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oundcloud.com/sisatong/0105pm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경험으로는 한국의료체계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비교대상이 과거의 경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민건강보험이 있기 전인 1987년 이전과 항상 비교가 된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제도와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OECD 국가중에 한국만큼 본인부담금이 높은 나라는 미국, 멕시코뿐이다. 그리고 한국은 주치의가 없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거기다가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치료를 받는, 치료의 부익부빈익빈도 심하다. 국제적 기준에서는 망가진 의료제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료제도가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1987년 전국민건강보험을 도입하면서 의료공급을 하는 병원은 전적으로 민간에 위탁한 것이 가장 큰 주범이다. 그리고 민간이 주도한 의료공급을 선도한 것은 다름아닌 재벌병원이다.
1990년 초반에 만들어진 아산병원(현대), 삼성병원(삼성)은 단일병원이면서도 2000개가 넘는 병상을 가짐으로써,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공급전반을 왜곡 시켰으며, 병원공급의 표준을 바꾸었다. 단일병원에 집중된 병상확대는 공급자 유발수요(Supplier–induced demand)를 촉진하고,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의료시장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미국조차도 지역병상총량제 등의 제도로 단일병원이 병상을 무한확장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은 이런 제도가 없어 재벌병원들이 2000년대 중반까지 암센터 등을 건립하며 몇백 병상씩 몸집을 키워왔다. 재벌병원들은 또 기업경영을 병원에 도입해서 브랜드네임화 등의 광고와 내부적으로는 의사인센티브와 경영지표도입으로 수익성을 병원의 첫째 덕목으로 배치하였다. 각종 부대사업도 가장 먼저 시작하였고, 다국적 제약회사와도 연결되는 임상시험을 수익사업으로 확장했다.
이 밖에도 고가건강검진서비스를 시작하고, 병원 인테리어를 바꾸고,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들여와서 고비용 구조의 의료제도를 확산시켰다. 로봇시술 같은 고가의 수술기기는 국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고, 갑상선 과다 검진은 갑상선암 발병율을 다른 나라보다 10배 이상 높이는 기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삼성병원은 이중에서도 삼성생명과 같은 민간보험사와 삼성의료기기 같은 의료기기 업체들과 연계되어 의료민영화의 주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향후 삼성병원 같은 병원과만 연계되는 보험상품을 개발할 계획도 가지고 있고, 삼성은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와 의료기기를 지목한 바도 있다.
재벌병원은 한국의료를 망가뜨리고, 영리화시킨 첨병이다. 지금이라도 재벌병원의 무한확장을 제한해야 한다.
'언론보도_인터뷰 > 팟캐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209_한국의 건강보험에만 있는 것(의료통6) (0) | 2015.02.26 |
---|---|
150202_건보료 부과체계의 진실(의료통5) (0) | 2015.02.26 |
20150126_한국 건강보험에만 없는 것(의료통4) (0) | 2015.01.26 |
20150119_못난이 3형제 중에서도 꼴찌(의사통3) (0) | 2015.01.26 |
20150112_전문병원의 전문성은?(의료통2) (0) | 2015.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