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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의료비 상승효과 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 협의회 정책국장

2012년 06월 29일 금요일
  
 

2002년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이 허용된 순간부터 자본은 호시탐탐 충분한 이윤이 확보되는 영리병원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계법령을 계속 개정해 왔다. 이제 10년이 넘으니 지겨울 만도 하건만 도통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지칠 줄을 모른다. 물론 지난 10년간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영리병원에 반대해 싸웠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좌절된 것이다. 10년간 우리들은 영리병원의 현실화를 잘 막아왔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작년부터 다시금 주장하고 나선 것이 경제자유구역, 특히 송도나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한번 도입해보고 평가하자는 주장이다. 일단 한번 혼나보고서야 정신차리겠다는 '체험매니아'들을 어찌해야 할까? 만약 개인사업이라면 한번 해보고 파산하면 그만이지만 국민건강과 환자생명을 담보로 한 실험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천박한 인식에 한탄하면서도 한 지역의 영리병원이 단순히 지역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보아야 한다. 영리병원이 송도에 들어서면 물리적으로는 송도, 넓게봐선 인천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아마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에서 내원할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의료, 특히 병원은 단순히 접근가능한 지역에 국한된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

이미 알다시피 2005년 송도에 들어오려던 뉴욕장로교병원이 당시 국내의료비의 3배 이상을 받을 것을 제시한 것처럼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비쌀 것이다. 병원이 수익을 올리려면 의료비를 높게 받거나, 병원지출을 줄이는 것 즉 인력을 축소하거나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비 상승과 비정규직 양산이 영리병원의 효과임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영리병원의 높은 의료비가 비영리병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를 하바드의대 힘멜스타인 박사는 이미 '뱀파이어(흡혈귀)효과'라고 불렀다. 미국과 같이 큰 나라에서 영리병원이 도입된 주나 도시의 의료비가 비영리병원에서도 높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이는 단순히 한국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20여년전 설립된 삼성과 현대의 재벌병원은 병원성과급, 병원내 사업의 외주화등을 가장 먼저 시도했다. 또 수익성있는 건강검진 및 각종부대사업도 가장 먼저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성과급, 외주화가 일상화되고 부대사업이 확장되었다. 또한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은 서울에 있지만 사실상 빠른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국적 병원이 되어 지방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때문에 지방병원은 환자가 줄고, 공공병원들도 건강검진등의 비보험진료를 추구하게 되었다. 즉 삼성과 현대의 매머드급 재벌병원이 한국의료에 미친 악영향이 한국의료의 문제점의 태반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조차 이런 제도내 영리화방식을 따라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병원이라도 의료에서 영리적 경쟁에 불을 붙이면 그 불꽃을 꺼뜨리기는 쉽지 않다.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에 6군데나 되고, 송도에는 이미 재벌병원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 투자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것이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로만 남을 것인가? 송도영리병원이 만약 설립된다면 이는 전국적인 의료비 상승을 이끌 흡혈귀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의료비 폭등의 주범이 될 영리병원의 오명을 인천송도가 쓰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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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  2014.01.10 
  •  442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정형준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박근혜 정부는 강성우파 정부로써 집권전부터 각종 민영화 및 사유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의료부분에서는 이명박정부 시절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을 새누리당에서도 특히 친박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점 등을 통해 우려를 자아냈다. 집권 전 박근혜 후보 시절에도 영리병원을 비롯한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고 계승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집권당시 ‘4대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같은 복지공약을 내세워, 선별적인 의료복지제공에 국민들의 기대를 걸게 했다. 이 때문에 노골적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촛불항쟁에 부딪혀 좌절한 이명박 정부와 달리, 아예 집권 초기에는 선별적 복지공약을 주되게 선전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복지공약은 지속된 경제위기로 인해 쉽게 공약파기로 나아갈 것이며, 공약파기가 명확해진다면 강성우파 정부의 본색이 드러날 위험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공약이었던 ‘4대중증질환 100%국가책임’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인수위 때부터 비급여 제외를 천명했고, 이제 간병비, 선택진료비, 차등병실료 같은 핵심 비급여는 완전히 제외하고, 일부만 별도로 보장성 강화를 논의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또 다른 핵심복지공약이었던 기초노령연금도 누더기가 되면서 의료민영화 드라이브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런 공약 폐기와 더불어 한국 역사 최초의 공공의료기관 폐원시도(진주의료원)가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복지정책의 방향을 예측케 했다. 우선 지자체의 복지축소에 대해 중앙정부는 철저하게 불개입을 했는데, 정부가 복지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방임을 천명한 것이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탓을 하면서 실제로는 복지축소의 면죄부까지 얻었다. 둘째는 설사 그나마 건강보험으로 대표되는 보험부분의 복지확대는 생색낼 정도로 이룰지라도, 공급부문 즉 병원부분의 민간확대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일 것이라는 반증이었다.

 

따라서 집권직후 벌어진 두가지 - 핵심복지공약(4대중증질환 100%국가보장) 폐기와 진주의료원 폐원시도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부분 방향이 제한된 복지확대시늉(공약에 못 미치는 생색내기용)과 의료공급의 사유화, 민영화일 것임을 예측케 한다.

 

그러나 앞서 주장했듯이 본인의 복지공약이 완전히 파기될 때까지는 노골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하였다. 이 때문에 집권 1년차 11월까지 크게 두 가지 방법의 의료민영화 시도를 하였다. 첫째는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의료상업화 시도이며, 둘째는 ‘원격의료’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 시도이다.

 

1. 우회적 의료민영화 시도

 

우선 ‘의료관광’의 경우 이미 의료상업화를 합리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예를 들면 각 지자체는 마치 ‘의료관광’을 미래산업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고, 외국인 대상의 의료영리화는 해도 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한국이 ‘의료관광’의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은 대부분 허상이다. 실제 ‘의료관광’을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숨겨진 의도는 ‘메디텔’ 같은 것을 통해 드러났다.

 

2013년 5월 31일 정부는 ‘의료관광’을 빌미로 ‘메디텔’이라는 병원이 경영하는 숙박호텔을 허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여기까지 보면 ‘메디텔’은 단순히 ‘의료관광’을 위한 상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날 정부는 국회에 보험회사의 외국인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도 내었다. 이 법안도 ‘의료관광’을 위해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를 유치알선 할 수 있게 하려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두 가지 시도 모두 ‘의료관광’ 이란 아젠다에 충실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시도를 하나로 묶으면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 유치업자가 되어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메디텔’을 매개로 병원-보험회사 연계가 가능하게 된다. 즉 ‘의료관광’을 주된 명분으로 의료숙박업을 허용하고,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를 유치 알선하게 하려는 듯 선전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 시도를 합치면 실제는 내국인환자를 대상으로 보험회사와 병원이 연계하는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숱한 논쟁에서 ‘영리병원’이 국민건강에 미칠 악영향은 입증되었고, 이제 드라마 등에서도 ‘영리병원’은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하다. 이 때문에 병원자본, 보험자본, 정부는 항상 우회적 방법으로 ‘영리병원’을 도입하고자 꼼수를 부려왔다. 그 중 지난 정권에서 제일 접하기 쉬운 논리가 ‘외국인환자 대상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이었는데, 이 또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의료관광’을 선전하면서 실제로는 ‘영리병원’ 도입 효과를 내려고 정권 초부터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다.

 

둘째, ‘원격의료’를 매개로 한 의료민영화는 더욱 가관이다. ‘원격의료’는 마치 IT와 의료가 연계되어 최첨단의 의료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 이 때문에 대중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을 의료민영화 세력은 노렸다. 덕분에 지난 6월 가장 먼저 국회에서 ‘원격의료’ 허용 법률안이 새누리당에 의해 상정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국무회의에서 ‘원격의료’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의협이 ‘원격의료’에 반대하자,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을 회유하고자 의원급부터 시행 하겠다는 유인책을 던지고 있다. 정말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원격의료’는 아직까지 환상이고, 시도했던 나라들도 대부분 폐기한 기술이다. 의료의 특성상, 생물학적 다양성과 여러 복잡성에 기초해 사람이 직접 문진하고 병력을 듣지 않고서 진단 및 예방이 쉽지 않다. 또한 ‘원격의료’는 안정성을 확보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입증되지도 실용화 되지도 않고, 주요 선진국에서 폐기된 ‘원격의료’를 신성장동력처럼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지금 진행되는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그것은 SK, LG, 삼성 같은 기업이 ‘원격의료’를 매개로 건강관리나 건강증진사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원격으로 삼성에서 제공하는 혈압관리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아마도 고혈압 의심 시 삼성병원과 삼성생명을 소개할 것이고, 이는 사실상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같은 공공의료시스템의 역할이 민간의료시스템으로 대체되는 의료민영화의 한 방편이 된다.

또한 재벌회사들이 국민들의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보험자본은 꿈에도 그리던 환자정보 데이터 확보와 이윤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즉 재벌과 연계된 병원과 네트워크 병원들만 더욱 팽창되고 영리화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원격의료’ 역시 현재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키며 보험회사의 배를 불리는 효과를 낳게 된다.

 

2. 전면 의료민영화 시도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 시도 국면은 앞서 말한 핵심복지공약의 전면 후퇴와 철도민영화로 대표되는 전면 민영화 추진등과 맞물려 12월부터는 노골적이고 포괄적인 의료민영화 전략으로 바뀌게 된다. 그 중 핵심추진과제가 12월 13일 ‘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너무나 많은 민영화 방안을 담고 있어서 ‘의료민영화 쓰나미’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쟁점은 단연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안이다. 사실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환자 진료의 목적을 돈벌이에 두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리자회사를 두면 비영리법인의 자본도 손쉬운 투자처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도 자본 축적과 배당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즉 비영리 운영의 원칙과 상치되는 영리적 운영의 토대가 마련된다.

 

더구나 한국은 현재 의료법인을 비영리법인으로만 규정해 두었음에도 현실 의료의 영리화가 개탄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병원으로 돈을 벌거나 병원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여 투자하라는 것은 환자 진료를 더한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다. 즉 영리병원 문제점의 핵심인 이윤추구에 환자 진료를 이용한다는 전제가 동일해진다.

 

여기에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장했다. 기존의 부대사업인 주차장, 장례식장, 구내식당이 그나마 환자 편의를 고려한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허용되는 부동산, 건강증진식품, 의료기기업, 화장품 등은 그 자체로 종합 '의료사업체'를 차릴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창투사 같은 투기자본들도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투기자본이 투자하는 사업은 대부분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인 민자철도, 민자고속도로 및 작전투자, 그리고 고금리 사업이다. 만약 이런 투기자본들이 병원자회사에 투자한다면 병원경쟁은 한층 더한 복마전에 돌입할 것이다.

 

무엇보다 병원의 이익을 영리자회사가 모조리 빼가려 할 수 있고, 병원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된다. 사실상 영리병원의 도입이다. 문제는 직접적 영리병원 도입은 비영리법인의 세제혜택 등으로 일부만이 영리병원으로의 전환되는 문제였던 반면, 이번 안은 사실상 한국의 모든 병원은 영리병원이 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즉 직접적 영리병원 도입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 될 수 있다. 여기에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해주어, 실제로 수평, 수직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게끔 허용했다. 대형마트와 SSM슈퍼등의 수직·수평 연계가 의료사업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의료기관임대업, 부동산임대업 같은 영리자회사까지 결합되면 사실상 의료기관의 수직화가 불 보듯 뻔하다. 즉 ‘삼성병원 네트워크’ 같은 것이 지역 곳곳으로 파고들게 된다.

 

영리법인약국도 도입한다고 한다. 미국이나 호주에서처럼 ‘기업형 네트워크 약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의약품 개발 병원자회사, 의약품 유통 병원자회사가 연결되면 사실상 ‘환자진료-약품공급–약품제조’ 모조리 최적의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신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신약허가 및 신의료기기 허가를 손쉽게 하여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하지 않아도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려는 병원이 빨리 돈을 벌 수 있게 하였다. 아마도 이런 약품과 의료기기는 비급여 혹은 유사비급여로 도입될 것이고, 국민의료비 상승에 일조할 것이다. 전문자격사에 대한 내용, 유헬스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아도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러한 전면 의료민영화의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대응하고 분석하는데도 많이 힘이 필요할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안 중 몇 가지만 현실에서 구현되어도 한국의 의료체계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한 번에 수십까지의 의료민영화 방안을 쏟아낸 박근혜 정부의 의중이 ‘의료민영화 밀어붙이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3. 의료민영화는 아니다?

 

상황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시도했던 의료법 전부 개정안보다 한층 더 심각한 의료민영화 추진을 천명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보건복지부는 뻔뻔스럽게도, ‘정부도 의료민영화를 막겠습니다.’라고 선전한다.

 

‘민영화’란 정부의 소유 뿐 아니라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도 민영화이다. 실제로 교육, 의료등은 소유는 한국의 경우 민간이 압도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경우 초중고 교육은 공교육으로 불릴 정도로 사실상 의무교육이 되고 있다. 의료도 공익적 기능을 하게끔 사회적 합의는 물론 법률로도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방안은 어떤 효과를 낳게 될까? 그것은 공익적 기능을 수익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도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료민영화’란 온전히 맞는 말이다.

 

또한 이번에 보면 병원 인수합병을 허용하여 비영리법인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려한다. 이는 그간 법인병원의 자산을 국가와 사회의 것으로 보는 통념을 개인의 소유로 명확히 바꾸는 일대 변환인 동시에 사실상 소유의 민영화의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해체’만이 ‘의료민영화’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을 민간보험으로 바꿀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이 현실에 옮겨지면,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급격히 고갈되고, 가뜩이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민간보험시장이 확대되는 현상을 가중시키게 된다. 사실상의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가 이후에 무용론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부분의 수익을 재벌과 금융자본이 손쉽게 가져가면서도, 건강보험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어찌될까? 아마도 국민들이 보험료를 계속 더 내거나, 혹은 병원이용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건강보험이 있어도 보험료 때문에 놀라고, 병원에 가지 못하는 미국식 의료의 탄생이다.

 

의료법상으로 한국에서 부대사업은 환자편의를 위한 것이라 명시되어 있다. 이는 ‘의료’를 법으로는 환자진료를 위한 것 이외의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진료수익도 공익적인 수준이외에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법인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이제 완전히 바꾸려는 것이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도이다. 즉 의료를 필요에 의한 공공재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패러다임을 이제 바꾸려 한다.

 

이런 패러다임과 성격이 바뀌는 것을 ‘투자활성화 대책’ 이니 투자개방형 병원이니 하면서 손쉽게 국회도 거치지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처리하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완전히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4. 미국보다 낫다가 아니라 최소한 OECD 국가 평균은 되어야.

 

한국은 하버드 대학교의 Hsaio 교수에 따르면 미국보다도 더 시장 중심적인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공적 의료보장률은 58%에 머물고 있어 OECD 중에서도 꼴찌인 미국과 멕시코에 비해 보장률은 그리 높지 않은 반면, 공급체계에서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7%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민간의료기관 중심적인 한국의 현재 보건의료체계를 보면, Hsaio 교수의 말이 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더 이상의 의료민영화 조치를 막지 못한다면 한국의 의료체계는 급격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 영리자기업 허용, 병원 인수합병허용, 부대사업의 확장, 건강관리서비스의 민영화나 원격의료 허용, 영리병원의 지역적 허용, 민영의료보험의 제도적 보장, 민영의료보험과 민간의료기관과의 유착 등 사안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제도적 의료민영화 조치들의 도입을 막는다고 해도, 이미 시장 중심적인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에서 공공성이 더욱 커지지 않는다는 데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의료민영화 시도의 근간은 ‘의료가 산업이고 돈벌이라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의료는 돈벌이가 아니고,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원칙부터 강조해 왔다. ‘의료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세력은 결코 의료민영화, 상업화를 포기하지 못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영리병원을 막아내고, 각종 의료민영화 시도를 여러 차례 저지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역대 정권보다 빠르고 교묘하게 의료민영화/상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민중운동은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런 시도의 폐해를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민영화 반대와 더불어 공공의료기관의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의 강화, 민영의료보험 자본과 병원 자본의 공공적 의료제도하의 규제 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강성우파 정부의 도발은 끝이 없을 것이지만, 방어 이후에 필요한 대안과 공세에 대한 준비와 실력이 필요하다.


  •  2014
  •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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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의 실태와 개선방안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문제의 시발점 - 민간 운영 요양병원 100%

 

2004년 114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2008년 692개로 증가하고, 2013년에는 1161개로 급증하였다. 특히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정부는 중소병원의 경영난과 노인인구의 급증을 이유로 민간요양병원에 많은 지원 을 하였다. 정부는 애초부터 공립요양병원을 늘리기 보다는 민간병원의 요양병원으로의 전환을 주된 정책으로 삼았으며, 이 때문에 2008년이 되어서는 초기 목표치 이상의 요양병상이 확보되었다.

요양병상의 필요에 의해 난립한 민간요양병원에 대해 공적규제는 거의 없었다. 엘리베이터기준, 화재안전시설기준, 병상기준등도 문제가 발생한후 땜빵식으로 매년 추가되는 형국이다. 병원비도 처음에는 장기입원환자의 입원료 체감제를 기존의 건강보험기준보다 낮게 적용하도록 변경하였으나, 의료비 급증과 본인부담확대를 막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뒤늦게 2008년부터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제 를 실시하여 의료비 통제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보면, 정부가 요양병상 확대에 사용한 방식은 그간의 한국의료체계를 도입한 방식과 똑같다. 민간에 인센티브를 주어 공급의 대부분을 책임지게 하고,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통제책을 조금씩 마련하는 방식이다.

물론 요양병원의 초기 도입당시 공공요양병원을 지자체별로 확보하려 하였고, 현재 전국에 약 70여곳의 공공요양병원이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사실상 민간요양병원과 다르지 않다. 우선 현재 공공요양병원은 전부 민간위탁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는 ‘노인전문병원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여 시도립 또는 시군구립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료법인이 해당 부동산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자체는 이들에게 노인전문병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민영화한 공공의료기관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위,수탁이 수십년의 계약유지를 전제로 하고, 지자체는 포괄적인 감독권만 행사하고 있어 사실 이들 병원이 자체운영규정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사업내용에 있어서도 공공성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여타 공공병원의 위탁과 마찬가지로 시설공사와 의료장비 대여 외에는 재정지원없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무늬만 공공요양병원이라 볼 수 밖에 없고, 수탁자의 경영방침에 따라 운영이 좌우되고, ‘돈벌이’를 우선하게 되는 상황은 민간요양병원과 동일하다. 특히 ‘공공요양병원’이라서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하고 역으로 ‘공공’이란 타이틀이 이들 위탁 병원경영에 도움이 될 뿐이다. 올 4월에 있었던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파업은 병원측이 인력충원없이 간병인 3교대 전환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촉발되었고, 병원장에 대한 배임혐의도 제기되었다. 또한 청주시가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맞지 않게 수탁자격이 없는 자에게 병원운영을 위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청주시장은 소극적 중재에 나서는 것 외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수익성이 최우선이 된 요양병원

 

따라서 현재 한국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요양병원만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민간요양병원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첫째는 수익성을 병원경영의 제 1 목표로 두게 된다는 점이다.

병원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돈을 많이 받거나, 병원의 비용을 줄이거나 해야 한다. 즉 수익성을 위해서는 필요에 의한 진료보다는 돈이 되는 진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지불제도가 일당정액제이고, 가난한 장기요양환자가 주된 대상이다. 때문에 극소수 요양병원이 비보험진료등을 하는 시도를 할 뿐 수익성 증가는 환자 한명한명에게 많은 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입원환자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일례로 최근 인천의 한 요양병원이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인들을 꾀어 입원시킨 뒤 건강보험공단과 정부에서 돈을 받아낸 일이 드러났다. 이 병원은 무려 입원환자의 42%가 노숙인이었고, 노숙인들이 의식주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해 “숙식제공” 등을 빌미로 입원을 시키고, 놀랍게도 전체 병원 매출의 66.8%를 이들로 채웠다.

반대로 환자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배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대상이 에이즈환자이다. 전국에 1300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중에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허용’하는 요양병원은 한군데도 없다. 민간이건 공공이건 요양병원들은 에이즈환자가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이 입원을 꺼리게 되어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아예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요양병원이 수익성을 높이는 경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인데, 인력을 최소한 고용하거나, 비숙련인력을 고용하는 방법 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의 의료 인력은 고령이거나 비숙련간호인력등이 많고, 유연노동이 가능한 노동자들이 많게 된다. 이는 요양병원에서 의료의 질을 크게 하락시킨다. 최근 벌어진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의료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기인한다.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환자가 줄어 병원경영이 어려웠다는 2013년에도 최고 연 223억9509만원의 매출, 18억4608만원의 당기순이익, 8.2%의 수익률을 거둔 경우가 있었고, 대체로 7-8%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걸로 보인다.

 

적정진료 모델자체가 없는 요양병원

 

진료나 약물치료, 처치, 검사, 그리고 입원에 이르기까지 의료에서 중요한 개념은 적정수준을 찾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까지 약물을 투여할 것인지, 어느 정도 상태까지 입원을 시킬 것인지, 이러한 기준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해야 ‘의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이러한 적정모델을 제시할 곳인 공공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여, 현재도 각종 의료영리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환자들은 받지 않아도 될 검사나 시술을 받은 게 아닌지 반대로 돈이 없다고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아닌지 찜찜하기 일쑤다. 그나마 급성기 치료는 대학병원이나 소수의 공공의료기관을 통해서 적정진료의 모델이 일부는 제시되어 있다.

요양병원은 반면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로 인해 적정진료모델이 전무하다. 만성요양환자에 필요한 처치나 인력배치 등은 최소한의 기준만 있을뿐, 적정 모델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모조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요양병원 시스템에서는 수많은 문제점과 사건사고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고작 문제점이 드러나면 땜빵식으로 대처하는게 유일한 대응이었다. 더구나 의료법에 요양병원에 대한 규정이 1994년에 처음 명시되었는데 20년이 지나는 동안 아직까지도 요양병원이 어떤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지 정립되지 못했고, ‘병원’인지 ‘수용소’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지적까지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옴진드기 감염, 결핵등이 요양병원에 퍼지고 있기도 하며, 기본적인 감염질환 관리까지 엉망인 상태다.

 

그럼에도 요양병원으로 몰리는 이유

 

그럼에도 한국의 낮은 사회복지수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양병원으로 노인들을 몰아넣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8%대로 OECD 국가 최고이며, OECD 평균인 12.4%와 비교할 때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아프면 자식들의 허리가 휘고, 그나마 간병비나 병원비를 낼 수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일반병원으로는 갈 수가 없다. 또한 독거노인의 경우 밥을 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정도의 도움만 있으면 된다고 해도 어딘가 입소하거나 입원하는 게 나은 게 된다.

이때 어떤 곳으로 가는 게 더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 되는지는 여러 가지로 고려를 할 수 있으나, 그나마 본인부담금 20%만 내면 되는 국민건강보험에 의존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가장 낫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우월성보다는 다른 복지제도(기초연금, 주거시설, 상병수당, 퇴직연금, 지역사회시설 등)의 부재로 인해 거의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으로 노인들이 몰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여 민간의료기관은 돈벌이에 열을 올리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의 복지공백과 건강보험에 의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은 서로 공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복지센터처럼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급성기 병원의 팽창, 고비용구조로의 의료양태 변화와도 관련이 있지만, 요양병원은 노인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여기에 간병은 비용과 인력 모두 철저하게 공적영역에서 제외되어 있어, 간병서비스는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철저하게 결정된다. 추가적으로 요양병원 환자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비숙련, 저임금 간병인을 고용한다. 물론 간병인들의 노동조건도 심각하게 열악하다.

 

가난할수록 사회와 격리되는 곳, 요양병원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의 요양병원이다 보니, 입원한 사람들도 사실 대안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퇴원을 해서 외래로 치료 받거나, 집에서 안정가료를 해도 되는 사람들조차 요양병원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경증이고 요양병원에 입원할 돈도 없다면 요양원으로 가겠지만, 요양원의 상태는 더욱 열악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도 쉽지 않다. 미친 듯이 상승한 전․월세비, 높아진 물가등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급성기 병원에서 더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종합병원의 높은 병원비와 추가비용 때문에 사실상 치료를 반쯤 포기하면서 요양병원으로 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즉 한국의 요양병원은 오로지 경제적이유 때문에 선택되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자율성도 침해되고 사회복귀프로그램도 제공되지 못하며, 환자들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전전할 뿐 사회로 복귀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인권은 물론, 환자 하나하나가 상품처럼 거래되는 형국까지도 가게 된다. 점점 더 요양병원 자체가 사회와 ‘격리된 시설’처럼 운영된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이 질환의 중증도 보다는 개인의 가난, 간병인력의 부재, 사회적지원의 부재, 기본복지와 소득의 부재등이 주된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대안 – 공공화

 

정부는 그간 수많은 요양병원의 문제점을 알고도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시늉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 도리어 민간의료기관의 수익성을 유지하거나, 민간의료기관의 권한을 보장하려는 시도 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적통제조차 전혀 없는 요양병원은 어찌 될까? 에이즈환자를 배제한 요양병원들, 장성 요양병원 화재참사, 노숙인을 유인한 요양병원사건,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파업 등은 시작에 불가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속히 공공요양병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최소한 권역별, 지역별로 공공요양병원을 건립하거나, 기존의 위탁된 병원을 직영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요양병원을 통해 적정프로그램을 제시하여, 민간의료기관에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다. 물론 근본적인 한국의 복지지형이 변화하지 않고서, 요양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하고,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미봉책에 끝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폭주하는 민간요양병원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만65세 노인이 2020년에 15.7% 2030년에는 24.3%가 되며 그 속도는 OECD국가중 최고로 빠르다. 지금 요양병원의 공공화에 실패할 경우, 이후에는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  월간복지동향
  •  2015.04.10 
  •  52

건강보험 흑자와 부과체계 개편

 

정형준 l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오바마도 부러워한다’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 보면, 주요선진국과 비교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낮은 보장성, 상병수당의 부재, 간병비의 존재등에 대다수 국민들은 민간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 여기다가 국제적으로 유래가 없는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는 과도한 경쟁으로 병상과다, 과잉진료논란은 물론, 의료민영화의 배경까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작년까지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누적흑자가 발생했다

 

사실 13조원이면 획기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 2005년경 1조원가량의 흑자를 기반으로도 ‘암부터 무상의료’를 시행했듯이 말이다. 그간 재정문제로 시도하지 못한 각종 보장성 강화안들을 모조리 시행해 볼 수도 있는 기회로, 의료복지의 획기적 확대를 꾀할 호기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선별적으로 보장성 항목을 찔끔 확대하는 척 하면서, 재정지출을 제한하려 한다. 도리어 한술 더 떠 입원비 부담을 높여 보장성을 낮추려 한다. 여기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고, 빈곤층 의료지원을 축소하려 한다. 막대한 재정흑자에도 의료복지를 축소하는 괴이한 상황인 셈이다.

 

우선 건강보험에서 복지긴축을 획책하는 맥락은 몇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재정흑자를 기반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줄이려는 심산이다. 이미 담배세 인상으로 일반회계 지원금이 줄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순수하게 가입자들의 돈으로 운영하겠다는 시도다. 시기적으로도 현행 ‘20% 지원법안’이 2016년 만기이다. 두번째는 향후 노령화, 저성장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미리 대비하는 구도다. 물론 2000년 건강보험 재정적자때 국고지원이 이를 메꾸듯이, 향후 비용이 늘어나 혹여나 이를 국가가 부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국가책임회피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더 나아가서는 건강보험의 공적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더내고 덜받는’ 기조를 건강보험에도 적용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5년간 흑자에도 꾸준히 보험요율을 올려왔고, 보장성은 낮춰왔다. 이미 의료복지에서는 ‘더내고 덜받는’ 구조가 작동한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과체계 개편논의’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 향후 노령화, 저성장국면에서 필요한 건강보험 추가재원을 누가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면 개편논의가 시작되었다. 물론, 불합리하고 역진적인 그간의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때문에 피부양자문제, 종합소득부과문제 등은 지난 3년간 부분적이나 개선되었던 바 있다.

 

문제는 전면개편의 방향성이다. 그래서 이번호 복지동향에서는 정부추진안의 근간인 ‘소득중심’ 개편방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비판지점과 대안등을 다뤄본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많이 내야 한다는데 이이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소득중심’이 ‘드러나는 소득중심’이 될 공산, 그리고 ‘자산부과’배제가 향후 사회보험의 미래에 미칠영향등이 주된 촛점이다.

 

끝으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다는 측면에서 ‘소득중심’ 주장과 이에 대한 안티테제 개념을 넘어선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가입자들 사이의 형평부과외에도 건강보험재정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들이 많이 있다. 특히 국가와 기업 기여를 높일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과체계 개편논의를 뛰어넘는 건강보험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 이번호가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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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병실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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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중동 지역을 제외하곤 거의 퍼지지 않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발병국이다. 중동을 거쳐온 2~4명 정도의 내국인을 성공적으로 방역 차단한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나라와 비교해 볼 때는 '의료 후진국'이란 말이 적당하다.

그런데 이런 놀랄 정도의 감염병 확산을 아직도 단순히 '운이 없다'거나, 몇몇 실수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우선 먼저 밝힐 객관적 자료만 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결핵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 OECD 평균의 8배 정도다(2011년 OECD healthdate). 다재내성(여러 결핵약이 듣지 않는) 결핵 감염자 비율도 높다. 참고로 결핵은 공기감염질환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결핵도 방치했는데, 메르스에 웬 호들갑이냐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이미 이번 메르스 창궐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2003년 사스의 잘못된 교훈

혹자는 2003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아래 사스)을 한국이 잘 막았다는 사실을 들추어 낸다. 당시에 중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서 감염자들이 속출하고 사망자가 발생할 때도, 한국은 3명의 감염자에서 추가 전파를 차단했다. 

당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한 대책팀과 일선 의료진의 노력으로 방역에 성공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당시에도 나왔던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가 '지정병원' 부족 문제였다. 이 문제는 이후에도 큰 논란거리였다.

어찌보면 공항 방역과 초기 대응의 적절함으로 인해, '지정병원' 문제가 2순위로 밀린 측면이 컸다. 도리어 중앙정부 차원의 감염병 관리체계를 구체화시킬 계획이 제출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질병관리본부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다.

사스 전염 교훈에서 만들어진 질병관리본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중요한 점은 당시에도 민간병원이 진료를 거부해서 공공병원에서 사스 환자를 진료했다. 때문에 공공병원과 격리병상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해결책으로는공공병원을 늘리는 문제보다는 질병관리본부 등을 만들어 민간병원을 포함한 한국 의료체계에서 효과적인 자원 배분과 방역을 위한다는 방향이 실행되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선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을 관리하려면 설득과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병원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고 민간의료기관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에도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등의 공공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메르스 환자 진료 및 격리치료에 동원되었다. 

아쉽게도 2003년 사스 감염 이후에도 공공병상 비율은 계속 축소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역사상 최초의 공공병원 폐원까지 이루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원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열악한 공공의료 환경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의료 환경이긴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내 공공병원은 기관 수로 전체의 5%대에 불과하다. OECD 평균 70%와 비교해도 말이 안되고, 민간의료의 천국인 미국의 27%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 5% 안에 서울대병원을 위시한 국립대병원들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사실상 실질적인 공공의료기관은 눈씻고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인 적정진료나 진료표준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고, 민간의료기관이 진료를 기피하는 빈곤층 진료에 주로 집중하게 된다. 실제로 지방의료원의 빈곤층 진료 비중은 민간의료기관의 10배 이상 높다. 그런데 '의료산업화'가 추진되면서 공공의료기관도 경영능력으로 평가받는 구조가 되었다. 빈곤층을 주되게 진료하는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만큼 수익성이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도 취약해지고, 재투자가 안 되어 병원시설과 장비도 노후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그래서 국민들도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점차 잊어버리고, 공공의료기관은 그저 전염병이 돌거나, 재난시에만 필요한 것인냥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나마 지금 존재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수익성 없는 빈곤층 진료와 감염병 진료를 하고 있어, 여타 공중보건이 유지되는 측면이 크다. 대표적으로 결핵 감염자들과 에이즈 감염자 같은 감염 질환자들은 대부분 공공병원에서 입원치료하거나 통원한다. 적은 수의 공공병원이 공중보건의 최전선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과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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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착용 필수가 된 삼성병원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던 삼성서울병원 본관 앞으로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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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르스 창궐의 2차 발원지는 한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삼성서울병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를 확진하고도, (자의든 타의든) 이를 공표하지 못했다.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인데 말이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조차 메르스의 전파경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를 무려 3일 동안 방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공개가 늦었다는 점이고, 그 이유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영상 고려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을 포함한 수많은 감염자를 양산했다. 그리고 확진된 환자(35번)를 공공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막상 감염병이 확산되자 공공의료기관을 활용한 경우다. 

수지타산을 중심에 놓는 민간의료기관이 감염병을 제대로 관리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큰 기대이긴 하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 의료전문가들은 최소한 공공병원이 전체의 30%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30%가 안 되면 실제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집권 공약에는 공공의료기관 30% 확충이 있었다. 물론 이 약속은 여러가지 이유로 지켜지지 못했다. 공공병원 부족은 감염질환 치료병상의 부족뿐 아니라 2차적인 문제점도 많이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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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한 진주의료원 건물 바깥에는 외벽이 설치되어 있고, 도로변에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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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르스 확산은 공공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받는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는 '유탄'이 되어 돌아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환자 수용을 위해 기존의 입원환자를 전원 보내거나 퇴원시켰다. 서울의 시립병원은 결핵병동 한 층을 격리병동으로 소개하면서 환자들을 퇴원시켰다. 

이들은 가난해서 혹은 감염질환이라서 민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메르스 확산에 턱없이 부족한 공공병상을 활용하려다 보니 빈곤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는 경우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시립병원에 결핵환자, 에이즈 감염자들이 상당수 입원해 있는데, 이런 면역저하 및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메르스 감염은 치명적이다. 이런 환자들이 다수인 병원에, 격리시설이라지만 메르스 확진자들을 모아두는 것은 어찌봐야 할까? 결국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 때문에 위험은 고스란히 빈곤층이 짊어지고 가는 셈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원하면서 "공공의료법이 바뀌어서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정된 민간의료기관에 예산지원을 하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 황당한 공공의료법은 이명박 정부 때 소리소문 없이 통과된 법이다. 암튼 홍 지사의 이야기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하면 된다는 취지다.

그런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금 메르스 창궐을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현재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과 보건소에서 메르스 확진자를 보낼 '치료병원'이 없어 고생하고 있고, 메르스와 관계없는 환자들도 '메르스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원 및 치료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공공병원이 거의 없으니, 감염질환 하나에 모든 의료체계가 와해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의 공공병원인 왕립 셰이크 칼리파 병원 위탁을 서울대병원이 했다며 자랑했다. 막상 국내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원을 승인하고, 공공병원이 없어 감염질환 하나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말이다. 중동의 공공병원 위탁운영이 문제가 아니라 국내 공공병원이라도 제대로 건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이번 감염확산으로 얻을 교훈 중 하나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공공병원 확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메르스는 물론이고 결핵 후진국의 멍에도 벗어 던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언제든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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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지도 2년이 넘었다. 국민의 건강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4대 중증질환 국가 책임 100%' 공약 파기를 비롯해 수많은 의료민영화 시도가 있었다. 더불어 2년 동안(2013~2014) 건강보험이 8조 6천억 원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문턱은 높아졌다. 설상가상 최근엔 입원료 인상도 꾀하고 있다. 

국민 건강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공격. 사실 이는 취임 다음날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인 2013년 2월 26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징후가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경남도가 발표한 '진주의료원 폐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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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동 진주의료원주민투표추진 진주운동본부 공동대표와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의료원지부장이 지난 2월 28일 창원에서 열린 '경남도민대회'에서 "주민투표로 진주의료원에 새생명을"이라고 쓴 펼침막을 들고 거리행진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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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기관을 폐원한다는 건 적정진료를 포기한다는 것이고 재난 대응에 대한 방기다. 지난해 전 세계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한국에는 고위험성 전염병 격리병동이 거의 없었고, 에볼라 지정 의료기관도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와 같은 국가 의료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있던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는커녕 폐원한다니... 이런 상황에서 고전염성 감염질환과 재난에 어떻게 대응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진주의료원 폐원 문제에 경남도만 관여돼 있다고 단정 짓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2월 4일 진주의료원 건물을 경상남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토록 승인했는데, 이는 폐원을 최종 확정해준 것과 다름없는 행위였다. 더군다나 당시 국회 청문회와 공식 입장을 통해 진주의료원 문제를 경남도 탓으로 돌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사퇴요구에도 여전히 건재한 것을 보면, 석연치 않음이 더욱 증폭된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 공공의료기관은 어디에

아무튼 진주의료원 사태는 해방 이후 최초의 공공의료기관 폐원 사건일 뿐만 아니라, 국내 5%(2014년 기준 기관수)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는커녕 줄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전면 의료민영화와 결을 같이 한다. 물론 지난해 12월 말 진주의료원 재개원에 대한 주민투표를 위한 서명운동이 시작되는 등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집에서 '공공의료'를 언급하며 ▲공공의료 체계 강화로 장애인 건강권 보장 ▲권역별 재활병원 확충, 재활중심 거점보건소 확충과 같은 세부과제를 나열했다. 그러나 집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공의료기관을 단 한 곳도 확충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와 '공공의료기관 선진화' 등 공공의료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라고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병원은 '국제의료'와 '원격의료'의 첨병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과의 합작자회사인 '헬스커넥트'는 개인의료정보 유출문제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공공의료의 현실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성남시립의료원이 개원한다는 소식이다. 성남시민과 시민단체, 이재명 성남시장의 노력으로 이제 막 건설을 시작한 성남시립의료원은 2년 뒤인 2017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성남시립의료원의 개설소식은 의료민영화 추진과 상업화된 의료가 만연한 한국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그리고 성남시립의료원의 성공여부는 대전시립병원과 제2인천의료원 설립 등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성남시립의료원은 구 성남시청 자리에 들어서 위치와 접근성이 좋다. 또 규모도 600병상급의 준종합병원으로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원건립과 추진과정에 시민들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다수가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가 힘을 합치면 훌륭한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대주' 성남시립의료원이 갖고 있는 오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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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17년 개원하는 성남시립의료원 조감도.
ⓒ 성남시립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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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칭찬'만 하기엔 성남시립의료원이 갖고 있는 '오점' 하나가 작지 않다. 다름 아닌 병원의 위탁경영을 시조례에 명문화 해 둔 것이다. 성남시립의료원 위탁조례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시의회 다수를 차지했던 2011년 7월 성남시의회를 통과했는데,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신상진 전 의원은 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대학병원이 위탁운영하는 성남시립병원 건립을 주장해 왔다"면서 "시립병원이 대학병원에 위탁운영되면 저렴한 비용에 고급의료서비스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공병원을 민간병원에 위탁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엄청나다. 2011년께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위탁 관리해 온 A민간병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쓰고 병원 노동자 임금을 체불하고 노조원을 부당 해고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위탁경영을 맡은 B병원 또한 노동자 탄압 등의 물의를 일으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등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대학교에 위탁해 운영해 온 호남권역재활병원 또한 적자보전을 둘러싼 논쟁으로 병원 운영이 엉망이다. 2013년 1월, 10년 동안 위탁 운영을 맡기로 한 조선대학교측이 당초 투자금의 일부를 내놓지 않으면서, 결국 156병상 중 70여병상만 가동한 채로 개원했다. 물론지난 1월 광주시가 일부 적자를 보전해주기로 한 후 병원측이 정비를 해 하반기부터 정상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지켜봐야할 것 같다. 

1998년 고려대학교에 위탁한 경기 이천의료원은 위탁 후 진료비가 올라 주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적자폭이 더 커졌고 결국 2003년 다시 직영의료원으로 전환됐다. 같은 해 원광대병원에 위탁된 군산의료원도 15년만인 지난해 말 직영으로 전환됐다. 서울시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하고 있지만, 의료비가 비싸고 비급여가 많아 사실상 공공병원이란 인식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시예산은 수십 억 원이 지원된다.

위탁경영을 하게 되면 공공의료기관의 본분인 적정진료와 재난대비, 지역보건사업 등은 하지 않으면서 수익성만 찾게 돼 일부 병원처럼 주민들의 외면을 받거나 대학병원이 의료 인력을 순환시키는 병원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그동안 이렇게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줬던 위탁경영을 왜 성남시립의료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으로 지정해놓은 것일까?

보라매병원 무료진료환자 비율, 서울시내서 가장 낮아

물론 '대학병원에 위탁하면 더 질 좋은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의료 질은 고가장비나 고비용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고용안정성에 기반을 둔 경우가 크다. 더구나 순환근무는 '몸풀기' 혹은 '자리 지키기' 행태를 만연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고용안정성을 해치는 위탁경영은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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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지역 건강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서비스 강화방안연구 2011.10
ⓒ 서울특별시 복지건강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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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민간위탁을 한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성이 약화되는 것은 분명한데, 경영상 호전되었다는 증거는 찾기 쉽지 않다. 공공병원이 지역에 기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 지수로 꼽히는 게 '무료진료환자 비율(급여환자비율)'인데,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은 서울시에서 가장 낮다. 2011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북병원, 동부병원은 모두 40%가 넘고, 서울의료원도 30% 수준인데 반해, 보라매병원은 13%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서울시는 보라매병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수십 억 원을 지원한다. 

끝으로, 위탁을 하게 되면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참여가 어려워진다. 위탁기관의 이해관계가 우선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남시립의료원이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파괴공작'을 훌륭히 막아내고, 공공의료 확대의 모범이 되려면 의료원의 민간 위탁운영은 철회되어야 한다. 성남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건립되는 시립의료원이 운영 면에서도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689


건강보험 흑자와 복지축소[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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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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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흑자가 2014년 말까지 12조원을 넘었다. 작년 한해에만 4조원의 흑자가 또 발생했다. 흑자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면 여러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있겠지만, 간단히 보면 경제위기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줄거나 비용지출이 적은 쪽으로 이동한 것이 크다. 즉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겨진 흑자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쉬쉬하거나, 대안논의가 거의 없다.

우선 정부가 2월 3일 발표한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을 보면, 대략적인 건강보험예산 사용내역이 나온다. 연평균 1.3조(공약이행사항 제외 시 연 3500억 원 수준) 정도의 예산만 건강보험 재정에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에만 4조 원의 흑자가 났고, 만약 이런 의료이용행태가 유지되면 올해도 4조 가량의 흑자가 발생할 것인데 말이다. 즉 계속 엄청난 흑자를 내겠다는 이야기다.

원래 건강보험재정계획은 지출과 수입이 일치하게 세워야 한다. 건강보험은 매년 전년상황을 고려해 보험요율 및 수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의 이번 계획은 이해할 수 없다. 근데 여기서 잘 봐야 할 지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건강보험 재정지원 만기도래('16년 말)에 대비하여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을 언급했다.

실제로 2016년까지 국민건강보험재정 지원이 명시되어 있을 뿐, 지난 법안 도입 때(2010년)도 국고지원을 줄이려 한 세력이 많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국고지원을 축소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계속 저축하면 국고지원금 축소의 명분이 커지므로, 정부는 남는 건강보험 흑자를 쓰지 않을수록 이득일 것이다.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건강보험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73.6%에서 2005년 이후 80%를 넘어섰고, 2012년에는 85.7%로 증가했다. 즉 국고 지원 비율은 계속 줄어들었고, 노동자•서민의 부담으로 보험 재정이 메워졌다. 사실상 복지긴축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병원들은 이런 흑자 국면에서 최대한 자신의 몫을 늘리려 한다. 대표적으로 3대비급여 해결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기준병실확대와 선택진료비 축소건은 조정되는 만큼 이상을 보상받았다. 보상액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있는 정도다. 여기에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앞두고, 전반적인 재정순증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수가인상협상과는 별개로 병원이 수가항목조정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국면이다.

그리고 그간 비용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각종 항목 등도 급여범위로 이참에 집어넣으려 한다. 물론 정부는 저축을 하고, 정부지원을 줄일 궁리중이라서, 의료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려 하지는 않는다. 의료계가 원하더라도, 의료이용이 증가하거나, 비용이 급증할 사업은 제외한다. 대표적으로 노인본인부담금 정액 상한선은 올리지 않는다. 여기에 입원일수와 법정본인부담금 비율을 연동하는 개악안까지 입법예고했다. 모두 국민들의 병원이용을 어렵게 하고, 치료비의 국민부담을 증대시키는 조치들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입장은 반영될 경로도 없다. 부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병원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병원 이용을 점점 더 자제하게 되는 구조다. 사실상 부자들에게 유리한 의료제도인 셈이다.

따라서 의료복지와 관련해서는 재정흑자에도 현재 긴축이 추진되는 형국이다. 그리고 긴축의 칼날은 서민과 빈곤층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진보’세력의 대응은 변변치 않다. 건강보험 흑자에도 강하게 복지확대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복지를 재정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증세운동까지 전개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건보재정이 많이 남아도, 왜 쓸 곳을 정하지 못할까? 재정확충을 해도 어떻게 사용할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까?

현재 흑자하의 의료긴축상황이 보여주는 지점은 복지는 결국 돈 문제가 아니고, 세력문제(‘정치’문제)라는 점이다.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한다는 주장에 진보는 동의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흑자를 보장성 확대로 이끌 운동이다.<끝>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http://omn.kr/bs4e


의료민영화를 전면 추진하던 정부가 이제는 건강보험 내의 의료비 부담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을 통해 정부는 불필요한 장기입원 유인을 줄이기 위해 입원일수가 15일이 넘으면 현행 20%인 법정본인부담금을 30%로 올리고, 30일이 넘으면 4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환자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빠른 퇴원을 종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흑자가 12조 8천 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입원비를 늘리는 정책으로 간다는 점 또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내 본인부담금은 20%인데, 높은 수준이다. OECD에 속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가의료제도(NHS)를 도입해 입원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없다. 영국이나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이에 속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사회보험을 사용하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상황도 우리나라보단 나은 상태다. 프랑스나 일본도 입원법정본인부담금 요율이 우리나라와 같이 20%지만, 프랑스는 30일이 넘으면 면제가 되고 일본은 총 금액이 6만엔이 넘으면 면제다. 대만의 경우도 총의료비 본인부담이 전년도 소득의 6%를 넘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장기입원이 어렵다. 최근 정부가 제출한 자료만 봐도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선 16일에서 30일 동안 입원하는 환자의 비율이 전체 입원환자의 10% 정도이고, 30일 이상 입원하는 경우는 4%도 되지 않는다. 이들 대부분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특히 경제위기와 더불어 소득감소가 가팔라진 최근엔 비용이 저렴한 요양병원을 찾거나 조기 퇴원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켜 적정입원일수를 유도하겠단 정부의 시도는 아파도 돈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을 악화시킬 것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입원시 법정본인부담금 인상이 아니라 전면 인하다. 기존의 부담금을 낮춰 의료보장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예로 든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 현실은 암담

정부는 이번 발표를 하면서 입원일수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올라가는 해외 사례를 들며, 미국과 대만을 언급했다. 입원일수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올라가는 나라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사회보험이나 국가의료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들에선 장기입원문제를 환자들의 부담 차등화로 해결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예로 든 미국,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대만의 경우 원래 비급여진료가 불가능하다. 또 입원을 하더라도 총액예산제 등의 지불제도로 사실상 법정본인부담금 외에는 의료비를 지불하지 않는다. 거기다 우리나라와 달리 입원본인부담금조차 10%이다. 비급여문제를 차치하고라도 한 달 이상 입원해야 20%로 인상되어 한국의 입원부담금 수준이 된다. 이외에도 대만에는 총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가 존재하는 등 한국하고는 비교가 불가능한 의료 보장수준을 갖고 있다. 미국도 만 65세 이상 전액 무상의료인 메디케어에서 그것도 60일 이상 입원 시 추가부담이 발생한다. 

찾기 어려운 외국의 예와 비교해 이미 높은 수준인 기본본인부담금(20%)이나 만연한 비보험진료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의 경우에도 병원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그 부담을 지우려는 것은 반서민적 정책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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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관련, 박근혜 선본 공약집.
ⓒ 박근혜 선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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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2015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비급여 포함 9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약속대로라면 차등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그리고 비급여진료, 법정본인부담금 모두를 포함해서 5%를 넘기면 안 된다. 물론 2013년에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4대중증질환에 대해서도 환자 부담을 이전보다 25% 정도 경감하는 수준으로 변경하는 등 공약을 누더기로 만들면서 이런 기대는 무너졌다(관련기사 : '박근혜 공약' 이래서 사기다). 근데 이제 망가졌다고 완전히 망가뜨리겠다는 것인가?

이번 정부의 안대로 하면 30일만 산정특례(희귀난치성 질환과 중중질환자들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을 경감해주는 제도)가 적용되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환자도 한 달 이상 입원하면 본인부담금이 40%까지 올라간다. 정부가 보장성을 올린다고 했던 4대 중증질환에서도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괴이한 정책이다. 

게다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뇌졸중환자의 경우 재활치료 등으로 대부분 한 달 이상 입원을 한다. 물론 국민들은 잘 몰랐지만,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4대중증질환'에는 애초 뇌수술을 하지 않는 뇌졸중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4대중증질환의 보장성을 높이겠단 박근혜 정부의 말만 믿고 장기간 입원했다가는 입원비 증가로 의료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환자의 입원비를 올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애초 약속한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축소, 진정한 복지긴축

사실 진주의료원이 폐원될 때부터 이런 상황이 예측되긴 했다. 즉 정부는 복지를 축소하고,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가 건강보험의 누적흑자다. 건강보험은 박근혜 정부 들어 무려 8조 6천억 원(2013년 4조, 2014년 4조 8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마땅히 지출해야할 의료복지를 제공하지 않았음의 반증이다. 거기다 수입과 지출이 일치해야 하는 건강보험재정계획을 고려할 때 박근혜정부의 의료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를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빨리 시정해야 했다. 그런데 도리어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입원비 인상정책을 내놓다니... 더구나 정부는 건강보험이 흑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건강보험료는 계속 올렸다. 즉 증세는 하면서, 복지는 축소하는 게 의료복지영역에서는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서민증세, 반복지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이보다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는 없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막대한 건강보험 흑자를 빌미로 정부가 충당해야 하는 국고지원금을 2016년 이후 축소할 요량인 듯하다. 건강보험재정의 국고지원 축소야 말로 진정한 복지긴축이다. 

한국의 허술한 복지제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건강보험에 의지하도록 만들고 있고 재가요양이나 지역재활센터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즉 전체적으로 복지의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장기입원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말이다. 

그리고 환자부담을 올리기에 앞서 병원 개혁과제인 병원인력충원, 병상규제, 지불제도개선등이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당장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것은 비급여 문제해결과 입원 법정본인부담금을 현재 20%에서 10%이하로 경감해 국민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정책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복지확충이 아니라, 복지축소를 획책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복지 축소를 재정절감의 문제로 치환하려 한다. 만약 이런 주장이 틀렸다면 왜 12조 8천억 원이나 남는 건강보험재정을 뒤로하고 의료비를 올리려는 시도는 무엇인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입원료 인상시도를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서민증세'와 '반복지'의 끝에 결국 국민적 '정권퇴진' 요구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입니다. 이 글과 비슷한 내용을 토대로 24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http://www.vop.co.kr/A00000845446.html


[기고] ‘소득중심 허상 - 3년간의 건강보험 부과체계 논의의 진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최종업데이트 2015-02-05 12:17:48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백지화한다는 정부 발표 이후 비판 여론이 드세다. 주요 언론들은 기획단이 발표하려던 부과체계 개편안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이익이고, 부자들에게는 손해였기 때문에, 청와대의 압력을 받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장관이 백지화 것으로 보도했다. 우선 청와대가 부과체계 개편안 발표 백지화를 지시한 것은 맞는 하다.

1월에 대표적 서민증세인담배세그리고 연말정산문제로 노동자, 서민의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할 경우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였다. 문제는 여기서 파장을 왜곡한 상황이 벌어진 있다. 기획단에 참여했거나, ‘소득중심부과체계 개편을 주장했던 세력들은 부과체계 개편안이부자증세였기 때문에 청와대가 이를 거부한 포장한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부과체계 개편 논의과정과 기획단의 주장은 애초부터부자증세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논의의 시작

부과체계 개편안은 2011 11 복지부가 발표한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복지부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불평등 문제, 피부양자 무임승차 문제, 재산부과 비율의 증가 등을 중요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과정으로 2012 9 직장가입자중 7200만원이상 종합소득에는 보험료가 추가되었다. 2013 6월부터는 금융, 연금, 임대소득이 각각 4000만원을 넘는 경우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되었다. 모두부자증세측면이 강했으므로 별다른 저항 없이 정부는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가 하나 남았다. ‘재산·자동차 보험료 부담 완화였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분 재산 비중이 1998 27%에서 2010 40% 늘어난 등이 근거였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비중에서 재산·자동차 비율이 상승한 이유는 소득이 높은 자영업자(의사, 변호사) 등이 직장가입자로 대부분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재산· 자동차 보험료 부담 완화는 정부가 쉽게 강행하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보험재정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줄이는 정책이기 때문이었다. 재산·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부담경감분을 누군가는 메워야 했다.

복지부가 개편논의를 시작하는 2011 11 건강보험공단에는 김종대 이사장이 임명된다. 지금생각해보면 이명박 정부는 이사장이 건보공단 통합에 반대했던 대표적인 조합주의자였음에도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고자 그를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즉시국민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 구성하고, 쇄신안을 2012 7 발표한다.

안을 봐도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안의 가장 고민은 재산·자동차에 부과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누가 메울까, 였다. 공단의 2012 쇄신안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양도·상속·증여에 부과를 주장했다. 하지만 양도·상속·증여에 부과를 다해도 2조원 정도 밖에 걷히지 않자, 최종적으로 부가가치세에 0.5%수준의 건강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러한 부가가치세에 증세하는 안이 박근혜 정부 서민증세안으로 2013 3 언론에 공개되었던건강세 초안이다.

사실 부족한 보험재정을 가장 쉽게 누진적으로 채우려면 국고지원을 확대하거나 기업부담을 늘리면 된다. 아니면 최소한 역진적인 재산점수를 개정하고, 보험료 상한선( 230만원수준) 없애는 조치가 우선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고지원금확대나 기업분담금 확대, 공공부조를 확대하는 안은 모조리 배제하고,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끼리 알아서 해결 하는 방안만 고집했다.

기획단의 면면

때문에 재산·자동차 부담완화와 양도·상속·증여세 부가가치세 부과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기구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번에 해산한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이다. 애초부터 기획단은 부자들에게 보험료를 걷기 위한 기구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보험금을 내는 노동자와 서민들 사이의 형평성을 핑계로 향후 곳간을 채울 방법을 마련할 불순한 논의의 테이블이었던 셈이다.

기획단의 면면을 보면 위원장인 이규식 교수는 원조 의료민영화론자이다. 그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의료민영화안을 짜준 당사자다. 그리고 공공의료를 민간의료기관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법안에 반영해 진주의료원 폐원의 근거를 마련해주기도 하였다. 이런 사람이 청와대의 반발로 자신이 주도한 안을 발표하지 못했을 , 노여워 것이 노동자, 서민 때문이었을까?

밖에 학계, 경총 우익시민단체 참가자들이 다수였다. 물론 기획단 위원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대표한 사람들이 한분씩 있었다. 분들에 대한 평가는 기획단안을 독자들이 하시기를 바란다.

이러한 기획단이 무려 2년여간 논의해서 재산 부담을 경감할 안을 마련하였는데, 과정에서 원래 그나마 개혁적이던 양도·상속·증여에 보험료 부과는 삭제했다. 반면에 피부양자 상실기준을 기존 4000만원( 333만원)이상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었다. 그리고 16,480원의 기본보험료를 신설했다.

애초부터 공공부조(의료급여) 확대나 국고지원 확대, 기업부담 증대는 논외로 하였기 때문에, 재산·자동차 부담을 경감한 부분을 메우는 소득이 드러나는 계층에서의 이동 밖에 없다. 우선 현재 지역가입자중 16480 이하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16.8% 이들은 도리어 보험료를 내게 되었다.

167만원 연금소득자 VS 8 주택보유자

공적연금소득자(공무원·사학·군인연금) 경우 167만원 이상은 피부양자자격을 상실해 지역가입자로 가게 되고 최소 65000원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연금소득의 25% 반영할시) 문제는 지역가입자로 가게 되기 때문에 재산점수로 부과되는 금액도 가산된다. ‘송파 모녀 경우처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0만원에 산다고 해도 4만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연금소득자는 연소득이 500만원 이상이므로 재산점수가 면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보증금 2000 월세 50만원을 내는 167만원 연금수령자는 최소 10 5000원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반면 차라리 연금을 수령하지 않는다면 8억원의 주택이 있어도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보험료는 푼도 내지 않는다. 167만원 연금수령자가 부자인가? 이런 방향이 정의로운가?

물론 이런 식으로 소득을 찾아내서 부과하고 기본보험료를 만들어도 재정적자를 메우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다음 논의는 월급생활자의 보험금인상이나 부가가치세에 건강세 등을 부과하는서민증세 나타날 밖에 없다. 아니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파탄과 보장성 악화가 기다린다. 정부와 기업은 빠져서 노동자·서민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게 된다.

소득중심 허상

이런 일이 벌어질까? 소득중심으로 단일화하는데 말이다. 이는 무엇보다 부과 가능한 소득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소득파악율은 아직도 60%대이다. 부자들의 주된 수익원 하나인 주식배당이나 펀드수익은 아예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건보료 부가는 불가능) 부자들의 수입원인 임대소득도 파악율이 4%선이고, 그나마 건보료를 부과하면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이자소득은 저금리로 고액예금의 경우는 이미 채권이나 주식, 부동산투자로 바뀐 오래이다.

그럼 소득 중에 드러나는 소득은 무엇이 있는가? 임금소득과 연금소득은 100% 드러난다. 여기서 민간연금은 빠진다. 결국소득중심으로 논의를 하면 할수록 '유리지갑' 확실히 터는 방향만 제시하게 된다. 왜냐면 진정한 부자는 소득이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드러나는 소득은 없는 고액자산가들이다.(이건희 회장은 등기이사도 아니어서 지역가입자였다.) 이들은 엄청난 재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지고 있다. 때문에 드러나는 소득이 없는 9 이하의 부동산 소유자들은 여전히 피부양자로 무임승차 있게 것이다.

진정부자증세 하려면 기업에 부과하고, 그나마 누진적인 조세에 기초한 국고지원을 확대하는 답이다. 사회보험의 부과체계에서소득중심운운하는 사실 우물 개구리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소득중심이란 완전고용모델을 기초로 한다. 비정규직에 영세자영업자가 이렇게 많은 현실에서 가당키나 한가?

물론 기획단 안이송파 모녀같은 빈곤층의 보험료는 경감시키지 않느냐는 반문 있다. 그러나송파 모녀같은 빈곤층은 국가책임인 공공부조(의료급여) 영역이 되어야지, 건강보험료를 내는 대상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빈곤층 구제를 유리지갑을 통해 하는 맞는가? 이런 점에서 기획안은 백번 양보해도 고작해서중산층 증세 빈곤층을 구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은 기획안이 지금 통과되어도 계속 노동자, 서민의 고통스러운 갈라치기는 계속 것이다. 그리고 기획안이 정부안이 될지도 의문이다.

지금 노동자, 서민들이 지금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이 고소득자인지 아닌지 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보육료지원으로 워킹맘과 전업주부를 이간질하고 있다. 공적연금대상자와 국민연금대상자를 갈라치기해 2000만원 연금을고액연봉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그런데 정말 1% 고액소득자들은 뒷짐지고하후상박하라고 강요하며 논란을 구경하고 있다. 지금진보운동 어디에 있는가? 국가책임과 기업책임을 주장할 사람들과 세력은 어디에 숨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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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5년부터 5년간 예정된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아래 보장성 강화안)을 3일 발표했다. '건강보험보장성'이란 전체 총 의료비 중에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을 말한다. OECD 평균이 80%선인데 비해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간병비 제외하고도 고작 62%선이다. 즉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그마저도 이명박정부 이후로 계속 나빠지고 있다.

원래 지난번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이 2013년에 만료되었으므로, 최소한 작년에는 보장성 강화안을 결정했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의료비 경감계획보다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몰두하느라 무려 1년이 지나서야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을 제시한 것이다.

우선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안을 간단히 살펴보자. ▲생애주기별 핵심적인 건강문제의 필수의료 보장 ▲고액 비급여의 적극적 해소와 관리체계 도입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지원 강화 등 3대 방향의 32개 세부과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언뜻 보면, 내용이 휘황찬란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100%' 공약이행과 관련된 항목(7대 과제)을 제외하면 몇 가지 항목을 나열한 것이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4대 중증질환 관련 이행 계획도 약속과는 달리  본인부담금을 25% 정도 경감하는 수준에 그쳤다(관련기사 : "박근혜 복지 공약, 이래서 '사기'다").

복부초음파는 배제하고 위밴드수술을 포함?

가장 심각한 건 전체 보장성에 대한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보장성을 강화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이번 안이 담고 있는 건 고작 비급여에도 본인부담 영역을 차등(80%~50%)하는 선별급여제도를 도입해 '중증질환' 보장률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평균 80%대 이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중증질환'이 무엇인지도 애매하거니와 '선별급여'를 도입하면 개선될 것이란 것에 대한 구체적 근거도 없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 비급여 항목들이 평균 본인부담금의 2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몇몇 항목을 급여범위로 포함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말 한 나라의 중장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 안은 보편적 접근을 포기하고 선별적 접근만 나열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에만 일부 강조점을 두고 나머지 내용도 나이별, 질환별로 나누었다. 그나마 포함된 항목들도 비용효과는 물론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것들이다. 복부초음파(4대 중증질환만 보험 적용 중)는 배제하면서 비만치료로 거론된 위밴드수술과 캡슐내시경 등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 예다. 또 원래 국고에서 하던 난임수술 지원이나 결핵환자약제비 지원 등을 건강보험으로 떠넘기는 꼼수도 썼다. 

사실 제대로 된 보장성 강화안이라면 이런 항목별 논의와 같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다. 단순히 현재 치료 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환자들이 내는 '법정본인부담금'만 인하해도 된다. 일례로 입원 시 법정본인부담금은 20%나 된다. 만약 장기 입원을 한다면 개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2007년 암이나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법정본인부담금을 인하하는 방식을 포함한 것이다. 당시 법정본인부담금을 10%에서 5%까지 인하하였다.

그렇다면 법정본인부담금은 어느 선까지 낮출 수 있을까? 재정적 측면에서 볼 때, 현행 20%인 입원 시 법정본인부담금을 모두 없앤다고 가정하면 약 3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2012년 건강보험통계 기준). 매년 발생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흑자가 4조 원 정도임에 비추어 볼 때, 당장 재정부담 없이도 국민들의 의료비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비급여부담이 20% 정도 남기 때문에, '무상의료'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정본인부담금 경감은 거론조차 안 하면서 병원들이 급여화해 달라는 항목 하나,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런 병원들의 민원처리를 하는 데만 1년을 낭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항목 하나, 하나를 크게 포장해서 광고한다. 위밴드수술, 캡슐내시경, 표적항암제에 보험 적용이 중요한지, 모든 환자들이 혜택을 보는 법정본인부담금 경감이 중요한지는 누가 봐도 뻔한 문제인데 말이다.

사실 건강보험이 흑자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 그건 결국 정부의 의료정책이 실패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흑자는 아파도 경제적 이유로 국민들이 병원에 가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모두 소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 보장성 강화안은 지금의 건강보험 흑자 규모와 비교했을 때 턱 없이 낮은 재정만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지출과 수입 일치해야 하는 '건강보험재정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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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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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중증질환 국가보장 100%'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보장성 강화안은 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고작 연평균 1.3조(공약이행사항 제외 시 연 3500억 원 수준) 정도의 예산만 건강보험 재정에서 추가하겠다고 밝힌 점은 이를 더 명확히 해준다. 지난해 낸 4조 원의 흑자는 어디로 가고, 1.3조 원만 투자하겠다는 건지, 그 이유를 난 잘 모르겠다. 

원래 건강보험재정계획은 지출과 수입이 일치하게 세워야 한다. 건강보험은 매년 전년상황을 고려해 보험요율 및 수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의 이번 계획은 이해할 수 없다. 근데 여기서 잘 봐야 할 지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건강보험 재정지원 만기도래('16년末)에 대비하여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을 언급했다. 

실제로 2016년까지 정부의 국민건강보험재정 지원이 명시되어 있을 뿐, 지난 법안 도입 때(2010년)도 국고지원을 줄이려 한 바 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국고지원을 축소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계속 저축하면 국고지원금 축소의 명분이 커지므로, 정부는 남는 건강보험 흑자를 쓰지 않을수록 이득일 것이다. 그러나 국고지원이 축소되면, 장기적으로 노동자와 서민 등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보장성 강화안에는 병원 통제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 병원들이 급여화를 주장하는 항목에 대한 보상에만 치중하다 보니, 비급여 의료비 경감을 위한 중요한 계획은 모두 빠져 있다. 그동안 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비급여를 포함한 연 진료비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비롯해, 비급여를 포함한 진료비 경감책을 제시하여 왔다. 또한 비급여 진료를 제한할 수 있는 각종 제도의 도입과 지불제도 개선 등도 꾸준히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재정을 탓하거나,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핑계로 이를 회피했다. 그러는 사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국민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건강보험 누적 흑자는 12조 원을 넘었다. 국민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생색내기용 보장성 강화안을 과대 포장해 광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낮은 보장성, 의료 이용 불균형 심화

이런 한국의 낮은 보장성은 의료 이용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부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병원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높은 본인 부담률 때문에 병원 이용을 자제하는  부자들은 병원 이용 힘들지 않지만, 가난할수록 높은 본인부담율 때문에 병원이용을 자제하게 되는 구조다. 사실상 부자들에게 유리한 의료제도인 셈이다. 

'송파 세모녀'가 빈곤층으로 추락한 원인 중 하나가 가족들의 병원비였다. 가족 중 한 명만 아프더라도 중산층 가족 모두가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본인부담금을 경감하는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명확한데도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도 채 안 된 기간 동안 여러 의료민영화 정책을 강행했다. 최근에는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선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백지화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반면 병원과 제약회사, 그리고 민간보험회사에게는 한없이 자상하다. 

국민들의 아픔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국민 건강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이러한 행태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 이번 보장성 강화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생색내기용 선별적 보장성 강화안은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한다. 건강보험 흑자는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곤두박질치고 있는 정권의 지지율이 조만간 제로(0)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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