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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겉은 투자활성화, 속은 ‘막가파’식 의료민영화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발행시간 2014-08-14 18:55:10최종수정 2014-08-14 18:55:10
이번주 화요일 박근혜 정부는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작년 12월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의료기관의 인수합병 허용, 영리약국 허용 등은 아직 결론조차 나지 않았다. 부대사업확대, 영리자회사 허용은 올 6월에 추진일정을 공개해 지난 7월 22일 단 하루만에 100만명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서명을 할 정도로 의료민영화반대 여론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미 공개된 4차 투자활성화 대책만해도 너무나도 한국 의료체계에 미칠 악영향이 커서 ‘의료민영화 쓰나미’ ‘종합세트’로 불릴 지경인데, 이번에 발표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붙는 격이다. 기존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한층 더 한 내용을 담고 있고,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규제완화책이다.
주된 내용을 잠깐 소개만 해도, 대형병원으로 하여금 자회사를 차려 돈을 벌라고 하고 있고, 임상시험을 간소화해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과 치료제 등을 실험하라고 하고 있으며, 의료관광호텔(메디텔)을 병원 내에 입점시켜 병원을 종합휴양시설로 만들려 한다. 여기에 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치·알선하여 보험-병원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기어이 도입하려 한다.
언뜻 몇 마디 설명만 하여도, 이제 국민들도 지겨워서, 지쳐서 그렇지, 정말 끔찍한 의료비 폭등사태와 의료이용패턴의 변화를 예감할 것이다. 물론 이런 미친 정책을 이야기하면서도 나름 주장하는 논리의 패턴은 매번 똑같다. 해외환자 유치로 엄청난 국부를 창출할 것이고, 고용이 늘어날 것이며, 국민건강보험이 유지되므로 의료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이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연 '의료민영화저지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휠체어를 탄 채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해외환자 유치해 어마어마하게 돈을 번다고?
정부는 작년 21만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 기록을 보면 입원환자는 고작 2만명이고 나머지 19만명은 외래환자였다. 즉 2만명만 한국의 의료기술을 높게 평가해서 그나마 수술이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다. 물론 이조차도 피부, 성형 수술이 포함되고 입원해서 건강검진 받은 사람이 포함되므로, 실제 필수의료부분으로 한국을 찾은 사람은 더욱 줄어든다. 여기에 외래환자는 정주외국인이나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감기라도 걸려 의원이라도 들린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
무엇보다 러시아나 아랍에미레이트 출신 등의 일부 부자환자들을 제외하면 이 조차도 미국으로 이민간 재미 한국인들이다. 미국의 의료비가 너무 비싸 한국에서 치료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우선 우리가 이렇게 한국을 치료목적으로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일삼는 것이 옳은 것이지도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외국인들에게도 호혜평등의 입장을 반영한다. 해외의료수출도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국가적 지원으로, 외국에 투자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의료기기업체와 제약업체가 하는 일이다. 따라서 ‘해외의료수출’ 을 자꾸 거론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체면문제이기도 한다.
백번 양보해서 돈을 벌자고 해도 향후 63만명을 유치한다는 것은 앞서 설명했듯이 너무 큰 과장일 뿐 아니라, 허황된 소리다. 따라서 이런 천박한 돈벌이 사고를 뒤로 하고도 해외환자 유치를 매번 전면에 들고 나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무엇보다 국내의료를 영리화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말을 직접 못하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의료관광’ 이라는 미명으로 한국의료체계에 ‘연타석’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의심이 단순한 기우는 아닐 것이다.
고용이 늘어난다고?
정부는 앞으로 유망서비스산업으로 한국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한다. 어떠한 산업이던 확장되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건 당연하다.
특히 의료부문은 인력이 중심이기 때문에 고용효과가 크다는 것도 맞다. 그래서 진보적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가 주도해서 공공병원을 더 짓고,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하에 두자고 항상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영리병원을 만들고, 병원이 영리자회사를 차려 돈을 벌라고 한다.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비보험 확대 뿐 아니라 메디텔을 허용 한다.
우선 영리화한 병원은 공공병원이나 공익목적의 병원보다 인력을 조금 고용하고, 그나마 비정규직을 고용하며, 최대한의 인력을 외주화 한다. 이는 영리가 첫 번째 목적이므로 당연하다. 또한 민간보험사는 비보험을 확대하여 자신의 시장을 확보하고, 병원과 직접 계약하여 과소진료도 조장하려 한다.
즉 의료행위의 영리추구 자체가 의료부분 고용의 저해요인이다. 이런 고용효과를 저해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펴면서, 고용효과를 주되게 선전하는 정부는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를 볼 때 의료비를 마구 폭등시키면 타산업의 발전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국가 대부분이 의료비를 통제하려하지, 의료영역을 산업화하려 하지 않는다. 배탈이 나서 응급실만 가도 천만원씩 내는 미국을 자신의 모델로 삼는 것은 무슨 정신현상일까?
한국의 경우 지금의 의료비 증가속도와 고령화 속도가 맞부딪치면 미국 다음으로 의료비지출 비중이 높은 나라가 될 공산이 큰 상태다. 따라서 의료민영화는 산업발전을 논하는 정부 스스로의 논리로도 모순에 빠지는 정책이다.
전 국민 국민건강보험 제도, 걱정 없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이 유지되므로, 국민들은 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지금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금도 각종 비급여 진료로 대학병원 외래만 한번 가도 본인부담금으로 몇십만원은 쉽게 낸다. 입원을 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국가가 보장하는 하위 3%도 안 되는 의료급여 1종 환자들도 대학병원에 입원하면 한 달에 500만원 가량 부담하기 일쑤고, 이를 긴급지원자금 등으로 메꿔야 쫒겨나지 않는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60%선인데, 개인간병비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는 55%정도로 예측된다. OECD 국가 중 미국, 멕시코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상황이 지금도 위태한 국민건강보험이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나, 의료 외 진료비가 조금만 증가해도 사실상 건강보험은 무력화 된다.
국민건강보험이 당연지정제만 남아있을 뿐 실제 환자들의 진료비 경감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민간의료보험을 한두개씩은 그나마 없는 돈을 쪼개서 들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이 그것도 대형대학병원들이 자회사를 차려서 건강기능식품과 각종 신약, 검사장비등을 개발하고 환자들에게 권유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임상시험 규제완화로 비급여 신약, 치료제 치료가 늘어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건강보험이 이제 거의 보장영역이 줄어들어 동네에서 감기 걸려 내원하는 외래정도에만 적용된다면 이것이 국민건강보험 파괴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는 정말 국민건강보험이 완전히 해체라도 되어야 ‘의료민영화’ 한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보다.
정부의 자기부정, 또는 기억상실증
마지막으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의 가장 황당한 점을 하나 들고 싶다. 그것은 정부 스스로의 자기부정이다. 원래 작년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는 ‘중소병원의 경영란’을 핑계로 대형병원이 아닌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형병원에게 기술지주회사를 허용해 영리자회사를 차리라고 한다. 교묘하게 기술지주회사를 끼워넣으면 끝인가?
정부의 부대사업 제한 이유와 부대사업 범위 확대 결정ⓒ관련자료
지난 6월 발표된 부대사업 확대안에 보면 정부는 ‘환자와 의료인의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2개월도 안되서 ‘의료법인 자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건강기능식품․음료 연구개발까지 확대’ 하겠다고 한다. 환자와 의료인의 부정적인 면이 2개월 사이에 해결되었나? 판매업이 개발업으로 바뀌었으니 가능하다는 것인가?
제주도 영리병원은 더욱 황당하다. 정부 스스로도 작년에 어떠한 의료업적도 진료실체도 없어서 싼얼병원이 줄기세포 불법시술을 위해 제주도에 진출한다고 보았고 그래서 불허했다. 이 병원이 1년 만에 성격을 바꿨다고 주장하니 이건 무슨 정신병적 발언인가? 고작 48병상짜리 피부, 미용, 줄기세포 병원이 그토록 선전했던 외국투자병원이고, 선진의료기술도입이라고 다시 주장하는 것인가?
정말 자신이 무슨 주장을 했는지도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혹은 정부 내부에서도 자신들이 국민들에게 내놓은 근거를 스스로를 부정하는 세력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쯤 되면 이 정부는 정부가 아니라, 야바위꾼이라고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속된 규제완화로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어찌 정부일 수 있을까? 스스로의 정신분열에 걸려버린 이 정부는 조속히 해산하는 것만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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