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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의료비 상승효과 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 협의회 정책국장

2012년 06월 29일 금요일
  
 

2002년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이 허용된 순간부터 자본은 호시탐탐 충분한 이윤이 확보되는 영리병원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계법령을 계속 개정해 왔다. 이제 10년이 넘으니 지겨울 만도 하건만 도통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지칠 줄을 모른다. 물론 지난 10년간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영리병원에 반대해 싸웠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좌절된 것이다. 10년간 우리들은 영리병원의 현실화를 잘 막아왔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작년부터 다시금 주장하고 나선 것이 경제자유구역, 특히 송도나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한번 도입해보고 평가하자는 주장이다. 일단 한번 혼나보고서야 정신차리겠다는 '체험매니아'들을 어찌해야 할까? 만약 개인사업이라면 한번 해보고 파산하면 그만이지만 국민건강과 환자생명을 담보로 한 실험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천박한 인식에 한탄하면서도 한 지역의 영리병원이 단순히 지역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보아야 한다. 영리병원이 송도에 들어서면 물리적으로는 송도, 넓게봐선 인천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아마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에서 내원할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 특히 병원은 단순히 접근가능한 지역에 국한된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

이미 알다시피 2005년 송도에 들어오려던 뉴욕장로교병원이 당시 국내의료비의 3배 이상을 받을 것을 제시한 것처럼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비쌀 것이다. 병원이 수익을 올리려면 의료비를 높게 받거나, 병원지출을 줄이는 것 즉 인력을 축소하거나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비 상승과 비정규직 양산이 영리병원의 효과임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영리병원의 높은 의료비가 비영리병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를 하바드의대 힘멜스타인 박사는 이미 '뱀파이어(흡혈귀)효과'라고 불렀다. 미국과 같이 큰 나라에서 영리병원이 도입된 주나 도시의 의료비가 비영리병원에서도 높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이는 단순히 한국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20여년전 설립된 삼성과 현대의 재벌병원은 병원성과급, 병원내 사업의 외주화등을 가장 먼저 시도했다. 또 수익성있는 건강검진 및 각종부대사업도 가장 먼저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성과급, 외주화가 일상화되고 부대사업이 확장되었다. 또한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은 서울에 있지만 사실상 빠른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적 병원이 되어 지방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때문에 지방병원은 환자가 줄고, 공공병원들도 건강검진등의 비보험진료를 추구하게 되었다. 즉 삼성과 현대의 매머드급 재벌병원이 한국의료에 미친 악영향이 한국의료의 문제점의 태반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조차 이런 제도내 영리화방식을 따라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병원이라도 의료에서 영리적 경쟁에 불을 붙이면 그 불꽃을 꺼뜨리기는 쉽지 않다.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에 6군데나 되고, 송도에는 이미 재벌병원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 투자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것이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로만 남을 것인가? 송도영리병원이 만약 설립된다면 이는 전국적인 의료비 상승을 이끌 흡혈귀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의료비 폭등의 주범이 될 영리병원의 오명을 인천송도가 쓰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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