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주사제 남발, 비급여 진료 위주 병원 면밀히 조사해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08-24 10:48  | 조회 : 2767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8월 24일(수요일) 
□ 출연자 :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이어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연결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이 사태를 짚어보겠습니다.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하 정형준):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C형 간염 집단감염 의심사례가 또 나왔습니다. 지난 번 같은 경우는 서울 양천구의 다나의원, 올해 초에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한양정형외과 의원,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는데요.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요? 

◆ 정형준: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의원들이, 딱 이름을 들으셨을 때는 못 느끼시겠지만 상당히 영리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술들을 많이 하는 곳이었습니다. 

◇ 정병진: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술, 어떤 거죠? 

◆ 정형준: 대표적으로 한양정형외과 같은 경우에는 PRP 시술이라는 걸 많이 했고요. 다나의원은 비만 치료를 주로 했는데요. 이번에 이야기가 나온 서울현대의원도 직접적으로 홈페이지나 이런 곳을 보게 되면 피부미용, 비만치료, 태반주사, 이런 것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정병진: 주름개선, 피로회복, 치매에도 좋다,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하는 시술 말씀하시는 거군요? 

◆ 정형준: 네, 그런데 이런 시술들은 효용성이 입증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효과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다 비보험이었던 거거든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비보험을 많이 한다는 뜻은 훨씬 영리적인 경영을 하는 의원들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렇게 영리적인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감염 관리라든가 이런 것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정병진: 영리를 추구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과정에서 뭔가 환자들의 위생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진이나 간호 인력들의 중간과정에서의 허술한 점이 있었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건가요? 

◆ 정형준: 허술한 점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고, 이런 의원 분들은 특징이 돈을 많이 벌려고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빨리 빨리 진료를 하려고 했던 것 같고요. 주사제기를 공동 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주사제 혼합액을 미리 만들어놓고, 그걸 빨리 빼서 주입하고, 앞서 질병관리본부 연구관님도 말씀해주셨지만, 용액들, 생리식염수 같은 용액들을 공용으로 쓰게 되면 훨씬 더 빨리 처치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빨리 많은 주사액을 사용하려고 하다보니까 이런 감염관리의 허점이 계속 생기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병진: 뭔가 효율적으로 빨리 환자들을 더 많이 받아서 영리를 추구하다보니까 이제 이런 사태가 불거지게 되었다, 중간에 이런 위생 같은 것을 더 꼼꼼하게 점검하고 따져보는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약해지지 않았나? 이런 지적이군요?

◆ 정형준: 네, 맞습니다. 그리고 주사제 처방이 지금 공개되고 있지는 않은데요. 이게 비급여고, 청구를 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질병관리본부에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일반 청구내용을 봤을 때도, 다나의원 같은 경우에는 99% 주사제를 처방했던 의원이었고요. 여기도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정병진: 네, 지금 전반적으로 큰 흐름을 잡아주셨는데, 구체적으로는 주사기 재사용이 굉장히 많이 다뤄지고 있어요.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게 되면 집단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십니까? 

◆ 정형준: 물론 주사기 재사용을 안 하는 건 당연한 건데요. 그런데 주사기를 재사용하지 않더라도, 주사제 혼합액을 미리 만들어놓거나, 아니면 국소마취제라든가 생리식염수 같은 것을 돌아가면서 쓰게 되어도 감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단순히 주사기만 재사용 안 하는 걸 확인한다고 해서 감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런 C형 간염이 아니더라도 과거에 근육괴사라든가 이런 것들이 마취제라든가 생리식염수를 공용으로 사용해서 생긴 일들이 있었습니다. 

◇ 정병진: 그러니까 혼합액 같은 경우에는 A라는 액과 B라는 액을 혼합하는 그 과정이 굉장히 위생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겁니까? 

◆ 정형준: 그러니까 하나를 크게 만들어놓는 거죠. 예를 들어서 5cc씩 주사하는 주사액인데, 50cc를 미리 큰 통에 하나 만들어 놓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정병진: 그럼 원래는 그런 혼합액을 처방할 때, 그때 그때 환자에 맞게 새로 제조해서 주사해야 하는 겁니까? 

◆ 정형준: 네, 맞습니다. 그래서 생리식염수 같은 경우도, 과거에 한 의원에서 2~3일 동안 계속 빼서 쓰다보니까 그 안에서 세균이 증식해가지고 근육 괴사가 났던 경우가 있었고요. 그래서 이런 용량들이 적은 용량까지 다 개발되어서 나옵니다. 100ml짜리도 있고, 10ml짜리도 있고, 이렇게 다 나오는데 그걸 큰 용량에다가 미리 혼합해놓고 처방하게 된 것이죠. 이런 경우가 많이 있다고 판단되는데, 이 주사제를 마구 처방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 아닌가, 이렇게 의심됩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지금 주사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이게 C형 간염 같은 집단 발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주사기 같은 경우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투여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이 높지 않습니까? 주사기 재사용이 문제가 된다면 최소한 안전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주사기를 환자 앞에서 직접 꺼내서 주사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바꿔달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많이 있더라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정형준: 제 생각에는 그렇게 큰 유용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주사기 자체만 문제가 아니라 주사액도 조제하는 것이 다 보여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것보다는 이게 비급여이고, 추적 관찰이 안 되는 시술들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범위 안에 있는 시술들을 하는 걸 환자들이 선호하시는 게 훨씬 더 안전한 길이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 정병진: 그렇군요. 이게 주사기 자체를 떠나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0574번님 같은 경우도 “주사 바늘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주사약이 담기는 몸통, 이것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것도 의심스럽습니다.” 이런 의견을 주신 분도 계시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정형준: 그 플라스틱 재질의 몸통은 재사용을 하면 안 됩니다. 동일한 환자에게는 다양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 몸통 부분을 다른 환자에게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고요. 이건 과거에 유리주사기라고 해서 멸균 소독을 해서 쓰는 주사기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현재 플라스틱 주사기에서는 모두 다 1회용품이고, 한 사람에게 하나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정병진: 이걸 소독해서 재사용하고 이러면 안 되는 거죠?

◆ 정형준: 네. 

◇ 정병진: 지금 이런 상황이 JS의원만의 문제인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보건당국의 대처는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 정형준: 좀 늦게 대처가 된 것 같고요. 작년에 다나의원 사태가 났을 때도 사실 저희가 빅데이터 같은 것을 이용해서 산업화 이런 곳에만 사용할 게 아니라, 사실 C형 간염 같은 경우에는 전 국민 건강보험에 의한 검진이나 이런 종류에 집어넣어서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었는데요. 왜냐면 그렇게 하면 어떤 특정 지역에서 많이 발생할 경우에 그곳에서 주사제 오염이라든가, 다른 전염 경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조금 늦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까 전수감시 쪽으로 복지부가 방향을 튼 것 같습니다. 

◇ 정병진: 적절한 대책으로 보십니까?

◆ 정형준: 조속히 전수감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되고요. C형 간염 자체의 위험 때문이라기보다는, C형 간염이 혈행성 감염의 지표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어느 지역에서 제대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 지역에서 C형 간염 보균자가 많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정병진: 네, 그리고 C형 간염에 이어서 콜레라까지 15년 만에 감염되었습니다. 이게 또 용변 본 후 손을 씻지 않으면 감염되는 거니까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고, 대응도 된 건데요. 이게 간호사나 이런 분들이 감염의 숙주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렇게 본다면 C형 간염도 그렇고 콜레라도 그렇고 결국 의료현장의 인재 아니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정형준: 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요. 병원이라는 곳이 사실 가장 병균이 많고, 가장 감염되기 쉬운 곳입니다. 그래서 거꾸로 생각해보면 환자가 아닌데 굳이 병원에 가는 것이, 작년에 메르스 사태 때도 저희가 이야기 했지만 상당히 위험한 것입니다. 문병이나 간병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비만이라든가, 피부미용 같은 것을 위해서 주사제를 마구 처방받고 하는 문화 자체가 저는 좀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그리고 건강보험에서 적절하게 입증되어 있는 시술들이나 효용성이 있는 시술들을 하는 곳은 상당히 정도에 맞춰서 진료를 하고 있고, 감염 관리도 잘 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라든가 이런 것을 주되게 하는 곳들, 이런 곳들에 대해서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고, 병원 내의 감염 관리 같은 것은 작년에 메르스 사태 있으면서 저희가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강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정형준: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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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관리체계 강화, 얼룩졌던 의료사업 개선될까?” -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12-01 10:45  | 조회 : 2067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면허관리체계 강화, 얼룩졌던 의료사업 개선될까?” -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앵커: 
지난 주, 국립암센터의 기모란 교수와 함께 C형간염에 대한 이야기 나눴었는데요. 다나의원 사태를 계기로 정부에서 면허관리체계를 강화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의 정형준 정책국장과 전화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하 정형준): 
네, 안녕하세요. 

앵커: 
다나의원 사태, 진행상태가 어떻습니까? 

정형준:
감염자가 77명까지 발견되었고요. 원장님하고 원장부인이 고발되고, 의원이 지금 폐쇄된 상태고, 지금 다른 분들, 여기 내원했던 2,300여 명 중에 아직 50~60%가 아직 검사를 안 해서, 그분들을 연락해서 검사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달 29일까지 815명이 검사했고, 77명이 양성판정 받았죠? 그런데 이 중 20명 정도는 서구형 C형간염이다, 국내에서는 치료가 쉽지 않다면서요?

정형준:
C형간염 자체가 치료가 원래 어렵고요. 그 타입 중에 1A 타입이 조금 더 치료가 어려운 타입에 감염되신 분들이 조금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앵커: 
1A, 1B, 2A, 이런 식으로 형이 나뉘는데, 그 중에서 1A 형이 치료가 어렵군요?

정형준:
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일전에 다른 교수님이 나와서 이야기하셨겠지만, C형간염이 무서운 것은 C형간염 자체가 A형간염같이 급성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잠복을 하고 있다가 간부전이나 간경화, 간암으로 나가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요. 그런 차원에서는 치료라는 단어 자체가 조금 부적절한 질병이기 때문에, 계속 그분들이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살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요. 결국은 주사기를 재사용해서 문제가 된 거잖아요?

정형준:
네, C형간염은 혈행성 감염이기 때문에 주사기를 통해서 감염된 것으로, 특히 이렇게 거의 100% 같은 타입으로 감염되었다는 것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앵커: 
다나의원에서는 수액주사를 많이 놓아주었고, 이때 주사기를 재사용해서 문제가 되었다는 건데요. 일각에서는 수액주사 같은 경우 주사기가 딸려 나오기 때문에, 의료진이 이걸 재사용하면 안 되는 것조차 몰랐던 것 아니냐? 이런 의혹까지 나오더라고요. 

정형준:
네, 수액주사는 50원에서 100원 정도 밖에 안 하는 것이고요. 재활용을 했다는 것 자체는 제대로 된 판단능력이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제일 합리적인 측면에서는 어떠한 교육이나 윤리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여기서 이런 의료행위를 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네, 정부에서는 일단 의료인의 면허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정형준:
네, 면허관리체계를 앞으로는 위원회를 하나 꾸려서 지금까지는 의료인들이 보수교육을 받고 나면 면허신고제인데요. 이제는 의료인에 대한 면허를 갱신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지금은 한 번 따 놓으면 종신면허였잖아요?

정형준:
네, 그렇습니다. 

앵커: 
이걸 갱신하겠다는 것인데요. 사실 국가가 나서서 갱신한다고 한들 의사들 입장에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않겠느냐? 관리가 제대로 되겠느냐? 거기에 대한 비판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형준:
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사실 의사면허 갱신을 안 해서 생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고요. 왜냐면 의사면허 갱신을 하더라도 여기 원장께서 제대로 진료를 하지 않고, 이분이 몸이 불편하시고, 본인의 판단능력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지금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 다치시기 전에도 주사기를 재사용 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요. 그리고 이 의원 자체가 아주 영리적으로 비보험 수액주사만 예약제로 놓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성 문제에서 아주 심각한 의원이라고 볼 수 있고요. 상당히 영리적으로 경영했고, 실질적인 경영을 부인이나 제3자가 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의심이 들기 때문에, 면허제도 개선을 한다고 해도 이런 식의 영리적 경영을 하는 곳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갱신만 가지고 해결이 될지 의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경영자는 따로 있고 의사를 밑에 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었다, 이렇게 볼 수 있나요?

정형준:
네, 저는 사실상 사무장 병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의사 본인이 사무장처럼 행동하면 사실 사무장 병원과 차이가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적인 부분이라고 보는데요. 이 분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고요. 자율규제를 하든, 면허 갱신을 하든, 뭔가 조치는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이야기하기 어렵고요. 그리고 조금 더 첨언을 드리면, 실제로 지금 나와 있는 결과를 보면 심사평가원에서 이미 자료를 냈는데, 이 의원은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8~99%를 주사제 처방을 했습니다. 그런데 심사평가원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건강보험 통계에 잡히는 감기환자나 급여로 된 부분만 잡히기 때문에, 사실 아주 심각한 문제거든요. 보통 20% 정도인데요. 

앵커: 
보험에 안 잡히는 경우는 확인할 길이 없는 거네요?

정형준:
그렇죠. 전부 주사제 처방을 했다고 추정하는 것이 맞고요. 그런데 심사평가원에서 이런 데이터를 정리하는 이유는 비용 문제 같은 것을 효율화하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일반적인 의원의 다섯 배 수준으로 주사제 처방이 많은 곳을 한 번도 현지 심사를 간다든지, 진짜 주사제 처방을 하는지, 이게 부당 청구하는 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을 단 한 차례도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게 비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있는 것으로 감지되더라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정형준:
아닙니다.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 지금 정부, 보건소도 마찬가지인데요. 심사평가원과 보건소가 비용문제, 고가의 진료를 하거나 아니면 비용을 많이 청구하는 곳은 제대로 들여다봅니다. 심사평가원이 기능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고요. 그런데 이 의원에서는 감기나 이런 환자들의 수액이나 주사제가 비용이 싸거든요. 그러니까 신경을 안 썼다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질 관리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는 게 우선이 되지 않고서는 사실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분이라도 이런 기형적이고 영리적인 의료행위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면허 갱신만 가지고 이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는 것이죠. 

앵커: 
그러니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비용을 과다 청구한 의료원은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비용청구가 크지 않으면 심사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이 말씀이시죠?

정형준:
네, 맞습니다. 실제로 영국 같은 경우에는 이상한 의료행위가 다 걸리는 이유는 의료행위에 대한 역학적 조사를 매년 하면서, 다른 곳보다 높은 곳들을 점검하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예방되는 것이고요. 어떤 병원의 사망률이 갑자기 올라간다든지 하면 실사를 나가서 간호사라든가 누가 부적절하고, 감염관리가 허술한 치료를 하는 것을 적발해내고, 이런 것들이 그 기능입니다. 

앵커: 
의료행위도 어느 정도 민감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지책이 필요하다, 그런 말씀인데요. 원장 이야기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사실 질본에서는 2015년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뇌 손상 때문에 그 이후로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발표했다가 빈축을 샀습니다. 장애 때문에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말이냐? 이런 비판이었거든요. 그렇다기 보다는 무책임한 의료행위를 한, 윤리적인 차원에서 봐야 한다, 이 말씀이신 거죠?

정형준:
네,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잘못접근하게 되면, 사실 장애인이 진료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 의사들도 있고, 장애인이시기 때문에 더 환자들에게 공감하고, 본인이 아픔을 알기 때문에 더 잘 진료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전혀 장애와는 상관이 없는, 본인의 윤리적인 부분이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1회용 의료기를 재사용한다는 것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마찬가지고요. 이건 기본적인 교육이기 때문에 이걸 몰랐다고 한다면 본인은 아예 거기에 있지 않았다고 봐야 하고요. 아니라면 아주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분이라고 봐야 하는 거죠. 

앵커: 
단순히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국민의 건강이 달려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를 강화한다든지, 추가적으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정형준:
지금 보건소가 이번에 보건소가 관내에 의원이 500~700개 정도 되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2명밖에 없어서 관리를 못했다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요. 사실 관내에 있는 모든 의원에 있는 마약류 주사제 등을 관리하는 게 보건소의 역할이고 실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나의원에도 이런 주사제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부분을 하러 갈 때도 사실 제대로 된 진료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도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보는 게 보건소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왜냐면 보건소가 관내 의원의 개설 허가, 그 다음에 거기에 소방시설이라든가 등등의 관리 문제들, 그리고 환자들 사이에서 과다한 감염 병이나 의료 사고가 났을 때 가서 보는 게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공적의료체계라고 한국이 말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있고, 앞서 말씀드린 심사평가원이 그런 자료들을 가지고 있고, 보건소가 사실 이런 것을 어느 정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단순히 개별 의사의 윤리적 기준에만 접근하게 되면 앞으로도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의료행위를 감시하도록 보건소가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인력을 확충하고 지원 예산도 편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정형준 정책국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형준:
네, 감사합니다.


http://radio.ytn.co.kr/program/?f=2&id=54038&s_mcd=0214&s_hcd=01
“모텔이 병원으로? 편법 써가며 배짱영업”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01-30 09:50  | 조회 : 681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1월 30일 (화요일) 
□ 출연자 :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세종병원, 건립 당시 장례식장 영업위해 병원 운영
-병원 편법, 공공병원 부족한 지방 병원에서 많이 벌어져
-일반 건물을 병원으로 불법증개축, 벌금내가며 편법 운영
-지방 병원들 모텔, 예식장을 병원으로 개조
-병원의 불법사항들, 정부가 제대로 관리만 했어도
-한국 병상 포화국가, 선진국처럼 1,2인실 중심으로 가야
-지역사회 재활, 보건 프로그램 연계해 과밀병동 해소해야 


◇ 신율 앵커(이하 신율): “밀양 병원 화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입원해 있으면서도 불안하다” 실제 병원에 입원해있는 어느 환자가 한 말인데요. 밀양 병원 화재 참사로 화재에 취약한 중소병원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환자분들은 물론,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병원, 비상상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이런 매뉴얼조차도 지금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중소병원 안전관리 실태에 대해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정 국장님, 안녕하세요.

◆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하 정형준): 안녕하십니까.

◇ 신율: 지금 밀양 병원 화재, 지금 이게 병원의 문제점도 있었던 겁니까? 어떻게 보셨어요?

◆ 정형준: 예. 병원의 문제점이 많이 있습니다.

◇ 신율: 많이 있다?

◆ 정형준: 예. 저도 의료인이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는데. 이 병원이 민간병원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자세히 보면 처음에 이 병원을 건립할 때도 실제로 내용을 보게 되면 사실 장례식장 영업을 위해서 병원을 한 셈입니다, 이 병원은. 사진을 다들 보시게 되면 중간에 장례식장이 있는데요. 그 좌우로 밀양 세종병원이 있고 그 옆에 세종요양병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장 원래 설립 기준에 보게 되면 병원 부지의 1/5 정도까지 부대사업으로 장례식장을 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을 단독으로 원래 경영하는 신청을 했을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이나 반대를 많이 하기 때문에요. 사실 병원을 통해서 하는 이런 편법이 지방 민간병원에서 많이 벌어지는데. 사실 그런 병원의 하나였다고 지금 조사가 나오고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는 민간병원 중심의 시스템들이 갖고 있는 총체적 문제를 보여준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 신율: 시스템들이 갖고 있는 문제, 어떤 게 있습니까?

◆ 정형준: 첫 번째로는 이 병원이 병원으로 처음부터 계획돼서 건물을 세팅하거나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미 언론에 많이 나오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 병원이 오래 전부터 그냥 일반 병원들을, 건물들을 개조해가지고 계속 병원으로 증개축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 병원 안에 비상계단이라든지 아니면 방화문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처음부터 설계된 것이 아니다 보니까 계속 증개축을 하면서 소방규제가 강화가 되면 거기 맞춰서 갈 수 있는 건 가고,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벌금만 내고 넘어갔던 것입니다.

◇ 신율: 지금 말이에요. 지금 병원이 병원으로 계획된 게 아니라 일반 건물을 증개축했다. 그러면 병원 건물이 갖는 특성이 있나요?

◆ 정형준: 예. 병원 건물이 갖는 특성이 당연히 있습니다. 일단 병원 건물은 환자들이 상당히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크기라든가 이런 것들이 훨씬 커야 합니다, 일반적인 건물보다. 그리고 또 병원 건물은 한 층의 높이가 당연히, 왜냐면 여러 가지 장비들이 위쪽으로, 천장 쪽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높아야 하고요. 그리고 계속 말씀드린 거지만 나가는 쪽하고 들어오는 쪽하고 방향이라든가 환기 등도 다 원래 고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초기에 저희가 병원을 많이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특히나 공공병원을 많이 짓지 못했기 때문에 허가가 상당히 완화돼 있었고요, 과거에. 그러다 보니까 지금 병원들 중에 지방의 상당 부분 병원들은 모텔이라든지 예식장이라든지 이렇게 영업하다가 안 된 부분을 매입을 해가지고 개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 신율: 그런데 그게 불법이나 범법은 아닌 모양이죠?

◆ 정형준: 예, 물론입니다. 기준에 맞춰서 개조하고 하면 범법이 아니고.

◇ 신율: 제가 이걸 여쭤본 이유가 왜 그러냐면, 실제로 이번 화재를 봤을 때요. 이 병원이 그렇다면 불법을 저지른 게 어떤 부분입니까?

◆ 정형준: 지금 확인된 바로는 일단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로 10번 정도의 증개축을 했다고 하고요. 그중에서 소방법을 위반한 것이 4개 정도는 지금도. 매입을 하기 전에 문제가 됐던 것이 9개 정도의 증개축 케이스가 있고, 4개 정도의 증개축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는 또 비상발전기를 사실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걸 가지고 있었던 부분이 있고요. 또 지난 10년 동안 이 병원을 경영하면서 여러 가지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소방점검은 매년 했고요.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다 그냥 벌금을 내고 사실은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적이 없더라고요.

◇ 신율: 버티는 거군요. 벌금만 내고 그냥 버틴 거네요.

◆ 정형준: 예, 맞습니다.

◇ 신율: 그러니까 결국 지금 이러한 불법사항들이라는 것이 첫째로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하고 불법사항을 시정하도록 요구를 하고, 시정하는 것을 계속 시정하도록 만들었다면 조금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정형준: 예. 그리고 이제 근본적으로는, 사실 밀양의, 저희가 확인해본 바로 공공병원이 없습니다. 최소한 공공병원 한두 개가 모델로 있어야 다른 민간병원들이 그 정도 규모의 어떤 기준에 맞춰서 이런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하는 지표가 되는데, 이런 지역들에 가면 사실 전부 민간병원들만 있다 보니까. 이 병원은 사실 그런 규제를 하면서 만약에 폐원을 시킨다든지 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병원이 줄어들면서 불만이 또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강한 정부의 역할을 가하지 못하는 이런 딜레마에 빠졌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 신율: 그러니까 지금 말씀하신 것이, 거의 상당한 지역들에 공공병원이 없다, 이런 말씀하셨잖아요. 그리고 그 지역에 공공병원이 있었으면 민간병원들도 경쟁 때문에 좀 더 나아진 환경이 될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잖아요. 그렇죠?

◆ 정형준: 예, 맞습니다. 인프라의 어떤 기준을 제시를 못한 거죠.

◇ 신율: 그러면 지금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런 데가 거의 대부분입니까? 지금 지방에 가면요.

◆ 정형준: 예. 지방에 거의 대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산부인과 선생님이 없는 의료취약지, 아니면 소아과가 없는 의료취약지가 존재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신율: 그런데 그러면 공공병원을 많이 지어야겠네요. 그런데 그게 또 예산 문제에 걸리는 거 아니에요?

◆ 정형준: 예, 그렇습니다. 예산 문제에 걸리고. 한국 의료시스템이 상당히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올리게끔 그렇게 지금까지 구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안전에 상당히 취약한 것이죠. 지금까지는 비용은 조금 들이고 효과는 극대화시키려고 하다 보니까 인력 문제도 너무너무 심각한데, 지금 이런 엄청나게 많은 환자를 간호사랑 의사가 봐야 하고요. 그런데 거기에 하나가 이런 인프라 문제들이 다 끼어 있습니다. 병원을 처음에 만들 때는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장비나 기기도 들여와야 하고요. 그런 부분들을 민간에서 하게 되면 당연히 수익성이 있는 부분만 먼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서 비롯한 이런 심각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계속 말씀드리는 겁니다.

◇ 신율: 그리고 아까 일반 건물을 증개축해서 병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이나 전국적인 문제 아닌가요?

◆ 정형준: 예, 전국적인 문제인데 그나마 경쟁적으로 서울 같은 데나 수도권 같은 경우는 아예 병원으로 부지를 매입해가지고 짓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으로 가게 되면 사실 훨씬 더 낮은 비용으로, 왜냐면 환자 숫자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요. 일반적으로 민간병원의 특성상 그렇게 되기 때문에, 기존의 또 유휴시설들이 많이 있고요. 왜냐면 인구공동화가 벌어지면서 그곳의 인구가 줄어드니까 아까 제가 말씀드린 그런 사업들이 침체되면서 그 건물 자체를 매입하는 게 쉬워지는 것이죠. 

◇ 신율: 그러면 앞으로 이런 것들을 법적으로 고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병원 건물을 일반 건물을 증개축했을 경우에는 이번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병원 건물은 일반 건물을 사서 바꾸지 못하게 한다든지 이런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 정형준: 예. 그런 부분들의 기준이 강화돼야 하고요. 이건 조금 더 재밌는 이야긴데, 실제로 근린시설이라고 불리는 상가 같은 건물에 한 층이나 두 개 층을 병원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훨씬 더 이런 기준이 강화되어 있습니다. 그런 상가 건물은 사실 1층에 방화문도 제대로 설치가 돼 있는 경우가 많고요. 스프링클러 당연히 전부 건물에 이미 설치돼 있는 것입니다. 상가 자체가 근린시설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요. 그런데 거꾸로 병원 단독 건물로 나와 있으면서 이걸 개조해가지고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되거나 아니면 소방시설 점검만 하는 경우는 강제조항이 있는 병원이 요양병원 정보밖에 없다는 것이죠, 지금은.

◇ 신율: 그렇군요. 그리고 또 다른 시스템의 문제를 바꿔야 하는 문제, 어떤 게 또 있을까요?

◆ 정형준: 그리고 이런 과밀병상 문제 제기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이번에 보면 실제로 20인실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건 상당히 오래 전의 행태입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대로 저희가 그런 공간을 옛날에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병상은 많이 필요하다 보니까 허가를 해줬던 것인데요. 이제는 저희가 한국이 병상 포화 국가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 다인실 정책이라고 저희가 소위 부르는 건데, 여기서 저희도 선진국처럼 사실은 1인실이나 2인실 중심의 정책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번에 화재사고로도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지만, 불과 저희 3년 전에 메르스 사태 때 다인실 때문에 메르스가 사실 중동 이후에서 가장 많이 퍼진 그런 불명예를 안지 않았습니까. 사회적으로 비용도 많이 냈고요. 그런 측면에서 이제 환자 안전을 위해서 다인실 정책을 가지고 감염 관리를 위한 1인실이나 2인실 정책으로 전면 개편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이제.

◇ 신율: 그런데 지방에는 이게 굉장히 힘들지 않아요? 왜냐면 1인실·2인실을 만든다는 건 그만큼 의료인력, 간호사분들이나 의사분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되는 거 아닙니까?

◆ 정형준: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물론 논의를 해야 하지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현재로는 지방에 있는 의료시설의 상당부분이 사회적 입원을 지금 받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신율: 사회적 입원이 뭐예요?

◆ 정형준: 사회적 입원이라 하는 것은 어떤 치료적 목적을 위해서 입원하는 것이 아니고요. 한국의 사회복지 시스템 자체, 요양시설 이런 것들, 지역사회에 재활시설이 부족하다 보니까 피부양자들이 실제로는 그냥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놓으면 편한 것이죠, 여기가 사실 요양시설처럼. 일종의 격리감금시설처럼 운영되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사회복지시스템의 논의가 필요할 것 같고요. 그래서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만 입원시키면서 병상을 작은 면적에서, 사실 여기가 요양병원까지 다해서 200 병상을 운영했는데, 이 정도 면적에 사실 운영할 수 있는 병상이 아닙니다. 그런 병상을 운영하면서도 환자를 거의 다 채웠다는 이야기거든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 신율: 그렇군요.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다인실 위주를 1·2인실로 바꾸고, 사회적 입원이라는, 그런데 그거 막을 수가 없잖아요.

◆ 정형준: 사회적 입원은 사실은 저희가 지금 지역사회 재활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 보건 프로그램으로 넘어가자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유럽이라든가 지금 일본 같은 경우도 실제로는 꼭 진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방문진료라든지, 아니면 데이케어 센터라든지, 이런 식으로 연계가 되는 시스템들, 

◇ 신율: 그렇게 되면 과밀병동이 해소가 되고 좀 불상사 같은 것이 설사 발생한다 하더라도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 정형준: 예.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사실 격리가 되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 환자라든가 아니면 장애인들도 사실 그냥 병원에 있는 게 더 편해서 있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도 해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신율: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형준: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이었습니다.


[기고] '문재인케어'에서 빠져 있는 것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지난주 발표되었다.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사회'라는 기치 하에 가계에 부담이 된 '의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비급여를 없애는 방식을 주된 전략으로 삼았다. 

사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의료보장은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다. 병원에서 평균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20%를 절대 넘지 않고, 이 또한 연소득의 2~5%를 넘어가면 무료가 된다. 이런 방식의 의료복지는 기본적으로 치료에 대해서는 국가(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 때문에 이루어졌다. 

일본은 물론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살고 있는 대만도 의료복지 수준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한국과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강보험 확대, 가입방식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이 출범했다. 당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의료보장성강화'와 '재정충원과 형평성 확대'였다. '보험적용확대'는 그 이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급여로 바꾸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방식으로 계속 추진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00년 이후로 매년 수많은 비급여가 급여화 되었다. CT, MRI등의 고가검사가 급여화되었고 고가의 항암제 등도 속속 급여화되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비급여는 계속 급여범위로 들어왔다.

문제는 이런 급여화 과정에서 비급여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2001년 12조원이었던 건강보험 총재정은 2015년에는 53조원으로 늘어났다. 무려 급여재정이 4배 이상 늘어났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답보상태다. 2001년 7∼8조이던 비급여가 2015년에는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2010년 건강보험 보장성은 62.7%이고 2015년은 63.7%이다. 5년간 보장성은 그대로인 셈이다. 그동안 급여재정은 33조원에서 53조원이 되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제 아무리 해도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체감의료비는 절감하지 못한다.

OECD 국가들은 어떻게 높은 의료보장을 유지할까? 비보험이 왜 OECD국가에서는 늘어나지 않는 것인가? 유럽국가들은 병원의 대부분이 공공병원인 점도 있지만, 입원에 대해서는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로 추가적인 행위가 있더라도 병원이 돈을 벌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가까운 대만도 병원에 대해서 이미 총액계약제를 실시한다. 

동네의원이 담당하는 1차진료도 환자등록을 중심으로 돈을 받는 인두제를 시행하거나, 한국과 같은 수가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일본처럼 비급여를 섞어진료할 수 없는 '혼합진료금지'제도를 이용한다. 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막고, 닥터쇼핑을 막기위해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작동시킨다. 경증환자가 대학병원급의 중환자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막혀 있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 필요

무엇보다 동네의원과 클리닉이 외래진료를 하고, 병원은 입원진료만 전담하는 임무분담도 명확하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처럼 의원과 병원이 무차별적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최소한 지역별로 공공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있어서, 돈이 없어도 진료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의원과 병원의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히 하고 서로의 임무분담을 시켜야 한다. 병원급의 지불제도라도 '포괄수가제'같은 비급여가 자리잡기 힘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비급여를 섞어서 진료하면 의료비 총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일본식 '혼합진료금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가 필요하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47691

 

[기고] 의료영리화 '현실' 부정하는 정부

2016-07-06 10:37:25 게재

2주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박인숙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황당한 요구를 했다. 영리병원, 의료영리화등의 용어는 사실이 아님에도, 대중적으로 호도되고 있다며, 대담하게도 장관이 직접 나서서 이런 용어에 대해서 제대로 바로잡으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언어적 측면에서 '지록위마'의 재주를 부렸던 현 정부의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국민들은 의료현실이 점점 영리화되고, 민영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용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국민 누구든 실제 병원에 갔을 때, 병원이 점점 더 돈벌이에 집착하고 있고, 진료외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게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지키기 때문에 의료민영화 아니다"

박근혜정부 4년을 되돌아볼 때, 의료민영화 정책은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노선 중 하나였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민영화'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만, 정부가 사용한 단어들인 의료규제기요틴, 의료산업화, 의료관광, 원격의료 및 IT 의료 연계 활성화, 개인건강정보 활용 등등은 실제로 이익은 사유화하고, 책임은 공적으로 진다는 '민영화'의 논리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다음날 경남도는 역사상 최초로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진주의료원 폐원 선언을 했고 정부는 이를 최종 승인했다. 집권 1년차 말에는 영리자회사, 부대사업확대를 입법이 아닌 행정부 독단의 가이드리안, 행정규칙 제정으로 밀어붙였다. 이를 반대하는 서명은 하루 만에 무려 100만명 이상이 온라인에서 동참했을 정도로 국민적 반감의 대상이었다.

작년 말에는 한국 역사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도 녹지병원'도 승인했다. 이런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은 모두 역사상 첫번째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 붙은 것들이며, 국민건강보험을 지키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는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은 잘 지키고 있었을까? 건강보험강화도 대통령의 보장성 강화 선거공약을 거짓으로 만들 정도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무엇보다 선택진료비 및 차등병실료 일부를 해결하면서도, 비급여의 증가속도를 일부 선별적 강화안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지난 4년간 비급여의 원천인 각종 의료기기 및 의료기술 평가의 규제완화에서 유래되었다. 효과성과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기와 의료기술을 빨리 시장 출시하려다 보니, 비급여 통제는 요원한 일이 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개인정보 중에도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건강정보를 활용한 각종 산업화 산업까지 논의중이다.

5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계획에는 치매 뇌졸중 같은 질환에 대해 효용성 평가인 임상시험을 면제하고 시장출시를 돕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첨단의료단지 내 임상시험시 진료와 검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료로 하겠다며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임상시험에 대한 공보험 지원'까지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민영화되고 있는 현실

이 모든 것은 건강보험 수준을 낮추고,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맥락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영리병원', '의료영리화' 라는 단어는 쓰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의료민영화, 영리화, 영리병원을 절대 추진하기 않는다는 약속을 지켰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이다. 그런 방향성은 전혀 갖추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인식탓, 복지부장관의 대국민 홍보만 요구하는 정부여당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여당은 국민의 인식이나, 언어사용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의료관광활성화, 임상시험규제완화, 의료기기 평가 간소화, 개인건강정보 전용 문제를 중단해야 한다. 제 아무리 국민과 전문가의 '의료민영화' 주장을 듣기 싫더라도 언로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현실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page=3&document_srl=1593008

2019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 보건의료 분야

 

정형준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전체적인 평가

 

보건 분야 예산은 보건복지 총 예산의 16.8%이며 2018년에 비해 9.0%(9,615억 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이는 건강보험에 대한 일반회계 지원이 14.7%(8,032억 원) 증가한 것과 더불어 기존의 빅데이터 사업과 헬스케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개발사업 등 신규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 편성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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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계에서 예산 증감률이 뚜렷한 사업을 살펴보면 보건산업정책(145.5%), 지방의료원 등 육성(76.6%) 보건산업진흥(27.9%), 보건의료연구개발(21.5%) 의료취약지 지원(27.4%)등의 예산이 증가하였고, 만성질환관리체계 및 기반구축(△18.1%), 감염병관리(△13.4%), 한의학산업지원(△23.7%)등의 예산은 감소하였음.  

 

2019년 건강보험 총 보험료 수입예상액은 57조 8,154억 원으로 예상되며, 보험료 수입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8조 942억 원임. 그러나 정부는 과징금 수입을 감안하더라도 2조 1,352억 원을 감액한 5조 9,721억 원을 편성함(여기에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건강보험지원금으로 1조 9,011억 원을 편성함).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것임.

 

세부사업 평가

 

신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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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신규사업은 의료취약지 지원 8억 원, 국립암센터 운영 11억 원, 건강보험 지원 39억 원을 제외하면, 보건의료연구개발, 보건산업정책,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지원 등에 책정되었음. 특히 보건의료연구개발에 신규로 334억 원이 책정되었으며, 보건산업정책에 143억 원,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지원에 19억 원이 책정되었음.

 

우선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 및 정신보건, 지역보건 지원 등의 상당부분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신규 보건의료 예산의 대부분이 보건의료연구개발과, 보건산업정책에 투입된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움. 보건복지부가 관할해야 할 공공의료기관 및 공공의료 활성화, 의료인력확보 및 의료의 질 및 안전관리 등에는 신규사업이 없음에도, 유독 보건의료 산업화에만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향후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 역량이 의료산업화 지원 및 발전에 맞춰지는 방향성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임. 게다가 보건의료연구개발 사업의 대부분이 현재의 의료의 질 및 안정성 확보, 공공의료체계 확립, 의료전달체계 확보, 감염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의료로봇 등 의료기기발전사업, 인공지능 신약개발 등 거의 모든 신규사업이 산업자원부에서 진행해야 마땅한 사업들임.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의 경우 작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핵심 안전망인데 고작 39억 원을 배정하였음. 이는 작년 정부가 밝힌 소득하위 50%에 대한 재난적의료비 지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규모임. 물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면 건강보험 영역의 보장범위로 재난적의료비를 급감시킬 수 있을 것이나,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속도로 볼 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됨.

 

거기다 의료취약지 지원사업은 정부가 10월초 발표한 공공의료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바, 현재 의료취약지에 절대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는 정부도 깊이 공감한 바 있음. 그런데 고작 8억 원의 예산으로 몇 명의 의료진이 양성될 수 있을지 의문임. 더구나 이 예산은 28억 원 가량이 요청되었으나 기획재정부에 의해 8억 원으로 조정됨. 8억 원으로 지원 가능한 전문 인력은 연간 10여명을 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면피용 신규사업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임.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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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예산에서 공공의료 관련 항목은 공공보건의료 정보화, 공공보건의료지원, 지방의료원 등 육성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음. 이중 공공보건의료지원 예산은 전년대비 71.5% 감소하였는데, 순감한 국내 심장분야 지역인프라 분석・구축 연구를 제외하면 남은 예산은 국제회의지원이므로, 사실상 이마저도 공공보건의료지원예산으로 판단할 수 없음. 반면 공공보건의료정보화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환된 사업으로, 전년대비 15.7% 증액된 총 54억 원이 책정되었음. 지방의료원 등 육성에는 1,118억 원이 책정되어 전년대비 76.6% 증액됨.

 

우선 지방의료원 등 육성은 올해 10월 초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기본계획에 따라, 지방의료원뿐만 아니라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될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도 포함된 것임. 따라서 예산의 증액은 공공의료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이 예산이 민간의료기관에 불필요하게 배정되지 않도록 배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임. 

 

한국의 의료기관은 95%가 민간의료기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공공의료기관이 적은 나라임. 이 때문에 지방의료원 지원이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추가적인 설립이 요구된 바 있음. 하지만 지역거점 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500병상급)건립에 최소 1,000~2,0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2019년 예산안은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

 

또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간의료기관에 지원될 금액으로 본다면,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성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공공의료사업을 정부지원금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점검이 필요함. 따라서 지방의료원 등 육성에 76.6% 증액된 예산임에도 예산 집행과정에 대한 거버넌스 이후의 면밀한 평가가 필요한 사안임.

 

2019년부터 일반회계로 분류되는 공공보건의료정보화 사업은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임.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보건의료 정보시스템을 집적화, 표준화하는 시도로 읽힘. 이는 보건의료산업정책 핵심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공공병원의 개인건강정보까지 표준화해서 직접하려는 시도로 보이며, 따라서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예산이라기보다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사업 활성화에 ‘공공의료’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이며, 순수한공공의료강화 예산으로 보기 어려움.

 

더구나 공공보건의료정보화의 내용이 불분명하고 개인건강정보를 비식별화하여 집적화하고 이를 산업화하려는 시도와 연결된다면 공공의료에 대한 대중적 인식마저 더욱 나빠질 우려도 있기에, 본 사업은 그 내용과 개인건강정보 관리와 관련된 여러 장치들이 함께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임.

 

결론적으로 2019년 예산안에서 공공의료와 관련된 보건의료 자원배분은 실질적인 공공병원 설립계획을 위한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고, 의료산업화과제(빅데이터)와 민간병원에 공공보건의료사업 위탁(민간병원에 지역거점병원지위를 부여하고 공공병원의 역할을 수행토록 함)을 위한 예산이 주로 책정되어 있음. 이는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예산안임. 기존 지방의료원등에 대한 ‘착한’ 적자 및 인력지원 계획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이 제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기 어려움.

 

보건산업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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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예산안의 특징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보건의료산업에 역대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는 점임. 보건의료연구개발 예산은 일반회계와 기금을 합할 경우 전년대비 3.1% 감소했으나 3,128억 원의 막대한 규모로 배정되었고, 보건산업정책 예산은 206억 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45.5% 증가하였음. 여기에 전년대비 27.9% 증액된 보건산업진흥 예산 351억 원도 배정함. 이는 공공의료 예산이나 재난적의료비 지원 예산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은 비중임.

 

문제는 이러한 예산 증액 편중 뿐 아니라 사업의 내용에서도 발견됨. 주로 순증하거나 증가한 사업들을 보면 보건의료연구개발에서도 의료데이터 보호·활용 기술개발,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기반 구축사업, CDM 기반 정밀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 기술개발,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등 보건의료 개인건강정보를 집적화 하여 제약, 의료기기, IT산업에 연계할 플랫폼 개발에 주로 집중하고 있음. 이들 사업은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상 공익적 목적의 사용에도 제한사항이 크며, 개인건강정보는 민감정보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빅데이터에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으로 산업화 계획은 시기상조임.

 

복지부가 2018년부터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90억 원 남짓을 배정한 바 있으나, 여러 법리적 문제 등으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경험으로도 그 문제가 드러남. 이러한 이유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은 전년대비 25.3% 감소된 예산이 편성되었으며, 기획재정부의 조정과정에서 추가로 14억 원이 삭감됨.

 

또한 복지부는 글로벌헬스케어를 육성하겠다는 명목으로 해외환자 유치 지원 사업에 2018년 131억 원을 책정했으나, 올해는 100억 원으로 감액하였음. 이는 작년에 본지에서 논했듯이 글로벌헬스케어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서 비롯한 것으로, 앞으로 의료관광유치와 같은 구시대적인 산업화 과제는 쇠퇴한다는 것을 방증한 것임.

 

보건산업진흥 예산에서는 제약산업 육성 지원에 126억 원을 배정하여 전년대비 27.9%의 증액을 하였음. 제약산업 육성 지원은 보건복지부 예산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예산에서 책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공익적 제약산업과 신약개발에 한해서만 보건의료예산으로 편성될 필요가 있음. 따라서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27.9%의 증액도 과도해 보임.

 

보건산업진흥 예산 중 바이오헬스 기술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무려 98억 원을 배정해 전년대비 97.3%를 증액하였음. 이는 전년대비 예산을 거의 2배가량 부풀린 것인데, 여기에 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재생의료 등 차세대 보건의료산업발전 과제들이 들어있음. 문제는 이들 보건의료산업과제들이 기초과학연구부터 내실 있는 투자와 연구지원이 아니라, 보건산업측면에서 최종산물개발에 매년 막대한 증액이 이루어지고 있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할 세력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점임. 실제로 최근 줄기세포 업체 상당수가 거짓된 최종의약품 과다 광고, 주가조작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사업들에 대한 생태계 조성에 악용되지 않도록 할 장치가 필요함.

 

무엇보다 보건의료산업에 대한 막대한 예산 배정은 이런 공적자금지원이 공익적으로 어떻게 국민건강과 생활에 도움을 주는지 밝혀내는 것임. 그런데 2019년 예산안의 보건의료 산업정책 분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산업발전측면과 고용측면만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어떠한 공익적 이로움이 발생할지에 대한 고려가 없음. 그렇다면 과연 보건의료 예산으로 민간산업체의 발전과 영리적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반문하게 됨.

 

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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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건강보험 지원 예산 중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은 전년대비 14.8% 증액되었으나, 법정의무조항인 내년도 건강보험의 예상수입의 14%에 비교해 2조 1,352억 원 가량이 부족함(과징금 수익예상금 반영). 더욱 놀라운 것은 보건복지부가 6조 1,669억 원을 요구하였으나 기획재정부는 1,949억 원을 삭감해, 일반회계에서 5조 9,72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점임.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미납은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악재일 뿐 아니라 공적책임 유기 행위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함.

 

또한 신규로 예정된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에 39억만 배정한 것은 정부의 재난적의료비 해결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킴. 향후 정부는 이를 재고하여, 재난적의료비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려는 시도가 필요함.

 

기타

 

한의약 세계화 및 홍보, 한의약산업지원, 한의약연구 및 기술개발등은 대부분 예산이 줄어들었음. 특히 한의약산업지원은 23.7% 감소됨. 이는 정부가 한의약발전을 통해 공익적 이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산업발전을 통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하에 전년 투입한 예산이 실패했기 때문으로, 향후 보건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예산배정의 경종을 울리는 실례로 볼 수 있음.

 

의료인력 양성은 283억 원으로 전년대비 20.5% 증액되었고, 의료기관 질관리 및 정책지원도 150억 원으로 전년대비 30.5% 증액됨. 의료인력 양성과 의료기관 질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의 증액은 매우 중요한데 2019년 예산안을 투입한 결과, 즉 어느 정도의 질관리 및 인력관리, 그리고 의료의 질 향상이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며 향후 그에 따른 예산의 지속적인 확장이 요구됨.

 

1차의료 활성화 예산으로는 혁신형 건강플랫폼 구축 지원이 11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이지만 전년대비 167.2% 증액되었음. 이 사업도 1차의료가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모델개발에 대한 것으로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 점차 확대되어야 할 사업으로 평가됨.

 

결론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영리화 사업 등에 예산이 과다 편성되고 있음. 대표적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민감정보에 속하는 건강정보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안임. 때문에 이를 전년도 플랫폼 예산만 축소하고, 여타 연구개발 및 플랫폼 사업으로 확대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함. 또한 보건 분야 신규예산의 대부분이 보건의료산업개발에 치우쳐 있는데, 이들 사업이 공익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음.

 

공공보건정책 관련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지역의료원 지원 등의 명목으로 일부 증액되었음. 그러나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 예산의 민간의료기관에도 투입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된 만큼, 거버넌스 확보 및 공공의료사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정이 필요해 보임. 또한 공공병원 설립 등을 위한 공공보건 정책 예산이 합리적으로 증액되고, 최소한 의료취약지에 대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예산이 획기적으로 증액되어야 공공의료 예산으로써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임.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제1항에 의거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 57조 8,100억 원 보험료 수입의 14%에 해당하는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8조 934억 원을 지원해야 하나, 2018년에 이어 2019년 예산안에도 2조 1,352억 원을 감액 편성하였음. 이는 관련 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함. 문재인 케어 소요재정 조달을 전적으로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법이 지정한대로 국고지원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국회는 예산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이를 시정해야 함. 또한 국민건강증진기금법을 개정하여 국고지원을 이행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음. 

 

이러한 국고지원이 제대로 될 경우 OECD 국가 중 미국, 스위스, 한국만이 시행하지 않은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재원이 마련될 수 있으며, 정부는 그 불명예를 더 이상 가져서는 안 됨. 이를 통해 일시적인 재난적의료비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건강보장 체계를 갖춰나갈 수 있을 것임. 향후 보건의료산업발전을 명목으로 한 각종 R&D사업에 신규예산을 배정할 게 아니라, 건강보험의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 및 시범사업 등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것이 필요함.

편집인의 글

 

정형준 |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최저임금 관련된 논의가 최근 수년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2005년 10%를 넘어섰고, 작년까지 18.2%로 증가했다.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5정도인 것이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대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최저임금은 사실 매년 정규직노동자들이 사측과 협상해 결정하는 임단협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조기퇴직, 노령화로 인한 시간근무자가 늘어나면서 전일근무자에 해당되는 월급개념보다는 시급이 지닌 의미도 사회전반으로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논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쟁점 중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20년까지 현재 6470원에서 1만 원으로 상향하려는 약속을 지키려면 매년 큰 폭의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그 결과 7월 15일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었다. 전년대비 16.4% 인상안이며  10여 년만에 두 자리수가 인상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10월호 복지동향은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의를 최근쟁점, 거버넌스, 국제적 변화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약속을 한만큼 이를 통해 앞으로 복지운동에서도 최저임금인상을 통한 복지지형의 변화를 어떻게 추진할지 고민하는 계기도 필요하다.


또한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여전히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되었다.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이 표결로 처리되었는데, 사실 공익위원이 노동자측을 지지하지 않았다면 6,625원을 제시한 공급자들의 의견이 관철되었을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대한 공개, 토론보다는 정부가 추천한 공익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결정의 투명성은 우선적으로 확보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끝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었을 때, 문재인 정부의 약속처럼 소득이 증대되어 늘어날 가계 가처분소득만큼, 사회보험재정을 위시한 사회복지전반의 재정확충도 기대된다. 당장 내년 인상될 최저임금에 연동하여 증가할 건강보험수입이 서민들의 의료비절감에 사용되길 기대한다. 이런 과정이 임금인상과 복지확대의 선순환일 것이다.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page=26&document_srl=1503630&listStyle=list

19대 대선 복지ㆍ노동 공약 평가

– 보건의료 분야

 

정형준 |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보건의료 분야 후보별 공약

후보별 보건의료분야 공약 표

 

 

세부공약 비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지난 30여 년간 보건의료정책 핵심이었으며 매번 대통령선거 시 핵심 보건의료공약으로 제안되었다. OECD 국가 중 여전히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과 이로 인한 가계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어, 국민들이 항상 새로운 대통령이 의료비 절감을 위한 획기적 정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요정책별로 살펴보면 5명 후보 모두 본인부담상한제를 강화할 것을 공약했고 일부, 혹은 부분적인 보장성 강화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면 보장성 강화안은 2012년 대통령선거 때 야권단일후보였던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결국 시대적 흐름을 따르지 않고 뒤처지고 있다는 증거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상한제 100만 원을 주장한다. 그러나 2012년에는 비급여를 대부분 급여화하면서 연간 8.5조 원 가량의 재원을 투자1)하는 비급여를 포함하는 획기적 보장성 강화안이었다면 지금은 소극적인 건강보험범위내의 상한제를 주장하는 늬앙스다. 또한 문재인 후보의 주요 보장성 강화안이 ‘치매국가책임’으로 먼저 나타난 점도 보편성에서 선별성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후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치매’라는 질환의 중증도나 사회적 의존도가 낮고 높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타질환과의 연관관계, 지역사회구조의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특정 질환중심의 우선적 보장성 강화 혹은 공적지원이 중심이 될 경우 부작용을 발생하게 된다. 특히 치매에 대해 강화된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한다면 치매와 연관되는 상병 문제부터 재활 치료, 돌봄서비스 등에 대한 연계여부까지 논란이 계속 확산된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의 보장성 강화안은 2012년 대선공약에서 후퇴하였다고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후보는 목표 보장률도 제시하지 않았다. 아동진료비 국가책임제를 주장했지만 그 보장성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목표보장률 80%로 비급여 포함 상한제에 대해 주장했다. 상한제 금액은 소득 수준으로 100-500만 원을 상정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7개 구간의 50만 원에서 500 만 원까지의 법정본인부담금 상한제와 유사하지만, 비급여를 포함하는 계획이 추진된다면 훨씬 나은 보장성 강화안이라고 볼 수 있다. 유승민 후보도 비슷한 80%대 보장률을 목표로 비급여의 급여화 등을 주장하고 본인부담상한제를 확대 적용안에 대해 동의하여 현재 전체 가입자의 1% 정도만 상한제로 보는 혜택을 대상 수준 10%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하였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홍준표 후보는 예비급여 포함 본인부담상한제를 200-300만 원으로 주장하였다. 예비급여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도 주장한 것으로 비급여에 대한 급여화 전략의 한 부분으로 대부분의 후보들이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 미용, 성형 등에 대해서만 의료비 지원을 제외하는 네거티브 방식 도입’을 통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주장해서 차별성을 보였다. 사실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제대로 된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선별급여의 경우 높은 본인부담금뿐 아니라 여전히 의심되는 효용성 등이 문제이다. 따라서 비급여와 급여 진료의 구분을 이제는 명확히 하여 일본식의 ‘혼합진료금지’를 한국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점에서 심상정 후보의 네거티브 방식 도입이 가장 구체적이다. 또한 심상정 후보만 ‘입원진료비부터 보장성 90%로 상향’ 및 ‘0-15 세 입원진료비 100% 보장’의 획기적 보장성 강화 안과 목표수치를 분명히 제시했다. 앞서 밝힌 네거티브 방식의 비급여 통제를 통해 건강보험 상한제 100만 원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리하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은 심상정 후보의 차별적이고 현실적인 보장성 강화안에 비추어 다른 후보들의 관습적인 방안들이 제시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2012년보다 후퇴한 안을 제시하고 있어 재고가 요구된다. ‘예비급여’에 대해서도 네거티브 방식의 명확한 혼합금지 등의 조항을 반영할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선이 20여일 남짓 다가온 현재도 보장성 강화 공약을 명확히 제시한 것은 심상정 후보와 홍준표 후보뿐이다. 이는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요구에 대한 주요 후보들의 책임방기로 볼 수밖에 없다.

 

상병수당 도입

상병수당은 이번 대선에서 ‘기본소득’ 및 청년수당, 아동수당 등의 복지수당과 연계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논의 후 결정’이라고 밝혔고 안철수 후보는 ‘유보’를, 홍준표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반면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찬성입장을 보였는데, 유승민 후보는 산재보험과의 통합 등을 논의하며 명실상부한 상병수당 논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후보는 상병수당에 대한 입장은 보류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재난적 의료비’ 대응 대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원래 ‘재난적 의료비’를 보편적으로 막는 방법이 앞서 본 건강보험 보장성의 강화와 상병수당의 도입이다. 다시 말해 직접의료비(본인 부담금)를 낮추고, 아파서 줄어든 소득을 보전(상병수당)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병수당 도입은 유보적이면서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20조 원이다. 이는 상병수당을 즉시 도입하여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따라서 각 후보들은 건강보험 흑자에 대한 보장성 계획안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

공공병원 확충방안 공약은 후퇴했다. 과거 최소 30%까지 공공병상을 늘리겠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다. 그러나 공공병원 확충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나마 문재인 후보만 보험자병원(요양병원) 확충을 제시하였고, 심상정 후보는 공공병상 필요도에 따라 지역거점 지방의료원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공약이다. 현재 공공병원 병상 수 대비 10% 정도 밖에 되지 않고 2015년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민간의료기관(삼성의료원)이 못하는 치료를 국공립의료기관에서 충분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 확충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이런점에서 공공보건의료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심상정 후보가 그나마 낙제는 면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낙제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 및 시설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력부족이다. 또한 현재의 공공의료기관과 인프라가 교육부(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지자체), 보건소(보건복지부, 지자체), 중앙의료원(복지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 제대로 된 인력관리가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일소하고자 최근 논의되는 것이 통합적인 공공의료인프라를 총괄하는 ‘공공 보건의료공단’이다. 공공보건의료공단과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 측은 답변하지 않았고, 안철수, 심상정 후보 측은 찬성입장을 보였다. 유승민 후보 측은 장기과제로 밝혔다. ‘공공보건의료공단’은 장기적으로 통합적인 의료기관체계와 공공보건의료인력 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각 후보들은 현재 의료취약지 및 격오지에 부족한 공공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공공보건 장학특례를 제시하고, 안철수 후보는 공공인력센터, 홍준표 후보는 분만취약지 장학특례를 거론했다. 유승민, 심상정 후보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모두 인력수급이 어렵다는 것에 대한 대응방안이나 장기적으로 장학 제도나 공공의료인력 교육기관만으로는 부족하며 장기적으로 공공의료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정책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에 대한 답변이 분명하지 않았다. 반면 의료민영화 사안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분명한 반대 입장이 아니면 수동적인 긍정의 표현으로 응답하였다. 문재인 후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명확한 답변2)을 보내오지 않았다. 다만 의료민영화 부분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반대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을 통해 분명히 하였다. 이외에도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된 각종 영리화 정책들(부대사업 확대, 임상시험규제 완화, 병원인수합병 추진)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반대)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문재인 후보의 4차산업 혁명 일자리 확충계획에 여전히 보건의료 부분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이는 대체로 IT-의료연계 산업이거나, 바이오산업들이다. 산업발전의 측면 자체를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들의 건강과 안녕, 안전을 우선시하는 방향이 명확히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료민영화’ 사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재차 요구된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규제프리존법을 찬성하며 보건의료산업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를 답습하겠다는 의지를 제시했다. 이 법은 의료 부분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개인정보 등 공공의 영역을 무분별하게 규제완화하는 것이다. 아직 공약집에는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의료민영화/영리화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유일하게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사안에 대한 명확한 전면반대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가 허용한 국내 최초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허가취소 의사까지 밝혔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및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질의서에 답변을 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하다.

 

재정전략

지난 박근혜 정부 4년은 유래 없는 건강보험 흑자를 통해 무려 20조 원 이상의 준비금이 남았지만, 이를 전혀 의료비 절감에 쓰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예산증대를 목적으로 가장 세수수입이 높은 수준으로 담뱃값을 올려 무려 4조 원 가량의 추가재원을 마련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건강증진기금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건강보험재정에 혹은 국 민건강에 기여하는 것이 옳았음에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건강보험 부과체계 논의가 계속되었는데,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고지원이나 기업부담은 논외로 하고 가입자 간의 형평성 논의 조차 4년을 끌어서 최근에 복지부 안이 통과된 상태다.

 

따라서 각 후보들이 향후 보장성 강화 및 상병수당 도입,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남아있는 재원도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국민들에게 서비스로 돌려주고 다양한 재원마련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재원마련과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는 민간보험의 부당이익을 환수하고, 재정효율화를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심상정 후보 측은 보험료 인상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국고지원 관련해서 문재인 후보는 국고지원 사후정산제로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며, 안철수 후보 측도 국고 지원 사후정산을 하고 이후에 국고지원 확대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 측은 국민건강기금을 건강보험에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사후정산을 제대로 하더라도 16.6%에 불가한 국고지원을 어느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주장은 없다. 또한 부과체계 개편 방향에 기업부담 확대를 위한 노동자, 기업의 분담비율 조절이나, 프랑스식의 대기업각출금 등의 논의도 없다. 반면 보험재정의 확충을 가입자 보험료로 하려는 주장이 있다. 물론 받는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이 확보된다면 보험료 인상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20조 원이 넘는 보험재정, 그리고 국고지원의 사후정산을 하지 않아 누락되는 매년 2조 원 이상의 재원 등을 고려하면, 건강보험 재정 전략에 대한 인식은 아쉬운 수준이다.

 

 

총평

 

이번 대선은 촛불이 만들어 낸 성과로, 매우 긴박하게 치러진다는 점에서 충분한 정책적 대비가 없었음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 정책 공약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기존 전략을 답습한 정도일 뿐 선제적 공약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2012년 출마했던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보건복지 공약이 2012년에 비해서도 많이 후퇴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공공병원에 대한 확충을 약속했지만, 반면 공공의료가 아니라 규제프리존법을 지지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 고 있다.

 

거기다, 기존 목표 건강보험 보장률이나 목표 공공병상률 등의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고 있고, 보편적인 보장성 강화방식인 본인부담상한제, 입원, 외래 등의 목표 보장성 설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심상정 후보만이 공약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치매 국가책임제, 아동치료비 국가책임제, 노인 외래 진료비 정액제 등 선별적인 공약들이 전면에 배치되었다.

 

상병수당의 경우 필요성이 강조되고, 보험재정의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공공보건의료인프라 확충계획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거, 보육 등은 국민연금의 채권발행 등으로 복지공급을 통한 선순환을 고민하고 있는데, 보건의료 부분은 여전히 민간주도의 프레임을 깨려는 노력이 경미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들은 보편적 보장성 강화, 상병수당 도입, 공공보건의료인프라 확충 등과 같은 핵심 요구들을 수차례 요구해 온 것을 각 후보 들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진일보된 공약이 나오길 기대하며 이번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길 바란다. 그것이 이번 대선을 만든 촛불민심이다.

 


1) 문재인 후보의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는 각종 비보험을 대거 건강 보험 적용대상으로 포함하면서, 연간 본인부담 상한을 100만 원으로 인하하는 것, 2013년 전체 국민의 하위 50%에 대해 본인부담 상한 을 100만 원으로 인하하고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전 소득계층을 대 상으로 100만 원으로 인하 추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각종 비보 험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의료비 100만 원 상한제’를 시행 하는데 필요한 재정은 연 평균 8.5조 원

(http://www.theminjoo.kr/ policyBriefingDetail.do?nt_id=17&bd_seq=34131, 2012년 12월 14일 연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 설명자료)

 

2)“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에 대하여, 의료 민영화 부분을 제외하여야하고 박근혜 정부가 과대 추계한 69만개 서비스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국민의 대표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전제 하에, 저임금 서비스산업근로자의 근로여건 및 임금상향, 서비스산업 부가가치 고도화를 함께 검토해야 본 법의 처리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2017년 4월 14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문재인캠프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에 대한 답변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

 

정형준 |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의 건강보험이 가진 선별성

한국의 건강보험은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에 직장건강보험으로 도입되었고 1988년에 전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전국민건강보험이 시행되었다. 건강보험이 가입자 측면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1977년 당시 선별적이고, 차별적인 각종 제도들은 지금까지 그 잔재가 남아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급여의 제한적 범위이다.

 

1977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국고지원을 하지 않고, 기업과 노동자들의 부담만으로 건강보험제도를 보충적으로 실시하려는 나머지, 건강보험 내에서 보장하는 급여 항목 외에 비급여 항목을 섞어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또한 급여의 범위도 현물급여(의료서비스)에 국한하여, 원래 사회보험이 가진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한 보상도 보장범위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이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에 도입 되었음에도, 빈자들과 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내용을 다르게 만들었고, 현금급여(상병수당 등)를 도입하지 않아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로 빈곤층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박정희 체제의 건강보험은 노동력 재생산이 가능한 계층의 노동능력 회복에 주된 포커스가 맞춰졌고, 노동시장 등에 다시 참여할 수 없는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의료서비스 면이나 소득 면에서는 철저하게 외면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잔재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의 방치로 인해 보장성이 수십 년간 답보상태에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여 여전히 가계부양자 등이 중병에 걸리면 빈곤층으로 몰락하기 일쑤이며, 국고지원액이 충분하지 않아 재정적으로는 계속 가입자의 직접부담을 늘리거나, 의료공급자를 쥐어짤 수밖에 없다.

 

이 중에서도 재난적 의료비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은 사회보장제도로서 건강보험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능을 복원시키고, 이제는 박정희의 잘못된 건강보험 유산을 청산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심각한 재난적 의료비 문제

<그림2-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의 재난적 의료비는 OECD 국가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대체로 본인부담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재난적 의료비가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이다. 이는 단순히 낮은 보장성에 의해서만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이 문제에 결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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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평균 보장성의 혜택이 주로 빈곤층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또한 진료비 상한제 등이 총 의료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급여범위만을 대상으로 하여 유명무실한 것도 큰 영향이다. 하지만 이상의 문제들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금급여가 없어서 소득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호능력이 전혀 없는 것이야 말로 재난적 의료비를 만드는 핵심 원인이 된다.

 

가계의 주 소득자가 중병에 걸리면, 직장가입자의 경우 한 두달의 병가를 통해 일부 소득이 보전되지만, 그 이후는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된다. 또한 자영업자의 경우, 아픈 순간부터 재산정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그림2-1>에서 보듯 한국보다 훨씬 보장성이 떨어지는 멕시코보다도 의료비로 인한 빈곤층 추락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한 보장은 사실 OECD 국가 중 미국, 한국, 스위스를 제외하면 모두 실시하고 있다. 이를 다른 나라들에서는 질병수당(Sickness Benefit), 상병수당 (Invalidity Allowance) 등으로 부르고 있다.

 

 

상병수당이란 무엇인가?

상병수당에 대해서 사회보험을 거의 최초로 도입한 독일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건강보험 피보험자는 질병으로 근로능력상실이 되거나 병원, 예방 또는 재활시설에 입원해서 건강보험조합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때 현금수당으로 보전하는 제도(독일 사회법전 제5편 법정 건강보험 제44조).”

 

한국이 상당부분 사회복지제도를 차용한 일본의 경우도 일본 건강보험법 제 99조에 “건강보험 피보험자가 요양으로 인하여 근로에 종사할 수 없을 때 표준보수일액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명시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사회보장법전에 “노동불능 상태 시작일로부터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 일일수당을 지급하(프랑스 사회보장법전 제L323-1조)”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보험제도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기본적인 서비스로서 소득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사회보험이 초기에는 현물급여가 아니라 현금급여 중심의 조합 서비스였기 때문에 애초부터 필수적인 요소였던 측면이 크다.

 

사회보험제도로 건강보험을 운영하지 않고 국가의료체계(NHS)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영국, 스웨덴, 스페인, 이태리 등)의 경우도 상병수당은 실업급여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보장제도로 유지된다. 영국에서 국가의료체계(NHS)를 도입하게 된 1942년의 비버리지 보고서는 “실업ㆍ질병ㆍ재해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었을 때, 정년퇴직으로 소득이 중단되었을 때, 주된 소득자가 사망하여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졌을 때, 출생, 사망, 결혼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지출될 때를 대비한 소득보장정책”으로 질병수당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보건의료관리와 별개로 사회보험청, 혹은 노동연금국, 노동사회부 등의 고용, 노동, 연금과 관련된 부분에서 이를 관리한다. 하지만 ‘구직노력’ 등이 없더라도 아파서 일을 못하는 경우는 소득의 일정부분을 그냥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사회보험의 상병수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1952년부터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상병수당’ 규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각 국가에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과 그간의 논의

한국에서도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고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병수당의 도입논의는 계속되어 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공단 일원화를 주장했던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보험급여 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의료연대회의)는 1995년에 이미 상병수당 도입을 장기과제로 상정했다. 당시에 이를 통한 재정추계도 실시하여 제시했는데, 당시 실시비용은 4천7백97억 원(93년 기준)1)으로 잡았다.

 

법적으로도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 (부가급여) 조항에 대통령령으로 상병수당을 부가급여로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떠한 정부도 대통령령으로 상병수당 지급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보장권 강화 측면에서 상병수당의 의무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2010년 이후로 야당 국회위원들의 발의로 상병수당 도입법안도 국회에 제시되었다.

 

그러나 상병수당과 관련된 논의는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았는데, 이는 우선 건강보험재정의 빈약성, 그리고 우선순위에서 여전히 현물급여(의료서비스) 부분의 취약함이 영향을 주었다. 때문에 상병수당의 도입논의는 비급여로 상징되는 보장성 강화의 장애물 제거와 함께, 재정적으로는 국고지원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가입자 중심성 이탈등과 연계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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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 즉각 도입의 필요성

첫째, 앞서 보았듯이 현재 한국의 의료비로 인한 재난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 상병수당은 당장 도입되어야 한다.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가 빈곤층 추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가속화 뿐 아니라, 아예 재기불능상태를 만들어 자포자기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2월 온가족이 자살했던 ‘세모녀 사건’의 경우에 보더라도, 이들 가족이 빈곤층으로 추락한 결정적 이유는 12년 전 방광암으로 가장이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어머니인 박씨가 60세 나이로 큰딸의 당뇨 및 고혈압으로 인한 치료비를 부담하는 또 다른 의료비 문제가 가중되었다. 결국 큰 딸의 질환이 근로가 불가능한 수준임을 인정받지 못해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하였고, 재기불능의 회의를 느낀 세모녀가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소득보전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 문제로, 사회적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장치이다.

 

두 번째는 소득보존이 없어 안정적인 치료와 재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집단은 의학적 고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와병으로 인한 소득대체 가능 여부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라도 주 소득자들(특히 독립 자영업자)은 외래치료를 선호한다. 따라서 재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이는 빠른 사회복귀만큼의 재발 위험성을 높이고, 노령층의 만성질환군이 확대되는 문제까지 낳고 있다.

 

의료접근성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경제적 요인보다는 의료자원의 배분문제가 고려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상병수당의 부재로 경제적 요인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이다. 즉 소득보존이 가능한 계층과 아닌 계층의 건강불평등이 상병수당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고, 이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소득보전이 안 되는 관계로 빠른 치료, 수술적 치료 등 치료의학의 발달만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보았듯이 소득보전이 안되어 재활 및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의학의 발전과정까지 왜곡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로봇수술, 통증치료에 이용되는 각종 시술 등이다. 이들 기법들은 실제로 수익성 때문에 선호된 측면이 크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절개부위가 적어 빠른 사회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되어있다.

 

병가 사용이 가능하고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일부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일용직 등은 모두 빠른 치료결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소득보전이 안되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주사치료 및 과다 약물로 빠른 치료를 추구하는 현재의 패턴은 한국만의 기형적 의료구조까지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적정진료 및 근거중심의학이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상병수당의 도입은 절실해 보인다.

 

끝으로 상병수당의 부재는 민간보험까지 팽창시켜 불필요한 가계부담을 이중으로 늘리고 있다.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정액보험(암보험, 질병상해보험 등) 가입자의 상당수는 질병으로 인해 닥칠 재정위기를 걱정해서 가입하고 있다.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실손민간보험 시장이 축소되더라도, 상병수당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정액보험 시장은 여전히 그 규모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 상병수당의 도입과 보장성강화는 같이 가야만 하는 패키지다. 어느 한쪽만 강화한다고 해서 재난적 의료비 문제는 물론 민간보험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다.

 

 

비용과 소결

상병수당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제나 비용문제였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간 거의 3배 가량의 팽창을 하였으나, 보장성 강화도 답보상태이고, 상병수당도 도입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건강보험 상한제도 도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분석은 다각도로 필요하지만, 중요한 점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비급여, 치료의학, 민간보험 팽창 등의 효과와 비교해 지금이라도 상병수당을 위시한 정책들을 도입하는 것이 당장의 적자를 고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낫다는 점이다. 여기서 낫다는 것은 상병수당 도입의 이익으로 줄어들 민간보험료, 효과가 불분명한 고가치료의 배제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러한 비용의 상당부분은 국가가 제대로 건강보험에 지불하지 않고 있는 국고지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국고지원 미납액은 무려 30조 원에 육박한다. 또한 비용을 계산해도 현재의 건강보험 20조 원 누적흑자에 비추어 볼 때 실현불가능 하지 않다. 2011년 당시 경제활동인구 대비로 산출하여 평균입원 기간 1개월을 대비하여 추계한 내용이 3조 원이었던 바 있다. 이를 최근 기준으로 다시 정리하면 3.5조 원-4조 원2)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건강보험 흑자 국면은 상병수당 도입의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 건강보험 흑자가 전적으로 가입자 부담의 가중과 보장성 악화에 따른 결과인 만큼, 조속히 의료비 절감에 사용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상병수당의 경우 기존 신고소득의 70-80%정도를 보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소득신고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자영업 및 임대업 등의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세금, 보험료 등의 가계부담에 비해 얻는 이익이 작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꾸로 막대한 민간보험가입비용을 가계는 부담하면서도, 사회보험과 국가가 보장하는 복지는 신뢰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기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현금급여의 도입은 건강보험의 공적기능 강화 및 여타 사회복지 서비스에서의 사회적 수용성도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조속한 상병수당의 도입을 기대한다.

 

<부록> 해외의 상병수당


○ OECD 34개 국가 중 스위스, 미국, 한국만이 공적 상병수당 제도가 없음(스위스는 선택적 보험, 미국과 한국은 제도 없음).
○ 상병수당의 형식으로서 건강보험 현금급여(독일, 프랑스, 일본 등)는 NHI에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영국, 스웨덴, 캐나다, 스페인 등)에서의 지급은 NHS에서 주로 이루어짐.
○ 주요국 상병수당 현황
- 독일 : 임금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질병금으로 지급받음.
- 프랑스 : 노동자 및 이와 동일한 소득이 있는 경우(시간당 6.41 유로 기준, 시간당 약 9,922원)일 경우 최고 36개월까지 지급받음. --> 건강보험 전체 재정에서 7.8%가 상병수당 비용임(2004년 기준).
- 일본 : 피보험자가 노동할 수 없는 경우 지급되며 최고 1년 6개월한도. --> 지급률은 60%, 장기화 경우 장애연금으로 전환됨.
- 스웨덴 : 노동자와 자영업자도 적용대상이며 상병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지급함. --> 1988년 기준으로 GDP의 2.79%가 상병급여로 지급됨.
- 영국
◦상병수당(Invalidity Allowance) : 상병으로 인하여 28주 미만 취업할 수 없는 자에게 지급, 법정 상병급여 또는 상병급여 수급 28주 이후에도 질병 및 장애가 계속, 주당 66.75파운드(약 11만 5천 원) + 가급연금액(1인당 £39.95, 약 7만 원).
◦상병연금(Invalidity Pension) : 상병으로 인하여 28주 이상 취업할 수 없는 자에게 지급, 60세(여자 55세) 미만인 상병연금 수급권자 / 상병발생 후 가입가능 기간이 6년 이상 남아 있을 경우 / 상병연금에 추가로 지급, 40세 이하 주 £14.05/50세 이하 : 주 £8.90/·51세 이상 : 주 £4.45

 

 


 

1) 당시 전체 의료보험 급여비 2조7천억 원의 17.7% 수준이었음. 상병수당 급여율은 피부양자가 2명 이상일 경우 60%, 그 미만이면 40%, 최대급여기간은 6개월 정도로 의견제시.

2) 2016년 12월 경제활동인구 2,616만 명임. 2012년 기준 총 입원기간 중 31일이상은 31만 건으로 전체의 4.4%임. 도덕적 해이로 인한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나이 등에 따라 장기입원 등이 현격하게 낮은 경제활동인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경제활동인구 중 1개월 이상 입원환자는 많아도 100만 명(4.4%는 115만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됨. 여기에 직장인 월평균소득 260만 원의 80%선인 207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면 2조(1개월이상 1개월 입원시)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2개월 이상 유병률 등을 고려하면 약 3-4조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월평균소득의 60%선으로 설계하면 비용은 더욱 줄어들 수 있음.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page=27&document_srl=1492725&listStyle=list

 

박근혜 최순실 의료게이트의 본질

 

정형준 | 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최순실이 벌인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분노는 꺼지지 않고 있다. 10월경부터 매일 벌어지는 뉴스에서의 폭로와 추가 탐문수사로 인해, 혹자는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현실이라고 비꼬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국정농단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조차 법정에서는 ‘죄가 없다’고 항변한다고 한다.

 

지금 현실의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배권력의 부패, 추문, 뒷거래 등의 소설 속 전개보다 더 하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는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패의 고리에 크게 부각된 것은 다름 아닌 ‘의료정책’ ‘의료기업체’ ‘의약품’ 그리고 ‘의사들’이다. 이를 우리는 ‘의료게이트’라고 부름직한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12월 14일에 세월호 7시간의 진실규명과 결합하여, 각종 약품사용, 특정 의원과 의사들의 결탁과 권한남용에 대한 광범한 질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의료게이트’는 단순히 몇몇 의사들과 정권의 결탁, 그리고 청와대에서 사용된 약품에만 국한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을 관통하고 있는 의료정책 그리고 그 때문에 발생한 국민들의 피해와 앞으로 한국의 의료제도에 미칠 영향 모두를 포괄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때문에, ‘의료게이트’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그 핵심을 추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산업체와의 결탁

 

 

‘의료게이트’가 폭로된 시발점은 최순실의 단골 성형외과로 알려진 김영재의원에 대한 정권의 특혜였다. 김영재의 부인이 설립한 화장품회사(존 제이콥스, 대표 박휘준 – 김영재의 처남)의 제품은 청와대에서 2016년 설 명절 선물로 선정되었다. 이 화장품 회사는 뚜렷한 해외판매 실적 등이 없었으나, 장충동 신라면세점(2016년 7월), 명동 신세계면세점(2016년 5월) 등에 입점하였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프랑스순방 때 직접 광고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김영재가 설립한 의료기기회사(주 와이제이콥스메디컬 – 사원수 8명의 소기업, 대표 박채윤 – 김영재의 부인)도 수술 부위 봉합에 사용하는 실 개발에 3년간 15억 가량을 분당서울대병원과 산학협력(책임연구원:서창석 – 현 서울대병원장, 전 대통령 주치의)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았다. 또한 2014년부터 청와대의 안종범수석 및 비서관이 직접적으로 서울대병원과 의료기기회사의 합작기업을 설립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 압력을 행사하는 자리에는 전 서울대병원장(오병희)과 현 서울대병원장(서창석)이 모두 동석했다.

 

서창석은 한술 더 떠 이 업체의 실을 서울대에서 쓰도록 압력을 행사에 이를 서울대병원에 등록하고, 김영재를 서울대 외래교수에 위촉했다. 김영재는 외래교수 자격에 미달되었고, 성형외과과장 및 외과과장과도 전혀 상의하지 않았음도 밝혀졌다.

김영재 부부가 받은 특혜의 화룡점정은 청와대가 나서서 해외 수주 계약을 주선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부는 대통령 해외순방에 3차례 동행했다.(2015년 4월 중남미 순방, 2015년 9월 중국, 2016년 5월 아프리카, 프랑스) 특히, 공식적인 경제사절단에 두 기업 모두를 이름에 올린 적도 있었다.(존 제이콥스 박휘준 대표이사, 와이제이콥스메디컬 기술이사 김영재)

 

이처럼 김영재이든 그의 부인이든 간에, 개인적인 최순실 혹은 박근혜와의 인맥으로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적기업의 배를 불려온 것은 명백한 부패게이트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김영재는 피부리프팅 전문가로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들어났다. 이는 박근혜의 필러, 보톡스 시술자로 김영재를 지목되게 만들었으나, 그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였다.

 

특정 의원과 의사와의 결탁은 단골성형의원의 경우에만 있지는 않았다. 최순실과 박근혜가 과거부터 이용했던 럭셔리의원도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차움병원은 차병원 계열 병원으로 회원권만 1억 5천만 원이고 연회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럭셔리 의료 콤플렉스다. 차병원은 2010년 이후로 ‘차바이오’라는 자회사를 바탕으로 줄기세포치료제 및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2014년 8월 줄기세포 상업 임상시험 1상의 면제범위를 확대하는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런 규제완화는 선진국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직접 2014년 5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동결난자의 연구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비동결난자 사용은 차병원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냉동보존 된 난자는 질이 떨어져 연구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여타 줄기세포 업체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다 2016년이 되어서는 차병원은 자신의 연구소에서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2016년 1월 19일)를 유치했다.(이 업무보고는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처가 같이 했음.) 당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는 모조리 의료산업화관련 사항으로만 채워졌다. 또한 이 연구소는 2016년 4월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참석한 바이오 현장간담회도 개최했다. 이런 로비의 대가로 2016년 5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 때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시 배아 사용요건 완화’가 규제 완화책 중 첫째로 꼽혔다. 또한 차바이오가 임상시험 중인 알츠하이머, 뇌경색 줄기세포 치료제와 같은 상병을 꼭 집어 임상3상 면제 대상으로 언급하였다. 최종적으로 차병원은 2016년 7월 9년 만에 줄기세포연구팀의 ‘체세포 복제배아연구’가 복지부로부터 조건부 승인되었다.

 

이런 특혜에 대해서 차병원과 차움병원은 최순실, 박근혜 모두 차움병원의 회원이 아니고, 의료서비스만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미용 목적의 태반 주사와 백옥 주사, 신데렐라 주사 같은 주사제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기능의학적 처치가 주된 ‘차움병원’에서 연회비를 내지 않고 진료를 받는 다는 것 자체가 거꾸로 차움병원의 진료가 로비의 성격이 강함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차병원이 이후 받은 각종 규제완화의 혜택도 정부와 의료기관의 결탁의 결과로 부패게이트라 할 수 있다. 즉, 매우 영세한 개인사업체부터 차병원으로 대표되는 의료산업체까지 규제완화와 국립대와의 결탁, 알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효과가 불분명한 미용제제의 남용

 

 

여기에 11월말 청와대에서 구매한 약품목록이 공개되면서 또 다른 가십거리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등이 포함되면서, 청와대 내부의 은밀한 사생활이 한동안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비아그라’등은 실제로 청와대의무실의 해명처럼 ‘고산병’ 치료 및 예방을 목적으로 구매했고,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 문제는 청와대의무실에서 해명을 하지 않는 약품들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등으로 알려진 피부미용성분의 주사제가 남용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런 주사제는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아, 비급여대상으로 시중에서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특히 공적기관에서도 2010년 태반주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국민들은 물론이고 의료계에도 심각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통령 주치의와 자문의사들은 이런 주사제를 처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간 차움병원에서 이런 대체주사제를 처방하던 김상만을 청와대는 따로 야간에 불러 처방을 받았던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약품의 안정성과 효용성 뿐 아니라, 공식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이용과는 한참 떨어진 의료행태를 대통령이 보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이를 위해 대통령의 혈액 같은 국가기밀사항(2급기밀사항)도 버젓이 시중의 의원으로 나갔다. 마지막으로 국민 대부분이 비급여로 처방받아야 하는 약품 등을 국가세금으로 막대한 양을 구매한 것도 청와대의 도덕적 해이의 한 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약품 구매와 관련된 논란은 미디어와 여론의 이슈는 되었지만, 실제로 ‘의료게이트’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코리아에이드’로 불리는 해외 의료원조건, ‘첨단재생의료’라는 단어의 줄기세포 규제완화등도 얽혀있지만, 이 또한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의료민영화

 

 

박근혜 정권의 ‘의료게이트’의 핵심이라면, 단연코 박근혜 정부가 역사상 최초로 해놓은 ‘의료만행’들에서 찾아봐야 한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역사상 최초의 공공의료원(진주의료원) 폐원과 최초의 국내 영리병원(제주도 녹지병원) 허용하였다. 공공병원 폐원과 영리병원 승인 모두가 최초인데, 이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바로 의료민영화를 구체화 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는 4년 동안 국회입법이 아니라 행정부에서 처리 가능한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유권해석 등등의 행정독재식 방법으로 노무현정부 때부터 병원자본과 의료기기업체들이 원한 민영화과제들을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병원 및 의료기기, 제약업의 민원 처리를 해줬으며, 의료산업화 ‘청부정부’의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최소한의 국민건강 보호장치를 해제했다. 여기에는 임상시험 규제완화,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줄기세포 허용, 약가정책 후퇴 등등 향후 제2의 옥시사태를 일으키고도 남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을 위해 보건의료서비스를 한층 더 서비스산업으로 묶어서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도록 추진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의 일개 부서처럼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형표, 방문규 같은 경제관료들이 보건복지부로 침투해 장관과 차관을 맡았다.

 

이런 큰 방향성은 사실 앞서 살펴본 동네의원에서부터 차병원에 이르는 의료산업체와의 연관, 그리고 이러한 결정과정은 효용성이나 안정성보다는 상업성이 농후한 의료서비스(피부미용)의 확대를 나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직접 수혜 받은 측면도 크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는 단순히 김영재, 차병원, 최순실, 차병원 같은 직접관련자들만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름 아닌 전반적인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이를 청탁한 세력은 따로 있었다.

 

 

재벌과 의료민영화

 

 

박근혜 정권은 2013년 12월 13일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이 대책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의료기관 자법인 설립 허용 및 부대사업 대폭 확대였고, 하나는 의료법인간 합병, 법인약국 허용이었다. 영리자법인은 이명박정부 때까지는 법리적으로 경영지원이란 명분으로 설립하려던 자회사를 행정부 독단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인데, 실제로는 영리병원의 우회적 적용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우회적 영리병원의 도입을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삼성경제연구소와 전경련이었다.

 

더욱이 이런 추진동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2014년 3월 20일 개최된 ‘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였다. 이 회의는 공중파 전체에 생방송으로 나갔을 뿐 아니라, 모든 규제를 적폐로 선언하는 선언장이었다. 당시 이 회의에서 가장 많은 민원사항을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었다. 이승철이 이 날 주장한 의료부분 규제완화 요구안은 더욱 가관이다. 우선 스마트폰 등에 탑재될 건강관리 목적 감지기 등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허가를 의료기기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 한 것이다. 이는 당시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의 허가를 위한 민원처리였고, 결국 일사천리로 의료기기에서 스마트폰의 감지기 등은 제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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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 자료, 2014.03.20.

 

 

또 다른 하나는 국내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이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허용은 이명박정부 때부터 삼성생명을 위시한 민간보험사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말로는 외국인 환자만 유치·알선하는 것이지만, 종국적으로는 환자를 민간보험사가 계약해서 유치알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로, 사실상 미국식의 병원-보험회사 연계모델을 가능한 부분부터 열어주자는 주장이었다. 놀랍게도 이 조항은 이후 2년간 청와대 여야대표 모임이나, 국무회의 때마다 나오던 ‘국제의료지원 특별법’의 핵심조항과도 관련이 있다.

 

즉, 재벌 특히 삼성의 이해관계와 관련해서 의료부분 규제개혁의 목표도 설정되었고 제기되었다. 이제는 모두 알다시피 이승철 전경련부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후원금을 걷은 총책의 역할도 한 바 있다. 삼성이 최순실 박근혜의 재단에 돈을 입금한 것은 단순히 압력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제일모직 삼성생명 합병 같은 사안뿐이 아니라, 이런 의료민영화 과제들을 해결해주는 대가도 이런 금액에는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벌인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들, 의료부분 규제완화를 일일이 거론하기는 매우 힘들다. 끝으로 2016년 5월 18일 마지막 규제개혁 장관회의(5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내용 중에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언급이 있다. 이 ‘갈라파고스규제’라는 말 자체가 전경련에서 만든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 규제장관회의 8일 전에 전경련이 발표한 7대 갈라파고스 규제의 두 번째는 ‘영리병원제한’이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무려 취업유발만 27만에 달한다고 전경련이 밝힌 것이다. 영리병원보다 비영리병원을 같은 수로 만들면 더 많은 인원이 취업시킬 수 있는데 이를 왜곡하고 말이다.

 

<표> 7대 갈라파고스 규제별 개혁 시 경제적 기대효과

연번 규제개혁 과제 부가가치 증대 일자리 창출 효과(명)
취업유발 고용유발
1 수도권 규제 11조4,700억원 15만9,829명 10만3,245명
2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 14조8,500억원 26만8,978명 22만7,384명
3 지주회사 규제 1조2,610억원 1만7,580명 1만1,356명
4 적합업종 16조6,230억원 23만1,639명 14만9,633명
5 게임셧 다운제 5,510억원 1만7,173명 1만3,716명
6 금산분리 18조5,760억원 21만3,623명 18만3,902명
7 택배 증차규제 1,710억원 1만4,323명 1만3,322명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런 일련의 주장들의 곳곳에 의료민영화의 핵심 사안인 ‘영리병원’ 허용이 숨어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작금의 ‘의료게이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정리하면, 지금 최순실-박근혜 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료부분의 각종특혜 및 의혹들은 실제로는 의료를 돈벌이로 전락시키려는 과정의 부차적인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여전히 ‘영리병원’으로 대표되는 병원의 직접적인 산업화·영리화 정책과 의료기기, 약품, 줄기세포류의 규제완화였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간 역사상 유래 없는 건강보험 긴축정책을 단행해 무려 20조원 이상의 흑자를 남겼다. 국민들은 의료비부담으로 아파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부유층의 피부미용, 돈벌이이용은 계속 부추긴 꼴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효율 극대화 추구로 결국 금융투자 및 국고지원 축소 획책으로 까지 나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근무시간에 보톡스, 필러 시술을 받는 것, 그리고 피부미용 수액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돈벌이의료에 희생양이 되는 의료산업화·영리화 정책이다. 박근혜퇴진 이후의 해결해야 할 의료적폐의 1순위는 지금까지 허용된 각종 의료산업화·영리화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고 전면 재검토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의료게이트’의 확실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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