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영리화 '현실' 부정하는 정부
2주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박인숙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황당한 요구를 했다. 영리병원, 의료영리화등의 용어는 사실이 아님에도, 대중적으로 호도되고 있다며, 대담하게도 장관이 직접 나서서 이런 용어에 대해서 제대로 바로잡으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언어적 측면에서 '지록위마'의 재주를 부렸던 현 정부의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국민들은 의료현실이 점점 영리화되고, 민영화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용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국민 누구든 실제 병원에 갔을 때, 병원이 점점 더 돈벌이에 집착하고 있고, 진료외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게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지키기 때문에 의료민영화 아니다"
박근혜정부 4년을 되돌아볼 때, 의료민영화 정책은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노선 중 하나였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민영화'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만, 정부가 사용한 단어들인 의료규제기요틴, 의료산업화, 의료관광, 원격의료 및 IT 의료 연계 활성화, 개인건강정보 활용 등등은 실제로 이익은 사유화하고, 책임은 공적으로 진다는 '민영화'의 논리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다음날 경남도는 역사상 최초로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진주의료원 폐원 선언을 했고 정부는 이를 최종 승인했다. 집권 1년차 말에는 영리자회사, 부대사업확대를 입법이 아닌 행정부 독단의 가이드리안, 행정규칙 제정으로 밀어붙였다. 이를 반대하는 서명은 하루 만에 무려 100만명 이상이 온라인에서 동참했을 정도로 국민적 반감의 대상이었다.
작년 말에는 한국 역사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도 녹지병원'도 승인했다. 이런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은 모두 역사상 첫번째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 붙은 것들이며, 국민건강보험을 지키기 때문에 의료민영화는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은 잘 지키고 있었을까? 건강보험강화도 대통령의 보장성 강화 선거공약을 거짓으로 만들 정도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무엇보다 선택진료비 및 차등병실료 일부를 해결하면서도, 비급여의 증가속도를 일부 선별적 강화안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지난 4년간 비급여의 원천인 각종 의료기기 및 의료기술 평가의 규제완화에서 유래되었다. 효과성과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기와 의료기술을 빨리 시장 출시하려다 보니, 비급여 통제는 요원한 일이 되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개인정보 중에도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건강정보를 활용한 각종 산업화 산업까지 논의중이다.
5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계획에는 치매 뇌졸중 같은 질환에 대해 효용성 평가인 임상시험을 면제하고 시장출시를 돕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첨단의료단지 내 임상시험시 진료와 검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료로 하겠다며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임상시험에 대한 공보험 지원'까지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민영화되고 있는 현실
이 모든 것은 건강보험 수준을 낮추고,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맥락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영리병원', '의료영리화' 라는 단어는 쓰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의료민영화, 영리화, 영리병원을 절대 추진하기 않는다는 약속을 지켰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이다. 그런 방향성은 전혀 갖추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인식탓, 복지부장관의 대국민 홍보만 요구하는 정부여당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여당은 국민의 인식이나, 언어사용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의료관광활성화, 임상시험규제완화, 의료기기 평가 간소화, 개인건강정보 전용 문제를 중단해야 한다. 제 아무리 국민과 전문가의 '의료민영화' 주장을 듣기 싫더라도 언로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현실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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