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6506


의료민영화 반대가 연일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의료민영화 반대를 막기 위해 국민들이 나서고 있는 것. 부대 사업확대 의료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의료민영화' 뿐만 아니라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복지부' 같은 단어가 10위권 내를 다투었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의료민영화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반대 서명에 67만명이 동참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3일 오전에도 의료민영화 저지 온라인 서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받은 서명 55만명과 합하면 150만명을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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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의료민영화 반대 게시글.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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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내에 실명으로 글을 등록해야 하는 자유게시판에도 6만800여명이 반대 의견을 남겼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서 실명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 곳에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견을 남긴 사실이 놀랍다. 지금도 게시글은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21일 오전에는 시민들의 '의료민영화 반대' 의견 개진으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일도 생겼다. 의견서를 팩스로 보내려는 시민들 때문에 보건복지부 팩스도 다운된 바 있다. 부대사업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도 오프라인 반대의견서 제출을 합하면 10만명을 가뿐히 넘긴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이제서야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도에 의구심을 가지고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민영화 반대 온라인 서명 100만명 육박,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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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의료원에 의료민영화반대 100만인서명운동에 일반인이 서명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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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갑작스런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7월 중순부터 시작된 각종 집회들이다. 지난 20일 진보적 보건의료인들이 '의료민영화반대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다.

다음날인 21일부터는 병원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고, 어제는 보건의료노조가 전국 총파업을 시작하면서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진보적 의료인들과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거리로 나가면서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작년 12월 10일 발표된 의료부분 투자활성화대책의 핵심 과제들이다. 영리자회사 추진과 부대사업 확대가 그것이다. 영리자회사 추진은 병원이 투자를 받고 배당을 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 추진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부대사업확대는 이미 2003년 주차장, 장례식장 등의 부대사업을 확대한 데 이어 이제는 건물임대업까지 허용하는 사실상 '병원복합기업', '병원종합쇼핑몰'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다('의료민영화가 되면, 우리는' 기획기사 바로가기).

그간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시민단체, 전문가단체, 노동조합의 비판과 반대가 거셌다. 그래서 정부는 교묘하게 이러한 비판 중에 중요한 부분을 이번 정책에 반영했다고 광고했다. 이번에 나온 부대사업 확대 안에도 보면 원래 작년 12월에 투자활성화 계획에 포함되었던 내용 중에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크게 받은 부분은 따로 언급까지 한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기임대업,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등을 부대사업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자랑까지 한다.

그러나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개발업'을 떡하니 포함시켜 놓았다. 사실 병원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방법은 병원에 임대하는 것 말고도 의사가 처방하거나 권유해서 외부에서 구매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즉 판매는 병원이 직접 하지 않더라도 처방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된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상식을 무시하고 병원의 의료기기 임대업은 반대하고 의료기기개발업은 찬성하는 기만적인 정책을 보이다니 놀라울 뿐이다.

또 건강기능식품 판매 금지한다고 하면서 식품판매업은 허용하였다. 사실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는 모호하며, 비타민제, 자양강장제 같은 경우는 식품으로 허가 받을 수도 있다. 병원에 건강기능식품보다 훨씬 큰 범주의 식품판매를 하게 하면서, 건강기능식품 판매는 불허했다고 광고하는 건 국민들을 바보로 알아서 일까?

여기에 영리자법인 허용을 하는 가이드라인의 경우, 어떠한 법적규제조치도 되지 못하며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다는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어 왔다. 심지어 보건복지부조차 각종 토론회에서 "맞다, 가이드라인으로는 규제도 할 수 없고, 아무때나 바꿀 수 있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 나라의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라면, 이런 가이드라인을 폐기하고 가이드라인으로 무언가를 규제하거나 도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고작 한다는 게 의견을 수렴해서 문구의 일부를 바꾸거나,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의료민영화를 강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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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작년 12월 10일 발표된 의료부분 투자활성화대책의 핵심 과제들이다. 영리자회사 추진과 부대사업 확대가 그것이다. 영리자회사 추진은 병원이 투자를 받고 배당을 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 추진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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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아이들이 지연시킨 의료민영화, 꼭 막아내야

아무튼 이런 막가파식 의료민영화 정책은 원래 올 4월 강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사람이 수장되면서, 함부로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아이들의 핏값으로 의료민영화 추진이 지연된 셈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박근혜 정부는 영리자회사 추진과 부대사업확대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을 잡혔다. 

집권여당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약속한 진상규명에 대해서 오리발을 내밀고, 야당은 무능하기만 했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주부터 '세월호 특별법'의 온전한 입안을 위해 거리로 나섰고, 23일로 밥을 굶은 지 11일째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 요구와 반성이 의료민영화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한 미래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킨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다. 

세월호에서 수장된 아이들이 돈벌이에 광분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규제완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규제'를 확대하고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에 기댄 효과가 크다. 따라서 지금 여론이 '의료민영화 저지'에 쏠리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보건의료 '규제완화'인 의료영리화 정책추진과 여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각종 의료민영화 반대 집회를 순회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의료민영화 반대 발언을 하고 다니고 있다. 유가족분들이야말로 아이들의 목숨값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의 목숨값으로 지연시킨 의료민영화,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이다. 정말로 잊지 말자 세월호, 그리고 막아내자 의료민영화.

☞ 의료민영화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하러가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556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도입으로 어수선한 지난 한 달여간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시도가 있었다. 하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주도하는 '건강보험부과체계 일원화' 논의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75세까지 노인의 실손형 보험상품 출시 계획'이다.

지금 정부는 영리자회사와 부대사업확대와 같은 포괄적 의료영리화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이 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올 1월에는 마치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을 잘 지키고 유지할 것처럼 광고까지 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허울 좋은 약속과 달리 실제 추진되고 있는 건강보험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시도들은 의료민영화 시도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부과체계 논의보다 중요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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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화면 캡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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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 6월 15일 김종대 이사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아래 기획단)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올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소득자료 확보율이 지금 92%까지 올라갔는데 아직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바꾸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과거에 비해 개인의 소득이 잘 드러나고 있는 만큼, '월급쟁이 직장가입자나 자영업자를 포함한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 기준을 현행 소득·재산·자동차 등에서 '소득 중심'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란 설명이다. 

원래 부과체계 관련 논의는, 고액의 금융소득자와 임대소득자들이 부양가족으로 편입하여 보험금을 면제받는 문제 개선이 주된 목표였다. 그런데 이번 '소득 중심' 개선안을 살펴보면, 연금과 일용소득 같은 노동자들의 미래소득 그리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의 노동 소득까지 그 대상에 포함하는 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액의 재산을 가진 사람 등은 빠지고, 무엇보다 고액의 금융소득, 상속, 증여 등의 소득에 대해서는 원칙없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만 고려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부과체계 논의가 '건강보험료 부과를 형평성 있게 하겠다'는 데 방점을 둔 게 아니라, 향후 노령화 및 노동인구 감소에 대비해서 '연금'과 '일용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소득 중심 부과라는 명분으로 서민들에게 보험료를 더 걷어들이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말이다. 

사실 건강보험재정은 지난 15년간 지속적인 보험요율(보험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의 증가로 총액이 약 13조에서 50조까지 늘어났다. 이렇게 보험재정이 증가된 데는 보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노동자들의 역할이 컸다. 반면 건강보험보장성은 답보 상태이거나 낮아졌다. 이런 문제는 건강보험재정의 상대적 부족이라는 재정적 측면보다는 공적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의 방관에서 기인한다. 

올해 초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2007년∼2012년까지 정부가 미납한 건강보험지원금은 6조5232억 원에 달한다(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건강보험지원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수가를 크게 올리면서 초래된 건강보험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된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이듬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정부가 국고로 진료비를 부담하는 의료급여환자가 해마다 줄어들면서(자격 조건 강화 등의 이유로) 차상위계층 및 극빈층이 건강보험가입자로 전환되어 실제 국민건강보험이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은 더욱 늘어났다. 또한 이들 극빈자는 가처분소득이 없어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100만명 이상이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논의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 가운데 어떤 순서로 부담을 지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의 하나이다. 따라서 일단 국고 부담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리고, 의료급여를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해서 국가의료보장영역을 늘리는 문제를 고민한 후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의료 분야 수익자부담원칙, 복지국가로의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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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을 국가의료보장 영역에 두는 것은 단순히 노인공경의 이유는 아니다. 만 65세 이상이 되면 전체 의료비의 90% 정도를 사용할 정도로 의료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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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75세까지 노인의 실손형 보험상품'을 출시하려는 게  민간보험사가 아니라 금융위원회인 것도, 국민건강보험의 기능에 대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입장을 반증한다. 

사실 미국같이 의료민영화가 극에 달해 있는 나라에서도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메디케어(사회보장세를 20년 이상 납부한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연방 정부가 의료비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라는 국가의료보장체계에 속해 있다.

맹장수술만 1200만 원씩 하는 미국에서도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극빈자 등의 국가의료보장이 전 국민의 27%에 해당된다. 반면 한국은 의료급여1, 2종 합쳐서 3% 남짓이고, 보훈환자 일부를 제외하면 국가보장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5%도 채 안 된다.

미국이 만 65세 이상의 노인을 국가의료보장 영역에 두는 것은 단순히 노인공경의 이유가 아니다. 만 65세 이상이 되면 전체 의료비의 90% 정도를 사용할 정도로 의료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미국같이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인 나라에서도 만65세 의료보험은 너무 비싸다. 상품성이 떨어져 민간보험사도 상품 출시를 꺼리는 보험이다.

따라서 노동소득이 급감하고, 연금이나 자녀의 용돈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의료비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공적보험이 100% 보장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이번에 우리 정부가 민간보험사가 관련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민간보험의 본인부담금을 상향하고, 보험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과 민영보험 확대는 각각 두 가지 사안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철학을 공유한다. 그것은 '수익자 부담원칙'이다.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각각의 개인이 그에 합당한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최소한의 의료보장만 하고, 나머지는 민간의료보험으로 돈이 있으면 하라는 것이기도 하다. '수익자 부담원칙'은 공적보험의 사회연대원칙과 배치될 뿐 아니라, 기본적인 복지영역도 개인영역으로 전락시켜 유럽에서도 복지제도를 공격하는 기제로 사용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도 지키고, 노인 건강도 지킬 수 있는 방법

그렇다면 지금껏 정부가 이야기한 '국민건강보험을 지키겠습니다(보건복지부 2013년 12월 홍보자료)'란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이 된다. 현재 OECD 2014년 데이터를 볼 때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실제로 50% 수준이다. 

만약 여기에 개인간병비, 정액민간보험금액이 포함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50%도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과 일용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민간보험을 노인까지 활성화 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이 공적보험으로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지키려면, 건강보험이 공보험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고지원을 대폭 확대(미납금액 약 6조 원의 조속한 납부, 기존 20% 가량에서 30% 정도까지)해야 한다. 

그리고 연금이나 일용소득에 보험금을 부과할 게 아니라 고액금융, 임대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기업의 보험료 부담비율을 현행 5:5:에서 6:4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또한 민간의료보험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제한하고 규제해야 한다. 민간의료보험이 가지고 있는 의료비 증가효과(풍선효과)를 직시하고 조속히 보험지급율 등을 규제하고 상품 출시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병원들이 의료비를 폭등시킬 영리자회사 및 부대사업 확대안을 철회해야 한다. 아무리 건강보험재정을 확충하고, 부과체계를 옳게 개선하고, 민간의료보험을 통제·폐지해도, 의료비 폭등을 막지 못하면 공보험조차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의료체계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국식 영리의료체계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국가가 보장하는 65세 이상의 노인들까지 민간의료보험상품에 밀어넣는 이 정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정부에 의료복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마저 남아 있는지 의심스럽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152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의료민영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세월호'에서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영역인데요. 그 안전이 흔들리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의료민영화의 우려점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의사협회의 파업은 결국 의-정 합의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당시 의-정 합의에는 '환자-의사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의협과의 합의를 명분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다시 시행하려 한다. 시범사업이 처음도 아닐 뿐더러 비용 및 효과에서도 문제가 많은 원격의료를 강행할 명분을 쌓는데,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원격의료. 국민들도 이제는 이 용어가 비교적 낯설지 않고, 무언가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된 빈도수만큼 원격의료가 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원격장비를 이용하여 진료를 한다는 막연한 '개념'만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3분 진료와 성의없는 대면진료 때문에 "화상으로 이야기하고 처방전을 받으면 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우선, 3분 진료의 대안이 원격진료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원격진료'가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약 처방 편하게 받자고 원격의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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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5월 25일 계명대 동산병원은 병원 내 교수연구동 1층에 의료사각지대 환자들을 원격으로 진료하는 원격의료센터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의료진이 울릉도에 있는 심장병, 피부병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의료 시연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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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묻자. 사람들이 아플 때 가장 답답하다고 느끼는 게 의사를 만나기 힘든 현실인가? 아니면 주변에 상담하고 상의할 의사가 딱히 없기 때문일까? 아마도 대부분 후자일 것이다. 특히 야간이나, 갑작스런 질환이 생겼을 경우 믿고 상의할 만한 의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원격진료'가 해결할 수 있을까. 원격진료는 지금의 3분 진료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약만 주는 진료 행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재차 말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궁금할 때, 아플 때 상의할 수 있는 의사이다. 이는 유럽에서처럼 '주치의제'를 시행할 때만이 가능하다. 즉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의사이지 단말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둘째로 '원격진료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물론 환자 얼굴을 단말기를 통해 보고 그 전에 주었던 약을 주는 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은 전화로도 할 수 있고, 보호자가 대신 방문해서 재진시 약처방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고가의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통신망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크게 선전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단순한 약처방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반대를 무릎 쓰고 '원격진료'를 시행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원격진료로는 초진 환자를 볼 수 없고, 진단을 내릴 수도 없다. 오진의 위험성이 높고, 정말 중요한 검사는 모두 대면 진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원격진료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나 인도네시아처럼 아주 가난해 의사가 없는 섬 등의 지역이 산재한 나라이거나 미국의 알래스카 극지나 네바다 사막 지역 혹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 전초기지처럼 특수한 지역에만 해당된다. 무엇보다 이들 나라들은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된 바 있는 '원격의료'는 공공의료의 기본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 의료 분야가 아닌 사회복지 분야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행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즉 지금 한국의 '원격의료' 논란은 실체가 없는 허상을 두고 가부를 논쟁하는 셈이다. 물론 실체가 하나 있기는 하다. 그건 바로 의료 장비업체, 케이블업체, 서비스제공 업체로 흘러들어갈 '돈'이다.

최근 국회 발표 내용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도입시, 만성질환자 기준으로 동네의원은 컴퓨터 장비(마이크, 웹캠 등)로 30~330만 원, 환자는 컴퓨터 장비(마이크, 웹캠 등)와 생체 측정기 등으로 150~350만 원의 경비를 소요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약 최대 20조475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금액에는 장비들의 유지 보수 및 관리 비용은 빠져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발표된 강원도 및 경상북도 시범사업 시행 결과, 불과 3400명 정도의 만성병 환자군을 대상으로도 355억의 돈을 지출한 바 있다. 강원도의 경우 26개 지표 중 22개 지표에서 효과가 없고, 진료에서도 환자정보취득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격의료는 그저 삼성, SK, KT 같은 대기업들에게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의학적 효과도, 임상적 성과도 없는 원격의료에 기업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원격의료 '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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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 200여 명이 지난해 11월 경북대병원 10층 강당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저지를 결의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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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격의료'가 최초 논의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 부터이다. 당시 도입 명분은 '환자 편의'였으나, 실제는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민간의료서비스시장의 선결 과제로 제시된 의료민영화의 한 방편인 것으로 폭로되어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박근혜정부 수립 이후 원격의료는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3년 5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예로 '원격의료'를 언급하면서, 원격의료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핵심 사업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해 6월에 원격의료허용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지난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갑작스런 사퇴로 보건복지 정책의 난국이 예상됐지만, 복지부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원격의료 도입'을 천명했다. 또 지난 10월 14일 보건복지부 국감에는 장관의 부재로 이영관 차관이 출석했는데, 이때도 다시금 강력하게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원격의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직접 3개년 경제개발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원격의료' 추진을 재차 천명했다. 이 정부의 '원격의료'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이 누구보다 가장 앞장서서 '원격의료'를 반대하자, 박근혜 정부는 계속 의사들을 달래려 하였다. 의사들이 '원격의료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더 부추길 거라'고 지적하자, 지난해 정부 입법을 하면서 원격의료를 의원급에서만 하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올해 의사들이 '의사파업'을 하며 원격의료 철회를 주장하자, 이번에는 의사들이 원하는 의료 정책(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혁, 수가인상 등)을 대폭 수용하면서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시범 사업을 한 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물론 국민건강을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려 한다면 그 내용이 어찌되었든 마음만은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집착'에 가까운 원격의료 외사랑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의료비 폭등과 의료불평등을 양산할 '의료 부문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2013년 12월에 같이 발표하였다.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는 병원과 제약산업의 안녕에 더 관심이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원격의료 사랑에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최소한의 명분도 남아있지 않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확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애도 속에 있을 때인 지난 5월 8일, 정부는 한 술 더 떠 군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을 결정하기까지 하였다. 국무총리 주재로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열고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방부 주도로 올해 내 군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다. 군대는 각종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이다. 각급 부대에 군의관을 놔두고 원격의료가 웬말인가?

국민은 쏙 빠진 원격의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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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를 생각한다면 정부의 원격의료 시행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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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문제인 것은 원격의료 도입을 논의하면서 정작 그 당사자들인 국민들은 논의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시행하기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정부는 철저하게 의협하고만 협상하고 합의하려고 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냥 수동적으로 평가의 대상만 되라고 하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정부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위해 공청회조차 열지 않았다. 지난 3월 의협과 정부가 벌인 '의-정 합의'에서 이 점은 더욱 두르러졌다. 정부는 건강보험제도 전반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중 중립위원의 구성 비율 변경을 국민들과 상의도 없이 의협과 둘이서 약속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을 단순히 세금이나 내고, 선거 때 표만 찍는 사람들로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방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10일, 보건복지부가 국무회의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인 '부대사업 확장'과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수가 있었겠나. 국민이 배제된 시범사업은 멈춰야 한다. '원격의료'라는 신기루에 홀린 것은 박근혜 정부이지, 국민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처럼 IT업체 간 먹튀의 장이 될 '원격의료'는 그 시범사업부터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격의료'가 의료법 개정사안인 만큼 시범사업도 최소한 국회에서는 논의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형준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7810


지난 12월 13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은 한 마디로 '의료민영화 쓰나미'로 부를 만하다. 그간 국민 여론 반대로 이루지 못한 온갖 민영화 조치들을 직접적으로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이러한 중대한 일을 법률 변화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실행하려 하는 대범함마저 보이고 있다.

원래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은 재벌들의 일관된 요구였다. 2010년 발표된 KDB증권보고서나 KB보고서 등을 보아도 병원의 수익성이 여타 기업의 이윤율보다 높음에도, 비영리법인만 허용된 제약에 묶여 배당을 하거나 투자가 자유롭지 못한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병원을 주식회사화 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핵심 희망 사항이다. 그래서 수많은 의료민영화 과제들 중에도 실제 가장 중심에 놓인 게 '영리병원' 허용 문제다.

'영리병원'의 문제점은 수없이 많다. 의료비가 급증하고, 영리병원의 주변 의료비까지 상승시키는 '뱀파이어 효과'까지 있다. 여기에 이익을 위해 비숙련 의료 인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고용해 환자 사망률이 높아지고,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여기에 돈 안 되는 환자들은 진료하지 않고, 의사들은 더욱 돈벌이에 치중하게 되는 등의 윤리적 문제까지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돈벌이에 미쳐 국민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리병원'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눈물겹다. 수많은 반대에도 지난 10년 넘게 '영리병원'을 허용하고자 온갖 편법들이 동원되었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에 정주 외국인을 위한 영리병원이 허용되도록 한 것이다. 이 조차도 투자자들이 확실한 수익성을 요구하자, 정부는 내국인 진료 허용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이제는 외국인 투자비율도 낮추려고 한다. 사실상 내국인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시도이다.

또다른 시도는 국민들의 예방, 검진 등의 서비스를 민영화해서 재벌들이 돈벌이 할 수 있게 해주려는 '건강관리서비스'의 도입 시도였다. 국민들의 건강관리는 당연히 현재의 건강보험제도하에서 하는 것이 옳지 않는가? 이를 왜 별도의 민간사업체가 하면서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해야 할까? '건강관리서비스'는지난 정권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되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름을 바꾸어 '건강생활서비스'로 재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원격의료'도 벌써 2차례나 도입이 시도된 바 있다.

고유 목적사업은 비영리니까 괜찮다?

이번 투자 활성화 대책 중 의료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의료기관의 영리기업(자회사)설립 허용이다. 정부는 의료기관 자체는 비영리법인으로 유지하는 것이므로, 의료라는 고유사업은 비영리인 것이 맞고, '영리병원' 허용이란 비판은 착각이라고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환자 진료의 목적을 돈벌이에 두지 말라는 의미이다. 만약 영리법인인 자회사를 두면 비영리법인의 자산이 손쉬운 투자처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기 때문에, 병원도 더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자본을 축적하려고 하게 된다. 즉 비영리 운영의 원칙과 상치되는 영리적 운영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현재 의료법인을 비영리법인으로만 규정해 두었음에도 현실 의료의 영리화가 개탄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병원으로 돈을 벌거나 병원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여 투자하라는 것은 환자 진료를 더한 돈벌이 수단의 기반으로 만든다. 즉 영리병원 문제점의 핵심인 이윤추구에 환자 진료를 이용한다는 전제가 동일해지는 것이다.

여기다가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장했다. 기존의 부대사업인 주차장, 장례식장, 구내식당이 그나마 환자 편의를 고려한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허용되는 부동산, 건강증진식품, 의료기기업, 화장품 등은 그 자체로 완전 '의료사업체'를 차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데도 단순히 환자 진료가 비영리니 괜찮다는 것인가?

이번 발표를 보면 창투사 같은 투기자본들도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투기자본이 투자하는 사업이 어떤 사업인가?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인 민자철도, 민자고속도로 및 주식 작전투자 같은 것들이다. 만약 이런 투기자본들이 자회사에 투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의료기기 유통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차린다고 한다면, 사실상 이 자회사는 모병원에 의료기기를 전담해서 납품하거나 리스(할부)로 의료기기를 넣고 월부금을 받을 것이다. 문제는 자회사는 영리법인이고, 투기자본의 투자까지 받았다. 즉 높은 수익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하게 더 많은 의료기기를 납품해야 하고, 리스비를 더 올려야 한다. 병원이 더 많은 의료기기를 쓰는 방법은 환자를 많이 늘리거나 수술을 많이 하거나, 과잉 진료를 하는 수밖에 없다. 

즉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된다. 단순히 의료기기만 예를 들어도 이런 무서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

여기에 화장품, 건강증진식품, 의약품 개발 등까지 영리적인 자회사가 들어서면 어찌될까? 화장품과 건강관리식품을 의사가 권한다면 거부할 수 있는 환자들이 있을까?

아마도 멀티플렉스영화관 같은 '멀티플렉스 의료복합사업체'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휘황찬란한 영리적 서비스와 부대 사업의 틈바구니에서 막상 아파서 병원에 온 환자들은 돈이 없다면 찬밥이 될 것이다. 가난한 환자들과 필수 의료서비스만 받으려는 사람들은 외면받게 될 것이다. 의사들도 부대사업으로 같이 배당을 받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소위 막장의료의 탄생이다.

가뜩이나 환자본인부담금이 높고, 건강보험보장성은 낮아 돈 없으면 진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악화될 것은 당연하고, 의료비도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의료민영화, 국민이 나서 막아야

마지막으로 정부는 서울대병원이나, 연세대병원 같은 학교법인은 영리법인인 자회사 설립이 가능한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우선 이런 한국 굴지의 병원이 영리기업에 출자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독립법인이므로 이를 허용해선 안되며, 사립대학병원이라 하더라도 사립학교법 제2조 '학교법인이라 함은 사립학교만을 설치·경영함을 목적으로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을 말한다'는 조항에 따라 이를 금지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설사 법리적으로 합당한 해도 이런 영리적 시도가 한국 의료를 좀 먹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이를 부추기는것이 제정신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의료부분에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을 내세웠었다. 이제 이 공약은 완전 누더기가 됐다. 공공병원을 늘린다는 공약도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화답하였다. 철도, 가스, 수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당선 전 약속도 이미 모두 뒤집은 상태다. 이제 여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시행령 수준에서 도입하려는 계획이다. 국민건강까지 팔아서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챙겨주려 한다.

국민들이 나서 막지 않으면 이 폭주는 끝나지 않는다. 모두 함께 나서서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몰이를 저지해야 한다. 


http://www.vop.co.kr/A00000808795.html


[기고] ‘진보’ 의사가 에볼라 의료봉사단 파견 비판하는 이유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발행시간 2014-10-30 14:44:00 최종수정 2014-10-30 17:10:13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달 16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에서 갑작스러운 선언을 했다. 다름 아닌 “한국은 여러 나라로 확산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그날부터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더욱 급증하였고, 인도적 지원을 어떻게 누가 할 것인지, 국내방역체계는 대비되어 있는지 등이 조금씩 논의되기 시작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서아프리카의 일이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높은 치사율이 단순한 해외토픽에서 한국사회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의료민영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결정하면 정부기관과 보건복지부도 빠른 속도로 발맞추어 나가는데, 이번 달 20일에는 조태열 제2차관 주재로 보건복지부, 국방부 및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장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협의회를 개최해 보건인력 파견에 관한 구체 사항을 협의했다. 여기서 대략 결정된 사항은 선발대를 먼저 보낸다는 것이고, 선발대는 약 20명 정도 보낼 것이며, 의료진 약 10명 정도, 군인을 약 10명 정도 같이 보낼 것이라는 것이다.

보건의료인 지원이 공공병원이나 군 의료진에 집중될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선발대 참가 인원을 24일부터 자원 받기 시작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에볼라 위기대응 보건의료인 공모’가 첫 화면에 나온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서아프리카 파견 에볼라 대응 보건의료인력’ 공모에 28일 오전까지 의사·간호사·임상병리사 등 약 40명의 자원자가 신청했다고 한다. 약 10명이 가게 되는 의료진 지원자가 벌써 1:4를 넘었다는 설명이다.

“걱정없다”만 외치는 정부·부산시가 에볼라 불안감 키운다
20일 부산서 열리는 정보통신기술 올림픽인 ITU전권회의를 앞두고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 오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 에볼라 대응 모의훈련'에 참가한 검역관 등이 발열감시기를 점검하고 있다.ⓒ뉴시스

급조된 팀이 전염병 대응을 한다?

정부는 처음 아셈의 대통령 발언 때부터 ‘해외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제대로 구성된 팀 단위의 국내 의료진을 나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사실상 건국 이래 처음이다.’ 라며 이번 조치에 큰 의미를 뒀다.

그러나 이러한 과장성 광고와 달리 전염질환과 관련한 한국의 현실은 매우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일단 에볼라와 같은 고 전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가가 한국에는 없다시피 하다. 원래 이런 전문가는 대학병원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같은 공공기관의 전문가가 필요한데, 한국의 공공보건시스템은 당장 대응할 필요가 없는 질병 관리에는 인색하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 자체가 전염병에 대해 대응을 하기에는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너무 미약하다. 한 줌도 안되는 공공의료기관조차 이런 임무를 거부하기 다반사다. 대표적으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세계적으로 유행할 당시 국립대병원 수장 격인 서울대병원조차 지정병원을 거부한 바 있다. 막상 2009년 신종플루가 한국에서 유행하자, 실제로 민간병원은 거점병원 지정에 반발했고, 서울대병원은 두 차례나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신종플루의 치사율이 매우 낮았기에 망정이지,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한 보유 약제나 병원시스템 모두 엉망이었다.

이런 엉망인 한국의 현실에서 준비된 팀 단위 의료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정부는 전염병 관리 프로토콜을 며칠 외운 지원자들을 모으면 대응팀이 완성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그러나 이미 공공의료기관이나 종합병원급에서 사전 대응을 수차례 준비했고, 전문가가 포함된 팀워크가 갖춰진 팀이 있어야 질병 관리차원의 지원단의 실질적 의미가 있다.

더구나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 의료기관 가운데 진주의료원은 페원됐고, 속초의료원조차 적자 타령에 위기를 겪고 있는 박근혜정부하에서 국내에 에볼라와 같은 고 위험성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 국내 방역조차 제대로 될지가 의문인데, 국제의료지원은 난센스가 아닐까?

전염병 예방의 우선순위

일단 전문가나 준비된 팀이 없지만, 인도주의적 의료진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기특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전염병에 대한 잘못된 접근방법에서 기인한다. 전염병에 대한 접근에서 의료진은 부차적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된 여러 비판 중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왜 수십년전 발견된 바이러스에 대해 예방책이 없느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조원을 들여야 개발할 백신 개발을 등한시 했다는 것이 주된 비판이다. 즉 예방에 대한 국제적 지원이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에볼라
에볼라ⓒ뉴시스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예방은 둘째 치더라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에서의 대응도 문제로 떠오른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수준 이하의 공공보건환경이 확산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염병의 경우 지역사회의 상하수도 상태, 주거상태, 환자 격리 등 실제로 치료보다는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를 바꿀 정도의 계획과 자금이 필요하다.

유엔은 약 10억 달러의 에볼라 대응 신탁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은 초기에 60만 달러를 제공했고, 추가로 5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영국은 3200만 달러, 스웨덴은 1500만 달러를 약속했고, 핀란드가 910만 달러를 베네수엘라도 5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한 것과 비교된다.

에볼라 지원 외의 국제지원만 살펴봐도 한국의 자화상은 부끄럽다. 한국은 현재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가운데 하나로 공적개발원조(ODA)를 하는 국가이다. OECD DAC의 자료를 보면 2011년에는 국민총소득대비 공적개발원조 비율이 0.12%로 꼴찌를 하였고, 2012년에 비율이 0.14%로 증가하였으나 국가부도 위기를 겪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제외하면 또 꼴지를 했다. 국제사회의 합의된 목표치가 0.7%인 점을 볼 때 한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서 가장 부끄러운 국가 중 하나다.

여기에 전체 지원금액의 약 70%가 상환의무가 있는 유상지원금이다. 유상지원금은 사실 생색내기용 금액이다. 상환의무가 크다고 하지 않아도 지원받는 국가나 지역 입장에서는 유상지원금을 냉큼 요청하기 어렵다 보니 공적개발원조금액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정말 저개발국가의 개발원조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한국이 정말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에볼라 창궐지역의 상하수도 및 보건교육, 그리고 의료체계를 갖추는데 일조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의료진보다 여기에 필요한 돈과 인력이 우선 지원돼야 한다.

미국이 가면 우리도 간다?

미국은 이미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확산 방지를 빌미로 약 4000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에 대해서 서아프리카의 천연자원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미국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한번 확산한 이후 이를 연구하면서 바이러스 자체에 대해서는 각종 특허를 걸어두면서도, 백신 개발 등에 대해서는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은 우간다 지역에서의 에볼라 의료진 파견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특허를 국제출연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아웃브레이크’나 ‘12몽키스’ 같은 영화에서조차 누군가(미국)가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구한다는 ‘음모론’이 회자되고 있다.

에볼라 완치 환자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 완치 판정을 받은 팸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포옹을 하고 있다.ⓒ뉴시스

지금까지 재난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국제 의료지원 역사를 보면 이라크의 경우 미국의 패권전쟁에 한국은 군 의료진을 파병한 바 있다. 동남아 쓰나미 때는 미군 파병과 함께 의료진을 지원한 바 있고, 아이티 지진 때도 미군 파병과 함께 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서아프리카의 미군 파병, 중국의 대규모 지원 등과 마찬가지로 국제의료지원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면 정치·군사적 사안이 아닌 때가 없었다. 인도주의적이라는 언사 밑에는 제국주의 질서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반응일 공산도 큰 상황이다.

즉 박근혜 정부가 선언한 이번 서아프리카 에볼라에서의 의료지원 문제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언사와 달리 지극히 국제정치적 사안이다. 정권차원에서는 아셈회의에서 발언할만한 내용이었지만, 사실상 내용이 없는 지원책인 이유, 다름 아닌 생색내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의 처참한 공공의료 현실은 차치하고, 10명의 특공대로 에볼라 대응을 하겠다는 정부의 허언보다도 모순된 것은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국제의료’, ‘의료관광’ 정책과의 관계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입법으로 벌써 외국환자 유치알선을 위한 ‘국제의료 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하려는데, 외국인을 치료해서 돈을 버는 것을 찬양하는 나라에서 인도주의적 국제진료지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의료를 국제적 돈벌이로 삼으면서, 재난 지역에 고작 10명의 의료진파견을 광고하는 것이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하고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떠벌리는 모순과 다른 점은 강도의 차이 정도일 듯해 착잡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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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싼얼병원 사기극은 미리 보는 ‘박근혜식 영리병원’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발행시간 2014-09-18 18:19:45 최종수정 2014-09-18 19:10:44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제주도에 허가신청 중이던 '싼얼병원'을 불승인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싼얼병원은 엉터리병원일 뿐 아니라, 사기꾼과 범법자들이 투자하는 병원이고, 불법 줄기세포 치료 등 비윤리적 진료가 예상되는 병원이었다. 누가 봐도 이런 병원을 허가해준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런데 언뜻 봐도 미친 짓인 이런 병원을 허가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에 허가 보류했던 싼얼병원 승인 건을 한 달 전에 다시 들고 나왔다. 8월 11일 '제 6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첫 영리병원의 사례창출로 '싼얼병원'을 허가할 예정임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작년 8월 보건복지부가 '싼얼병원'의 설립 승인을 보류하였던 이유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중요한 사유 중 하나는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우려였다. CSC그룹이란 이름 자체가 차이나 스템셀 컴퍼니(China Stemcell Company)의 줄임말로 '중국 줄기세포 기업'이다.

불법 줄기세포 치료 우려에 작년엔 ‘보류’, 올해엔 ‘허용 예정’

이 때문에 작년 복지부 스스로도 "이 영리병원에 불법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지만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의료감시체계 확립이 필요한데 현재 제주도의 모니터링 계획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불법 줄기세포 시술은 국내 의료법 체계를 흔들 수 있어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돌연 올 8월에는 싼얼병원이 '줄기세포 포기각서'를 써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일개 기업과의 각서를 안정장치인냥 선전한 정부의 우스꽝스러운 꼴은 차치하더라도 CSC그룹이 동남아에서 항노화센터 등을 열어 줄기세포류의 치료를 계속한다는 점을 볼 때, '줄기세포' 자체가 문제의 초점이 아니라 불법적, 비윤리적 시술이 자행될 것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진료내역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국제병원의 특성상 불법적 줄기세포 시술 등에 대한 의료감시체계는 한계가 있다.

물론 6차 투자활성화계획에서 박근혜 정부는 줄기세포치료제의 상업상 치료를 면제하겠다고 밝혀 전 국민을 줄기세포 마루타로 바꿀 계획이므로 이런 의료감시체계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하므로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6차 주타활성화 계획을 통해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차 주타활성화 계획을 통해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뉴시스

또 다른 승인보류 근거 중 하나는 응급의료체계의 미비였다. 성형외과적 치료에 따른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여 타병원과의 응급의료 진료연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 싼얼병원은 48병상, 4개 진료과목의 소형병원이므로 응급의료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 자체가 이 병원이 매우 역량이 부족한 병원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싼얼병원은 제주도에 있는 병원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작년 7월 한라병원과의 업무협약이 파기되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년 10월 S중앙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근거로 들어서 괜챦다고 한다.

S중앙병원은 13년 3월 문을 연 신생 병원이며, 제주시 이호동에 소재하여 싼얼병원의 부지로 알려진 서귀포시 호근동과 도로로 약 40km 나 떨어져 있다. 이 병원과의 업무협약으로 응급 상황 발생 시 원활한 진료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이런 빤히 들여다보이는 문제점에 대해 8월 11일에 싼얼병원을 승인해 주겠다는 주무부처가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라는 점은 더욱 분노를 샀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다.

인터넷에도 줄줄 나오는 문제점, 복지부는 몰랐다?

싼얼병원의 허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로 그 다음날 인터넷만 조금 뒤져서도 알만한 몇 가지 사실이 줄줄이 사탕처럼 밝혀졌다. 싼얼병원을 설립하려는 중국 CSC그룹 자이자화 회장이 이미 작년에 사기 대출혐의로 중국에서 구속되었고, CSC그룹의 핵심기업들은 이미 부도처리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로지 '영리병원'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에도 나오는 정보도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싼얼그룹의 전반적인 형사상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병원 운영에 대해선 특별히 연루된 것이 없는 것으로 사실관계는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고 승인강행의사를 표현했다.

CSC 그룹의 병원 운영 사례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CSC 그룹은 'CSC 산니의원'을 운영하였으나 이는 베이징 내 한국인이 설립한 '왕징신청병원'이라는 2층 규모의 작은 병원과 협약을 맺어 이름만 빌려 쓴 병원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 병원은 2009년 6월 신종플루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진료한 것으로 드러나 영업정지를 당한 바도 있다. 사실 제대로 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없으며 그 사례마저 사기성이 농후하다.

여기다 뉴스타파 등의 언론은 CSC그룹이 대부분 페이퍼컴퍼니로 사실상 사기기업임을 밝혔다. 그런데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의 활약으로 CSC그룹의 실체가 밝혀졌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한국 법인은 불법이 아니지 않냐?'며 괜챦다는 황당한 반응을 계속 보였다.

그럼 외국에서 불법과 비윤리적 행위를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아직 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것인 것인가? 아직 맞아보지 않았으니 괜찮은가? 이것이 한 나라의 복지부가 보일 태도일까?

상황이 이쯤 되자, 이제 주요언론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현지의 왕징신청병원을 가보기도 하고, 제주도에 직접 내려가 보기도 했다. 황당한 문제들이 계속 드러났다. 왕징신청병원은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에 지나지 않았고, 줄기세포 치료 등을 작년까지 하다가 지금은 거의 한가한, 망해가는 병원이었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올 4월부터 CSC그룹이 싼얼병원의 부지로 광고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는 중임이 밝혀졌다.

'괜찮다'와 '모르쇠'로 일관하던 보건복지부가 그제서야 허겁지겁 제주도에 사람을 파견하여 상황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싼얼병원의 한국법인 부사장과 전화통화가 되었고, 공식적인 서류를 달라고 했다고 하며 이 사기성 영리병원 설립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다름 아닌 보건복지부가 말이다.

이제 정권에 호의적인 언론조차 '싼얼병원' 건으로 영리병원도입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까 두려워 정부를 비판하고, 그제서야 투자철수가 진행되고 있는 실체 없는 사기성 투자자였음이 드러나 마지못해 불승인을 선언하고야 말았다. 초등학생이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병원을 무려 2년간 끌면서 이제서야 불승인한 것이다. 마지못해서라는 말이 정확한 이유는 불허하지만 다른 영리병원의 사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원격의료, 영리병원 추진 중단하라
보건의료노조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의료민영화 강행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및 병원 부대사업 확대,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싼얼병원 사태는 미리 보는 영리병원 사태

이번 사태는 영리병원의 본질을 더욱 명확하게 밝혀주었다. 영리병원이란 사람들의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돈만 벌기 위해 탈법적 비윤리적 투기자본이 투자하는 '사업'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영리병원은 '병원'이 아니라 '투기처'일 뿐임이 이제 경험으로 명백해졌다.

'싼얼병원'사태를 보면 시민단체와 언론은 이미 2년전부터 불법줄기세포치료와 엉터리병원임을 강조해왔지만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고, 한술 더 떠서 이 병원을 적극 승인해주려고 했다. 정말 불법,사기, 비윤리적 기업이었지만 끝까지 이를 승인하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구한 건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사실을 보도한 언론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지 않겠는가? 불승인 보도자료에도 사과 한 마디, 반성 한 마디가 없다. 오히려 영리병원은 더 추진하겠다고 한다. 후안무치에도 정도가 있는데 말이다. 거기다 불승인 보도 다음날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200만명이 반대서명을 했던 병원 부대사업에 대한 확대와 영리자회사도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이 반대해도 돈벌이만 된다면 영혼까지 팔 자들이 아닌가?

국내에서 탈법과 비윤리적 행위가 걸릴때까지는 용인하겠다는 정부의 모습은 사실 제1호 영리병원이 될뻔한 '싼얼병원'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다. 국가정보기관의 불법개입으로 집권하고도 모른체로 일관하고, 생떼깥은 아이들을 수장시킨 책임도 지지않는 뻔뻔함. 그리고 끊임없이 돈벌이라면 집착하는 모습이 '싼얼병원'과 무엇이 다를까?

그래서 답도 명쾌하다. 싼얼병원이 우리들의 힘으로 불승인 되었듯이 박근혜정부도 우리가 불승인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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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겉은 투자활성화, 속은 ‘막가파’식 의료민영화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발행시간 2014-08-14 18:55:10최종수정 2014-08-14 18:55:10

이번주 화요일 박근혜 정부는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작년 12월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의료기관의 인수합병 허용, 영리약국 허용 등은 아직 결론조차 나지 않았다. 부대사업확대, 영리자회사 허용은 올 6월에 추진일정을 공개해 지난 7월 22일 단 하루만에 100만명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서명을 할 정도로 의료민영화반대 여론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미 공개된 4차 투자활성화 대책만해도 너무나도 한국 의료체계에 미칠 악영향이 커서 ‘의료민영화 쓰나미’ ‘종합세트’로 불릴 지경인데, 이번에 발표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붙는 격이다. 기존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한층 더 한 내용을 담고 있고,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규제완화책이다.

주된 내용을 잠깐 소개만 해도, 대형병원으로 하여금 자회사를 차려 돈을 벌라고 하고 있고, 임상시험을 간소화해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과 치료제 등을 실험하라고 하고 있으며, 의료관광호텔(메디텔)을 병원 내에 입점시켜 병원을 종합휴양시설로 만들려 한다. 여기에 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치·알선하여 보험-병원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기어이 도입하려 한다.

언뜻 몇 마디 설명만 하여도, 이제 국민들도 지겨워서, 지쳐서 그렇지, 정말 끔찍한 의료비 폭등사태와 의료이용패턴의 변화를 예감할 것이다. 물론 이런 미친 정책을 이야기하면서도 나름 주장하는 논리의 패턴은 매번 똑같다. 해외환자 유치로 엄청난 국부를 창출할 것이고, 고용이 늘어날 것이며, 국민건강보험이 유지되므로 의료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이다.

국민을 보호할 국가는 어디에...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연 '의료민영화저지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휠체어를 탄 채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해외환자 유치해 어마어마하게 돈을 번다고?

정부는 작년 21만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 기록을 보면 입원환자는 고작 2만명이고 나머지 19만명은 외래환자였다. 즉 2만명만 한국의 의료기술을 높게 평가해서 그나마 수술이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다. 물론 이조차도 피부, 성형 수술이 포함되고 입원해서 건강검진 받은 사람이 포함되므로, 실제 필수의료부분으로 한국을 찾은 사람은 더욱 줄어든다. 여기에 외래환자는 정주외국인이나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감기라도 걸려 의원이라도 들린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

무엇보다 러시아나 아랍에미레이트 출신 등의 일부 부자환자들을 제외하면 이 조차도 미국으로 이민간 재미 한국인들이다. 미국의 의료비가 너무 비싸 한국에서 치료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우선 우리가 이렇게 한국을 치료목적으로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일삼는 것이 옳은 것이지도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외국인들에게도 호혜평등의 입장을 반영한다. 해외의료수출도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국가적 지원으로, 외국에 투자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의료기기업체와 제약업체가 하는 일이다. 따라서 ‘해외의료수출’ 을 자꾸 거론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체면문제이기도 한다.

백번 양보해서 돈을 벌자고 해도 향후 63만명을 유치한다는 것은 앞서 설명했듯이 너무 큰 과장일 뿐 아니라, 허황된 소리다. 따라서 이런 천박한 돈벌이 사고를 뒤로 하고도 해외환자 유치를 매번 전면에 들고 나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무엇보다 국내의료를 영리화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말을 직접 못하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의료관광’ 이라는 미명으로 한국의료체계에 ‘연타석’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의심이 단순한 기우는 아닐 것이다.

고용이 늘어난다고?

정부는 앞으로 유망서비스산업으로 한국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한다. 어떠한 산업이던 확장되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건 당연하다.

특히 의료부문은 인력이 중심이기 때문에 고용효과가 크다는 것도 맞다. 그래서 진보적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가 주도해서 공공병원을 더 짓고,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하에 두자고 항상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영리병원을 만들고, 병원이 영리자회사를 차려 돈을 벌라고 한다.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비보험 확대 뿐 아니라 메디텔을 허용 한다.

우선 영리화한 병원은 공공병원이나 공익목적의 병원보다 인력을 조금 고용하고, 그나마 비정규직을 고용하며, 최대한의 인력을 외주화 한다. 이는 영리가 첫 번째 목적이므로 당연하다. 또한 민간보험사는 비보험을 확대하여 자신의 시장을 확보하고, 병원과 직접 계약하여 과소진료도 조장하려 한다.

즉 의료행위의 영리추구 자체가 의료부분 고용의 저해요인이다. 이런 고용효과를 저해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펴면서, 고용효과를 주되게 선전하는 정부는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를 볼 때 의료비를 마구 폭등시키면 타산업의 발전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국가 대부분이 의료비를 통제하려하지, 의료영역을 산업화하려 하지 않는다. 배탈이 나서 응급실만 가도 천만원씩 내는 미국을 자신의 모델로 삼는 것은 무슨 정신현상일까?

한국의 경우 지금의 의료비 증가속도와 고령화 속도가 맞부딪치면 미국 다음으로 의료비지출 비중이 높은 나라가 될 공산이 큰 상태다. 따라서 의료민영화는 산업발전을 논하는 정부 스스로의 논리로도 모순에 빠지는 정책이다.

전 국민 국민건강보험 제도, 걱정 없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이 유지되므로, 국민들은 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지금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지금도 각종 비급여 진료로 대학병원 외래만 한번 가도 본인부담금으로 몇십만원은 쉽게 낸다. 입원을 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국가가 보장하는 하위 3%도 안 되는 의료급여 1종 환자들도 대학병원에 입원하면 한 달에 500만원 가량 부담하기 일쑤고, 이를 긴급지원자금 등으로 메꿔야 쫒겨나지 않는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60%선인데, 개인간병비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제로는 55%정도로 예측된다. OECD 국가 중 미국, 멕시코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상황이 지금도 위태한 국민건강보험이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비나, 의료 외 진료비가 조금만 증가해도 사실상 건강보험은 무력화 된다.

국민건강보험이 당연지정제만 남아있을 뿐 실제 환자들의 진료비 경감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민간의료보험을 한두개씩은 그나마 없는 돈을 쪼개서 들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이 그것도 대형대학병원들이 자회사를 차려서 건강기능식품과 각종 신약, 검사장비등을 개발하고 환자들에게 권유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임상시험 규제완화로 비급여 신약, 치료제 치료가 늘어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건강보험이 이제 거의 보장영역이 줄어들어 동네에서 감기 걸려 내원하는 외래정도에만 적용된다면 이것이 국민건강보험 파괴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는 정말 국민건강보험이 완전히 해체라도 되어야 ‘의료민영화’ 한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보다.

정부의 자기부정, 또는 기억상실증

마지막으로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의 가장 황당한 점을 하나 들고 싶다. 그것은 정부 스스로의 자기부정이다. 원래 작년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는 ‘중소병원의 경영란’을 핑계로 대형병원이 아닌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형병원에게 기술지주회사를 허용해 영리자회사를 차리라고 한다. 교묘하게 기술지주회사를 끼워넣으면 끝인가?

정부의 부대사업 제한 이유와 부대사업 범위 확대 결정
정부의 부대사업 제한 이유와 부대사업 범위 확대 결정ⓒ관련자료

지난 6월 발표된 부대사업 확대안에 보면 정부는 ‘환자와 의료인의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2개월도 안되서 ‘의료법인 자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건강기능식품․음료 연구개발까지 확대’ 하겠다고 한다. 환자와 의료인의 부정적인 면이 2개월 사이에 해결되었나? 판매업이 개발업으로 바뀌었으니 가능하다는 것인가?

제주도 영리병원은 더욱 황당하다. 정부 스스로도 작년에 어떠한 의료업적도 진료실체도 없어서 싼얼병원이 줄기세포 불법시술을 위해 제주도에 진출한다고 보았고 그래서 불허했다. 이 병원이 1년 만에 성격을 바꿨다고 주장하니 이건 무슨 정신병적 발언인가? 고작 48병상짜리 피부, 미용, 줄기세포 병원이 그토록 선전했던 외국투자병원이고, 선진의료기술도입이라고 다시 주장하는 것인가?

정말 자신이 무슨 주장을 했는지도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혹은 정부 내부에서도 자신들이 국민들에게 내놓은 근거를 스스로를 부정하는 세력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쯤 되면 이 정부는 정부가 아니라, 야바위꾼이라고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속된 규제완화로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어찌 정부일 수 있을까? 스스로의 정신분열에 걸려버린 이 정부는 조속히 해산하는 것만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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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민영화 저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발행시간 2014-07-23 17:43:56 최종수정 2014-07-23 17:43:56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해 연일 국민들이 나서고 있다. 부대 사업확대 의료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어제(7월 22일) 각종 포탈사이트에서 ‘의료민영화’란 단어가 1,2위를 다투었다. 단 하루 만에 의료민영화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반대 서명에 67만 명이 동참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금일(7월23일) 오전에도 의료민영화 저지 온라인 서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오전에 8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받은 서명 55만 명과 합하면 140만을 넘어간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의견쓰기에도 89만 5천 명이 조회를 하고 실명으로 등록해 6만801명이 반대의견을 남겼다. 지금도 덧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의견서도 오프라인 반대의견서 제출을 합하면 10만을 가뿐히 넘긴다.

세월호 실종자 모두 돌아오길 두손 모아
세월호 침몰 참사가 24일을 기해 100일째를 이틀 앞둔 22일 저녁 전라남도 진도군 팽목항으로 수색작업 마친 해경 경비정이 들어오고 있다.ⓒ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아이들 목숨이 의료민영화를 늦췄다

우선 갑작스런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짧게는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각종 투쟁이다. 이날 진보적 보건의료인들이 모여 ‘의료민영화반대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다음날인 21일부터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고, 어제는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 의료인들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가면서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다.

좀더 멀리보면 정부의 막가파식 의료민영화 강행을 저지하고 국민여론을 환기한 것은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였다. 원래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4월에 강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생떼 같은 아이들 300명이 수장되면서, 이 정부도 함부로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아이들의 핏값으로 우리는 의료민영화추진을 지연시킨 것이다. 사실 세월호 참사가 보건의료 ‘규제완화’ 인 의료영리화 정책추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그럼에도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박근혜 정부는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인 영리자회사 추진과 부대사업 확대를 들고 나왔다. 2기 내각을 구성한답시고 문창극 참사를 만들고, 하나같이 부패하고 무능한 자들로 내각을 채우려고 한 박근혜 정부는 6월부터는 세월호 참사는 다 잊은 듯 다시 각종 규제완화와 민영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세월호 특별법’이 문제가 되었다.

집권여당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약속한 진상규명에 오리발을 내밀고, 야당은 무능하기만 했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주부터 세월호 특별법의 온전한 입안을 위해 거리로 나섰고, 이제는 단식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반성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의료민영화의 끔찍한 미래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요구를 촉발시킨 궁극적 기폭제다.

뻔뻔한 박근혜 정부의 빤한 꼼수...'문구 수정'

세월호에서 수장된 아이들이 지금도 돈벌이에 광분한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규제완화가 아니라 제대로된 ‘규제’를 확대하고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에 기댄 효과도 크다. 따라서 지금 여론이 의료민영화 저지에 쏠리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반문하는 과정의 일부로도 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국가기능의 포기이고, 규제완화책이며, 하나 같이 국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천박한 인식의 발로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런 천박한 인식에 더해 뻔뻔하기까지 하다. 우선 영리자법인 허용을 하는 가이드라인의 경우만 보아도, 어떠한 법적 규제조치도 되지 못하며,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다는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어 왔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한 나라의 보건복지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조차 각종 토론회에서 ‘맞다, 가이드라인으로는 규제도 할 수 없고, 아무때나 바꿀 수 있다’고 맞장구치는 상황이다. 그럼 이런 가이드라인을 폐기하고, 가이드라인으로 무언가를 규제하거나 도입하려는 시도를 사과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다음 조치는 항상 의견 수렴을 빙자해 문구의 일부를 바꾸거나,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의료민영화를 강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번에 나온 부대사업 확대안에도 보면 원래 작년 12월에 투자활성화 계획에 포함되었던 내용 중에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크게 받은 부분은 따로 언급까지 하며 빼놓았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기 임대업,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등을 부대사업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자랑까지 한다.

자료사진
자료사진ⓒ양지웅 기자

그러나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개발업’을 떡하니 포함시켜 놓았다. 사실 병원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방법은 병원에 임대하는 것 말고도 의사가 처방하거나 권유해서 외부에서 구매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즉 판매는 병원이 직접 안하더라도 처방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상식을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병원의 의료기기임대업은 반대하고 의료기기개발업은 찬성하는 게 말이 되는가?

또한 건강기능식품 판매는 하지 않게 한다고 하면서 식품판매업을 이번에 허용하였다. 사실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는 모호하며, 비타민제, 자양강장제 같은 경우는 식품으로 허가 받을 수도 있다. 건강기능식품보다 훨씬 큰 범주의 식품 판매를 병원이 하게 하면서, 건강기능식품 판매는 불허했다고 광고하는 건 국민을 바보로 알아서 일까?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지금도 국민의 의료민영화 반대여론을 보면서, 의료민영화 추진자체를 멈추기보다는 일부 문구나 내용을 수정하여 교묘히 국민여론을 호도할 공산이 크다. 물론 재벌과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는 영혼까지 팔 수 있는 현 정부의 의료민영화론자들의 의지를 꺽는 것은 쉽지 않다. ‘창조경제’란 미명 하에 타산업과의 융합으로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 자체를 멈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여러 우회적 경로로 하다가 마지막에 내놓은 꼼수가 영리자회사 허용안이듯 말이다.

무능한 야당을 견인하는 것....바로 지금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

실망스러운 것은 제1야당의 무능함이다. 국민들의 의료민영화 반대여론이 거세질대로 거세졌지만 의료민영화에 당론 하나 내놓지 못한 것이 제1야당이다. 거리로 나선 병원 노동자들과 의료민영화 반대 온라인 서명을 불끈 태운 국민의 눈치를 보던 야당은 슬금슬금 의료민영화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이 나서고, 여론이 들썩이자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다.

지금 진보적 시민단체와 진보정당들은 국민의 요구를 받아 의료민영화 반대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제 의료민영화 반대와 더불어, 이런 사태에 기반이 되고 있는 민간중심의 한국의료체계를 타개할 계획도 국민과 논의해야 한다. OECD 수준의 공공병원 설립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수립할 구체적 계획도 동시에 주장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세월호 유가족들이 각종 의료민영화 반대 집회를 순회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의료민영화 반대 발언을 하고 있다. 유가족 분들이야말로 아이들의 목숨값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의 목숨값으로 지연시킨 의료민영화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다. 의료민영화와 관련한 박근혜정부의 온갖 변명에도 국민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의료민영화 저지는 국민적 소명이다. 박근혜 정부의 미친 의료민영화 광풍을 완전히 저지하고 의료공공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의료민영화 방지법 촉구하는 보건의료노조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연 '의료민영화 저지, 진주의료원 재개원 현장지도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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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민영화의 지옥문, 결국 열리는가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발행시간 2014-07-01 17:18:10최종수정 2014-07-01 17:15:56

박근혜 정부는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6월 10일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의 추진을 천명했다. 다름 아닌 작년 12월에 밝혔던 의료부문 투자활성화 대책 중 가장 문제가 된 병원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안이다. 이미 국민들과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정책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노동자들(병원 노동조합인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노조)도 파업을 벌였다.

우선 정부가 추진하려는 이번 정책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된다. 그 동안 한국의 병원은 법인이 운영하는 경우 비영리법인만이 개설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병원에서 수익을 거두어도 외부투자자들에게 배당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고작 병원건물 증축, 병상증설이나 의료장비등에 재투자하는 걸로 끝났다. 그러나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게 되면 실제로 병원의 수익을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로 유출할 수 있고, 투기자본 등에 배당할 수도 있게 된다.

부대사업 확대는 병원이 환자진료뿐 아니라 모든 다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사실상 ‘의료복합기업’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정부 안에 따르면 부대사업의 범위를 단순히 확장한 수준을 넘어서, 건물임대업을 네가티브 리스트로 만들어 사실상 모든 사업을 병원에서 할 수 있게 할 요량이다. 즉 지금까지는 병원이 환자진료를 위해 존재하였지만, 앞으로는 환자들을 유인해서 환자들을 소비자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하는 멀리플렉스센터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의료복합기업’은 투자가 가능한 ‘영리회사’가 되므로, 이제 한국에서 병원은 완벽한 상법상 사업체로 재탄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의 건강이나, 환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약간의 고려도 없이, 오로지 병원자본과 투자자들의 이익만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환자는 이제 정말 '고객'이 되고, 병원은 이제 정말 '기업'이 된다. 다름 아닌 ‘의료’의 패러다임의 완벽한 변화다.

의료민영화 저지 상징의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의료민영화 저지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이날 보건노조는 1차 경고파업을 진행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이 폐기되지 않을시에는 다음달 22일 전체파업으로 진행할 것을 밝혔다.ⓒ김철수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 결과 ‘불가’로 결론난 의료민영화 정책

그런데 이런 중요한 문제를 정부는 일방적으로 그것도 어떠한 제재조치도 받지 않고 시행하려 한다. 우선 영리자회사 허용은 가이드라인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다. ‘가이드라인’이란 말 그대로 어떤 정책의 최소한의 테두리만을 설명한 것으로 이는 어떠한 법적 권한도 가지지 못한다. 즉 가이드라인은 ‘지침’일 뿐 어떠한 규제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정부발표에 따른 여러 가지 남용방지 장치는 그냥 공염불일 뿐이다. 게다가 이런 이유로 가이드라인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냥 정부가 입법예고를 하거나 명문화할 의무가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 바꾸는 걸 제어할 방법도 없다.

따라서 영리자회사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얼렁뚱땅의 결정판이고, 독재적 발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대충 뭉게면서 실제로 영리자회사가 병원에 하나둘씩 생기게 되면, 그때는 어떠한 규제나 통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여러 가지 법적장치를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일단 저질러 놓고 보겠다는 심보다.

여기에 부대사업 확대 역시 의료법 개정사항임에도 대충 행정부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시행규칙에서 손보려 한다. 의료법 제49조에서 병원 부대사업 범위를 규정하고 있고, 의료의 공공성과 영리추구금지 규정 및 부대사업외의 사업을 할 때 설립취소사유까지 규정한다. 이는 부대사업의 범위의 한정을 법에서 명시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시행규칙은 병원이 의료행위에 집중하고 제한된 범위에서만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이는 국민의 보건의료권이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한 의료법을 아예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의 법률자문에서도 다수의 전문가들이 행정입법인 시행규칙으로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불가함을 밝힌바 있다.

또한 의료법에서 부대사업은 환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등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휴게음식점 등에 준하며, 공중위생에 이바지하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안은 위 위임한 범위내에 있다고 도저히 볼 수 없다. 예를 들면 여행업, 국제회의업, 외국인환자유치, 목욕장업, 수영장업, 종합체육시설업, 건물임대업 등은 큰 규모와 시설을 요구하며 환자와 종사자의 편의와는 무관한 영리사업이다. 특히 네가티브 방식의 건물임대는 사실상 병원 부동산을 이용한 무제한의 영리행위 허용이 된다. 즉 앞서 말한 대로 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별일 아닌 듯이 행정부에서 임의로 뚝딱 처리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얼렁뚱땅식의 정책이 실제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국민의료비는 폭등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이 남아있고, 병원이 의료업이 아닌 다른 사업에서 돈을 버니 의료비는 그대로 라는 것이 정부의 변명이다. 그러나 병원이 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사실상 환자와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일 수밖에 없다. 또 의료기기와 약품 연구개발, 판매 등은 진료형태까지 바꾸어 가뜩이나 많은 비보험과 과잉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이를 제한할 장치도 전혀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여기다 비보험진료 및 의료외비용의 급증은 사실상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급격히 저하시킬 것이다. 가는 비에 옷이 젖듯이, 국민건강보험은 점점 고사되어 가고, 실제로 민간의료보험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리고 그쯤되면 국민건강보험은 공(公)보험으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데도 국민건강보험이 있으니 상관없을까?

의료재앙의 문이 열린다

게다가 이런 식의 고비용 의료체계와 영리적 의료행태는 단순히 의료비만 올리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는 경쟁의 격화, 병원의 구조조정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일부 대형병원들과 소수의 승자들이 의료체계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고 독점은 심화된다. 그런데 의료에서는 이러한 편중과 재편이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면 동네에 있는 병원의 진료과목이 바뀌고, 병원이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다. 비까번쩍한 병원에서 고액치료를 받지 않으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적정진료를 받을 공간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가 된다.

특히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상품처럼 돈이 없으면 소비하지 않으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영리화 되면 될수록 재앙이 된다. 이미 한국의 의료는 지난 20년간 빠르게 영리화 되어왔다. 현재의 의료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정말 의료재앙의 지옥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그것도 얼렁뚱땅 강행하려 한다. 이 때문에 병원노동자들이 나섰고, 국민들이 나서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해야 되는 사안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고, 국민을 무시하고 있는데, 국회는 참 태평하다. 제1야당은 이에 대해 당론하나 밝히지 못해, 성명서 하나도 국회의원들 개인 판단에 맡겨둔 상황이다. 정말 정부에 맞서야 하는 야당조차 제 역할을 못하는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국민들까지 제 역할을 못할 수는 없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병원노동자들의 파업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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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신뢰 저버리고, 실리도 포기한 의협 지도부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입력 2014-03-19 18:42:04l수정 2014-03-19 19:29:38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작년 11월 정부가 '원격진료' 강행을 천명하자, 대정부투쟁을 시작했다. 이 와중에 작년 12월 13일 박근혜 정부의 전면 의료민영화 계획인 '투자활성화대책'이 발표되자, 국민건강을 지킨다며 '영리자회사' 등 투자활성화 대책의 의료부분 제외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그간 시민들의 눈에 밥그릇 싸움에만 집착하던 의협의 변화가 놀랍게 비춰졌다. 물론 의사들의 이익만을 위해 명분만을 쌓으려 한다는 의심도 있었고, 더불어 시민의 일원으로 의사들도 의료민영화에 진지하게 반대하려고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올 1월 말에는 의협이 스스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비판하는 4가지 포스터를 제작하여,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까지 하였다. 또한 원격의료, 영리자법인 반대 리플릿과 홍보자료를 각급 병의원에서 배포까지 하였다.

이런 국민의 의료민영화 반대 열기에 동승했기에 의협은 정부와 협상할 테이블을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이것이 올 1월부터 시작된 의사-정부 협의(이하 의정합의)다. 박근혜 정부는 의사들까지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었고, 의협과 빨리 협상하여 대정부투쟁을 수그러뜨리려 했다. 의정협의는 말 그대로 정부와 의협이 하는 협의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의협의 약속대로라면 박근헤 정부가 강행하려는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를 일부라도 저지하는 협상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의정합의를 발표하면서, 의협 지도부는 단 한 번도 자신들이 국민들에게 밝힌 대의인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문제를 의미있는 수준으로도 패퇴시키지 못했다. 도리어 매번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런 수준의 협상을 대내외적으로 많은 것을 해낸 '최선의 결과'란 식으로 선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평범한 의사들마저 농락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정부와 합의 도출

대한의사협회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열렸던 보건복지부와의 2차 의정 공식대화에서 "그간 갈등을 벌여 온 원격 의료와 관련해 도입 전 6개월간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윤재현 인턴기자




2차 의정합의, 도대체 성과가 무엇인가

우선, 이번 3월 17일에 발표된 2차 의정합의의 가장 큰 문제는 1차 의정합의의 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힌 점이다. 이미 의협은 지난 3월 10일 파업을 결정하면서 회원투표로 1차 의정합의의 판단을 회원들에게 물은 바 있다. 세상에 이전 합의에 반대해서 파업을 하고, 그 합의문을 존중하는 노동조합이나 단체가 있을까? 의협이 정부와 싸울 의지가 있었는지도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원격의료 부분은 평범한 동네의원의 향후 진로와도 심대한 관련이 있어, 일찍이 의협이 반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조차 시범사업을 해서 정부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합의만 했다. 시범사업을 해서 정부입법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거나, 정부입법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도 아닌 것이다.

의료민영화 부분은 더 가관이다. 영리자회사, 부대사업 확대, 병원 인수합병, 신의료기술 허가 간소화 등 수많은 문제 중 유일하게 '영리자회사' 건만 문제를 삼고 있다. 그리고 이조차 문제점을 수정하는 수준에서 정부 정책에 합의를 해주었다. 마지막에 문제점을 논의할 논의기구에 '대한병원협회'을 집어넣어 의료민영화를 요구한 세력의 참여를 보장하는 '확인사살'까지 하였다. 이쯤 되면 사실 의정협의에서 원격의료나 의료민영화 반대는 허울뿐인 쟁점이었음을 보여준다.

또 의협이 따냈다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부분을 보면, 건정심 위원의 공익대표를 공급자와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걸 합의했다. 무엇이 올바른 건정심 개혁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또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건정심 위원의 비율은 사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해진 법률에 의거한다. 그렇다면 이를 단순히 정부와 합의해서 될 문제인가? 정부와 합의했다면 정부입법 정도일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기에 각종 의료제도 개선 문제, 상담수가 신설, 상대가치 재조정 등 수많은 문제들도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행정부와의 조율이 아니라 사회적 기구를 통한 합의와 입법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정합의 내용은 국민들의 기대를 완전히 내동댕이친 것은 물론, 평범한 의협 회원들 마저 기만하는 결과이다. 문제는 이런 결과에 대해 의협 지도부가 보이는 태도인데, 만약 알고도 그러는 것이라면 정말 나쁜 지도부이고, 모르고 그랬다면 정말 무능한 지도부가 아닐 수 없다.

의사 이익 위해 국민을 활용한 기회주의적 태도

그러나 의협 지도부가 보인 가장 나쁜 자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활용하려 시도한 점일 것이다. 국민이 보인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대를 자신들이 슬그머니 이용해서 편승한 후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 유유히 떠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회주의적 시도가 그다지 쉽지는 않을 듯 하다. 다름 아닌 의협의 상대가 박근혜 정부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민영화의 핵심 추진과제인 영리자회사 설립도 법률 개정이 아닌 정부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환자 편의를 벗어나는 부대사업 확대도 시행규칙 수준에서 손을 보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는 입법제도를 우회해서 행정부가 마음대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집행하려는 '행정독재'이다. 

이러한 '행정독재'는 KTX 철도 민영화를 기존의 철도법을 개정하지 않고, 자회사를 허가해 강행하는 과정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즉, 합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행정부를 박근혜 정부는 만들려고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공약은 그냥 '선거 캠페인'으로 치부하고 모조리 폐기한 '약속 폐기의 달인들'이다.

의협 집단휴진, 의료 말살 영리병원 중단하라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와 건강보험제도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윤재현 인턴기자




자 그렇다면 의협 지도부가 이제 진정으로 얻은 것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오로지 철도 파업 지도부처럼 잡혀가지 않고, 박근혜 정부를 위기에서 구원하는데 일조한 역할 뿐이다. 물론 국민이 의협 지도부에 거는 기대는 정말 눈곱만큼 작았지만, 이제 이조차 구할 수 없다면 향후 의사들의 이익이 국민의 이해와 같다는 주장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정말 심각한 것은 국민의 외면은 쉽사리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과 합의하지 않으면, 의협은 자신을 위해 얻으려고 하는 수많은 이익도 결국 못 얻는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도리어 이번 의정합의는 환자진료에만 전념하고 있는 평범한 의사들의 이미지마저 하락시키는 악행이 됐다.

의협 지도부는 여전히 박근혜 정부에 잘 보여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지금 신뢰를 구축해야 할 대상은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그리고 그 점을 놓친다면 간만에 얻은 국민과의 신뢰를 맺을 기회마저 날려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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