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먹거리, 올바른 먹거리
방송에 건강기능식품 광고가 넘쳐난다. 과거 고전적인 건강식품은 녹용 흑염소 웅담 같은 자양강장식이었다. 최근에는 가공된 알약형태나 포장된 간편식 액상으로 보급이 확대된다. 그 결과 비타민정은 물론 유산균제제 관절제제 등이 선물용으로 각광받는다.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논하기 앞서 건강문제를 매일 복용하는 먹거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사실 환상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진통소염제를 제외하면 관절염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화학성분이나 특정식품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글루코사민의 경우가 효능을 일부 인정해 약품까지 진입했지만 장기추적연구에서 효용성이 없다고 밝혀져 퇴출됐고 그외는 여전히 상당 부분 효과가 미지수다.
개별 건강식품에 대해 방송이나 광고에서 말하는 내용을 보면 특정증상 개선에 효능을 과대포장하는 일이 허다하다. 문제는 이런 건강기능식품에서만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아침방송을 보면 식품도 그 효능이 자주 분석된다. 예를 들면 마늘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부추는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이 그러하다.
물론 따뜻한 생강차나 배즙 같은 걸 감기가 걸렸을 때 마시면 상기도가 진정되고 가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술 마신 다음날 꿀차를 마시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식품이 가진 효과는 있다. 하지만 특정질병에 특정식품이 치료제처럼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 식품이 있다면 이미 약품으로 개량됐을 것이다.
치료제처럼 효과있는 식품 흔치 않아
지금의 과도한 의료상품화는 의사를 만나고 약사를 만나러 가는 순간 뿐 아니라 언론과 광고에서 너무나 많은 건강정보를 공유한 나머지 ‘식품건강론’을 과도하게 설파한다. 식품건강론의 문제는 실제 중요한 먹거리의 문제를 간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배웠듯이 좋은 식사는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먹는 것이다. 그런데 광고하는 건강식품은 대부분 가공된 것들이다. 균형잡힌 식사의 일부도 될 수 없다. 가공유통하면서 보존하기 위한 보존제와 착향제 등이 더해진다. 보존제와 착향제는 화학물질이다.
더욱이 중요한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점차 식품을 직접 조리해서 먹기보다는 가공식을 더 많이 섭취한다는데 있다. 2022년 서울시 먹거리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은 주간 직접조리식품을 먹는 비율이 평균 59%에 지나지 않는다.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에도 11%는 배달음식이다. 집에서 조리한 음식도 사실 상당부분은 가공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햄 소세지가 기본반찬이고 마트에서 양념된 고기와 냉동식품, 가공된 소스류와 조미료는 없으면 안되는 식재료다.
이런 가공식품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건강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선 가공식품은 대체로 당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공되면서 정제돼 흡수율이 빠르다. 흡수가 빠른 식품은 대사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년부터 심각한 건강문제의 원인이 된다. 빨리 흡수되는 만큼 몸에서는 빠른 속도로 소모하거나 축적되면서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장애를 유발한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운동량도 적다. 운동량이 적은데 가공식품으로 칼로리를 채우게 되면 심혈관질환으로 나타난다.
가공식품은 균형잡힌 영양소도 공급하지 못한다. 섬유질이 매우 부족하고 섭취할 때도 유동식은 아니지만 충분히 씹지 않아도 소화되기 편하게 돼 있다. 우리가 씹어 음식을 삼키는 것은 단순히 저작을 통해 음식물을 으깨는 의미뿐이 아니다. 그 자체도 조화로운 두경부 운동의 일부다. 사람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두경부 움직임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은 건강을 위한 기본토대다.
‘골고루’ ‘신선식품’ 먹기가 건강에 도움
먹거리 문제가 건강식품보다 훨씬 더 건강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정 식품과 건강의 연관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다. 다시 말해 신선한 식재료를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조리해 최소 가공한 상태로 규칙적으로 균형있게 섭취하던 과거 식단의 장점을 복원하는 게 건강식품보다 훨씬 중요하다.
유럽이나 일본의 장수마을의 공통점은 요구르트를 먹거나 음식을 조금 먹는 습관이 아니라 사실은 신선식품을 먹고 직접 발효시킨 음식을 먹는다는 데 있다. 직접 조리하고 조리를 위한 움직임이 건강을 위한 기본소양이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공식품 패스트푸드로 절약한 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메꾸는 아이러니에 빠져있다.
끝으로 다이어트를 위한 건강기능식품도 각광인데 신선식품으로 식단을 일단 바꿔보는 게 체중조절에서도 시발점이다. 건강식품이 아니라 신선한 먹거리가 답이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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