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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월 10일부로 제 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이하 공공의료계획)을 발표했다. 알다시피 박근혜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지방의료원 폐원을 승인한 정부였고, 각종 부대사업확대, 병원호텔허용, 영리자회사 허용,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원격의료 추진,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시도 등등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든 의료민영화 정책을 행정독재로 강행해 왔다. 여기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을 통해 보건의료부분을 이윤중심의 산업으로 전면 재편하려는 계획까지 강행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그나마 공공의료계획 발표에는 일말의 기대를 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각종 언론보도자료를 통해서 ‘분만취약지를 없애겠다. 응급의료체계를 갖추겠다’고 광고를 하며, 기대감을 한껏 올려두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정부는 이번에도 또 한번 뒷통수를 쳤다.

우선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은 사실 2013년 시행된 공공보건의료법에 의해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연구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밀리고 밀려서 내야 하는 계획을 그나마 발표한 것이다. 의료영리화를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규제완화를 하고 있었던 것에 비추어 볼때 공공의료계획이 무려 3년이 지나서 발표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한다. 특히 19대국회가 끝나가는 지금에도 서비스법에 ‘보건의료’를 포함하는데 집착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이 직접 나서고 있는 기민함과도 비교되며, 금년 보건복지부 첫 연례보고가 의료기기 및 제약산업육성안이었던 것과도 대비된다.
암튼 그래도 공공의료계획을 늦게라도 발표라도 했으니 고맙게 생각해야 될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내용은 한술 더 떠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내용과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게 나은 수준이다.
공공의료계획의 핵심 조차 만들지 않은 정부
첫번째로 이번 계획에는 공공의료계획의 핵심인 공공병원 확충계획이 없다. 한국의 현재 공공병상이 전체의 10%(OECD 평균 75%)로 너무 낮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결론은 엉뚱하게도, 공공병원이 너무 없으니까, 민간병원에 공공병원 역할을 맡기자는 내용을 제시한다.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소유주체 중심(공공vs민간)에서 ‘공공의 이익 실현’이라는 기능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의 개념 전환”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분만취약지 해결, 응급의료기관 확충을 위한 계획을 거의 전적으로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려 하고 있고, 지역거점 병원도 공공병원을 증설하거나, 민간병원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민간병원에 위임하는 계획이다.
우리가 작년 메르스 사태때 이미 경험했듯이 민간의료기관의 역할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명확하게 다르다. 시설과 인력 장비에서 최고수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수많은 메르스환자를 실제로 치료한 곳이 공공병원들이었음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더구나 경남도 홍준표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면서 근거로 삼은 것이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지금 정부의 공공의료계획에 따르면, 사실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축소와 폐원까지도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공공의료를 빌미로 원격의료 도입까지 통과시켜
공공의료 확충은 과거부터 30%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이 때문에 2005년 노무현정부때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에는 공공의료기관 30% 확충목표가 명시되어 있다. 또한 의료취약지에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시민운동과 지역운동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 성남시에서 건립하고 있는 ‘성남시민병원’으로 지난 15년간 지역시민운동의 결과가 공공병원 건립이다. 이 밖에 대전, 인천, 울산에서도 시민들과 지역단체들이 공공병원을 건립하자는 운동을 하거나 준비중이다.
그런데 이번 안에는 이런 국민들의 요구는 물론, 이전 정권에서 가장 기본적이라고 제시한 30%는커녕, 아예 공공의료기관 확충의 목표와 계획이 전무하다.
거기다 공공의료를 빌미로 원격의료 도입을 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1차의료 취약지에 원격의료 활성화를 거론하고, 원격협진 네트워크 등의 IT-의료 융합을 명문화 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다시피 원격의료는 안정성과 효용성이 입증된 바 없고, 의료취약지에 실제로 필요한 것은 의사와 의료기관이다. 더구나 그래도 명색이 5년계획의 한나라의 공공의료계획인데, 아직 사회적 합의도 의학적 입증도 안된 의료민영화 사안인 ‘원격의료’를 버젓이 집어넣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물론 이보다 너무한 짓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냥 넘기려 해도 ‘공공의료’의 이념마저 의료영리화에 활용하는 이 정부를 어떻해야 하나?
거기다 공공의료전달체계를 거론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의 연결체계를 상정했는데, 사실 이들 병원의 연계가 되지 않은 것은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관, 국립중앙의료원은 복지부 소관, 지방의료원은 지자체 소관으로 주무부처와 책임라인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국립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비교해 볼 때, 누가 봐도 국립대병원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우수한 상황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위상과 기능확대를 위한 획기적 투자와 위상정립 없이 공공의료전달체계를 말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이번 계획을 보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예산을 공공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추상적이기 그지없다. 그냥 기존의 체계에 이름표만 붙여서 써먹으면서, 공공의료계획은 제출했다고 행정적인 처리만 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국립대병원의 비효율적 운영과 방만경영을 바로 잡겠다고 하면서, 대안으로는 성과계약 등을 천명하고 있다. 성과관리에 공공의료평가를 일부 반영한다고 하지만, 성과계약은 근본적으로 진료량과 병원수익에 의존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지금도 성과평가가 지방의료원등을 왜곡시키고 있고, 국립대병원의 정상적인 연구, 진료활동을 저해하는 큰 요소이다.
무엇보다 공공병원마저 수익성을 따져서야 제대로된 한국 의료시스템이 가능하지 않다. 여기에 방만한 경영의 예로 ‘노조의 경영권 개입’까지 언급한 부분을 보면 이번계획에 포함된 공공의료기관 경영체계 개선이 뜻하는 바는 ‘신경영체계’를 공공병원에 적용하려는 시도임을 알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공공의료계획에 성과계약, 컨설팅 등의 신경영체계를 거론하는 것은 그나마 남아있는 공공병원마저 민간병원처럼 만들겠다는 흡혈귀 전략이다.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계획은 전무한데다가, 각종 의료영리화 사안들을 집어넣고, 기존에 발표된 누더기 보장성 강화안과 각종 정책을 짜짓기 해놓은 데에다가 정부의 공공기관정상화 방안인 ‘신경영전략’까지 포함시켜, 기존의 공공병원마저 망가뜨리겠다는 계획이 이번에 발표한 무려 ‘1차’ ‘5개년’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다.
서비스법이 ‘기재부독재 민영화법’이고, 테러방지법이 ‘국민사찰 국정원독재법’이었듯이 이번에 발표한 공공의료계획도 ‘공공의료 포기계획’이 정확한 명칭이다.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라면 국민의 건강권을 옹호하고 의료산업화를 견제하는 것이 책무다. 그런데, 일개 기재부의 하위부서마냥 행동하는 것에도 모자라, 공공의료를 망가뜨리고 포기하는 기본계획을 5년짜리 중장기 계획으로 발표하는 행위는 기가 막힐 상황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무엇보다 공공의료의 중요성, 그 중에도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이 절실한 문제임이 제기되었음에도, 고작 기관수로는 5%에 지나지 않는 공공병원확충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기본계획’을 몇 가지 사안으로 광고선전하는 데에만 급급한 것도 ‘혼용무도’한 현 정권의 본질을 다시금 보여준다. 이제 그나마 시민들이 요구해 성남에서 건립중인 ‘성남시민병원’과 같은 공공병원 건립을 훼방 놓거나, 진주의료원의 경우처럼 더 이상의 공공병원 폐원만은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무엇이든 정상적인 것을 기대해선 안된다는게 교훈이라면 교훈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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