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07782.html

 

[왜냐면] 신의료기술평가 무력화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 정형준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그동안 안정성,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의료현장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킨 ‘의료기기, 의료재료, 의료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장치로 2007년 도입되었다. 2007년까지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정성 평가가 통과되면 효과성 여부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의료기술들이 도입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 시술이다. 로봇 수술은 지금도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높은 수술비를 받으면서 확대되고 있다. 2007년 이전 도입된 의료기술이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예 중 하나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신청된 총 1349건의 의료기술 중 694건(51.4%)은 기존 기술과 유사하거나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아예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받았다. 나머지 평가를 받은 620건도 471건(전체 중 34.9%)만 인정을 받았다. 늦게나마 평가가 이루어져 수많은 불필요한 의료기술에 국민들이 노출될 일이 줄었다는 방증이다. 물론 이 때문에 평가제도는 의료시장에 제멋대로 진입해 돈을 벌려 한 의료기기, 의료재료 업체들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의료기기 업체들은 수많은 심포지엄들을 통해 평가제도 때문에 의료기기의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무력화 요구와 맞아떨어진 게 바로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 완화는 하나의 도그마가 되었는데, 신의료기술평가제도와 관련해서도 2013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무려 6번 이상에 걸쳐 무력화 시도가 있었다. 주된 내용은 ‘유망의료기술’ 도입 기간을 단축하고, 대체치료기술이 없는 질환이나 희귀질환의 치료기술에 대하여 예외를 적용하며, 체외진단검사기기의 평가를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해서 즉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평가제도와 관련된 규제 완화는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적이라서 수많은 의료민영화 쟁점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했으며 별다른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평가제도가 가진 전문성과 복잡성이란 약점을 이용해 한가지씩 규제완화책을 공개하며 추진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완화의 실제 쟁점은 의료기기의 빠른 시장 도입에 맞춰져 있었다. 원격의료 기반장치 중 하나인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시행규칙이 별도로 마련된 것을 보면 이는 삼성, 에스케이 같은 굴지의 재벌들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원격의료와 신의료기술평가 완화는 재벌들의 돈벌이 시장 확대가 주된 목표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렇게 확대된 의료재료와 의료기기 시장의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각종 수술비가 3배 가까이 오른 이유가 의료재료의 특허권과 가격 상승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조금씩 진행된 의료기기 규제 완화가 불러올 것은 의료비의 폭발적 상승이다. 그래서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규제 완화는 가장 강력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라 부를 만하다.

황당한 건 정부는 이런 규제 완화를 행정적으로 도입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법 제53조에 의하면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수행할 시행 당사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법도 개정하지 않은 채 정부가 수개월마다 제도의 한 부분씩 망가뜨리려는 시도는 월권행위이자 불법이다. 조금씩 망가뜨려서 결국 신의료기술평가를 와해하려는 계획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월권과 국회 무시에 제대로 대응 한번 못하는 야당의 무능함도 참 슬픈 일이다.

정형준 의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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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6월 16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휴업했다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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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무려 10여 년간 저지된 '의료법인 인수합병허용(아래 인수합병법)'이 여야합의로 보건복지상임위를 통과했다. 대부분 법안이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하면 본회의는 그냥 통과하는 게 관례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이 의료민영화에 합의해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의료민영화를 지지한 정부와 새누리당, 병원협회가 쾌재를 부를 동안에도, 더민주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왜 이 법안을 합의했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가 무서워 그런 것이라면 기회주의적인 것이고, 몰라서 그랬다면 무능력의 소치이다. 어쨌든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지금이라도 공당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때문에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지난 11일부터 더민주 당사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더민주는 병원인수합병법이 통과될 시 벌어질 재앙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 이 법안의 목표는 합병 옹호 세력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실 중소병원 퇴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지난 2006년 첫 논의된 이후 이 법안의 핵심 목표는 언제나 '병원의 직접적인 매매를 통한 병원 산업화'였다. 당시 재경부의 도입 취지를 보면 "시장 메커니즘 강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효율화·다양화"였고, 그 중 하나로 병원 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특히 재경부는 '인수합병 전 병원경영지주회사(MSO) 도입'을 허용해 '의료기관 네트워크화'를 촉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언급된 MSO가 2014년 전 국민의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의 핵심이던 '영리자회사'의 다른 버전이다. 그런데 이미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재정으로 영리자회사가 허용돼 버렸다. 따라서 현재의 인수합병은 사뭇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다. 또 우리는 2006년보다 수많은 네트워크 병원이 있는, 더욱 영리화된 의료현실에 노출되어 있다.

네트워크 병의원의 습격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수술 전문병원으로 시작된 '네트워크 병원'은 2012년까지 쾌속 질주했다. 

이 와중에 불법 네트워크 치과 의원들은 한 명의 치과의사가 무려 130개의 의원 체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불법 네트워크는 멀쩡한 치아를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과잉진료해 공중파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경영하는 치기공업체를 통해 임플란트를 공급받아 엄청난 치료대수익도 챙겼다.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헌법소원, '어버이연합' 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동원 등으로 대응했다.

수술 전문병원들도 지분투자와 명의대여 등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몇몇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의 과징금 처분으로 부도 처리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시내버스를 수놓던 수많은 의료광고의 병원 이름이 지분정리와 함께 한 글자가 지워지거나 추가된 형태의 병원으로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전국 웬만한 대도시에서 네트워크 병원을 만나기는 너무나 쉽다. 네트워크병원의 인지도와 광고 용이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들병원은 대전우리들병원과의 로열티 분쟁 당시, '우리들병원' 상표권에 무려 매출의 5%를 부과하려 했다는 사실도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네트워크 병의원은 지난 십여 년간 확장해 왔고, 지금도 확장 추세다. 문제는 이러한 네트워크화가 혹자가 말하듯 양질의 의료 제공, 저렴한 의료 제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불법과 편법뿐만 아니라 과잉진료를 많이 한다. 또 의료사고 비중도 높았으며, 비보험 시술을 통해 돈벌이에만 앞장섰다. 높은 광고비와 상표권 비용을 환자 주머니에서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거기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들이 의료인 명의를 대여해 '사무장 병원'까지 내고 경쟁에 합류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일시적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해 병원을 매매해 수익만 남기려는 의료기관들도 늘어났다. 때문에 병의원의 부도율은 올라가지만, 병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빠른 병원 매매를 위해서 대부분 영리적 의료기관은 '개인병의원'을 선호한다. 이는 법인 형태로 바꿀 경우 매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광분한 자들이 의료로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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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민영화 바이러스' 감염된 정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원들이 지난 2015년 6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진과 병원노동자 안전 보장' '병원인력 확중, 비정규직 정규직화' '병원을 돈벌이 경쟁으로 내모는 의료민영화·영리화정책 및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 폐기' 등을 요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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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상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자산이 사회에 기부채납된 형태다. 이는 공공사업을 하기 위해 사회에 기부되어 있는 형태로, 공익고유사업(의업)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은 개인이 유용하기 못하게 해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하며, 대출을 받을 때도 저리융자 등을 해주었다. 한편 의료법인은 꼭 의료인이 아니어도 가능하도록 문호가 열려 있다. 때문에 의료법인 이사장의 절반 정도는 의료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이 의료법인이 서로 사고 팔면서, 정부가 말하는 대로 네트워크화를 하면 어떻게 될까? 첫째로 돈을 벌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업에 진출하게 된다. 정부 스스로 색출하러 다니는 '사무장병원'은 아마도 모조리 의료법인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들이 그간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이유는 자산정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수합병이 허용된다면 이들은 병원을 시장 가격에 내다 팔 수 있다. 불법인 명의대여를 할 이유가 없다. 돈을 버는 것이 주목적인 자들이 의료업에 대거 진출했을 때의 부작용은 어떠할까? 지금보다 한층 더 영리화되고 돈벌이에 최적화된 의료현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양심적인 의료인들은 이런 풍토에서 더욱 소외 당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으로 의료업이 완전히 영리화되는 것이고, '의료민영화'와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두번째는 재벌의 네트워크 병의원 진출이다. 지금 혹자는 의료법인만이 인수합병 허용되므로 재벌의 네트워크 병의원 진출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지금 제과업계 및 요식업계는 과연 처음부터 재벌들이 진출했는가? 재벌이 진출하는 시기는 요식업의 수익성이 보장되고, 독과점법이 붕괴했을 때였다. 인수합병이 허용되면, 의료법인의 크기는 무한확장도 가능하다. 재벌병원을 통하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에서 허용한 영리자회사 및 부대사업체 등을 통해 병원을 지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에는 자회사에 투자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직접 별도의 의료법인을 만들거나 기존 병원을 전환하고, 다른 네트워크 병원과 합병할 수도 있다.

향후 인수합병으로 네트워크형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 이를 재벌이 직접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병원인수합병으로 동네마다 들어설 재벌 병의원, 이것이 과연 기우일까? 20여 년 전엔 그 누가 전국을 재벌마트와 재벌제과점, 재벌요식업체가 뒤엎으리라고 생각했나? 여기에 원격의료, 민영 건강관리서비스, 약품 택배거래 등등 거대자본의 네트워크화를 위한법안들을 박근혜 정부가 줄줄이 추진하고 있음은 의미심장하다.

따라서 병원 인수합병이 가져올 충격은 진정 '의료영리화 쓰나미'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다. 때문에, 향후 의료영리화 쓰나미를 용인한 역사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더민주는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자신의 당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을 법사위에서 꼭 저지해야 할 것이다. 총선 공약집에 잉크가 마른 지 한 달도 안 돼서 병원협회와 재벌 로비에 야당이 넘어가는 것을 국민들은 좌시하지않을 것이다. 병원인수합병 법안은 기필코 저지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정형준님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입니다.



http://www.vop.co.kr/A00001021028.html


‘병원 인수합병 법안’(이하 인수합병법)이 4월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이하 복지위)를 통과했다.

인수합병법안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당시 복지부가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 원격의료 허용과 함께 의료법 개정사안으로 18대 국회에 상정했으나, 핵심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분류되어 폐기 처분된 바 있다.

또한 2014년 12월에는 부대사업확대, 영리자회사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됐다. 4차 투자활성화 계획 중 대부분을 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의 행정독재로 통과시켰으나, 인수합병법은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새누리당 이명수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 이 법이다.

무려 2년전 발의된 이 법은 비영리법인인 병원을 사고 팔 수 있게 해준다는 점만으로도 의료민영화법안으로 분류되어 20대 총선 전까지는 누구도 통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의료연대 조합원들이 의료영리화 반대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의료연대 조합원들이 의료영리화 반대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 법안의 심각한 문제점 때문에, 보건의료시민노동단체의 연대체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의 20대 총선거 의료민영화 추진 낙선자 명단에도 이 법안을 발의한 10명의 19대 국회의원들 모두를 낙선대상자로 발표한 바도 있다.

즉 이 법안은 그 동안 누가 봐도 병원영리화를 불러일으킬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판단되어 왔다. 이 때문에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와 정부여당을 제외하고는, 야당은 물론, 의사협회 같은 직능단체까지 이 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왔으며, 누구도 이 법안이 통과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 법안이 야당의 방조 혹은 찬동 속에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우리는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구조조정에 동의한 더불어민주당

우선 인수합병 법안이 복지위를 통과하기 전에 주로 논의되던 의료민영화법안은 기재부가 의료서비스를 쥐락펴락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그 다른 버전인 지자체가 임의로 ‘의료민영화 특구’를 만들 수 있는 ‘규제프리존법’ 등이었다.

이런 핵심 의료영리화 법안들이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들의 초미에 관심사였던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걸핏하면 경제활성화법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통과시키려는 법이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보건의료’ 부분만이라도 빼자고 하면 ‘앙코 빠진 팥빵’이니 ‘김치 빠진 김치찌개’니 하면서 보건의료 부분을 꼭 집어넣겠다고 새누리당이 밝히고, 직권상정 등의 강행추진 가능성도 매번 내비쳤었다. 그 만큼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의지는 높았다.

그런데 4월 13일이 지나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여당의 선거 참패로 정부의 강행 동력이 떨어졌다. 국민들이 박근혜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반면 야당은 총선 전 국민들의 표를 구걸하던 때와는 달리 기고만장해졌다. 국민들이 정권을 심판한 것이지, 야당에 대한 지지를 보인 것이 아닌데 말이다.

정부가 지지세를 잃고, 야당이 국회 제1당이 되는 상황이 되자 총선 후 며칠만에 ‘구조조정’에 야당이 손을 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선, 해운 등이 거론되었는데,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인 ‘창조경제’를 ‘구조조정’이 대체하는 국면까지 가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된 이유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구조조정 건은 선거 뒤로 미뤄두었기 때문이고, 한편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동의를 야당을 통해 쉽게 얻으려는 술수가 복합되었기 때문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여기서 말하는 구조조정은 선거때 이야기하던 최저임금 인상, 재벌들이 사내유보금을 정리, 복지서비스 확대 같은 친서민 구조조정이 아니라 철저하게 재벌과 자본 입장에서 시작될 구조조정이었기 때문에 차마 선거 전에는 누구도 꺼내기 힘든 과제였다. 즉 사실상 정리해고와 노동자서민 쥐어짜기일 수 밖에 없는 ‘구조조정’인데, 이를 선뜻 함께하겠다고 야당이 나서니, 박근혜 정부도 정말 고마워했다.

병원산업도 최근 병상포화와 경기둔화로 구조조정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이를 박근혜 정부는 부대사업 확대, 영리자회사 설립, 메디텔 허용, 원격의료 허용 등으로 해결하려 하였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병원자본의 목소리는 날로 커져왔다. 구조조정을 위해서 인수합병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병협의 주된 요구였다

병원인수합병법인 가져올 구조조정 방향

병협은 이 법안이 의료법인 사이의 인수합병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대부분인 대형병원의 수직계열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언뜻 보면 맞는 이야기 같지만, 지금까지 상급종합병원들의 대부분이 의료법인이 아닌 이유는 ‘의과대학-병원 연계체계’가 의료인력 수급과 이데올로기적 경쟁력에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을 국민들이 선호했고, 재벌도 그런 형태를 추구한 것에 기인하는 것이지, 의료법인이 대형병원화 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단적으로 인천의 길병원은 2000병상이 넘는 대형병원인데, 의료법인이다. 삼성병원체인 중 강북삼성병원은 의료법인이다. 이처럼 의료법인이 아예 대형화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병원이 인수합병으로 맘만 먹으면 수많은 중소 의료법인을 아래 줄세울 수 있다. 여기에 수많은 전문병원이 의료법인이다. 요양병원도 의료법인이 늘어가고 있다. 즉 한국의 대부분의 병원이 개인병원 아니면 의료법인인 상황에서 인수합병법은 전국적인 ‘삼성병원 네트워크’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수직 계열화(대형병원-중소형병원)만큼 무서운 것이 중소형병원끼리의 수평계열화이다. 네트워크 병원의 탄생은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수술전문병원의 확장을 가져온다. 우리는 척추관절 과잉수술 논란의 중심인 전문병원과 임플란트 전문 불법 치과네트워크 등의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다. 지금도 버스광고판을 수놓는 OO병원들의 과잉경쟁도 체인화에서 시작했다. ‘우리들병원’ 같은 경우는 이미 우리들병원의 상표권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까지 존재할 정도로 체인화가 확장되어 있다.

따라서 의료법인에 한정하더라도 수직·수평 네트워크를 가속화하고 그나마 개인병원으로 유지하면서 편법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던 병원들이 급속히 합법적 네트워크의 세계로 들어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네트워크의 부작용은 영리적 경영의 확대만이 아니다. 수많은 병원 노동자의 근무행태와 조건을 변화시키는 방향을 의미한다.

병원 노동의 변화

병원은 다른 곳보다 노동집약적 사업장이다. 병원경영의 핵심을 인건비 절약이라고 병원장들은 쉽게 이야기 한다. 때문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정규직 병원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이들을 해고하는 것이 병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커져왔다. 병원이 핵심 인력인 의사를 인턴이나 레지던트 같이 초기 저임금으로 일정 기간만 근무하도록 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일부 기인한다.

우선 인수합병을 통해 만들어진 체인병원들은 순환근무와 같은 것이 가능하다. 지금도 전산화되면서 과거 의무기록사들은 병원 물류팀으로 쫒겨나고, 없어진 병동 간호사들은 행정업무를 보도록 보직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병원 인수합병이 되면 이런 일은 더욱 심해진다.

최근 정부 양대지침인 ‘저성과자 해고’는 당연히 더욱 확대된다. 이는 그나마 정규직만을 고용해야 하는 간호사 등 핵심 의료직종에서도 순환근무, 보직변경 등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즉 노동강도는 더욱 강화되고, 네트워크의 경쟁과 병원 인수합병 후 병동 폐쇄, 조정 등으로 노동불안정성은 증가된다. 새누리당이 이미 이번 총선공약에서 간호간병서비스의 확대를 빌미로 간호직의 야간 시간고정 파트타임 등을 거론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걸핏하면 청년일자리를 이야기하면서 보건의료 파트타임 등을 거론했다. 이는 병원노동자의 문제임과 동시에 환자들에게는 의료 질의 문제이다. 노동강도 강화와 불안정 노동조건이 가져올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간병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인력이 파트타임이고 숙련도가 떨어진다면, 사실 경증 일부 환자를 위한 생색내기 서비스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현재도 한국의 병상당 의료인력은 OECD 최저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런 형편없는 인력구조를 가지게 된 결정된 계기는 민간주도의 의료공급구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을 단순 비교만 해봐도 노동강도, 인력고용연차 등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공공병원을 늘려서 해결하기는커녕, 민간병원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더 악화시킬 법안이 인수합병법이다.

경영학적 인수합병 = 정리해고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인수합병은 정리해고를 불러 온다. 경영학적으로 인수합병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인력 퇴출이었다. 이는 불과 10여년전 쌍용차를 위시한 자동차, 금융, 철강, 건설업 구조조정 시기마다 역사적으로 확인된 내용인 만큼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 인수합병법안에 대해서 병원협회도 의료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의료기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을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대놓고 주장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지역 의료기관을 사실상 폐쇄하고 규모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병원협회는 “법인이 퇴출될 뿐, 의료기관은 존속”한다거나 의료기관이 강화되고 국민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합병으로 합병 이전에 운영되던 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를 이미 명시하고 있다. 즉 인수합병법의 본질은 돈벌이를 위한 구조조정이고, 영리적 경영을 하는 네트워크 병의원의 사례처럼 필수의료시설(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줄이거나 없애고 상업적 의료시설만을 남겨놓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 와중에 당연히 해고는 따라 붙는다.

지금 병원 구조조정의 한가지 과정으로 공공병원에 대한 ‘성과급 연봉 적용’이 강요되고 있다. 이미 국립대병원은 물론이고, 국가유공자들을 주로 진료하는 보훈병원에도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 왜 병원에 성과급을 적용하면 안될까? 성과급 적용은 의사들의 과잉진료, 서로 연계해야 하는 직능별·과별 경쟁 격화를 가져오고 종국에서는 중장기 근무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저임금을 감내할 신규 병원 노동자들을 계속 돌리면서 병원이 돈벌이에 나서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이런 병원영리화 과정을 합법적으로 큰 규모에서 명확하게 해 주는 것이 인수합병의 허용 여부이고, 법안이 가진 효과다. 병원 인수합병 허용은 병원을 하나의 상품으로 가격을 매기는 행위만으로도 문제이고, 비영리법인이 그동안 받은 각종 세제 혜택과 사회적 지원을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에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정말 문제는 병원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다.

그리고 병원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부서 통폐합, 인력 감축, 비정규직 양산은 결국 환자들의 피해일 수 밖에 없다. 명확한 의료민영화 법안인 인수합병 법안을 모른 척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이런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제 본회의 상정을 저지할 수단이 몇 가지 안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병원 인수합병 법안의 상임위 통과를 되돌리려면, 본의회에 법안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 하다면, 병원 영리화와 구조조정의 쓰나미를 불러온 책임을 야당도 면치 못할 것이다.


http://www.vop.co.kr/A00001001689.html


정부가 3월 10일부로 제 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이하 공공의료계획)을 발표했다. 알다시피 박근혜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지방의료원 폐원을 승인한 정부였고, 각종 부대사업확대, 병원호텔허용, 영리자회사 허용,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원격의료 추진,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시도 등등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든 의료민영화 정책을 행정독재로 강행해 왔다. 여기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을 통해 보건의료부분을 이윤중심의 산업으로 전면 재편하려는 계획까지 강행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그나마 공공의료계획 발표에는 일말의 기대를 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각종 언론보도자료를 통해서 ‘분만취약지를 없애겠다. 응급의료체계를 갖추겠다’고 광고를 하며, 기대감을 한껏 올려두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정부는 이번에도 또 한번 뒷통수를 쳤다.

의료민영화ㆍ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주영리병원 정보비공개 규탄 및 정보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료민영화ㆍ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주영리병원 정보비공개 규탄 및 정보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우선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은 사실 2013년 시행된 공공보건의료법에 의해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연구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밀리고 밀려서 내야 하는 계획을 그나마 발표한 것이다. 의료영리화를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규제완화를 하고 있었던 것에 비추어 볼때 공공의료계획이 무려 3년이 지나서 발표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한다. 특히 19대국회가 끝나가는 지금에도 서비스법에 ‘보건의료’를 포함하는데 집착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이 직접 나서고 있는 기민함과도 비교되며, 금년 보건복지부 첫 연례보고가 의료기기 및 제약산업육성안이었던 것과도 대비된다.

암튼 그래도 공공의료계획을 늦게라도 발표라도 했으니 고맙게 생각해야 될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내용은 한술 더 떠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내용과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게 나은 수준이다.

공공의료계획의 핵심 조차 만들지 않은 정부

첫번째로 이번 계획에는 공공의료계획의 핵심인 공공병원 확충계획이 없다. 한국의 현재 공공병상이 전체의 10%(OECD 평균 75%)로 너무 낮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결론은 엉뚱하게도, 공공병원이 너무 없으니까, 민간병원에 공공병원 역할을 맡기자는 내용을 제시한다.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면 “소유주체 중심(공공vs민간)에서 ‘공공의 이익 실현’이라는 기능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의 개념 전환”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다 보니 분만취약지 해결, 응급의료기관 확충을 위한 계획을 거의 전적으로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려 하고 있고, 지역거점 병원도 공공병원을 증설하거나, 민간병원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민간병원에 위임하는 계획이다.

우리가 작년 메르스 사태때 이미 경험했듯이 민간의료기관의 역할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명확하게 다르다. 시설과 인력 장비에서 최고수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수많은 메르스환자를 실제로 치료한 곳이 공공병원들이었음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더구나 경남도 홍준표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면서 근거로 삼은 것이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지금 정부의 공공의료계획에 따르면, 사실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축소와 폐원까지도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공공의료를 빌미로 원격의료 도입까지 통과시켜

공공의료 확충은 과거부터 30%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이 때문에 2005년 노무현정부때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에는 공공의료기관 30% 확충목표가 명시되어 있다. 또한 의료취약지에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시민운동과 지역운동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 성남시에서 건립하고 있는 ‘성남시민병원’으로 지난 15년간 지역시민운동의 결과가 공공병원 건립이다. 이 밖에 대전, 인천, 울산에서도 시민들과 지역단체들이 공공병원을 건립하자는 운동을 하거나 준비중이다.

그런데 이번 안에는 이런 국민들의 요구는 물론, 이전 정권에서 가장 기본적이라고 제시한 30%는커녕, 아예 공공의료기관 확충의 목표와 계획이 전무하다.

거기다 공공의료를 빌미로 원격의료 도입을 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1차의료 취약지에 원격의료 활성화를 거론하고, 원격협진 네트워크 등의 IT-의료 융합을 명문화 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다시피 원격의료는 안정성과 효용성이 입증된 바 없고, 의료취약지에 실제로 필요한 것은 의사와 의료기관이다. 더구나 그래도 명색이 5년계획의 한나라의 공공의료계획인데, 아직 사회적 합의도 의학적 입증도 안된 의료민영화 사안인 ‘원격의료’를 버젓이 집어넣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공공의료기관의 개선
공공의료기관의 개선ⓒ제공: 정형준

물론 이보다 너무한 짓도 많이 했기 때문에, 그냥 넘기려 해도 ‘공공의료’의 이념마저 의료영리화에 활용하는 이 정부를 어떻해야 하나?

거기다 공공의료전달체계를 거론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의 연결체계를 상정했는데, 사실 이들 병원의 연계가 되지 않은 것은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관, 국립중앙의료원은 복지부 소관, 지방의료원은 지자체 소관으로 주무부처와 책임라인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국립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비교해 볼 때, 누가 봐도 국립대병원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우수한 상황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위상과 기능확대를 위한 획기적 투자와 위상정립 없이 공공의료전달체계를 말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이번 계획을 보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예산을 공공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추상적이기 그지없다. 그냥 기존의 체계에 이름표만 붙여서 써먹으면서, 공공의료계획은 제출했다고 행정적인 처리만 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국립대병원의 비효율적 운영과 방만경영을 바로 잡겠다고 하면서, 대안으로는 성과계약 등을 천명하고 있다. 성과관리에 공공의료평가를 일부 반영한다고 하지만, 성과계약은 근본적으로 진료량과 병원수익에 의존하는 과정을 갖게 된다. 지금도 성과평가가 지방의료원등을 왜곡시키고 있고, 국립대병원의 정상적인 연구, 진료활동을 저해하는 큰 요소이다.

무엇보다 공공병원마저 수익성을 따져서야 제대로된 한국 의료시스템이 가능하지 않다. 여기에 방만한 경영의 예로 ‘노조의 경영권 개입’까지 언급한 부분을 보면 이번계획에 포함된 공공의료기관 경영체계 개선이 뜻하는 바는 ‘신경영체계’를 공공병원에 적용하려는 시도임을 알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공공의료계획에 성과계약, 컨설팅 등의 신경영체계를 거론하는 것은 그나마 남아있는 공공병원마저 민간병원처럼 만들겠다는 흡혈귀 전략이다.

공공의료개념의 개념
공공의료개념의 개념ⓒ제공: 정형준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계획은 전무한데다가, 각종 의료영리화 사안들을 집어넣고, 기존에 발표된 누더기 보장성 강화안과 각종 정책을 짜짓기 해놓은 데에다가 정부의 공공기관정상화 방안인 ‘신경영전략’까지 포함시켜, 기존의 공공병원마저 망가뜨리겠다는 계획이 이번에 발표한 무려 ‘1차’ ‘5개년’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다.

서비스법이 ‘기재부독재 민영화법’이고, 테러방지법이 ‘국민사찰 국정원독재법’이었듯이 이번에 발표한 공공의료계획도 ‘공공의료 포기계획’이 정확한 명칭이다.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라면 국민의 건강권을 옹호하고 의료산업화를 견제하는 것이 책무다. 그런데, 일개 기재부의 하위부서마냥 행동하는 것에도 모자라, 공공의료를 망가뜨리고 포기하는 기본계획을 5년짜리 중장기 계획으로 발표하는 행위는 기가 막힐 상황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통해 무엇보다 공공의료의 중요성, 그 중에도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이 절실한 문제임이 제기되었음에도, 고작 기관수로는 5%에 지나지 않는 공공병원확충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기본계획’을 몇 가지 사안으로 광고선전하는 데에만 급급한 것도 ‘혼용무도’한 현 정권의 본질을 다시금 보여준다. 이제 그나마 시민들이 요구해 성남에서 건립중인 ‘성남시민병원’과 같은 공공병원 건립을 훼방 놓거나, 진주의료원의 경우처럼 더 이상의 공공병원 폐원만은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무엇이든 정상적인 것을 기대해선 안된다는게 교훈이라면 교훈인 듯 하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뉴시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이란 이름만으론 실체를 알 수 없는 법안이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쟁점이 되고 있다. 서비스법은 이름만으로는 정체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우선 서비스산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대다수 국민들은 추상적으로 이해할 뿐더러, 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에 ‘기본법’이라는 테두리까지 씌우는 의도는 더더구나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8월 대국민 담화, 9월 국무회의에 연이어 이 법을 ‘경제활성화’ 법안에 포함해서 국회통과를 압박했고, 10월 22일 여야 영수회담격인 5자회동에서까지 빼놓지 않고 언급해서 대통령이 집착하는 법안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거기다 대통령은 작년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3년째 상임위에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처리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무려 ”69만개의 일자리”까지 언급을 하며, 서비스법 통과의 장미빛 미래를 광고했다.

서비스산업과 서비스법

서비스산업이라고 하면 그나마 과거 교과서에 실려있는 개념을 떠올리는게 가장 정확하다. 1차 농,림어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되는 개념으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서비스산업이 발전한다고 우리는 사회시간에 배웠었다. 실제로 2011년 발의된 최초의 서비스법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문구가 들어있다. 「제2조(정의)…“서비스산업”이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말한다」 가 그것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정의철 기자

즉 서비스산업이란 무형의 재화를 제공하는 모든 산업을 포괄하는 것으로 그 범위는 상업활동 모두와 금융, 교육, 의료, 관광등등 전범위에 걸쳐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런 기본법이 없이도 서비스산업은 팽창했고 발전했는데 왜 이런 법 도입을 하려는 것일까?

서비스법은 2011년 11월 18대 국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도입할때부터 법안의 위법성 때문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첫째는 포괄적인 서비스산업 기준으로 인해 기본적 공공서비스 영역이 모두 대통령 시행령으로 산업으로 규정되는 점이었다. 이는 공공영역을 산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로, 철도, 운송, 가스, 전기 등 공공서비스 전체를 ‘서비스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정책을 산업정책으로 귀속하는 걸 의미했다.

둘째는 이 법안에 따라 구성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장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으로서 직접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장관보다 상위에서 법령이나 사안을 개폐할 막대한 권한을 휘두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법이 규정하는 위임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상위법을 두는 규정이라서 18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19대 국회에 서비스법을 재상정했다. 포괄적 위임으로 논란이 있자, 농어업, 제조업 제외 모든 산업을 「제2조(적용범위) 이 법은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이하“서비스산업”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 로 축소하였다. 그러나 기재부 권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든 사안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전체 서비스산업에서 의료,교육,관광,정보통신 이라는 한정된 영역으로 대상 범위가 일부 축소된 점이 그나마 차이점이었는데, 이는 의료,교육,관광의 중요성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 병원부대사업확대, 영리자회사허용, 의료호텔허용, 영리병원 첫 허가 등등 파상공세식의 의료민영화 시도가 몰아 닥쳤다. 그리고 작년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서비스법과 함께 원격의료를 허용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 국내 비영리병원들의 해외영리병원투자, 보험사와의 직계약, 광고규제완화, 국제의료법 등을 거론할 정도로 ‘의료민영화’에 광분해 있었다.

의료가 핵심인 이유

2015년 3월 17일 보건의료부분을 서비스법에서 제외하면 법안 통과에 동의하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과 새누리당, 청와대의 합의(3자회담)가 있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불과 며칠만에 청와대에서 거부당해 무산되었다.

특히 2015년 10월 22일 청와대 5자 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보건의료’를 제외하고는 통과시킬 수 있다는 야당의 의견을 재차 번복해서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이후 올 1월이 되어서는 강석훈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가 “(보건•의료 부분을 서비스발전법에서 빼자는 야당의 주장은)김치찌개 끓이는데 김치를 빼고 끓이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보건의료 부분이 이 법의 핵심임을 자임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사실 ‘보건의료’가 제외되어도 서비스법의 문제점은 심각하다. 앞서 보았듯이 기재부가 교육, 법률등 모든 부분에서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공공서비스 부분까지 민영화시킬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의료’ 부분이 서비스법의 핵심이란 점은 이 법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단 교육 같은 경우 이미 100조원대의 사교육 시장이 열려있다. 대학도 대부분 사립학교이다. 지금도 높은 등록금과 사교육비로 가계가 아우성인데, 더 확장할 시장은 사립고등학교 정도이다. 관광도 마찬가지이다. 해외관광유치는 지난 20년간 여러경로로 확장되어 왔다. 국내관광시장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상 확장이 쉽지 않다. 금융은 이미 금융위원회를 통해 연금시장까지 시장화한 상태로 더 민영화할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부동산, 음식숙박 등은 아시다시피 자영업과 중개업의 천국이며, 국가가 나서서 이런 사업을 부추긴 지 오래되었다.

정말 수많은 서비스산업 중에 아직까지 민영화가 덜 된 부분은 ‘보건의료’가 그나마 유일하다. 우선 한국의 사회보험제도 중 유일하게 그나마 기능을 하는 ‘건강보험’이 있고(국민연금과 비교해보자), 의료업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는 법조항 때문에 영리병원도 쉽게 도입되지 못한다. 또한 약가 및 진료수가가 일정부분 공적보험에서 통제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 교육등은 추락하는 경제상황에서 서민들이 지출을 줄이는 부분이지만, 아프면 줄이고 줄여도 돈을 쓸 수 밖에 없다. 즉 아직까지 팽창할 여지가 있고, 국민들이 더 많은 의료지출을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보건의료’ 부분이다.

이런 보건의료 부분의 특징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OECD국가 대부분이 보건의료는 공공재로써 국가에서 통제한다. 한국처럼 민간에서 병원을 경쟁적으로 짓고, 공적보험이 보장하는 보장성이 엉망이지 않도록 관리한다. 미국만이 이런 구조에서 별개인데, 미국의 전국민의료비는 국민총생산의 20%에 육박하고, 여기에 기생하는 보험, 제약, 병원자본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그 이유는 미국만이 ‘보건의료’를 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벌들과 경제관료, 대통령은 미국의 보건산업이 마냥 부럽기만 한 모양이다.

한국의 망가진 보건의료제도조차 미국식으로 더욱 망가뜨리려는 시도가 서비스법에 ‘보건의료’를 포함시키려는 핵심 의도다.

서비스법이 가져올 미래

계속된 경제위기에서도 재벌들은 엄청난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었다. 이제 확실한 투자처는 공적영역밖에 남아있지 않다. 서민들이 의존하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영리화하면 재벌들의 경제는 활성화가 되겠지만, 서민들에겐 재앙뿐이다. 그런 점에서 서비스법은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완전한 민생파탄법안으로, ‘보건의료’가 제외되더라도 통과되어선 안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보건의료’가 포함된 서비스법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차적으로 병원, 제약산업의 투자개방이 촉진될 것이다. 이는 현재의 건강보험제도 외에 원격의료를 기반으로 한 민간자본 중심의 ‘건강관리서비스’와 이와 연계된 각종 의료기기시장의 확대를 뜻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이미 통과시킨 영리자회사 허용등을 기반으로 각종 투기자본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보건복지부의 눈치라도 보던 의료민영화는 기재부가 앞장서서 수행할 것이다.

지금도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 17조가 넘는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금이 남아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더욱더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건강보험재원은 임상시험, 의료기기개발등으로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정부 3년만에 공약이었던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100%는 걸레짝이 되었고, 작년에는 역사상 최초의 영리병원까지 허가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의료인 면허제도, 병원허가건, 의료기기 및 제약산업 규제 등등을 모조리 서비스산업의 테두리에 넣게 된다면 어찌될까? 그 암울한 미래는 단지 영화속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높은 의료비 때문에 찢어진 상처를 달궈진 바늘로 직접 꿰매고 있는 다큐멘터리 씨코(SICKO)의 현실이 남의 나라 일이 결코 아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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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칼럼] ‘피부성형 전문’ 최초 영리병원의 진실

지난해 12월 18일 정부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도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을 ‘허가’했다. 이는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이다.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에 허용된 2002년 이후 13년만에 첫 허가가 난 배경에는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여론과 민중,시민운동의 저항운동이 숨어있다. 특히 2008년 촛불항쟁때의 강력한 영리병원 반대여론을 아직도 두려워한 나머지, 정부는 이번 영리병원 ‘허가’도 국내의료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급급하다.

단적으로 지난 13년간 틈만 나면 영리병원을 허용하려고 온갖 규제완화를 남발해 온 세력들이 최초로 허가한 병원이 50병상 남짓의 피부·성형병원이라는 점이 보여주는 시사점도 크다.

‘영리병원’ 도입 근거의 거짓들

우선, 녹지병원은 영리병원을 지지한 세력들의 초기 언사와는 달리 국내거주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한 정주시설이란 이야기가 거짓임을 보여준다. 50병상의 피부성형 병원이 외국인들의 의료혜택을 제공할 정주시설이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일상적 진료는 제주도에서도 여전히 국내병원들에서 해야 한다. ‘피부성형’ 전문이란 점도 그냥 돈벌이가 목표임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다가, 해외의 선진의료기술을 받아드리고, 외국인 의사가 와서 진료한다는 이야기도 모두 허풍임이 들어났다. 아마도 녹지병원의 의사는 모두 한국인일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피부성형은 한국 의료가 이미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녹지그룹이 투자한 것이 아닌가? 외국인의사가 와서 최신 첨단 의료를 할 규모도 안되지만, 영리병원의 의료진과 의료기술도 모두 국내산임을 보여준다.

의료민영화ㆍ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
의료민영화ㆍ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김철수 기자

또한 50병상 남짓 이 병원은 응급의료시설도 없어 제주시에 있는 종합병원(S병원)과 응급의료체계를 제휴 맺어서 겨우 허가받은 상태이다. 응급처치도 다른 병원에 의존해야 하는 병원이 ‘선진의료’라고 말하지는 차마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녹지그룹은 병원을 한번도 경영해본 적도 없는 부동산기업이다. 병원을 한번 경영해본 적도 없는 기업이 병원에 투자한다는 뜻은 단순히 투자자일 뿐이라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녹지그룹은 투자한 이윤만 가져가는 단순투자자이다. 실제로 이 병원을 경영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베일에 감춰져 있다.

그런데, 한국인 의사들로 무장한 피부성형외과 병원이라면, 실제 이 병원을 경영하는 세력은 내국인일 공산이 커 보인다. 거기다 이 병원은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 이쯤되면 이 병원은 내국인이 경영하고, (외국인도 진료하지만) 내국인을 진료하는 서울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병원과 다를 바가 없다. 강남의 성형외과병원들 상당수가 과거의 일본은행의 저금리를 이용해 일본자금을 대출해 건립한 바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무 차이가 없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고, 이윤을 투자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는 점 뿐이다. 외국인 정주시설, 선진의료, 외국인 의료관광, 외국인투자 이런 건 모두 과장되어 있고, 허풍이었다. 병원투자금 배당이 합법화되기만을 오매물망 기다린 국내성형병원이 제주도로 옮겨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에 광분한 이유

그래도 이런 ‘허접한’ 피부성형병원 도입에 ‘조선일보’를 위시한 언론과 산업화론자들은 열광했다. 조선일보는 ‘녹지병원’ 허가를 속보로 다루며, 다음날인 19일에는 사설로도 다뤘다. 그런데 사설제목이 무려 “13년 만에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국내 병원 역차별 없어야” 였다.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 외국계에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국내 병원에 허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다.(조선일보 2015년 12월 19일 사설)”고 강조해, 국내 영리병원을 이번 기회에 도입하자는 주장을 단박에 했다.

경제자유구역등의 영리병원 도입이 사실 국내영리병원허용의 교두보가 되길 바란 속내를 보여준 것이다. 영리병원은 미국에서도 기존병원보다 의료비가 20%가량 높고, 주변의 비영리법인 병원의 의료비까지 인상시키는 흡혈귀 같은 존재다. 병원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투석환자등 돈안되는 환자들의 사망률도 높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 영리병원을 미국의료제도의 문제점중 하나로 삼는데, 이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조선일보’는 제정신이 아니다.

'의료민영화,영리화,영리병원,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각계 원탁회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
'의료민영화,영리화,영리병원,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각계 원탁회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양지웅 기자

그런데 사실 이보다 앞서서 12월 2일 정부가 오매불망 국회에 통과시켜 달라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하 국제의료법)’도 결국 내용을 수정해서 통과했는데, 이 법은 박근혜대통령이 특별히 지적해서 통과를 주문한 법안이기도 하다. 이 법은 국내 법인이 해외의 영리병원을 설립하는 걸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이렇게 설립된 해외 영리병원이 국내 우회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법을 새누리당과 합의해 통과시켜준 새정치민주연합(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은 우회투자를 막는 조항을 넣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단순우회투자가 아닌경우 시행령, 시행규칙등의 규정으로 무력화 할 근거법안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시행령, 시행규칙 장난의 대표격이 부대사업확대 및 영리자회사 건이었음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국제의료법이 국회 통과되자 지난 8개월간 논쟁중이던 제주도 ‘녹지병원’이 설립 허가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다름 아닌 ‘의료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료민영화론자들의 주장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병원의 해외진출을 정부가 부추기고, 병원이 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걸 부추길 때, 내국인들에게는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사고가 아닌가?

따라서 의료민영화에 광분한 자들에게 이름뿐인 ‘영리병원’이라도 도입이 필요했고, 허울뿐인 ‘국제의료특별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매번 이야기하는 외국인 대상이라는 최초 이야기와는 달리 사실 돈벌이의 주된 대상은 내국인을 향하고 있고, 국내의료제도에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이야기와는 달리 사실상 국내용 법안이었던 것이다. 이는 ‘테러방지법’이 해외 테러세력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국내 반대세력의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인 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이런 시도를 진두지휘한 것이 박근혜 정부다. 이런 의료영리화시도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시도가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이 법도 대통령이 꼭 집어서 통과를 주문했는데, 의료가 ‘산업’이 되면서, 이제는 돈벌이를 부추기도록 하고, 기획재정부가 이를 관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결코 통과돼선 안될 악법인 이유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녹지병원을 보건복지부가 허가했다고, 들어서는 게 확정된 것이 아니다. 우선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복지부 ‘허가’만으로 끝이 아니다. <제주문화방송>이 지난 9월 녹지그룹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도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8%가 반대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제주도 주민의 여론을 반영해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윈회는 ‘녹지병원’을 불허해야 온당할 것이다. 그리고 민중시민단체도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녹지병원을 불허하라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혹여나 설사 병원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끝은 아니다. 녹지병원은 그 허가내용이 작년 사기 및 불법의료시술 의혹으로 허가취소된 중국 CSC그룹의 ‘싼얼병원’과 닮아있다. 녹지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 때문에, 건강보험과 심사평가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어 위험성은 더욱 커져있다. 특히 피부, 미용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등의 효과가 입증되기는커녕, 위험성이 높은 시술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영리병원이 환자를 진료한 것도, 운영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집요함에 우리도 끈기로 끝까지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80


주치의제를 다시 생각한다[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승인 2016.03.10 07:23

전국민 건강보험이 도입된 이후 보건의료의 진보적 개혁과제에는 항상 주치의제가 포함되어 왔다. 그러나 건강보험 통합, 의약분업, 그리고 항목별 보장성 강화, 더디지만 시범사업에 일부 진행된 지불제도개편 등과 달리 주치의제는 간단한 시범사업도 잘 진행되지 않았고, 이제 와서는 정부의 중장기 보건계획에 포함되지도 않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초기의 시범사업조차 제대로 못한 것은 의료계의 반대가 컸다. 개별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정해진 환자만을 진료해야 하는 주치의제가 매우 우려스러웠을 것이다.

거기다, 새롭게 의원을 개업하려는 의료인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의 환자를 가지고 있는 선배들에 비해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환자를 짧은 시간에 진료하는 한국의 외래현실은 주치의제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 외에도 그간 정부가 주치의제에 진지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데 있다. 우선 주치의제가 도입되면, 의료전달체계가 자연스럽게 확립된다. 이는 의료산업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 팽창한 병원의 각종 이윤사업은 병원 이용의 자율성이 담보되어야 했다.

자유로운 병원 이용이 제한되고, 소견과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외국에서 한국처럼 대형병원이 대도시에 집중되기도 어렵다. 의뢰와 필요를 중심으로 이용되는 병원이라면 접근성이 중요(지역거점병원)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병원 부대사업확대와 메디텔 허용등도 병원이용이 자유로울 때 빛을 발한다. 병원의 베이커리, 커피숍, 그리고 투숙호텔은 주치의제가 도입된다면 망할 수 있다. 병원의 외래 이용객이 급감하고, 문병객이 줄어든다면 수익이 줄어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관점 때문에 주치의제도는 구체적인 정책순위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여기다가 일차의료기관조차 네트워크화 하고, 특히나 원격의료까지 도입하려는 마당에서 ‘주치의제’는 걸림돌로만 느껴질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무산되었으나, 올해 2월 다시 꺼내든 ‘건강관리서비스’를 들여다 보면, 1차의료기관에서 해야 하는 예방, 재활, 사후관리 등을 모조리 민간기업, 특히나 생명보험회사에서 할 수 있게 하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은 애초에 주치의가 있다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주치의제 도입은 한국의 무분별한 1차의료기관 난립으로 말처럼 정책결단만으로 수행될 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다. 또한 국민들도 ‘주치의’라고 하면 유명한 의사, 대학병원 교수 등의 전문의들만을 생각하고 있어서, 주치의제에 대한 교육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국민들의 요구순위에서 뒤로 밀린다고 해서 차일피일 밀어 둘 수 있는 상황이 이제는 아닌 듯하다.

우선 지금 1차의료기관의 현실이 과거 같지 않다. 의원들의 무한경쟁은 병원에서 전임의까지 마친 전문의마저 동네에서 경증진료를 하게 만들고 있다.

거기다 전체의사의 80%가량이 전문의인 기형적인 의료공급구조가 계속되면서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려 한다. 국민들은 의료비지출을 높이고 있지만, 의료결과는 그 만큼 좋아지기는커녕, 환자-의사관계만 나빠지고 있고 의료불신이 곳곳에서 싹트곤 한다. 물론 과거 의사수가 부족할 때 지역 일차의료기관에 작은 병상이라도 두고 입원치료를 독려하던 역사적 맥락이 있지만, 이젠 이런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기재부독재법’에 ‘보건의료’가 빠져서는 안된다는 청와대의 광분은 앞으로 보건의료가 훨씬 더 영리화되고 수익성있는 사업으로 개편될 압력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부익부 빈익빈의 자본집중 현상과 경쟁격화로 나타날 것이 뻔하다.

지금도 대형병원의 외래독식으로 동네의원들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 국민들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의료계가 주치의제에 대한 공감대를 다시금 형성해야 한다. 허울뿐인 ‘의료전달체계개편’이 아니라 주치의제를 기반으로 한 1차의료지대를 강화하고, 환자-의사 관계를 복원해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최근 치과계가 우선적으로 솔선수범해서 나서고, 성남시도 주민주치의제도 등을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일은 긍정적인 과정이다. 이제 이런 과정을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전반적인 변화에 큰 축으로 재구성할 시점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본지 논설위원)

정형준  akai0721@hanmail.net

<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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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시제품 시험대상으로 만드는 박근혜 정부[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승인 2015.11.23 17:03

정부가 최근 ‘바이오헬스산업 규제개혁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또 한차례의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및 임상시험 규제완화를 선언했다. 일관된 의료민영화 및 의료산업화 정책추진의 일환으로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산업발전의 걸림돌로만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내용을 보면 체외진단검사 등은 아예 평가에서 제외하자고 하고 있고, 신속검토를 도입해 평가기간을 무려 반으로 축소(280일을 140일로) 하자고 한다. 여기에 식약처가 관리하는 의료기기 허가와 복지부가 운영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원래 대부분의 국가들이 안정성 평가와 효용성 평가를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는 이유는 이해상충을 최소화하고, 사람에게 쓰는 장비는 안전하더라도 효용성(비용효과, 기존기술과의 효용성문제)이 있는지를 평가해 국민부담을 적정화하자는 취지이다.

현 정부 들어 신의료기술평가를 계속 간소화 하는 상황에서 이런 통합은 식약처의 안정성평가로 모든 효용성 평가를 준용하려는 꼼수로 까지 보인다. 모두가 의료기기를 빨리 시장에 출시하려는 시도이고, 시장에서 평가하자는 조치이다.

여기에 웰리스 제품의 의료기기평가 제외를 공고화해서 적정성 평가를 아예 생략하려 한다. 이미 삼성 휴대폰의 심박계 등이 이런 혜택을 보았다. 문제는 이미 출시된 심박계, 체지방 측정기기까지 확대될 경우, 이들 장비의 안전성과 측정된 내용의 정확성 등이 평가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허가되어 심박, 체지방 지수, 수면양상 평가 등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장비가 확산되면, 잘못된 건강지표 제공으로 국민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기기들을 의료기기로 묶어 적정성을 평가한 그간의 목적이 무색해지고 만다.

이 모든 계획은 의료기기가 정확하게 측정되는지, 비용효과는 있는지 판단은 시장에 맡겨두고, 빠른 제품화만을 우선시하는 데 기반한다. 즉 시제품을 충분한 검증을 통해 출시하는 게 아니라, 마구잡이로 출시해서 시장에서 평가하고, 개선하려는 기업전략이다. 때문에 무차별 의료기기 허가가 눈앞에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기업전략이 삼성의 ‘햅틱’ 휴대폰이나, ‘마이마이’ 워크맨처럼 의료기기에서도 내국인들을 희생양 삼아 제품발전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우선 초음파진단기기 및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한국 내에서도 포화상태이며, 지멘스나 제네럴 일렉트릭(GE)같은 다국적 기업의 상품에 우리 의료시장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충분한 품질을 유지하지 못하면, 시제품을 사용할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간 이런 기업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이런 시제품들을 평범한 일반 국민들에게 팔아 테스트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인의 독점적 점유권을 최대한 해체하려 했다.

현정부가 ‘원격의료’나 ‘건강관리 서비스’등을 도입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의료기기 시장의 활성화다. 의료와 관련된 규제완화의 상당수가 기업들의 의료기기 시제품의 시장 내 테스트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초기 자본축적을 도와주려는 과정이다.

문제는 워크맨이나 핸드폰, 자동차는 이런 내국인 테스트가 경제적 부분 외에는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의료기기는 다르다는 점이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들은 의료비 폭등뿐 아니라, 잘못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체계를 왜곡시킨다. 결국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입힐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의료기기의 경우 내국인 대상의 시제품 실험이 국제적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MC스퀘어’가 1990년대 축적한 자본이 국제적인 상품을 만들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왜냐면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고, 이런 얼치기 상품들을 구매할 이유도, 체계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엉망진창 규제완화를 미친 듯이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주 합법집회에서 물대포를 통해 시민을 죽이려 했다. 내국인 대상의 최루탄 사용을 기반으로 최루탄 수출을 하듯이, 이 정부가 캡사이신 자동 물대포시스템의 성능을 해외 독재국가들에게 알리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건 과도한 망상일까?

국민들을 각종 임상시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기업의 시제품 대상으로 판단하는 정부를 실험의 주체가 아니라, 실험의 대상으로 단죄해야 할 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본지 논설위원)

정형준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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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후반기를 바라보며[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승인 2015.08.12 12:17

8월 6일 박근혜 정부는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발표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노동시장 유연화, 대학 구조조정, 금융시장 구조조정, 의료 및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활성화 등이 주된 목표로 제시되었다.

모조리 규제개혁이니 민영화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런 정책을 수행하면서도,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를 위한다는 미명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주장한다. 국회에 대해서는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과 ‘국제의료특별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법이 지금까지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다시금 확실해진 지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 정부는 ‘조폭정부’다. 불과 2개월 전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국가는 어디에도 없고, 모두 ‘각자도생’하는 상황을 목도하였다. 그간의 의료영리화와 규제완화 때문에, 병원은 시장통이 되었고, 대형병원들은 병원인증조차 민영화되어 감염병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이번 메르스 사태만이 처음은 아니었다. 바로 작년 수많은 아이들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 때도 규제완화로 인해 세월호는 출항하였고, 침몰 이후 인양 때는 민영화된 업체에 구조를 위탁하는 국가의 모습을 보았다. 메르스 사태에도 국가방역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민간병원의 자체방역에 의존하는 황당한 모습뿐이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민영화 정책과 규제완화 시도와 모두 맞닿아 있다. 그런데, 후반기 계획을 보면 반성도 없고 양심도 없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나타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각종 구조조정이 강행된다. 철면피가 따로 없다.

두 번째로 이 정부는 반대를 무시하는 게 ‘리더쉽’인 줄 안다. 작년 부대사업 추진 때 의료민영화 행정입법에 대한 대중들의 반대여론을 기억하는가? 당시에도 엄청난 서명과 반대여론에도 정부는 부대사업 확대 및 영리자회사를 허용했다. 작년부터 제주도 영리병원은 계속 추진 중이다. 여기다 이번에는 의료부분을 복지가 아닌 경제영역에서 계획하고 통제하게 하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강행하려 한다. 국민들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의료민영화 공세에 저항해왔다. 일부는 막았지만, 아쉽게도 상당 부분은 강행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강력하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원했지만, 정부는 국회까지 무시하며, 이를 깔아뭉갰다.

따라서 후반기에는 좀 더 강력한 저항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 정도 싸우면 최소한 정부가 물러서거나 후퇴할거라 생각하지 말자. 물론 이런 상황이 현 정부가 강력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태생적 성격 때문이다.

이 정부는 일부 복지확대, 경제 민주화 등을 기반으로 집권하였지만, 너무나 명확한 강성 우파 정부다. 사실 기대할 건 처음부터 하나도 없었다. 박근혜는 약속을 지키니, 최소한 공약수준의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하지 않겠냐는 관점은 처음부터 황당한 주장이었다. 사실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 상태로 가면, 우리 젊은이들은 모조리 비정규직이 되고, 노인들은 더욱 가난해지며, 아픈 사람들이 병원에 가기는 더욱 어려워 진다.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 그냥 놔두면 더욱 참혹한 현실이 보이고, 향후 몇십 년을 회복하는 데 사용해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 우리가 그냥 넘긴다면, 우리 다음세대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힘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본지 논설위원)

정형준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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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확산(아래 메르스 사태)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와 공공방역의 허점에 대해 '공공병원'의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 

사실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나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때도 공공병원의 부족과 관련된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한때뿐이고, 공공의료기관은 정부예산을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표적으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다음 날 경남도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원을 강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작년에 이를 최종 승인했다.

공공병원의 열악한 상황은 전체 병원 중 공공의료기관이 5%에 지나지 않는 데서 쉽게 드러난다. OECD 평균은 70% 이상 수준이고, 의료민영화의 표본인 미국조차 27% 선인 것을 볼 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낮은 공공의료기관 중 국립대병원들은 사실상 공공의료기관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빅5의 일환으로 의사 성과급이나, 의료수출에 첨병이 되어 있다. 또 독립법인이어서 일부 공공의료 사업을 제외하면 공공의료기관에 걸맞은 의료행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메르스 사태와 함께 병원서 쫓겨난 의료 빈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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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한 메르스 치료 의료진이 통제구역 밖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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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진은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당장 지원이 없다. 그러나 의료진의 부족, 장비와 시설의 부족 외에 공공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하는 환자들이 받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이번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자, 메르스 확진자를 치료할 병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먼저 병상을 비운 곳이 공공의료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공공의료기관은 평상시에는 비어있던 것일까? 국립중앙의료원 같은 경우 주로 저소득층 환자들이 입원치료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에이즈 감염자나 결핵 감염자는 일반 민간 병원의 기피대상이어서,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시립 서북병원 등에서 주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결핵은 공기감염이라서 초기 활성기에는 음압 시설 등 격리시설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민간대형병원들(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조차 음압병상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기감염인 결핵환자 입원치료는 다른 환자들까지 감염시킬 위험 때문에 기피대상이다.

물론 이런 환자의 대부분이 가난해서 제대로 된 영양섭취를 못 하거나, 위생 상태가 극히 나빠 결핵에 걸린 경우다. 즉 가난한 환자들이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꺼리고, 비보험치료가 당연한 옵션인 민간병원에 갈 수조차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에이즈환자와 결핵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하다가 공공병원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이들을 쫓아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에이즈인권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호소했지만, 메르스 전염의 중대성에 비추어 제대로 부각되지도 못했다.

대규모 군사공격에 따르는 민간인 피해를 뜻하는 미국 군사용어인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아래 부수적피해)가 이번 '메르스 확산'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엉망이 된 대한민국 의료체계, 정부 책임

가난한 환자들이 주로 입원했던 이들 공공병원들에서는 다른 일도 벌어졌다. 이들 공공병원이 확진자나 격리자 치료를 하는 병원이 되면서,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 중 타 질환 치료를 위해 타원으로 이송돼야 하는 이들도 제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 

공공의료기관이 대형병원처럼 모든 질환의 치료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립서북병원만 해도 수술치료가 불가능했고, 중환자실이 없어 중증질환은 치료할 수 없었다. 공공병원에서는 암수술 같은 중증수술이나, 중환자치료가 대부분 쉽지 않다. 이는 공공병원을 극빈자들의 만성치료에 적합하게 축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대형병원에 입원했다가도 메르스에 의한 부수적 피해를 입은 경우도 수없이 많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치료 및 격리 때문에 의료진이 부족해서 강북서울병원의 의료인력 지원을 받았다. 즉 메르스와 관련 없는 중환자들이 격리로 인한 의료진 부족사태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

또한 병원들의 부분 및 전면폐원으로 수많은 외래환자들이 외래처방을 자제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았다. 제때 복용해야 하는 항혈전제를 처방받지 않고 며칠 버텼다가 뇌졸중이 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수술 예약이 연기 되서 증상이 악화되고, 예후가 나빠진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런 경우들은 앞서 본 공공의료기관에 입원했다 날벼락을 맞은 경우와 달리, 대부분 삼성서울병원으로 대표되는 대형 기업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로 인해 받은 피해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의료체계가 없고, 공공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보니 부수적 피해가 크게 발생한 점은 동일하다. 그리고 이런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범위와 책임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다. 결론이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이건, 공공병원의 부족이건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차상위 약값 부담 가중시키겠다는 정부, 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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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오후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인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앞 선별진료실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발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 점검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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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도 정부는 여타 경제적 손실과 민간 병의원의 어려움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환자들이고, 국민들인데 말이다. 여기에 최근 한 술 더 떠 저소득층의 의료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중시키려 하는 경향이 엿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차상위 및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확대 적용하여 이들의 약값 부담을 가중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 3월과 4월에 발표된 의료급여 환자 '알림서비스', '본인부담금' 상향에 이은 연이은 조치로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복지정책이 맞춤형 복지축소 정책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급여 환자는 대형병원 이용이 쉽지 않도록 1, 2차 의료기관의 소견이 필요하다. 때문에 2011년에 '건강보험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시행할 때도 의료급여 환자는 제외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대체 뭔가. 빈곤층 '낙인찍기'를 통해 복지재정 쥐어짜기를 계속하기 위해서인가?

사회적 약자이고 발언권이 적은 저소득층을 주된 복지축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피해자  책임전가'의 방편이다. 지금 이들 사회적 약자들은 메르스 사태의 피해를 온전히 받으면서도 피해 실상을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방역과 메르스 감염자 치료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부수적 피해는 계속 늘어날 듯하다. 그런데 이런 부수적 피해가 직접 피해(메르스 감염)보다 커질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메르스'보다 한국의 엉망인 의료체계와 박근혜 정부가 진정 '고위험성 바이러스'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 편집ㅣ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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