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마지막은 정말 지저분하다. 연일 계속 나오는 언론의 탐사보도 그리고 폭로, 여기에 각종 사실들이 추가적으로 발표되면서 누가봐도 막장드라마를 방불케하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과 연결된 의료관련 사항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폭로 중이다. 이 것을 모두 합치면 ‘의료게이트’로 부를 만한 것이고, 여기에 각종 의료관련 산업체들의 민원처리를 해 준 정황을 보면 특검에서도 면밀히 조사하고 규명해야 되는 사항이 많다.
이런 것들 중에 국민들의 관심을 뜨겁게 달궜던 사안이 청와대가 구매했다는 약품들이 아닌가 한다. 우선 지난주 국회의원실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었는데, 가장 뜨거운 관심은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치료제의 구매내역이었다. 그 외에도, 엠라크림이나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도 세월호 7시간의 행적과 함께 구설수에 올랐다.
사실,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우선 청와대의 해명처럼 이 약들은 고산병 예방 및 치료제로 사용된 적이 있고, 지금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아그라’가 원래 심혈관질환과 관련돼서 개발된 약이고, 발기부전 치료도 이 약의 부수적인 효과로 밝혀진 효능이다. 네팔, 부탄등의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등산하는 산악인들은 4,000m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많아 폐수부종이 발생하는데, 이때 효과가 있다는 점은 학계에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설사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서 사용했더라도, ‘비아그라’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발기부전’도 치료해야 하는 질병의 범주에 들어간다. 혹시 ‘발기부전’에 사용했다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약품에 국민들이 낸 세금이 유용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에토미데이트’도 최근 수면유도에 사용하면서 논란이 되지만, 응급시술시 안전한 진정제로 사용한다. 즉 응급약품으로 구비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사용내역을 최근 확인한 바로는 비아그라,팔팔정 등의 발기부전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산병연구회’ 깃발이 촛불집회에서 펄럭이는 현실은 국민들의 극도의 불신이 바탕에 깔려있다. 거꾸로 말하면 박근혜 정부는 어떠한 설명도 이제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는 정부이며, 즉각 퇴진만이 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관적 결정
그렇다면, ‘비아그라’, ‘에토미데이트’의 나름 적절하고, 의학적인 처방 이외의 문제는 없었을까? 사실 실제 중요한 지점은 청와대 의무실과 대변인이 해명하지 않은 약품들에 있다. 여기에는 라이넥주(태반주사)를 기점으로 하는 각종 기능주사제들이 포함된다. 청와대는 ‘비아그라’, ’에토미데이트’, ‘엠라크림’등에 대해서는 나름 의학적 근거를 두고 해명했지만, 이런 기능주사류에 대해서는 의학적, 논리적 해명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실제로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 등으로 불리는 이런 기능주사류등은 의학적 효능을 입증받지 못했다. 태반주사의 경우는 만성간질환 치료제로 그나마 허가를 받았고, 백옥주사도 피부를 하얗게 해주는 효과가 아니라 피로개선등의 효과로 허가받은 제품이다. 즉 안정성은 그나마 식약처에서 평가를 했지만, 효과와 관련해서는 애매하고, 대체재가 더 낫기 때문에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현대의학은 주관적인 효과에 대한 입증보다 객관적이고 광범위한 추적관찰에 따른 효능을 중시한다. 이는 몇몇 사람이 효과가 있다고 하는 ‘비방류’의 처방이나, ‘비법’에 해당되는 약제가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으로 결정된 약물과 시술을 우선시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따라서 이런 기능주사류를 피로회복, 피부미용, 건강증진에 사용하는 의료인들조차 그 효과를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의를 할 정도의 권위 있는 의료인들이라면, 이런 근거없는 약제들에 대해 누구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것이다.
그럼에도 무려 20명가량의 의료진의 자문을 무시하고, 이런 기능주사류를 대량 구비하고 소비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결국 합리적인 과정, 과학적 판단, 논리적 절차보다는 개인적 경험과 같은 주관적 요소에 심취한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주사류에 대한 신봉 수준이 주변의 권위있는 조언자들을 무시할 수준이라면, 어떠한 정책이나 의사결정도 자신의 주관적 결정에 부차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바로 ‘비선’으로 불리는 자신이 아는 사람(최순실), 자신이 믿는 것(수첩), 자신의 협소한 경험(자신과 비선이 경험한 것)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아집, 부패를 만들어낸 것이다. 때문에 진정 문제는 이런 기능주사류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낭비한 것 뿐 아니라, 비과학과 비논리에 심취한 박근혜 대통령 자체의 아집과 성격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관저에서 비선의사인 차움병원출신의 김상만원장을 불러 정맥기능주사를 맞았고, 주말에는 강남센터에까지 가서 이러한 주사를 맞았다고 한다. 김상만 원장의 타 언론 인터뷰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주치의 및 자문의 진료에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료진 20명의 진료 보다 입증되지 않은 김상만원장의 기능주사가 더 효과적이었다. 입증되지 않은 NK셀(자연살해세포) 활성도 검사를 위해 자신의 혈액을 행정관을 통해 외부에 유출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건강정보 같은 2급 비밀을 단지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류의 치료를 위해 말이다.
끝으로 우리는 왜 이런 자기의 경험에 갇혀사는 괴물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걸러내지 못했을까? 그 답은 지난번 대선 TV토론에서 야당후보의 질문에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 박 대통령의 답변에 들어있다. 질문에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의지만 강조하는 전형적인 뭉개기 방식 말이다. 좀 더 보면 결과와 과정, 논리적, 합리적, 과학적 결정보다는 자신이 결정하면 해낸다는 자아도취, 그리고 감정에 호소, 추진력을 지도력으로 포장하면 대중적으로 이익을 보는 그간의 사회시스템도 한몫했다. 일단 지르고, 이후에는 거짓 발 뼘과 뭉개기를 시도하는 조폭식 방식 말이다. 이런 조폭식 방식이 그동안 재벌, 검찰, 국정원, 새누리당, 대통령이 해 온 방식이고, 그들이 권력을 유지한 방식이기도 하다.
뭐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청와대 약품구매 리스트만 보더라도, 이제 한국은 완전히 바꿔야 한다. 최소한 다수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지도자가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본적인 전제는 절대적 다수인 민중의 의지와 의견을 청취하는 지도자일 것이다. 암튼 그 시작이 범죄자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구속임은 분명하다.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제대로 된 진단이고, 그다음 치료이다. 곪은 곳을 드러내야 새 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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