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뉴시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이란 이름만으론 실체를 알 수 없는 법안이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쟁점이 되고 있다. 서비스법은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우선 서비스산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다수 국민들은 추상적으로 이해할 뿐더러, 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에 ‘기본법’이라는 테두리까지 씌우는 의도는 더더구나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8월 대국민 담화, 9월 국무회의에 연이어 이 법을 ‘경제활성화’ 법안에 포함해서 국회통과를 압박했고, 10월 22일 여야 영수회담격인 5자회동에서까지 빼놓지 않고 언급해서 대통령이 집착하는 법안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거기다 대통령은 작년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3년째 상임위에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처리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무려 ”69만개의 일자리”까지 언급을 하며, 서비스법 통과의 장미빛 미래를 광고했다.

서비스산업과 서비스법

서비스산업이라고 하면 그나마 과거 교과서에 실려있는 개념을 떠올리는게 가장 정확하다. 1차 농,림어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되는 개념으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서비스산업이 발전한다고 우리는 사회시간에 배웠었다. 실제로 2011년 발의된 최초의 서비스법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문구가 들어있다. 「제2조(정의)…“서비스산업”이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말한다」 가 그것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정의철 기자

즉 서비스산업이란 무형의 재화를 제공하는 모든 산업을 포괄하는 것으로 그 범위는 상업활동 모두와 금융, 교육, 의료, 관광등등 전범위에 걸쳐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런 기본법이 없이도 서비스산업은 팽창했고 발전했는데 왜 이런 법 도입을 하려는 것일까?

서비스법은 2011년 11월 18대 국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도입할때부터 법안의 위법성 때문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첫째는 포괄적인 서비스산업 기준으로 인해 기본적 공공서비스 영역이 모두 대통령 시행령으로 산업으로 규정되는 점이었다. 이는 공공영역을 산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로, 철도, 운송, 가스, 전기 등 공공서비스 전체를 ‘서비스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정책을 산업정책으로 귀속하는 걸 의미했다.

둘째는 이 법안에 따라 구성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장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으로서 직접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장관보다 상위에서 법령이나 사안을 개폐할 막대한 권한을 휘두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법이 규정하는 위임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상위법을 두는 규정이라서 18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19대 국회에 서비스법을 재상정했다. 포괄적 위임으로 논란이 있자, 농어업, 제조업 제외 모든 산업을 「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이하“서비스산업”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 로 축소하였다. 그러나 기재부 권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든 사안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전체 서비스산업에서 의료,교육,관광,정보통신 이라는 한정된 영역으로 대상 범위가 일부 축소된 점이 그나마 차이점이었는데, 이는 의료,교육,관광의 중요성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 병원부대사업확대, 영리자회사허용, 의료호텔허용, 영리병원 첫 허가 등등 파상공세식의 의료민영화 시도가 몰아 닥쳤다. 그리고 작년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서비스법과 함께 원격의료를 허용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 국내 비영리병원들의 해외영리병원투자, 보험사와의 직계약, 광고규제완화, 국제의료법 등을 거론할 정도로 ‘의료민영화’에 광분해 있었다.

의료가 핵심인 이유

2015년 3월 17일 보건의료부분을 서비스법에서 제외하면 법안 통과에 동의하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과 새누리당, 청와대의 합의(3자회담)가 있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불과 며칠만에 청와대에서 거부당해 무산되었다.

특히 2015년 10월 22일 청와대 5자 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보건의료’를 제외하고는 통과시킬 수 있다는 야당의 의견을 재차 번복해서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이후 올 1월이 되어서는 강석훈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가 “(보건•의료 부분을 서비스발전법에서 빼자는 야당의 주장은)김치찌개 끓이는데 김치를 빼고 끓이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보건의료 부분이 이 법의 핵심임을 자임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사실 ‘보건의료’가 제외되어도 서비스법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앞서 보았듯이 기재부가 교육, 법률등 모든 부분에서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공공서비스 부분까지 민영화시킬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의료’ 부분이 서비스법의 핵심이란 점은 이 법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단 교육 같은 경우 이미 100조원대의 사교육 시장이 열려있다. 대학도 대부분 사립학교이다. 지금도 높은 등록금과 사교육비로 가계가 아우성인데, 더 확장할 시장은 사립고등학교 정도이다. 관광도 마찬가지이다. 해외관광유치는 지난 20년간 여러경로로 확장되어 왔다. 국내관광시장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상 확장이 쉽지 않다. 금융은 이미 금융위원회를 통해 연금시장까지 시장화한 상태로 더 민영화할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부동산, 음식숙박 등은 아시다시피 자영업과 중개업의 천국이며, 국가가 나서서 이런 사업을 부추긴 지 오래되었다.

정말 수많은 서비스산업 중에 아직까지 민영화가 덜 된 부분은 ‘보건의료’가 그나마 유일하다. 우선 한국의 사회보험제도 중 유일하게 그나마 기능을 하는 ‘건강보험’이 있고(국민연금과 비교해보자), 의료업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는 법조항 때문에 영리병원도 쉽게 도입되지 못한다. 또한 약가 및 진료수가가 일정부분 공적보험에서 통제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 교육등은 추락하는 경제상황에서 서민들이 지출을 줄이는 부분이지만, 아프면 줄이고 줄여도 돈을 쓸 수 밖에 없다. 즉 아직까지 팽창할 여지가 있고, 국민들이 더 많은 의료지출을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보건의료’ 부분이다.

이런 보건의료 부분의 특징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OECD국가 대부분이 보건의료는 공공재로써 국가에서 통제한다. 한국처럼 민간에서 병원을 경쟁적으로 짓고, 공적보험이 보장하는 보장성이 엉망이지 않도록 관리한다. 미국만이 이런 구조에서 별개인데, 미국의 전국민의료비는 국민총생산의 20%에 육박하고, 여기에 기생하는 보험, 제약, 병원자본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그 이유는 미국만이 ‘보건의료’를 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벌들과 경제관료, 대통령은 미국의 보건산업이 마냥 부럽기만 한 모양이다.

한국의 망가진 보건의료제도조차 미국식으로 더욱 망가뜨리려는 시도가 서비스법에 ‘보건의료’를 포함시키려는 핵심 의도다.

서비스법이 가져올 미래

계속된 경제위기에서도 재벌들은 엄청난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었다. 이제 확실한 투자처는 공적영역밖에 남아있지 않다. 서민들이 의존하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영리화하면 재벌들의 경제는 활성화가 되겠지만, 서민들에겐 재앙뿐이다. 그런 점에서 서비스법은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완전한 민생파탄법안으로, ‘보건의료’가 제외되더라도 통과되어선 안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보건의료’가 포함된 서비스법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차적으로 병원, 제약산업의 투자개방이 촉진될 것이다. 이는 현재의 건강보험제도 외에 원격의료를 기반으로 한 민간자본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와 이와 연계된 각종 의료기기시장의 확대를 뜻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이미 통과시킨 영리자회사 허용등을 기반으로 각종 투기자본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보건복지부의 눈치라도 보던 의료민영화는 기재부가 앞장서서 수행할 것이다.

지금도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17조가 넘는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금이 남아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더욱더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건강보험재원은 임상시험, 의료기기개발등으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정부 3년만에 공약이었던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100%는 걸레짝이 되었고, 작년에는 역사상 최초의 영리병원까지 허가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의료인 면허제도, 병원허가건, 의료기기 및 제약산업 규제 등등을 모조리 서비스산업의 테두리에 넣게 된다면 어찌될까? 그 암울한 미래는 단지 영화속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높은 의료비 때문에 찢어진 상처를 달궈진 바늘로 직접 꿰매고 있는 다큐멘터리 씨코(SICKO)의 현실이 남의 나라 일이 결코 아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http://www.vop.co.kr/A00000977206.html


[건강권 칼럼] ‘피부성형 전문’ 최초 영리병원의 진실

지난해 12월 18일 정부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도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을 ‘허가’했다. 이는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이다.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에 허용된 2002년 이후 13년만에 첫 허가가 난 배경에는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여론과 민중,시민운동의 저항운동이 숨어있다. 특히 2008년 촛불항쟁때의 강력한 영리병원 반대여론을 아직도 두려워한 나머지, 정부는 이번 영리병원 ‘허가’도 국내의료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급급하다.

단적으로 지난 13년간 틈만 나면 영리병원을 허용하려고 온갖 규제완화를 남발해 온 세력들이 최초로 허가한 병원이 50병상 남짓의 피부·성형병원이라는 점이 보여주는 시사점도 크다.

‘영리병원’ 도입 근거의 거짓들

우선, 녹지병원은 영리병원을 지지한 세력들의 초기 언사와는 달리 국내거주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한 정주시설이란 이야기가 거짓임을 보여준다. 50병상의 피부성형 병원이 외국인들의 의료혜택을 제공할 정주시설이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일상적 진료는 제주도에서도 여전히 국내병원들에서 해야 한다. ‘피부성형’ 전문이란 점도 그냥 돈벌이가 목표임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다가, 해외의 선진의료기술을 받아드리고, 외국인 의사가 와서 진료한다는 이야기도 모두 허풍임이 들어났다. 아마도 녹지병원의 의사는 모두 한국인일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피부성형은 한국 의료가 이미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녹지그룹이 투자한 것이 아닌가? 외국인의사가 와서 최신 첨단 의료를 할 규모도 안되지만, 영리병원의 의료진과 의료기술도 모두 국내산임을 보여준다.

의료민영화ㆍ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
의료민영화ㆍ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김철수 기자

또한 50병상 남짓 이 병원은 응급의료시설도 없어 제주시에 있는 종합병원(S병원)과 응급의료체계를 제휴 맺어서 겨우 허가받은 상태이다. 응급처치도 다른 병원에 의존해야 하는 병원이 ‘선진의료’라고 말하지는 차마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녹지그룹은 병원을 한번도 경영해본 적도 없는 부동산기업이다. 병원을 한번 경영해본 적도 없는 기업이 병원에 투자한다는 뜻은 단순히 투자자일 뿐이라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녹지그룹은 투자한 이윤만 가져가는 단순투자자이다. 실제로 이 병원을 경영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베일에 감춰져 있다.

그런데, 한국인 의사들로 무장한 피부성형외과 병원이라면, 실제 이 병원을 경영하는 세력은 내국인일 공산이 커 보인다. 거기다 이 병원은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 이쯤되면 이 병원은 내국인이 경영하고, (외국인도 진료하지만) 내국인을 진료하는 서울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병원과 다를 바가 없다. 강남의 성형외과병원들 상당수가 과거의 일본은행의 저금리를 이용해 일본자금을 대출해 건립한 바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무 차이가 없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고, 이윤을 투자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는 점 뿐이다. 외국인 정주시설, 선진의료, 외국인 의료관광, 외국인투자 이런 건 모두 과장되어 있고, 허풍이었다. 병원투자금 배당이 합법화되기만을 오매물망 기다린 국내성형병원이 제주도로 옮겨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에 광분한 이유

그래도 이런 ‘허접한’ 피부성형병원 도입에 ‘조선일보’를 위시한 언론과 산업화론자들은 열광했다. 조선일보는 ‘녹지병원’ 허가를 속보로 다루며, 다음날인 19일에는 사설로도 다뤘다. 그런데 사설제목이 무려 “13년 만에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국내 병원 역차별 없어야” 였다.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 외국계에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국내 병원에 허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다.(조선일보 2015년 12월 19일 사설)”고 강조해, 국내 영리병원을 이번 기회에 도입하자는 주장을 단박에 했다.

경제자유구역등의 영리병원 도입이 사실 국내영리병원허용의 교두보가 되길 바란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영리병원은 미국에서도 기존병원보다 의료비가 20%가량 높고, 주변의 비영리법인 병원의 의료비까지 인상시키는 흡혈귀 같은 존재다. 병원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투석환자등 돈안되는 환자들의 사망률도 높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 영리병원을 미국의료제도의 문제점중 하나로 삼는데, 이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조선일보’는 제정신이 아니다.

'의료민영화,영리화,영리병원,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각계 원탁회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
'의료민영화,영리화,영리병원,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각계 원탁회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양지웅 기자

그런데 사실 이보다 앞서서 12월 2일 정부가 오매불망 국회에 통과시켜 달라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하 국제의료법)’도 결국 내용을 수정해서 통과했는데, 이 법은 박근혜대통령이 특별히 지적해서 통과를 주문한 법안이기도 하다. 이 법은 국내 법인이 해외의 영리병원을 설립하는 걸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렇게 설립된 해외 영리병원이 국내 우회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법을 새누리당과 합의해 통과시켜준 새정치민주연합(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은 우회투자를 막는 조항을 넣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단순우회투자가 아닌경우 시행령, 시행규칙등의 규정으로 무력화 할 근거법안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시행령, 시행규칙 장난의 대표격이 부대사업확대 및 영리자회사 건이었음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국제의료법이 국회 통과되자 지난 8개월간 논쟁중이던 제주도 ‘녹지병원’이 설립 허가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다름 아닌 ‘의료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료민영화론자들의 주장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병원의 해외진출을 정부가 부추기고, 병원이 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걸 부추길 때, 내국인들에게는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사고가 아닌가?

따라서 의료민영화에 광분한 자들에게 이름뿐인 ‘영리병원’이라도 도입이 필요했고, 허울뿐인 ‘국제의료특별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매번 이야기하는 외국인 대상이라는 최초 이야기와는 달리 사실 돈벌이의 주된 대상은 내국인을 향하고 있고, 국내의료제도에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이야기와는 달리 사실상 국내용 법안이었던 것이다. 이는 ‘테러방지법’이 해외 테러세력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국내 반대세력의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인 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이런 시도를 진두지휘한 것이 박근혜 정부다. 이런 의료영리화시도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시도가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이 법도 대통령이 꼭 집어서 통과를 주문했는데, 의료가 ‘산업’이 되면서, 이제는 돈벌이를 부추기도록 하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관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결코 통과돼선 안될 악법인 이유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녹지병원을 보건복지부가 허가했다고, 들어서는 게 확정된 것이 아니다. 우선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복지부 ‘허가’만으로 끝이 아니다. <제주문화방송>이 지난 9월 녹지그룹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도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8%가 반대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제주도 주민의 여론을 반영해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윈회는 ‘녹지병원’을 불허해야 온당할 것이다. 그리고 민중시민단체도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녹지병원을 불허하라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혹여나 설사 병원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끝은 아니다. 녹지병원은 그 허가내용이 작년 사기 및 불법의료시술 의혹으로 허가취소된 중국 CSC그룹의 ‘싼얼병원’과 닮아있다. 녹지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 때문에, 건강보험과 심사평가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어 위험성은 더욱 커져있다. 특히 피부, 미용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등의 효과가 입증되기는커녕, 위험성이 높은 시술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영리병원이 환자를 진료한 것도, 운영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집요함에 우리도 끈기로 끝까지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80


주치의제를 다시 생각한다[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승인 2016.03.10 07:23

전국민 건강보험이 도입된 이후 보건의료의 진보적 개혁과제에는 항상 주치의제가 포함되어 왔다. 그러나 건강보험 통합, 의약분업, 그리고 항목별 보장성 강화, 더디지만 시범사업에 일부 진행된 지불제도개편 등과 달리 주치의제는 간단한 시범사업도 잘 진행되지 않았고, 이제 와서는 정부의 중장기 보건계획에 포함되지도 않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초기의 시범사업조차 제대로 못한 것은 의료계의 반대가 컸다. 개별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정해진 환자만을 진료해야 하는 주치의제가 매우 우려스러웠을 것이다.

거기다, 새롭게 의원을 개업하려는 의료인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의 환자를 가지고 있는 선배들에 비해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환자를 짧은 시간에 진료하는 한국의 외래현실은 주치의제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 외에도 그간 정부가 주치의제에 진지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데 있다. 우선 주치의제가 도입되면, 의료전달체계가 자연스럽게 확립된다. 이는 의료산업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팽창한 병원의 각종 이윤사업은 병원 이용의 자율성이 담보되어야 했다.

자유로운 병원 이용이 제한되고, 소견과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외국에서 한국처럼 대형병원이 대도시에 집중되기도 어렵다. 의뢰와 필요를 중심으로 이용되는 병원이라면 접근성이 중요(지역거점병원)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병원 부대사업확대와 메디텔 허용등도 병원이용이 자유로울 때 빛을 발한다. 병원의 베이커리, 커피숍, 그리고 투숙호텔은 주치의제가 도입된다면 망할 수 있다. 병원의 외래 이용객이 급감하고, 문병객이 줄어든다면 수익이 줄어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관점 때문에 주치의제도는 구체적인 정책순위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여기다가 일차의료기관조차 네트워크화 하고, 특히나 원격의료까지 도입하려는 마당에서 ‘주치의제’는 걸림돌로만 느껴질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무산되었으나, 올해 2월 다시 꺼내든 ‘건강관리서비스’를 들여다 보면, 1차의료기관에서 해야 하는 예방, 재활, 사후관리 등을 모조리 민간기업, 특히나 생명보험회사에서 할 수 있게 하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은 애초에 주치의가 있다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주치의제 도입은 한국의 무분별한 1차의료기관 난립으로 말처럼 정책결단만으로 수행될 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다. 또한 국민들도 ‘주치의’라고 하면 유명한 의사, 대학병원 교수 등의 전문의들만을 생각하고 있어서, 주치의제에 대한 교육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국민들의 요구순위에서 뒤로 밀린다고 해서 차일피일 밀어 둘 수 있는 상황이 이제는 아닌 듯하다.

우선 지금 1차의료기관의 현실이 과거 같지 않다. 의원들의 무한경쟁은 병원에서 전임의까지 마친 전문의마저 동네에서 경증진료를 하게 만들고 있다.

거기다 전체의사의 80%가량이 전문의인 기형적인 의료공급구조가 계속되면서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려 한다. 국민들은 의료비지출을 높이고 있지만, 의료결과는 그 만큼 좋아지기는커녕, 환자-의사관계만 나빠지고 있고 의료불신이 곳곳에서 싹트곤 한다. 물론 과거 의사수가 부족할 때 지역 일차의료기관에 작은 병상이라도 두고 입원치료를 독려하던 역사적 맥락이 있지만, 이젠 이런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기재부독재법’에 ‘보건의료’가 빠져서는 안된다는 청와대의 광분은 앞으로 보건의료가 훨씬 더 영리화되고 수익성있는 사업으로 개편될 압력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부익부 빈익빈의 자본집중 현상과 경쟁격화로 나타날 것이 뻔하다.

지금도 대형병원의 외래독식으로 동네의원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 국민들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의료계가 주치의제에 대한 공감대를 다시금 형성해야 한다. 허울뿐인 ‘의료전달체계개편’이 아니라 주치의제를 기반으로 한 1차의료지대를 강화하고, 환자-의사 관계를 복원해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최근 치과계가 우선적으로 솔선수범해서 나서고, 성남시도 주민주치의제도 등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일은 긍정적인 과정이다. 이제 이런 과정을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전반적인 변화에 큰 축으로 재구성할 시점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본지 논설위원)

정형준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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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개소법은 공공의료의 마지막 보루건치, 1인1개소법 긴급좌담회 개최…1인1개소법은 한국 의료 최소한의 경계‧책임성 전제된 의료 필수법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03.07 17:49
▲패널토의

의료법 제33조8항(이하 1인1개소법)에 대한 공개변론을 앞두고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에서 “한국 의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용진 정갑천 이하 건치)는 지난 4일 강남역 토즈에서 ‘1인1개소법의 가치를 말한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1인1개소법 수준의 법이 위헌심판을 당하고 무력화 시도에 놓인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이 법의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건치 김형성 사업1국장이 발제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 경기도치과의사회(이하 경치) 최유성 정책연구이사,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양승욱 고문변호사가 패널로 나와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보건연합 정책위원이자 의사인 정형준 선생이 ‘한국병원 발전과 네트워크 병원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한국병원의 자본 축적을 통한 확장 그리고 이러한 토양에서 성장한 일부 네트워크병원의 발전사와 문제점, 그리고 영리병원 허용 주장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네트워크병원은 일부 의료인의 ‘욕망’ 투영된 것"

정형준 정책위원은 “1990년대 중반 네트워크 병‧의원과 IMF 이후 2000년대 확장된 일부 전문병원 네트워크 등은 이러한 성공을 바라는 몇몇 의사들의 욕망이 다른 모습으로 결합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특히 한국 일부 네트워크병원의 진화 과정은 의료민영화를 가속화하는 경로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가 강력한 영리병원 지지자들임을 볼 때 일맥상통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 위원은 “영리병원 도입 논의가 있을 때마다 현 제도하의 영리 수준을 확장함으로써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위원은 “1인1개소법을 통해 지역 의료계 나아가 한국 의료시스템의 영리화를 부추겼던 부분들이 해소됐다. 1인1개소법은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지키는 최소한의 경계선 ”이라고 강조하면서 “1인1개소법과 같은 상식적인 수준의 법이 위헌심판제청을 당하는 상황은 한국의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개탄했다.

▲정형준 정책위원

정 위원은 일부 네트워크 병원의 형식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었다. 정 위원은 일부 네트워크 병원의 문제점으로 ▲높은 가맹비로 인한 과잉수요 창출 ▲MSO를 활용한 병원내 인력 아웃소싱으로 비정규직 양산 및 의료 노동력의 질저하 ▲병원자본의 확대를 기반으로 제약자본 등과 연계 합리적 약품 및 의료기기 선택 제한 ▲적정진료에 대한 환자 대중 및 의사들 사이의 신뢰관계 붕괴 등을 꼽았다.

정 위원은 “아무리 네트워크병원이 합법적이라 해도, 지난 2007년 대전우리병원과 우리들헬스케어 사이의 분쟁을 보면, 가맹비가 진료수익의 5%로로 매우 높았다. 이런 높은 가맹비는 과잉수요 창출 상황을 가중시키고 병원내 진료 인센티브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 원가 절감형방식의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이하 MSO)도 사실상 수익분배를 진료수익 등으로 다양하게 하는 과정일 뿐, 병원의 영리화를 가속화 시킨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또 병원내 인력을 아웃소싱 하는데 MSO를 활용해 사실상 비정규직 양산과 의료 노동력의 질 저하, 네트워크병원간의 인력순환 등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됐다”며 “대표적으로 유O치과네트워크의 치과기공사 집단 해고 사건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위원은 “일부 네트워크병원은 적정진료에 대한 환자 대중 및 의사들 사이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린다”면서 “뿐만 아니라 개별 의사들까지 이윤동기 및 계급 상승 욕망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의사집단내 긍정적인 동료관계를 왜곡한다”고 맹비난했다.

여기에 본지 김철신 편집국장은 “네트워크병원이 어느정도 규모가 돼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계가 투명하고 간결해야 한다”면서 “치과계에서 네트워크병원 문제가 불거진 데에는 이면계약, 소유주를 특정치 못하게 하는 복잡한 구조 등이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1인1개소법, 의료인의 ‘책임성’ 전제된 필연적인 법

이날 좌담회에서는 건치 김형성 사업1국장이 1인1개소법을 둘러싼 법정 공방의 역사와 1인1개소법이 의료법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짚었다.

▲김형성 사업1국장

김형성 사업1국장은 “의료법의 목적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구현하는 데 있다”면서 “지난 2003년 대법 판례를 ‘경영참여는 인정’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의료법의 목적과 구조, 의료기관 개설제한 규정의 의미에 있어서 오히려 ‘이례’적인 판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대법 판례 이후 이를 악용한 의료인들의 다수 의료기관 개설이 만연함으로써 의료법이 우려했던 기형적이고 극단적 의료행태가 발생,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라며 “당시 2004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이 판례가 이후 ‘병의원 인수 합병’의 합법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국장은 한국의 의료공급이 90%이상 민간에 맡겨져 있음을 지적하면서, 1인1개소법과 비영리법인과 같은 의료기관 개설 제한은 과도한 영리행위 규제의 최소 장치이며, 이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초기 의료민영화 핵심 4가지가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폐지, 복수의료기관 개설 허용이었는데, 1인1개소법 허용은 4가지 중핵 사안 중 하나에 확실한 제동의 의미를 가진 강화법안”이라며 “2011년 (1인1개소법) 개정도 의료민영화에 대한 전국민적 비판의식에 기반에 여‧야 합의로 된 것이며, ‘의료상업화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20조를 돌파했다. 최소한 아이들만이라도 치과진료를 포함한 기본진료혜택을 보장해 준다면, 이를 경험하는 세대가 나온다면 의료제도 근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승욱 고문변호사

이어 치협 양승욱 고문변호사는 의료기관‧의료인의 ‘책임성’을 키워드로 1인1개소법의 가치와 오는 10일 예정된 공개변론에 대한 대응 방식을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양승욱 고문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의료법을 포함해 책 한권 분량의 책임을 가진 직업은 의료인이다. 그럴만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1인1개소법의 사회‧경제학적 논의도 중요하고 영향도 주지만, 의료기관의 ‘책임성 제고’가 주안점이다”라고 제안했다.

양 변호사는 “1인1개소법은 의료법 자체의 전제가 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책임성’에 의해 건전한 의료질서를 위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법”이라며 “1인1개소법은 특정 집단을 단죄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이를 보편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고, 규범의 원래 취지를 의료공급자들이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최근 (주)유O치과네트워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1년 개정된 1인1개소법이 자신들을 탄압하기 위해 치협이 로비를 벌여 만든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건 '과잉진료', '이면계약', '불법의료기기 사용' 등 일부 네트워크병원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때문이었다.

▲최유성 정책연구이사

경치 최유성 정책연구이사도 “얼마 전 치과계내에서도 1인1개소법 합헌에 대한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정말로 국민을 위한 내용인가 그 진정성에 대해 고민해 봤다”면서 “우리 역시도 의료인이지만 동시에 국민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1인1개소법에 대한 공감을 어느 만큼 얻고 있는지 제고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의료인들이야 과잉진료인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가능하지 않다”라며 “이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우리 쪽에서만 주장하니 설득력이 없다. 국민과 눈 높이를 맞춘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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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시제품 시험대상으로 만드는 박근혜 정부[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승인 2015.11.23 17:03

정부가 최근 ‘바이오헬스산업 규제개혁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또 한차례의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및 임상시험 규제완화를 선언했다. 일관된 의료민영화 및 의료산업화 정책추진의 일환으로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산업발전의 걸림돌로만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내용을 보면 체외진단검사 등은 아예 평가에서 제외하자고 하고 있고, 신속검토를 도입해 평가기간을 무려 반으로 축소(280일을 140일로) 하자고 한다. 여기에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료기기 허가와 복지부가 운영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원래 대부분의 국가들이 안정성 평가와 효용성 평가를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이해상충을 최소화하고, 사람에게 쓰는 장비는 안전하더라도 효용성(비용효과, 기존기술과의 효용성문제)이 있는지를 평가해 국민부담을 적정화하자는 취지이다.

현 정부 들어 신의료기술평가를 계속 간소화 하는 상황에서 이런 통합은 식약처의 안정성평가로 모든 효용성 평가를 준용하려는 꼼수로 까지 보인다. 모두가 의료기기를 빨리 시장에 출시하려는 시도이고, 시장에서 평가하자는 조치이다.

여기에 웰리스 제품의 의료기기평가 제외를 공고화해서 적정성 평가를 아예 생략하려 한다. 이미 삼성 휴대폰의 심박계 등이 이런 혜택을 보았다. 문제는 이미 출시된 심박계, 체지방 측정기기까지 확대될 경우, 이들 장비의 안전성과 측정된 내용의 정확성 등이 평가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허가되어 심박, 체지방 지수, 수면양상 평가 등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장비가 확산되면, 잘못된 건강지표 제공으로 국민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기기들을 의료기기로 묶어 적정성을 평가한 그간의 목적이 무색해지고 만다.

이 모든 계획은 의료기기가 정확하게 측정되는지, 비용효과는 있는지 판단은 시장에 맡겨두고, 빠른 제품화만을 우선시하는 데 기반한다. 즉 시제품을 충분한 검증을 통해 출시하는 게 아니라, 마구잡이로 출시해서 시장에서 평가하고, 개선하려는 기업전략이다. 때문에 무차별 의료기기 허가가 눈앞에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기업전략이 삼성의 ‘햅틱’ 휴대폰이나, ‘마이마이’ 워크맨처럼 의료기기에서도 내국인들을 희생양 삼아 제품발전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우선 초음파진단기기 및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한국 내에서도 포화상태이며, 지멘스나 제네럴 일렉트릭(GE)같은 다국적 기업의 상품에 우리 의료시장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충분한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면, 시제품을 사용할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간 이런 기업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이런 시제품들을 평범한 일반 국민들에게 팔아 테스트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인의 독점적 점유권을 최대한 해체하려 했다.

현정부가 ‘원격의료’나 ‘건강관리 서비스’등을 도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의료기기 시장의 활성화다. 의료와 관련된 규제완화의 상당수가 기업들의 의료기기 시제품의 시장 내 테스트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초기 자본축적을 도와주려는 과정이다.

문제는 워크맨이나 핸드폰, 자동차는 이런 내국인 테스트가 경제적 부분 외에는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의료기기는 다르다는 점이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들은 의료비 폭등뿐 아니라, 잘못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체계를 왜곡시킨다. 결국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입힐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의료기기의 경우 내국인 대상의 시제품 실험이 국제적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MC스퀘어’가 1990년대 축적한 자본이 국제적인 상품을 만들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왜냐면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고, 이런 얼치기 상품들을 구매할 이유도, 체계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엉망진창 규제완화를 미친 듯이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주 합법집회에서 물대포를 통해 시민을 죽이려 했다. 내국인 대상의 최루탄 사용을 기반으로 최루탄 수출을 하듯이, 이 정부가 캡사이신 자동 물대포시스템의 성능을 해외 독재국가들에게 알리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건 과도한 망상일까?

국민들을 각종 임상시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기업의 시제품 대상으로 판단하는 정부를 실험의 주체가 아니라, 실험의 대상으로 단죄해야 할 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본지 논설위원)

정형준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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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후반기를 바라보며[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승인 2015.08.12 12:17

8월 6일 박근혜 정부는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발표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노동시장 유연화, 대학 구조조정, 금융시장 구조조정, 의료 및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활성화 등이 주된 목표로 제시되었다.

모조리 규제개혁이니 민영화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런 정책을 수행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를 위한다는 미명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주장한다. 국회에 대해서는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과 ‘국제의료특별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법이 지금까지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다시금 확실해진 지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 정부는 ‘조폭정부’다. 불과 2개월 전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국가는 어디에도 없고, 모두 ‘각자도생’하는 상황을 목도하였다. 그간의 의료영리화와 규제완화 때문에, 병원은 시장통이 되었고, 대형병원들은 병원인증조차 민영화되어 감염병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이번 메르스 사태만이 처음은 아니었다. 바로 작년 수많은 아이들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 때도 규제완화로 인해 세월호는 출항하였고, 침몰 이후 인양 때는 민영화된 업체에 구조를 위탁하는 국가의 모습을 보았다. 메르스 사태에도 국가방역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민간병원의 자체방역에 의존하는 황당한 모습뿐이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민영화 정책과 규제완화 시도와 모두 맞닿아 있다. 그런데, 후반기 계획을 보면 반성도 없고 양심도 없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나타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각종 구조조정이 강행된다. 철면피가 따로 없다.

두 번째로 이 정부는 반대를 무시하는 게 ‘리더쉽’인 줄 안다. 작년 부대사업 추진 때 의료민영화 행정입법에 대한 대중들의 반대여론을 기억하는가? 당시에도 엄청난 서명과 반대여론에도 정부는 부대사업 확대 및 영리자회사를 허용했다. 작년부터 제주도 영리병원은 계속 추진 중이다. 여기다 이번에는 의료부분을 복지가 아닌 경제영역에서 계획하고 통제하게 하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강행하려 한다. 국민들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의료민영화 공세에 저항해왔다. 일부는 막았지만, 아쉽게도 상당 부분은 강행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강력하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원했지만, 정부는 국회까지 무시하며, 이를 깔아뭉갰다.

따라서 후반기에는 좀 더 강력한 저항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 정도 싸우면 최소한 정부가 물러서거나 후퇴할거라 생각하지 말자. 물론 이런 상황이 현 정부가 강력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태생적 성격 때문이다.

이 정부는 일부 복지확대, 경제 민주화 등을 기반으로 집권하였지만, 너무나 명확한 강성 우파 정부다. 사실 기대할 건 처음부터 하나도 없었다. 박근혜는 약속을 지키니, 최소한 공약수준의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하지 않겠냐는 관점은 처음부터 황당한 주장이었다. 사실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 상태로 가면, 우리 젊은이들은 모조리 비정규직이 되고, 노인들은 더욱 가난해지며, 아픈 사람들이 병원에 가기는 더욱 어려워 진다.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 그냥 놔두면 더욱 참혹한 현실이 보이고, 향후 몇십 년을 회복하는 데 사용해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 우리가 그냥 넘긴다면, 우리 다음세대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힘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본지 논설위원)

정형준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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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확산(아래 메르스 사태)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와 공공방역의 허점에 대해 '공공병원'의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 

사실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나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때도 공공병원의 부족과 관련된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한때뿐이고, 공공의료기관은 정부예산을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표적으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다음 날 경남도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원을 강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작년에 이를 최종 승인했다.

공공병원의 열악한 상황은 전체 병원 중 공공의료기관이 5%에 지나지 않는 데서 쉽게 드러난다. OECD 평균은 70% 이상 수준이고, 의료민영화의 표본인 미국조차 27% 선인 것을 볼 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낮은 공공의료기관 중 국립대병원들은 사실상 공공의료기관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빅5의 일환으로 의사 성과급이나, 의료수출에 첨병이 되어 있다. 또 독립법인이어서 일부 공공의료 사업을 제외하면 공공의료기관에 걸맞은 의료행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메르스 사태와 함께 병원서 쫓겨난 의료 빈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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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한 메르스 치료 의료진이 통제구역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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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진은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당장 지원이 없다. 그러나 의료진의 부족, 장비와 시설의 부족 외에 공공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하는 환자들이 받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이번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자, 메르스 확진자를 치료할 병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먼저 병상을 비운 곳이 공공의료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공공의료기관은 평상시에는 비어있던 것일까? 국립중앙의료원 같은 경우 주로 저소득층 환자들이 입원치료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에이즈 감염자나 결핵 감염자는 일반 민간 병원의 기피대상이어서,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시립 서북병원 등에서 주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결핵은 공기감염이라서 초기 활성기에는 음압 시설 등 격리시설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민간대형병원들(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조차 음압병상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기감염인 결핵환자 입원치료는 다른 환자들까지 감염시킬 위험 때문에 기피대상이다.

물론 이런 환자의 대부분이 가난해서 제대로 된 영양섭취를 못 하거나, 위생 상태가 극히 나빠 결핵에 걸린 경우다. 즉 가난한 환자들이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꺼리고, 비보험치료가 당연한 옵션인 민간병원에 갈 수조차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에이즈환자와 결핵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하다가 공공병원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이들을 쫓아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에이즈인권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호소했지만, 메르스 전염의 중대성에 비추어 제대로 부각되지도 못했다.

대규모 군사공격에 따르는 민간인 피해를 뜻하는 미국 군사용어인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아래 부수적피해)가 이번 '메르스 확산'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엉망이 된 대한민국 의료체계, 정부 책임

가난한 환자들이 주로 입원했던 이들 공공병원들에서는 다른 일도 벌어졌다. 이들 공공병원이 확진자나 격리자 치료를 하는 병원이 되면서,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 중 타 질환 치료를 위해 타원으로 이송돼야 하는 이들도 제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 

공공의료기관이 대형병원처럼 모든 질환의 치료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립서북병원만 해도 수술치료가 불가능했고, 중환자실이 없어 중증질환은 치료할 수 없었다. 공공병원에서는 암수술 같은 중증수술이나, 중환자치료가 대부분 쉽지 않다. 이는 공공병원을 극빈자들의 만성치료에 적합하게 축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대형병원에 입원했다가도 메르스에 의한 부수적 피해를 입은 경우도 수없이 많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치료 및 격리 때문에 의료진이 부족해서 강북서울병원의 의료인력 지원을 받았다. 즉 메르스와 관련 없는 중환자들이 격리로 인한 의료진 부족사태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

또한 병원들의 부분 및 전면폐원으로 수많은 외래환자들이 외래처방을 자제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았다. 제때 복용해야 하는 항혈전제를 처방받지 않고 며칠 버텼다가 뇌졸중이 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수술 예약이 연기 되서 증상이 악화되고, 예후가 나빠진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런 경우들은 앞서 본 공공의료기관에 입원했다 날벼락을 맞은 경우와 달리, 대부분 삼성서울병원으로 대표되는 대형 기업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로 인해 받은 피해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의료체계가 없고, 공공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보니 부수적 피해가 크게 발생한 점은 동일하다. 그리고 이런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범위와 책임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다. 결론이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이건, 공공병원의 부족이건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차상위 약값 부담 가중시키겠다는 정부, 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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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오후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인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앞 선별진료실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발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 점검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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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도 정부는 여타 경제적 손실과 민간 병의원의 어려움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환자들이고, 국민들인데 말이다. 여기에 최근 한 술 더 떠 저소득층의 의료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중시키려 하는 경향이 엿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차상위 및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확대 적용하여 이들의 약값 부담을 가중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 3월과 4월에 발표된 의료급여 환자 '알림서비스', '본인부담금' 상향에 이은 연이은 조치로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복지정책이 맞춤형 복지축소 정책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급여 환자는 대형병원 이용이 쉽지 않도록 1, 2차 의료기관의 소견이 필요하다. 때문에 2011년에 '건강보험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시행할 때도 의료급여 환자는 제외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대체 뭔가. 빈곤층 '낙인찍기'를 통해 복지재정 쥐어짜기를 계속하기 위해서인가?

사회적 약자이고 발언권이 적은 저소득층을 주된 복지축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피해자  책임전가'의 방편이다. 지금 이들 사회적 약자들은 메르스 사태의 피해를 온전히 받으면서도 피해 실상을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방역과 메르스 감염자 치료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부수적 피해는 계속 늘어날 듯하다. 그런데 이런 부수적 피해가 직접 피해(메르스 감염)보다 커질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메르스'보다 한국의 엉망인 의료체계와 박근혜 정부가 진정 '고위험성 바이러스'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 편집ㅣ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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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의료비 상승효과 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 협의회 정책국장

2012년 06월 29일 금요일
  
 

2002년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이 허용된 순간부터 자본은 호시탐탐 충분한 이윤이 확보되는 영리병원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계법령을 계속 개정해 왔다. 이제 10년이 넘으니 지겨울 만도 하건만 도통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지칠 줄을 모른다. 물론 지난 10년간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영리병원에 반대해 싸웠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좌절된 것이다. 10년간 우리들은 영리병원의 현실화를 잘 막아왔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작년부터 다시금 주장하고 나선 것이 경제자유구역, 특히 송도나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한번 도입해보고 평가하자는 주장이다. 일단 한번 혼나보고서야 정신차리겠다는 '체험매니아'들을 어찌해야 할까? 만약 개인사업이라면 한번 해보고 파산하면 그만이지만 국민건강과 환자생명을 담보로 한 실험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천박한 인식에 한탄하면서도 한 지역의 영리병원이 단순히 지역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보아야 한다. 영리병원이 송도에 들어서면 물리적으로는 송도, 넓게봐선 인천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아마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에서 내원할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 특히 병원은 단순히 접근가능한 지역에 국한된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

이미 알다시피 2005년 송도에 들어오려던 뉴욕장로교병원이 당시 국내의료비의 3배 이상을 받을 것을 제시한 것처럼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비쌀 것이다. 병원이 수익을 올리려면 의료비를 높게 받거나, 병원지출을 줄이는 것 즉 인력을 축소하거나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비 상승과 비정규직 양산이 영리병원의 효과임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영리병원의 높은 의료비가 비영리병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를 하바드의대 힘멜스타인 박사는 이미 '뱀파이어(흡혈귀)효과'라고 불렀다. 미국과 같이 큰 나라에서 영리병원이 도입된 주나 도시의 의료비가 비영리병원에서도 높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이는 단순히 한국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20여년전 설립된 삼성과 현대의 재벌병원은 병원성과급, 병원내 사업의 외주화등을 가장 먼저 시도했다. 또 수익성있는 건강검진 및 각종부대사업도 가장 먼저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성과급, 외주화가 일상화되고 부대사업이 확장되었다. 또한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은 서울에 있지만 사실상 빠른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적 병원이 되어 지방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때문에 지방병원은 환자가 줄고, 공공병원들도 건강검진등의 비보험진료를 추구하게 되었다. 즉 삼성과 현대의 매머드급 재벌병원이 한국의료에 미친 악영향이 한국의료의 문제점의 태반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조차 이런 제도내 영리화방식을 따라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병원이라도 의료에서 영리적 경쟁에 불을 붙이면 그 불꽃을 꺼뜨리기는 쉽지 않다.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에 6군데나 되고, 송도에는 이미 재벌병원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 투자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것이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로만 남을 것인가? 송도영리병원이 만약 설립된다면 이는 전국적인 의료비 상승을 이끌 흡혈귀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의료비 폭등의 주범이 될 영리병원의 오명을 인천송도가 쓰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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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  2014.01.10 
  •  442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정형준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박근혜 정부는 강성우파 정부로써 집권전부터 각종 민영화 및 사유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의료부분에서는 이명박정부 시절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을 새누리당에서도 특히 친박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점 등을 통해 우려를 자아냈다. 집권 전 박근혜 후보 시절에도 영리병원을 비롯한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고 계승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집권당시 ‘4대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같은 복지공약을 내세워, 선별적인 의료복지제공에 국민들의 기대를 걸게 했다. 이 때문에 노골적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촛불항쟁에 부딪혀 좌절한 이명박 정부와 달리, 아예 집권 초기에는 선별적 복지공약을 주되게 선전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복지공약은 지속된 경제위기로 인해 쉽게 공약파기로 나아갈 것이며, 공약파기가 명확해진다면 강성우파 정부의 본색이 드러날 위험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공약이었던 ‘4대중증질환 100%국가책임’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인수위 때부터 비급여 제외를 천명했고, 이제 간병비, 선택진료비, 차등병실료 같은 핵심 비급여는 완전히 제외하고, 일부만 별도로 보장성 강화를 논의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또 다른 핵심복지공약이었던 기초노령연금도 누더기가 되면서 의료민영화 드라이브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런 공약 폐기와 더불어 한국 역사 최초의 공공의료기관 폐원시도(진주의료원)가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복지정책의 방향을 예측케 했다. 우선 지자체의 복지축소에 대해 중앙정부는 철저하게 불개입을 했는데, 정부가 복지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방임을 천명한 것이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탓을 하면서 실제로는 복지축소의 면죄부까지 얻었다. 둘째는 설사 그나마 건강보험으로 대표되는 보험부분의 복지확대는 생색낼 정도로 이룰지라도, 공급부문 즉 병원부분의 민간확대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일 것이라는 반증이었다.

 

따라서 집권직후 벌어진 두가지 - 핵심복지공약(4대중증질환 100%국가보장) 폐기와 진주의료원 폐원시도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부분 방향이 제한된 복지확대시늉(공약에 못 미치는 생색내기용)과 의료공급의 사유화, 민영화일 것임을 예측케 한다.

 

그러나 앞서 주장했듯이 본인의 복지공약이 완전히 파기될 때까지는 노골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하였다. 이 때문에 집권 1년차 11월까지 크게 두 가지 방법의 의료민영화 시도를 하였다. 첫째는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의료상업화 시도이며, 둘째는 ‘원격의료’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 시도이다.

 

1. 우회적 의료민영화 시도

 

우선 ‘의료관광’의 경우 이미 의료상업화를 합리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예를 들면 각 지자체는 마치 ‘의료관광’을 미래산업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고, 외국인 대상의 의료영리화는 해도 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한국이 ‘의료관광’의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은 대부분 허상이다. 실제 ‘의료관광’을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숨겨진 의도는 ‘메디텔’ 같은 것을 통해 드러났다.

 

2013년 5월 31일 정부는 ‘의료관광’을 빌미로 ‘메디텔’이라는 병원이 경영하는 숙박호텔을 허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여기까지 보면 ‘메디텔’은 단순히 ‘의료관광’을 위한 상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날 정부는 국회에 보험회사의 외국인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도 내었다. 이 법안도 ‘의료관광’을 위해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를 유치알선 할 수 있게 하려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두 가지 시도 모두 ‘의료관광’ 이란 아젠다에 충실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시도를 하나로 묶으면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 유치업자가 되어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메디텔’을 매개로 병원-보험회사 연계가 가능하게 된다. 즉 ‘의료관광’을 주된 명분으로 의료숙박업을 허용하고,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를 유치 알선하게 하려는 듯 선전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 시도를 합치면 실제는 내국인환자를 대상으로 보험회사와 병원이 연계하는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숱한 논쟁에서 ‘영리병원’이 국민건강에 미칠 악영향은 입증되었고, 이제 드라마 등에서도 ‘영리병원’은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하다. 이 때문에 병원자본, 보험자본, 정부는 항상 우회적 방법으로 ‘영리병원’을 도입하고자 꼼수를 부려왔다. 그 중 지난 정권에서 제일 접하기 쉬운 논리가 ‘외국인환자 대상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이었는데, 이 또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의료관광’을 선전하면서 실제로는 ‘영리병원’ 도입 효과를 내려고 정권 초부터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다.

 

둘째, ‘원격의료’를 매개로 한 의료민영화는 더욱 가관이다. ‘원격의료’는 마치 IT와 의료가 연계되어 최첨단의 의료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 이 때문에 대중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을 의료민영화 세력은 노렸다. 덕분에 지난 6월 가장 먼저 국회에서 ‘원격의료’ 허용 법률안이 새누리당에 의해 상정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국무회의에서 ‘원격의료’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의협이 ‘원격의료’에 반대하자,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을 회유하고자 의원급부터 시행 하겠다는 유인책을 던지고 있다. 정말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원격의료’는 아직까지 환상이고, 시도했던 나라들도 대부분 폐기한 기술이다. 의료의 특성상, 생물학적 다양성과 여러 복잡성에 기초해 사람이 직접 문진하고 병력을 듣지 않고서 진단 및 예방이 쉽지 않다. 또한 ‘원격의료’는 안정성을 확보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입증되지도 실용화 되지도 않고, 주요 선진국에서 폐기된 ‘원격의료’를 신성장동력처럼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지금 진행되는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그것은 SK, LG, 삼성 같은 기업이 ‘원격의료’를 매개로 건강관리나 건강증진사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원격으로 삼성에서 제공하는 혈압관리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아마도 고혈압 의심 시 삼성병원과 삼성생명을 소개할 것이고, 이는 사실상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같은 공공의료시스템의 역할이 민간의료시스템으로 대체되는 의료민영화의 한 방편이 된다.

또한 재벌회사들이 국민들의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보험자본은 꿈에도 그리던 환자정보 데이터 확보와 이윤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즉 재벌과 연계된 병원과 네트워크 병원들만 더욱 팽창되고 영리화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원격의료’ 역시 현재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키며 보험회사의 배를 불리는 효과를 낳게 된다.

 

2. 전면 의료민영화 시도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 시도 국면은 앞서 말한 핵심복지공약의 전면 후퇴와 철도민영화로 대표되는 전면 민영화 추진등과 맞물려 12월부터는 노골적이고 포괄적인 의료민영화 전략으로 바뀌게 된다. 그 중 핵심추진과제가 12월 13일 ‘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너무나 많은 민영화 방안을 담고 있어서 ‘의료민영화 쓰나미’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쟁점은 단연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안이다. 사실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환자 진료의 목적을 돈벌이에 두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리자회사를 두면 비영리법인의 자본도 손쉬운 투자처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도 자본 축적과 배당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즉 비영리 운영의 원칙과 상치되는 영리적 운영의 토대가 마련된다.

 

더구나 한국은 현재 의료법인을 비영리법인으로만 규정해 두었음에도 현실 의료의 영리화가 개탄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병원으로 돈을 벌거나 병원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여 투자하라는 것은 환자 진료를 더한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다. 즉 영리병원 문제점의 핵심인 이윤추구에 환자 진료를 이용한다는 전제가 동일해진다.

 

여기에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장했다. 기존의 부대사업인 주차장, 장례식장, 구내식당이 그나마 환자 편의를 고려한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허용되는 부동산, 건강증진식품, 의료기기업, 화장품 등은 그 자체로 종합 '의료사업체'를 차릴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창투사 같은 투기자본들도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투기자본이 투자하는 사업은 대부분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인 민자철도, 민자고속도로 및 작전투자, 그리고 고금리 사업이다. 만약 이런 투기자본들이 병원자회사에 투자한다면 병원경쟁은 한층 더한 복마전에 돌입할 것이다.

 

무엇보다 병원의 이익을 영리자회사가 모조리 빼가려 할 수 있고, 병원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된다. 사실상 영리병원의 도입이다. 문제는 직접적 영리병원 도입은 비영리법인의 세제혜택 등으로 일부만이 영리병원으로의 전환되는 문제였던 반면, 이번 안은 사실상 한국의 모든 병원은 영리병원이 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즉 직접적 영리병원 도입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 될 수 있다. 여기에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해주어, 실제로 수평, 수직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게끔 허용했다. 대형마트와 SSM슈퍼등의 수직·수평 연계가 의료사업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의료기관임대업, 부동산임대업 같은 영리자회사까지 결합되면 사실상 의료기관의 수직화가 불 보듯 뻔하다. 즉 ‘삼성병원 네트워크’ 같은 것이 지역 곳곳으로 파고들게 된다.

 

영리법인약국도 도입한다고 한다. 미국이나 호주에서처럼 ‘기업형 네트워크 약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의약품 개발 병원자회사, 의약품 유통 병원자회사가 연결되면 사실상 ‘환자진료-약품공급–약품제조’ 모조리 최적의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신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신약허가 및 신의료기기 허가를 손쉽게 하여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하지 않아도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려는 병원이 빨리 돈을 벌 수 있게 하였다. 아마도 이런 약품과 의료기기는 비급여 혹은 유사비급여로 도입될 것이고, 국민의료비 상승에 일조할 것이다. 전문자격사에 대한 내용, 유헬스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아도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러한 전면 의료민영화의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대응하고 분석하는데도 많이 힘이 필요할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안 중 몇 가지만 현실에서 구현되어도 한국의 의료체계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한 번에 수십까지의 의료민영화 방안을 쏟아낸 박근혜 정부의 의중이 ‘의료민영화 밀어붙이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3. 의료민영화는 아니다?

 

상황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시도했던 의료법 전부 개정안보다 한층 더 심각한 의료민영화 추진을 천명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보건복지부는 뻔뻔스럽게도, ‘정부도 의료민영화를 막겠습니다.’라고 선전한다.

 

‘민영화’란 정부의 소유 뿐 아니라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도 민영화이다. 실제로 교육, 의료등은 소유는 한국의 경우 민간이 압도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경우 초중고 교육은 공교육으로 불릴 정도로 사실상 의무교육이 되고 있다. 의료도 공익적 기능을 하게끔 사회적 합의는 물론 법률로도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방안은 어떤 효과를 낳게 될까? 그것은 공익적 기능을 수익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도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료민영화’란 온전히 맞는 말이다.

 

또한 이번에 보면 병원 인수합병을 허용하여 비영리법인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려한다. 이는 그간 법인병원의 자산을 국가와 사회의 것으로 보는 통념을 개인의 소유로 명확히 바꾸는 일대 변환인 동시에 사실상 소유의 민영화의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해체’만이 ‘의료민영화’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을 민간보험으로 바꿀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이 현실에 옮겨지면,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급격히 고갈되고, 가뜩이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민간보험시장이 확대되는 현상을 가중시키게 된다. 사실상의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가 이후에 무용론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부분의 수익을 재벌과 금융자본이 손쉽게 가져가면서도, 건강보험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어찌될까? 아마도 국민들이 보험료를 계속 더 내거나, 혹은 병원이용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건강보험이 있어도 보험료 때문에 놀라고, 병원에 가지 못하는 미국식 의료의 탄생이다.

 

의료법상으로 한국에서 부대사업은 환자편의를 위한 것이라 명시되어 있다. 이는 ‘의료’를 법으로는 환자진료를 위한 것 이외의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진료수익도 공익적인 수준이외에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법인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이제 완전히 바꾸려는 것이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도이다. 즉 의료를 필요에 의한 공공재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패러다임을 이제 바꾸려 한다.

 

이런 패러다임과 성격이 바뀌는 것을 ‘투자활성화 대책’ 이니 투자개방형 병원이니 하면서 손쉽게 국회도 거치지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처리하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완전히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4. 미국보다 낫다가 아니라 최소한 OECD 국가 평균은 되어야.

 

한국은 하버드 대학교의 Hsaio 교수에 따르면 미국보다도 더 시장 중심적인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공적 의료보장률은 58%에 머물고 있어 OECD 중에서도 꼴찌인 미국과 멕시코에 비해 보장률은 그리 높지 않은 반면, 공급체계에서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7%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민간의료기관 중심적인 한국의 현재 보건의료체계를 보면, Hsaio 교수의 말이 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더 이상의 의료민영화 조치를 막지 못한다면 한국의 의료체계는 급격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 영리자기업 허용, 병원 인수합병허용, 부대사업의 확장, 건강관리서비스의 민영화나 원격의료 허용, 영리병원의 지역적 허용, 민영의료보험의 제도적 보장, 민영의료보험과 민간의료기관과의 유착 등 사안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제도적 의료민영화 조치들의 도입을 막는다고 해도, 이미 시장 중심적인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에서 공공성이 더욱 커지지 않는다는 데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의료민영화 시도의 근간은 ‘의료가 산업이고 돈벌이라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의료는 돈벌이가 아니고,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원칙부터 강조해 왔다. ‘의료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세력은 결코 의료민영화, 상업화를 포기하지 못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영리병원을 막아내고, 각종 의료민영화 시도를 여러 차례 저지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역대 정권보다 빠르고 교묘하게 의료민영화/상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민중운동은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런 시도의 폐해를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민영화 반대와 더불어 공공의료기관의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의 강화, 민영의료보험 자본과 병원 자본의 공공적 의료제도하의 규제 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강성우파 정부의 도발은 끝이 없을 것이지만, 방어 이후에 필요한 대안과 공세에 대한 준비와 실력이 필요하다.


  •  2014
  •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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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의 실태와 개선방안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문제의 시발점 - 민간 운영 요양병원 100%

 

2004년 114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2008년 692개로 증가하고, 2013년에는 1161개로 급증하였다. 특히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정부는 중소병원의 경영난과 노인인구의 급증을 이유로 민간요양병원에 많은 지원 을 하였다. 정부는 애초부터 공립요양병원을 늘리기 보다는 민간병원의 요양병원으로의 전환을 주된 정책으로 삼았으며, 이 때문에 2008년이 되어서는 초기 목표치 이상의 요양병상이 확보되었다.

요양병상의 필요에 의해 난립한 민간요양병원에 대해 공적규제는 거의 없었다. 엘리베이터기준, 화재안전시설기준, 병상기준등도 문제가 발생한후 땜빵식으로 매년 추가되는 형국이다. 병원비도 처음에는 장기입원환자의 입원료 체감제를 기존의 건강보험기준보다 낮게 적용하도록 변경하였으나, 의료비 급증과 본인부담확대를 막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뒤늦게 2008년부터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제 를 실시하여 의료비 통제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보면, 정부가 요양병상 확대에 사용한 방식은 그간의 한국의료체계를 도입한 방식과 똑같다. 민간에 인센티브를 주어 공급의 대부분을 책임지게 하고,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통제책을 조금씩 마련하는 방식이다.

물론 요양병원의 초기 도입당시 공공요양병원을 지자체별로 확보하려 하였고, 현재 전국에 약 70여곳의 공공요양병원이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사실상 민간요양병원과 다르지 않다. 우선 현재 공공요양병원은 전부 민간위탁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는 ‘노인전문병원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여 시도립 또는 시군구립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료법인이 해당 부동산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자체는 이들에게 노인전문병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민영화한 공공의료기관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위,수탁이 수십년의 계약유지를 전제로 하고, 지자체는 포괄적인 감독권만 행사하고 있어 사실 이들 병원이 자체운영규정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사업내용에 있어서도 공공성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여타 공공병원의 위탁과 마찬가지로 시설공사와 의료장비 대여 외에는 재정지원없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무늬만 공공요양병원이라 볼 수 밖에 없고, 수탁자의 경영방침에 따라 운영이 좌우되고, ‘돈벌이’를 우선하게 되는 상황은 민간요양병원과 동일하다. 특히 ‘공공요양병원’이라서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하고 역으로 ‘공공’이란 타이틀이 이들 위탁 병원경영에 도움이 될 뿐이다. 올 4월에 있었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파업은 병원측이 인력충원없이 간병인 3교대 전환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촉발되었고, 병원장에 대한 배임혐의도 제기되었다. 또한 청주시가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맞지 않게 수탁자격이 없는 자에게 병원운영을 위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청주시장은 소극적 중재에 나서는 것 외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수익성이 최우선이 된 요양병원

 

따라서 현재 한국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병원만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민간요양병원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첫째는 수익성을 병원경영의 제 1 목표로 두게 된다는 점이다.

병원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돈을 많이 받거나, 병원의 비용을 줄이거나 해야 한다. 즉 수익성을 위해서는 필요에 의한 진료보다는 돈이 되는 진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지불제도가 일당정액제이고, 가난한 장기요양환자가 주된 대상이다. 때문에 극소수 요양병원이 비보험진료등을 하는 시도를 할 뿐 수익성 증가는 환자 한명한명에게 많은 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입원환자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일례로 최근 인천의 한 요양병원이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인들을 꾀어 입원시킨 뒤 건강보험공단과 정부에서 돈을 받아낸 일이 드러났다. 이 병원은 무려 입원환자의 42%가 노숙인이었고, 노숙인들이 의식주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해 “숙식제공” 등을 빌미로 입원을 시키고, 놀랍게도 전체 병원 매출의 66.8%를 이들로 채웠다.

반대로 환자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배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대상이 에이즈환자이다. 전국에 1300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중에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허용’하는 요양병원은 한군데도 없다. 민간이건 공공이건 요양병원들은 에이즈환자가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이 입원을 꺼리게 되어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아예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요양병원이 수익성을 높이는 경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인데, 인력을 최소한 고용하거나, 비숙련인력을 고용하는 방법 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의 의료 인력은 고령이거나 비숙련간호인력등이 많고, 유연노동이 가능한 노동자들이 많게 된다. 이는 요양병원에서 의료의 질을 크게 하락시킨다. 최근 벌어진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의료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기인한다.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가 줄어 병원경영이 어려웠다는 2013년에도 최고 연 223억9509만원의 매출, 18억4608만원의 당기순이익, 8.2%의 수익률을 거둔 경우가 있었고, 대체로 7-8%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걸로 보인다.

 

적정진료 모델자체가 없는 요양병원

 

진료나 약물치료, 처치, 검사, 그리고 입원에 이르기까지 의료에서 중요한 개념은 적정수준을 찾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까지 약물을 투여할 것인지, 어느 정도 상태까지 입원을 시킬 것인지, 이러한 기준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해야 ‘의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이러한 적정모델을 제시할 곳인 공공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여, 현재도 각종 의료영리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환자들은 받지 않아도 될 검사나 시술을 받은 게 아닌지 반대로 돈이 없다고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아닌지 찜찜하기 일쑤다. 그나마 급성기 치료는 대학병원이나 소수의 공공의료기관을 통해서 적정진료의 모델이 일부는 제시되어 있다.

요양병원은 반면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로 인해 적정진료모델이 전무하다. 만성요양환자에 필요한 처치나 인력배치 등은 최소한의 기준만 있을뿐, 적정 모델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모조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요양병원 시스템에서는 수많은 문제점과 사건사고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고작 문제점이 드러나면 땜빵식으로 대처하는게 유일한 대응이었다. 더구나 의료법에 요양병원에 대한 규정이 1994년에 처음 명시되었는데 20년이 지나는 동안 아직까지도 요양병원이 어떤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지 정립되지 못했고, ‘병원’인지 ‘수용소’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지적까지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옴진드기 감염, 결핵등이 요양병원에 퍼지고 있기도 하며, 기본적인 감염질환 관리까지 엉망인 상태다.

 

그럼에도 요양병원으로 몰리는 이유

 

그럼에도 한국의 낮은 사회복지수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양병원으로 노인들을 몰아넣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8%대로 OECD 국가 최고이며, OECD 평균인 12.4%와 비교할 때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아프면 자식들의 허리가 휘고, 그나마 간병비나 병원비를 낼 수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일반병원으로는 갈 수가 없다. 또한 독거노인의 경우 밥을 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정도의 도움만 있으면 된다고 해도 어딘가 입소하거나 입원하는 게 나은 게 된다.

이때 어떤 곳으로 가는 게 더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 되는지는 여러 가지로 고려를 할 수 있으나, 그나마 본인부담금 20%만 내면 되는 국민건강보험에 의존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가장 낫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우월성보다는 다른 복지제도(기초연금, 주거시설, 상병수당, 퇴직연금, 지역사회시설 등)의 부재로 인해 거의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으로 노인들이 몰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여 민간의료기관은 돈벌이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의 복지공백과 건강보험에 의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은 서로 공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복지센터처럼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급성기 병원의 팽창, 고비용구조로의 의료양태 변화와도 관련이 있지만, 요양병원은 노인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여기에 간병은 비용과 인력 모두 철저하게 공적영역에서 제외되어 있어, 간병서비스는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철저하게 결정된다. 추가적으로 요양병원 환자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비숙련, 저임금 간병인을 고용한다. 물론 간병인들의 노동조건도 심각하게 열악하다.

 

가난할수록 사회와 격리되는 곳, 요양병원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의 요양병원이다 보니, 입원한 사람들도 사실 대안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퇴원을 해서 외래로 치료 받거나, 집에서 안정가료를 해도 되는 사람들조차 요양병원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경증이고 요양병원에 입원할 돈도 없다면 요양원으로 가겠지만, 요양원의 상태는 더욱 열악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도 쉽지 않다. 미친 듯이 상승한 전․월세비, 높아진 물가등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급성기 병원에서 더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종합병원의 높은 병원비와 추가비용 때문에 사실상 치료를 반쯤 포기하면서 요양병원으로 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즉 한국의 요양병원은 오로지 경제적이유 때문에 선택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자율성도 침해되고 사회복귀프로그램도 제공되지 못하며, 환자들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전전할 뿐 사회로 복귀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인권은 물론, 환자 하나하나가 상품처럼 거래되는 형국까지도 가게 된다. 점점 더 요양병원 자체가 사회와 ‘격리된 시설’처럼 운영된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이 질환의 중증도 보다는 개인의 가난, 간병인력의 부재, 사회적지원의 부재, 기본복지와 소득의 부재등이 주된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대안 – 공공화

 

정부는 그간 수많은 요양병원의 문제점을 알고도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시늉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 도리어 민간의료기관의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민간의료기관의 권한을 보장하려는 시도 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적통제조차 전혀 없는 요양병원은 어찌 될까? 에이즈환자를 배제한 요양병원들, 장성 요양병원 화재참사, 노숙인을 유인한 요양병원사건,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파업 등은 시작에 불가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속히 공공요양병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최소한 권역별, 지역별로 공공요양병원을 건립하거나, 기존의 위탁된 병원을 직영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요양병원을 통해 적정프로그램을 제시하여, 민간의료기관에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다. 물론 근본적인 한국의 복지지형이 변화하지 않고서, 요양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하고,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미봉책에 끝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폭주하는 민간요양병원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만65세 노인이 2020년에 15.7% 2030년에는 24.3%가 되며 그 속도는 OECD국가중 최고로 빠르다. 지금 요양병원의 공공화에 실패할 경우, 이후에는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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