히 지역가입자 중 저소득층에 대한 부담경감책이 백지화된 것 때문에, 청와대도 다음 날 백지화가 아니라 유보된 것이라며 한 발 뒤로 빠지는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1월 30일 정부가 우선 올해를 넘기기 위한 대응책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 보험료 적용 기준을 조정하여 지역가입자 중 연소득 5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게 요지다. 또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전면 개편도 내년에는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기획단은 소득중심 부과체계 개편의 개혁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송파 세 모녀' 사건까지 거론하면서 빈곤층의 보험료 부담을 상당히 고려한 조치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른바 1만6천여원의 '기본보험료' 부과로 보험료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빈곤층의 경우 기존의 5만원 대의 보험료가 1만6천여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실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오히려 건강보험 체납세대를 또 다시 양산할 조치일 뿐 개혁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남겨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송파 세 모녀'의 현실에서 말해주듯이, 기본적으로 연소득 500만 원 이하인 세대는 보험료를 낼 수 없는 무소득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전체 790만 세대 중 소득이 없는 세대는 430만 세대에 이른다(2012년 1월 기준). 과반수가 보험료 지불 능력이 없는 세대다. 여기에 정부가 지역가입자에게 부과하겠다는 정액보험료 1만6천여원도 부과하기 어려운 보험료 1만5천 원 미만 세대가 약 12%를 차지하며, 6개월 이상 장기 보험료 체납자도 지역가입자 중에 10%에 이른다(2012 건강보험통계연보).
정부의 주장대로 '소득'만을 기준으로 형평 부과를 달성하겠다면, 우선 재산도 없고 소득도 없는 사람들은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즉 건강보험제도가 아니라 국가의 공공부조(의료급여)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산부과 기준을 일부 완화하거나 일정액의 정액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하여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과를 여전히 강제하고 건강보험제도 아래에 두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는 최소한의 동참이 필요한 구조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빈곤층은 별도의 영역에서 관리하는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빈곤층을 건강보험의 '무임승차자'로 보고 개인 책임을 끝까지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보험료 경감' 조치이며 부과체계 개편방안이 마치 큰 개혁방안인 것처럼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빈곤층의 보험료 부과가 형평부과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이는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담 능력 없는 빈곤층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의료급여' 대상으로
무엇보다 '송파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과 잘못된 근로능력평가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즉 애당초 부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건강보험 가입자에 포함시킨 것이 문제다.
정부는 공공부조의 영역에서 의료보장을 담보하는 국가의 핵심 역할을 방기하고, 이러한 책임을 여전히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보험에 전가하고 있다. 때문에 201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2010년 빈곤층이 14.73%(중위소득의 50% 미만)인데,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매년 줄어 현재 약 2%대에 불과하다(2012 건강보험통계연보).
정부 책임과 국고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이와 같은 빈곤층의 상당수를 굳이 건강보험 영역에 남겨두고 일정액이라도 보험료를 부과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건강보험제도에 남아서 그래도 보험료를 경감해주니 고마운 줄 알면서 수용하라고 하는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지금 여론에서 백지화되었다고 뭇매를 맞고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기획단 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서민증세'와 다름이 없다.
여기에 '소득기준'을 강화한다면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파생되는 소득인 퇴직소득, 양도소득, 상속 및 증여소득은 모두 배제하여 오히려 이들의 무임승차를 허용하였다. 보험료 부과의 상한선도 폐지하지 않아 30억 원 이상 재산이나 100억 원 이상 재산이나 똑같은 보험료를 낸다.
또한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재산부과 기준이 문제라면서도 저소득층에게 굳이 기여책임을 부과하고 정액보험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의료급여 확대나 저소득층의 보험료 전액 면제 등 정부 책임(건강보험 지역재정의 국고부담 강화)은 거론조차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공공부조 확대 내용이 빠져 있긴 하지만, 지역가입자의 역진적 재산점수를 개선하고 피부양자의 종합소득 부과를 강화하므로, 개혁적 조치가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폭탄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부조 확대 배제, 기업 부담 증대 방안, 상한제 폐지 등을 논외로 하면, 실제로 이번 개선책의 대상은 대부분 연금소득처럼 소득 파악이 용이한 계층의 부담으로 대부분 전가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기본보험료는 한 번 도입되면 인두세(일정 연령 이상의 주민 한 사람당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 우리나라의 주민세와 유사)적 성격으로, 향후 건강보험 재정 확충시 월급쟁이의 보험료 인상과 함께 가장 먼저 인상될 항목이다.
무엇보다 제도의 합리성은 단순히 현재 시점에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국가책임과 기업책임을 배제한 과정에서 노동자, 서민들이 향후 증가할 건강보험료를 어떻게 채울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건강보험 부과체계 기획단은 무려 1년6개월 이상 이런 중요한 문제는 배제하고, 재산 부과 방식 하나 가지고 세월을 낭비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는 이런 논의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두려워 아예 개선 시도 자체를 백지화 하였다. 그리고는 고작 연 500만 원 소득 이하의 보험료를 건강보험 흑자로 메꾸겠다고 한다(현재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12조가 넘는다). 이 흑자는 전적으로 국민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해 생긴 것인데, 생색은 국가가 내고 있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발표하려던 안은 재정중립을 실제로 이루지 못한다. 2012년 건강보험공단의 소득중심 부과체계 시뮬레이션 자료만 봐도 지역가입자 부담인 7조3166억(2011년 기준)원을 종합소득부과 수준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첫 서민증세 시도인 '건강세'(부가가치세에 0.1~0.5%의 건강보험료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가 논의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고부담 강화나 공공부조 확대가 동반되지 않는 부과체계 개편안은 필연적으로 향후 월급생활자의 보험료인상이나 부가가치세의 건강보험료 부과 같은 역진적 구조를 강화하는 방편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국고지원 확대나 공공부조 확대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지금 건강보험 부과체계개편 논란 이면에 숨어 있는 정부의 술수에 더 이상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정부 개편방안의 본질은 정부책임은 최소한 억제하고 고소득자보다는 월급생활자와 서민들 중심의 보험료 수입 증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월 30일 정부가 우선 올해를 넘기기 위한 대응책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 보험료 적용 기준을 조정하여 지역가입자 중 연소득 5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게 요지다. 또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전면 개편도 내년에는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와 기획단은 소득중심 부과체계 개편의 개혁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송파 세 모녀' 사건까지 거론하면서 빈곤층의 보험료 부담을 상당히 고려한 조치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른바 1만6천여원의 '기본보험료' 부과로 보험료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빈곤층의 경우 기존의 5만원 대의 보험료가 1만6천여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실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오히려 건강보험 체납세대를 또 다시 양산할 조치일 뿐 개혁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남겨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송파 세 모녀'의 현실에서 말해주듯이, 기본적으로 연소득 500만 원 이하인 세대는 보험료를 낼 수 없는 무소득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화면 캡처. | |
ⓒ 국민건강보험공단 |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전체 790만 세대 중 소득이 없는 세대는 430만 세대에 이른다(2012년 1월 기준). 과반수가 보험료 지불 능력이 없는 세대다. 여기에 정부가 지역가입자에게 부과하겠다는 정액보험료 1만6천여원도 부과하기 어려운 보험료 1만5천 원 미만 세대가 약 12%를 차지하며, 6개월 이상 장기 보험료 체납자도 지역가입자 중에 10%에 이른다(2012 건강보험통계연보).
정부의 주장대로 '소득'만을 기준으로 형평 부과를 달성하겠다면, 우선 재산도 없고 소득도 없는 사람들은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즉 건강보험제도가 아니라 국가의 공공부조(의료급여)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산부과 기준을 일부 완화하거나 일정액의 정액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하여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과를 여전히 강제하고 건강보험제도 아래에 두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는 최소한의 동참이 필요한 구조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빈곤층은 별도의 영역에서 관리하는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빈곤층을 건강보험의 '무임승차자'로 보고 개인 책임을 끝까지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보험료 경감' 조치이며 부과체계 개편방안이 마치 큰 개혁방안인 것처럼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빈곤층의 보험료 부과가 형평부과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이는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담 능력 없는 빈곤층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의료급여' 대상으로
▲ 생활고를 겪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송파 세 모녀'가 집주인에게 남긴 메모와 70만 원이 든 봉투 | |
ⓒ 서울지방경찰청 |
무엇보다 '송파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과 잘못된 근로능력평가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즉 애당초 부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건강보험 가입자에 포함시킨 것이 문제다.
정부는 공공부조의 영역에서 의료보장을 담보하는 국가의 핵심 역할을 방기하고, 이러한 책임을 여전히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보험에 전가하고 있다. 때문에 201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2010년 빈곤층이 14.73%(중위소득의 50% 미만)인데,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매년 줄어 현재 약 2%대에 불과하다(2012 건강보험통계연보).
정부 책임과 국고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이와 같은 빈곤층의 상당수를 굳이 건강보험 영역에 남겨두고 일정액이라도 보험료를 부과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건강보험제도에 남아서 그래도 보험료를 경감해주니 고마운 줄 알면서 수용하라고 하는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지금 여론에서 백지화되었다고 뭇매를 맞고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기획단 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서민증세'와 다름이 없다.
여기에 '소득기준'을 강화한다면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파생되는 소득인 퇴직소득, 양도소득, 상속 및 증여소득은 모두 배제하여 오히려 이들의 무임승차를 허용하였다. 보험료 부과의 상한선도 폐지하지 않아 30억 원 이상 재산이나 100억 원 이상 재산이나 똑같은 보험료를 낸다.
또한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재산부과 기준이 문제라면서도 저소득층에게 굳이 기여책임을 부과하고 정액보험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의료급여 확대나 저소득층의 보험료 전액 면제 등 정부 책임(건강보험 지역재정의 국고부담 강화)은 거론조차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공공부조 확대 내용이 빠져 있긴 하지만, 지역가입자의 역진적 재산점수를 개선하고 피부양자의 종합소득 부과를 강화하므로, 개혁적 조치가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폭탄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부조 확대 배제, 기업 부담 증대 방안, 상한제 폐지 등을 논외로 하면, 실제로 이번 개선책의 대상은 대부분 연금소득처럼 소득 파악이 용이한 계층의 부담으로 대부분 전가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기본보험료는 한 번 도입되면 인두세(일정 연령 이상의 주민 한 사람당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 우리나라의 주민세와 유사)적 성격으로, 향후 건강보험 재정 확충시 월급쟁이의 보험료 인상과 함께 가장 먼저 인상될 항목이다.
무엇보다 제도의 합리성은 단순히 현재 시점에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국가책임과 기업책임을 배제한 과정에서 노동자, 서민들이 향후 증가할 건강보험료를 어떻게 채울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건강보험 부과체계 기획단은 무려 1년6개월 이상 이런 중요한 문제는 배제하고, 재산 부과 방식 하나 가지고 세월을 낭비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는 이런 논의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두려워 아예 개선 시도 자체를 백지화 하였다. 그리고는 고작 연 500만 원 소득 이하의 보험료를 건강보험 흑자로 메꾸겠다고 한다(현재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12조가 넘는다). 이 흑자는 전적으로 국민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해 생긴 것인데, 생색은 국가가 내고 있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발표하려던 안은 재정중립을 실제로 이루지 못한다. 2012년 건강보험공단의 소득중심 부과체계 시뮬레이션 자료만 봐도 지역가입자 부담인 7조3166억(2011년 기준)원을 종합소득부과 수준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첫 서민증세 시도인 '건강세'(부가가치세에 0.1~0.5%의 건강보험료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가 논의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고부담 강화나 공공부조 확대가 동반되지 않는 부과체계 개편안은 필연적으로 향후 월급생활자의 보험료인상이나 부가가치세의 건강보험료 부과 같은 역진적 구조를 강화하는 방편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국고지원 확대나 공공부조 확대를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지금 건강보험 부과체계개편 논란 이면에 숨어 있는 정부의 술수에 더 이상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정부 개편방안의 본질은 정부책임은 최소한 억제하고 고소득자보다는 월급생활자와 서민들 중심의 보험료 수입 증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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