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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보’ 의사가 에볼라 의료봉사단 파견 비판하는 이유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발행시간 2014-10-30 14:44:00 최종수정 2014-10-30 17:10:13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달 16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에서 갑작스러운 선언을 했다. 다름 아닌 “한국은 여러 나라로 확산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그날부터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더욱 급증하였고, 인도적 지원을 어떻게 누가 할 것인지, 국내방역체계는 대비되어 있는지 등이 조금씩 논의되기 시작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은 서아프리카의 일이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높은 치사율이 단순한 해외토픽에서 한국사회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의료민영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결정하면 정부기관과 보건복지부도 빠른 속도로 발맞추어 나가는데, 이번 달 20일에는 조태열 제2차관 주재로 보건복지부, 국방부 및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국장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협의회를 개최해 보건인력 파견에 관한 구체 사항을 협의했다. 여기서 대략 결정된 사항은 선발대를 먼저 보낸다는 것이고, 선발대는 약 20명 정도 보낼 것이며, 의료진 약 10명 정도, 군인을 약 10명 정도 같이 보낼 것이라는 것이다.

보건의료인 지원이 공공병원이나 군 의료진에 집중될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선발대 참가 인원을 24일부터 자원 받기 시작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에볼라 위기대응 보건의료인 공모’가 첫 화면에 나온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서아프리카 파견 에볼라 대응 보건의료인력’ 공모에 28일 오전까지 의사·간호사·임상병리사 등 약 40명의 자원자가 신청했다고 한다. 약 10명이 가게 되는 의료진 지원자가 벌써 1:4를 넘었다는 설명이다.

“걱정없다”만 외치는 정부·부산시가 에볼라 불안감 키운다
20일 부산서 열리는 정보통신기술 올림픽인 ITU전권회의를 앞두고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 오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ITU 전권회의 에볼라 대응 모의훈련'에 참가한 검역관 등이 발열감시기를 점검하고 있다.ⓒ뉴시스

급조된 팀이 전염병 대응을 한다?

정부는 처음 아셈의 대통령 발언 때부터 ‘해외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제대로 구성된 팀 단위의 국내 의료진을 나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사실상 건국 이래 처음이다.’ 라며 이번 조치에 큰 의미를 뒀다.

그러나 이러한 과장성 광고와 달리 전염질환과 관련한 한국의 현실은 매우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일단 에볼라와 같은 고 전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가가 한국에는 없다시피 하다. 원래 이런 전문가는 대학병원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같은 공공기관의 전문가가 필요한데, 한국의 공공보건시스템은 당장 대응할 필요가 없는 질병 관리에는 인색하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 자체가 전염병에 대해 대응을 하기에는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너무 미약하다. 한 줌도 안되는 공공의료기관조차 이런 임무를 거부하기 다반사다. 대표적으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세계적으로 유행할 당시 국립대병원 수장 격인 서울대병원조차 지정병원을 거부한 바 있다. 막상 2009년 신종플루가 한국에서 유행하자, 실제로 민간병원은 거점병원 지정에 반발했고, 서울대병원은 두 차례나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신종플루의 치사율이 매우 낮았기에 망정이지,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한 보유 약제나 병원시스템 모두 엉망이었다.

이런 엉망인 한국의 현실에서 준비된 팀 단위 의료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정부는 전염병 관리 프로토콜을 며칠 외운 지원자들을 모으면 대응팀이 완성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그러나 이미 공공의료기관이나 종합병원급에서 사전 대응을 수차례 준비했고, 전문가가 포함된 팀워크가 갖춰진 팀이 있어야 질병 관리차원의 지원단의 실질적 의미가 있다.

더구나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 의료기관 가운데 진주의료원은 페원됐고, 속초의료원조차 적자 타령에 위기를 겪고 있는 박근혜정부하에서 국내에 에볼라와 같은 고 위험성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 국내 방역조차 제대로 될지가 의문인데, 국제의료지원은 난센스가 아닐까?

전염병 예방의 우선순위

일단 전문가나 준비된 팀이 없지만, 인도주의적 의료진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기특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전염병에 대한 잘못된 접근방법에서 기인한다. 전염병에 대한 접근에서 의료진은 부차적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된 여러 비판 중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왜 수십년전 발견된 바이러스에 대해 예방책이 없느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조원을 들여야 개발할 백신 개발을 등한시 했다는 것이 주된 비판이다. 즉 예방에 대한 국제적 지원이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에볼라
에볼라ⓒ뉴시스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예방은 둘째 치더라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에서의 대응도 문제로 떠오른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수준 이하의 공공보건환경이 확산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염병의 경우 지역사회의 상하수도 상태, 주거상태, 환자 격리 등 실제로 치료보다는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를 바꿀 정도의 계획과 자금이 필요하다.

유엔은 약 10억 달러의 에볼라 대응 신탁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은 초기에 60만 달러를 제공했고, 추가로 5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영국은 3200만 달러, 스웨덴은 1500만 달러를 약속했고, 핀란드가 910만 달러를 베네수엘라도 500만 달러를 내놓기로 한 것과 비교된다.

에볼라 지원 외의 국제지원만 살펴봐도 한국의 자화상은 부끄럽다. 한국은 현재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가운데 하나로 공적개발원조(ODA)를 하는 국가이다. OECD DAC의 자료를 보면 2011년에는 국민총소득대비 공적개발원조 비율이 0.12%로 꼴찌를 하였고, 2012년에 비율이 0.14%로 증가하였으나 국가부도 위기를 겪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제외하면 또 꼴지를 했다. 국제사회의 합의된 목표치가 0.7%인 점을 볼 때 한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서 가장 부끄러운 국가 중 하나다.

여기에 전체 지원금액의 약 70%가 상환의무가 있는 유상지원금이다. 유상지원금은 사실 생색내기용 금액이다. 상환의무가 크다고 하지 않아도 지원받는 국가나 지역 입장에서는 유상지원금을 냉큼 요청하기 어렵다 보니 공적개발원조금액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정말 저개발국가의 개발원조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한국이 정말 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에볼라 창궐지역의 상하수도 및 보건교육, 그리고 의료체계를 갖추는데 일조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의료진보다 여기에 필요한 돈과 인력이 우선 지원돼야 한다.

미국이 가면 우리도 간다?

미국은 이미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확산 방지를 빌미로 약 4000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에 대해서 서아프리카의 천연자원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미국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한번 확산한 이후 이를 연구하면서 바이러스 자체에 대해서는 각종 특허를 걸어두면서도, 백신 개발 등에 대해서는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은 우간다 지역에서의 에볼라 의료진 파견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특허를 국제출연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아웃브레이크’나 ‘12몽키스’ 같은 영화에서조차 누군가(미국)가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구한다는 ‘음모론’이 회자되고 있다.

에볼라 완치 환자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 완치 판정을 받은 팸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포옹을 하고 있다.ⓒ뉴시스

지금까지 재난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국제 의료지원 역사를 보면 이라크의 경우 미국의 패권전쟁에 한국은 군 의료진을 파병한 바 있다. 동남아 쓰나미 때는 미군 파병과 함께 의료진을 지원한 바 있고, 아이티 지진 때도 미군 파병과 함께 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서아프리카의 미군 파병, 중국의 대규모 지원 등과 마찬가지로 국제의료지원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면 정치·군사적 사안이 아닌 때가 없었다. 인도주의적이라는 언사 밑에는 제국주의 질서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반응일 공산도 큰 상황이다.

즉 박근혜 정부가 선언한 이번 서아프리카 에볼라에서의 의료지원 문제는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언사와 달리 지극히 국제정치적 사안이다. 정권차원에서는 아셈회의에서 발언할만한 내용이었지만, 사실상 내용이 없는 지원책인 이유, 다름 아닌 생색내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의 처참한 공공의료 현실은 차치하고, 10명의 특공대로 에볼라 대응을 하겠다는 정부의 허언보다도 모순된 것은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국제의료’, ‘의료관광’ 정책과의 관계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입법으로 벌써 외국환자 유치알선을 위한 ‘국제의료 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하려는데, 외국인을 치료해서 돈을 버는 것을 찬양하는 나라에서 인도주의적 국제진료지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의료를 국제적 돈벌이로 삼으면서, 재난 지역에 고작 10명의 의료진파견을 광고하는 것이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하고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떠벌리는 모순과 다른 점은 강도의 차이 정도일 듯해 착잡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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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신뢰 저버리고, 실리도 포기한 의협 지도부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입력 2014-03-19 18:42:04l수정 2014-03-19 19:29:38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작년 11월 정부가 '원격진료' 강행을 천명하자, 대정부투쟁을 시작했다. 이 와중에 작년 12월 13일 박근혜 정부의 전면 의료민영화 계획인 '투자활성화대책'이 발표되자, 국민건강을 지킨다며 '영리자회사' 등 투자활성화 대책의 의료부분 제외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그간 시민들의 눈에 밥그릇 싸움에만 집착하던 의협의 변화가 놀랍게 비춰졌다. 물론 의사들의 이익만을 위해 명분만을 쌓으려 한다는 의심도 있었고, 더불어 시민의 일원으로 의사들도 의료민영화에 진지하게 반대하려고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올 1월 말에는 의협이 스스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비판하는 4가지 포스터를 제작하여,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까지 하였다. 또한 원격의료, 영리자법인 반대 리플릿과 홍보자료를 각급 병의원에서 배포까지 하였다.

이런 국민의 의료민영화 반대 열기에 동승했기에 의협은 정부와 협상할 테이블을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이것이 올 1월부터 시작된 의사-정부 협의(이하 의정합의)다. 박근혜 정부는 의사들까지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었고, 의협과 빨리 협상하여 대정부투쟁을 수그러뜨리려 했다. 의정협의는 말 그대로 정부와 의협이 하는 협의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의협의 약속대로라면 박근헤 정부가 강행하려는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를 일부라도 저지하는 협상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의정합의를 발표하면서, 의협 지도부는 단 한 번도 자신들이 국민들에게 밝힌 대의인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문제를 의미있는 수준으로도 패퇴시키지 못했다. 도리어 매번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런 수준의 협상을 대내외적으로 많은 것을 해낸 '최선의 결과'란 식으로 선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평범한 의사들마저 농락하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정부와 합의 도출

대한의사협회가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열렸던 보건복지부와의 2차 의정 공식대화에서 "그간 갈등을 벌여 온 원격 의료와 관련해 도입 전 6개월간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윤재현 인턴기자




2차 의정합의, 도대체 성과가 무엇인가

우선, 이번 3월 17일에 발표된 2차 의정합의의 가장 큰 문제는 1차 의정합의의 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힌 점이다. 이미 의협은 지난 3월 10일 파업을 결정하면서 회원투표로 1차 의정합의의 판단을 회원들에게 물은 바 있다. 세상에 이전 합의에 반대해서 파업을 하고, 그 합의문을 존중하는 노동조합이나 단체가 있을까? 의협이 정부와 싸울 의지가 있었는지도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원격의료 부분은 평범한 동네의원의 향후 진로와도 심대한 관련이 있어, 일찍이 의협이 반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조차 시범사업을 해서 정부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합의만 했다. 시범사업을 해서 정부입법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거나, 정부입법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도 아닌 것이다.

의료민영화 부분은 더 가관이다. 영리자회사, 부대사업 확대, 병원 인수합병, 신의료기술 허가 간소화 등 수많은 문제 중 유일하게 '영리자회사' 건만 문제를 삼고 있다. 그리고 이조차 문제점을 수정하는 수준에서 정부 정책에 합의를 해주었다. 마지막에 문제점을 논의할 논의기구에 '대한병원협회'을 집어넣어 의료민영화를 요구한 세력의 참여를 보장하는 '확인사살'까지 하였다. 이쯤 되면 사실 의정협의에서 원격의료나 의료민영화 반대는 허울뿐인 쟁점이었음을 보여준다.

또 의협이 따냈다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부분을 보면, 건정심 위원의 공익대표를 공급자와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걸 합의했다. 무엇이 올바른 건정심 개혁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또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건정심 위원의 비율은 사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해진 법률에 의거한다. 그렇다면 이를 단순히 정부와 합의해서 될 문제인가? 정부와 합의했다면 정부입법 정도일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기에 각종 의료제도 개선 문제, 상담수가 신설, 상대가치 재조정 등 수많은 문제들도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행정부와의 조율이 아니라 사회적 기구를 통한 합의와 입법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정합의 내용은 국민들의 기대를 완전히 내동댕이친 것은 물론, 평범한 의협 회원들 마저 기만하는 결과이다. 문제는 이런 결과에 대해 의협 지도부가 보이는 태도인데, 만약 알고도 그러는 것이라면 정말 나쁜 지도부이고, 모르고 그랬다면 정말 무능한 지도부가 아닐 수 없다.

의사 이익 위해 국민을 활용한 기회주의적 태도

그러나 의협 지도부가 보인 가장 나쁜 자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활용하려 시도한 점일 것이다. 국민이 보인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대를 자신들이 슬그머니 이용해서 편승한 후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 유유히 떠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회주의적 시도가 그다지 쉽지는 않을 듯 하다. 다름 아닌 의협의 상대가 박근혜 정부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민영화의 핵심 추진과제인 영리자회사 설립도 법률 개정이 아닌 정부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환자 편의를 벗어나는 부대사업 확대도 시행규칙 수준에서 손을 보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는 입법제도를 우회해서 행정부가 마음대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집행하려는 '행정독재'이다. 

이러한 '행정독재'는 KTX 철도 민영화를 기존의 철도법을 개정하지 않고, 자회사를 허가해 강행하는 과정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즉, 합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행정부를 박근혜 정부는 만들려고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공약은 그냥 '선거 캠페인'으로 치부하고 모조리 폐기한 '약속 폐기의 달인들'이다.

의협 집단휴진, 의료 말살 영리병원 중단하라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와 건강보험제도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윤재현 인턴기자




자 그렇다면 의협 지도부가 이제 진정으로 얻은 것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오로지 철도 파업 지도부처럼 잡혀가지 않고, 박근혜 정부를 위기에서 구원하는데 일조한 역할 뿐이다. 물론 국민이 의협 지도부에 거는 기대는 정말 눈곱만큼 작았지만, 이제 이조차 구할 수 없다면 향후 의사들의 이익이 국민의 이해와 같다는 주장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정말 심각한 것은 국민의 외면은 쉽사리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과 합의하지 않으면, 의협은 자신을 위해 얻으려고 하는 수많은 이익도 결국 못 얻는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도리어 이번 의정합의는 환자진료에만 전념하고 있는 평범한 의사들의 이미지마저 하락시키는 악행이 됐다.

의협 지도부는 여전히 박근혜 정부에 잘 보여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지금 신뢰를 구축해야 할 대상은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그리고 그 점을 놓친다면 간만에 얻은 국민과의 신뢰를 맺을 기회마저 날려버릴 것이다.


2011년 9월 1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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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반대하는 이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9월 14일 (수)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정관용>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내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런데 임채민 후보자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를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게 혹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의중이 아니냐, 이런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네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연결합니다. 혹시 임채민 장관 후보자가 경제부처에 있을 때 의료민영화 관련된 발언을 한 게 있습니까?

▷정형준> 경제부처에 있을 때보다는 최근 3월에, 국무총리실장으로 있을 당시에 벌써 영리병원 도입조항을 제주도특별법 제정안 통과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제주도에도 좋은 거 아니냐, 영리병원을 꼭 해야 한다"고 해서 지금 제주도민이 가장 바라고 있는 관세면제 사안이 영리병원하고 연계가 돼서 통과가 안 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정관용> 제주도 특별법에 한 조항으로 이걸 포함시키는 게 총리실 주관이었어요?

▷정형준> 총리실 주관은 아닌데 당시 국무총리실장으로 가장 강경하게 밀어붙인 걸로 언론에서 이미 다 보도가 됐구요. 

그러니까 영리병원 지지자인데 최근 들어서 몇 몇 언론에서는 전 지역에 걸친 영리병원에 대해선 유보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 대해선 아주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영리병원에 문제제기를 하고 걱정하는 분들도,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 특별 자치도에만 국한된다면 괜찮은데, 확대될까 문제다, 그런 거잖아요? 

▷정형준> 그건 약간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있는데요, 

▶정관용> 어떤 게 잘못 알려져 있습니까? 

▷정형준> 현재 외국인들만 이용할 병원 건립은 영리병원이 사실상 2003년에 법안이 통과된 상태고, 건립하면 되는데, 실제는 그게 잘 안됐습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병원이 별로 수익성이나 타당성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러다보니까 그 지역에 내국인 진료 허용을 지금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또 외국인 지분을 하향하는 걸 요구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은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은 전국이 1일 생활권인 상황에서는 내국인 영리병원을 뜻하는 것이죠. 

▶정관용> 그러니까 제주도하고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하더라도 안 된다? 

▷정형준> 그렇습니다. 그것이 다음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나 이런 것들을 망가트릴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정관용> 목소리들이 좀 다른 거 같아요. 대한의사협회는 일단 찬성하는 거 아닌가요? 

▷정형준> 의사협회의 현재 그 입장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지금 폐지해서 다자산 건강보험 제도로 가자고 최근에 주장을 한 게 있구요. 영리병원 도입도 지지하는 공식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현재 의협의 공식 입장이지, 전체 의사들의 입장이라고 볼 수 없고, 현재 의협의 집행부나 의협을 이끄는 분들이 병원협회와 입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관용> 의사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확실히 갈리는군요?

▷정형준> 지금 치과의사협회 같은 경우는 이미 영리병원 반대를 선언한 상태구요, 신문에 광고도 많이 내셨고, 약협도 임채민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리화에 반대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의사들도 개원의 등 사이에서 맹목적 지지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정관용> 현재 영리병원 도입 논의는 그럼 어디까지 와있죠? 아까 말씀해주신 제주 특별 자치법하고 경제자유구역에만 국한된 그런 법들이 국회에 걸려있나요? 

▷정형준> 그 안에서 외국인 한정해서 진료하는 걸로는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한시적이나마 내국인을 전면 허용해 달라, 혹은 50%까지는 허용해 달라, 이런 게 주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정관용> 언제쯤 통과, 아니면 어떻게 될까요? 전망이 어떠세요?

▷정형준> 저희 단체나 여러 가지 의료 직능단체들이 사실상 반대하는 게 많고, 의료영리화의 시초가 될 수 있고, 앞으로 만약에 한미 FTA가 통과되면 조항들 때문에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모든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임채민 장관 후보자를 내정해서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지만, 쉽게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관용> 아마도 다른 지역에 확대는 안 시킨다는 전제조건 위에서 제주도하고 경제자유구역만 허락하자, 이렇게 절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정형준> 그런 식의 절충도, 이미 법안 자체가 외국인들을 위한 영리병원은 이미 법이 통과된 상태기 때문에 내국인 영리병원을 주된 쟁점으로 주장하게 되면, 국민 정서상으로도 내국인들의 영리병원이라는 게 의료비 영리화와 의료비 폭등을 불러 온다는 것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쉽게 도입하기는 쉽지 않고, 꼼수를 써서 외국인만을 위한 거다. 한시적으로 내국인을 50% 정도 하겠다 하는 식으로 할 수는 있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양심 있는 분들이 반대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민주당도 공식 당론으로 반대인가요?

▷정형준> 민주당 공식 당론으로 반대고, 아쉽게도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인 송영길 인천시장께서 민주당 당론과 전혀 다른 송도에 영리병원 추진을 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정관용> 송도 상황이 급하다보니 당론과 차이를 보이는군요. 

▷정형준> 그렇게 돼 있습니다. 

▶정관용> 우선 임채민 후보자 내일 청문회 거치고 장관이 되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안을 내놓을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여론이나 국회 동향을 지켜보겠죠. 그 상황을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특히 총리실장시절에 영리병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임채민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 들어봤습니다.

2013년 4월 10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4/h20130410033048121990.htm

[이슈논쟁] 경영난 공공병원 폐업


"국내 공공병원 비중 OECD 평균 10%선 수익성에만 집착 의료공공성 외면 안돼"

●반대, 정형준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의업은 돈보다는 생명이 가치
무작정 경쟁체제만 강요하면
가난한 환자들 사각지대 내몰려


한국의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수의 5.3%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회원국의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70% 이상인 것에 비추어볼 때 10분의 1도 안 된다. 마치 민간의료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같은 존재다.

공공의료기관의 수가 이렇게 적다 보니 한국은 적정진료 표준도 사립병원이 제시하기까지 한다. 한국은 갑상선수술이 OECD 평균보다 10배나 많다. 안정성과 효과성이 아직 확증이 안된 로봇수술 원칙에 대한 규제도 없고, 고가의 비급여 검사를 많이 하는 검진센터를 둬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해도 적정수준을 제시하는 것이 민간병원들이다 보니 '과잉진료'에 대해서 속수무책이다.

반면 지방으로 가면 필수 진료시설인 응급실이 없어 몇 시간을 헤매야 하고, 분만시설이 없어 출산 전에는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와 있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립 민간병원이 대부분이라 돈이 안 되는 진료를 모두 외면해서 그렇다. 이른바 필수적 진료에 대한 '과소진료'의 사예들이다. 결국 공공병원이 너무 없다 보니 적절한 진료 표준이 없어 과잉진료와 과소진료가 모두 존재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공공병원은 적정진료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병원에서 떠 넘기는 돈 안 되는 환자를 주로 받는 일을 하게 된다. 지방의료원들은 민간병원들과 비교했을 때 입원환자는 71%, 외래환자는 74%의 진료비만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걸핏하면 공공병원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진료수익이 '적자'라는 점이다.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의 이유를 '적자' 때문이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의업은 돈보다는 생명이라는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병원 수익성과 성과를 아픈 환자나 병원 인력의 인건비에서 뽑아내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하지만 공공병원이 민간병원보다 적자가 많은 것은 앞서 말했듯이 돈 되는 진료에 혈안이 되지 않아서, 그리고 가난한 환자도 차별하지 않고 진료를 해 주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공공병원에서 흑자를 내라는 것은 부자 환자들을 '유치'하라는 뜻이고, 민간병원처럼 과잉진료를 하라는 것이다. 환자들로부터 돈을 벌어 국가가 수익을 내자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공공병원의 적자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공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않고 경쟁체제에 몰려 민간병원을 따라 하려다 발생한 것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성과급'과 '연봉계약제'다. 민간병원에서 성과급제로 의사들이 더 많이 진료하게끔 하고 경영성적도 좋아 보이니 그냥 막무가내로 따라한 것이다. 그러나 공공병원에 오는 가난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야말로 진료 수익의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고 도리어 의사들의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에 손상만 있었다. 특히 매년 실적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 차라리 민간병원에 가버리겠다고 나간 의사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실제로 1998년 이후 성과급제를 도입했던 공공병원 의사들의 근속년수는 점점 짧아졌다. 따라서 병원의 경영상황도 나빠졌다. 즉 공공병원에 '경젱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공공병원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일부 지방의료원장은 공공의료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의 개인적 인맥으로 임명되는 경우도 있다. 공공의료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채산성만 맞추려는 병원장 밑에서 병원은 경영상으로도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추가 투자도 인력보다는 가시적인 장비나 건물에 집중되다 보니 실제로 병원에 가장 중요한 인력충원은 늦어졌고, 병원 근무 인력은 줄어들었다.

한국의 공공의료예산은 총예산의 0.5~0.7% 수준으로 OECD 국가 최저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회계에서처럼 독립채산을 강요하다 보니 실질 운영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보인다. 5년 전 신축 이전한 진주의료원의 부채와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 민간의료의 바다 속에 공공의료를 살리는 첫걸음은 공공병원에서 공공의료를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공공의료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야 한다. 최소한 미국수준인 30%이상에는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의 자긍심을 살리자. 공공병원이 돈이 아니라 공공성의 가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2011년 1월 6일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105165930


"'조중동매연' 살리려 환자에게 독약 권하나"

[기고] "의약품 방송 광고 허용, 환자들 두 번 울리는 일"

정형준 의사·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최근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무가지와 스마트폰, DMB로 인해 한산해진 지하철 광고판을 병·의원 광고나 의약품 광고가 채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광고들은 이미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종편 광고를 늘려주기 위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병의원까지 방송광고를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필자는 평소 의약품과 병원의 홍보성 광고를 규제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잘못된 의약품 남용 문제와 광고비를 충당하기 위한 병원의 진료비 증가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해 왔다.

이 글은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해도해도 너무 심하게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펼치는 문제점에 대해 의사로서 왜 전문의약품과 병원의 방송 광고허용이 문제인지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쓰여졌다.

국민들 모두가 아마 알고 있을 상식적인 내용은, 첫째 아무리 단순히 생각해도 의료광고가 의료비 지출을 늘린다는 점이다. 광고비가 제품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당연한 결론 말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문의약품과 병원 방송 광고가 허용돼 있는 미국의 경우, 민간의료보험, 의약품 광고비는 이미 천문학적 규모다. 이런 비용들 탓에 미국의 총의료비는 유럽국가들에 비해 2배 가량된다. 한국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다고 하나 의료비 총재정의 60% 가량은 건강보험 재정이다. 따라서 광고로 인한 과잉 수요 창출은 우리 모두의 보험료로 유지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매년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떠벌린다. 그래서 보험료는 매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 간 두 배 가량 보험료를 올린 이 나라에서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한 각종 의료광고를 규제하기는커녕 점점 더 그곳에 돈을 퍼붓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둘째, 의료광고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요인조차 거의 없다.

의료광고의 확대를 바라는 광고주와 광고회사, 재벌 보수언론사들은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여타 물건들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옷이나 차를 사는 것과 담낭제거술을 병원에서 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을 지불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것은 오로지 지갑에서 돈이 나간다는 측면에서만 같다. 병원을 내원한 대다수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선택은, 물건의 구매처럼 비교 및 평가, 가격경쟁력 등을 고려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기 위해, 즉 즉각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다.

거기다 매우 제한적인 치료방식을 가지고 전문가들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정보의 특성상 전달이 가능하지 않거나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나 보호자들은 옷이나 차를 구매하듯이 충분히 판단할 시간과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는 환경에 놓여지지 못한채 치료를 받아야 한다.

▲ ⓒ프레시안(이경희)


셋째, 의료부문은 객관적이며, 다방면의 평가가 장기간 요구되므로, 상업적 광고에 부적합한 영역이다.

의학적 처치의 평가 및 효과 규명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후의 예후와 합병증등을 모두 평가해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자가 가진 다른 기저질환이나 과거병력에 따라 상이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제공할 수 있는 '광고카피'는 존재할 수 없다.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야하는 상업적 광고의 목표라면 의료가 그런 영역의 상품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더욱이나 명확하다.

이미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외래에서 이미 신문이나 잡지 등에 과잉 선전된 의약품 등을 '지정'해서 처방해 달라는 환자들이 너무 많이 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경우 상당수는 잘못된 정보(빠른 효과, 항우울증약의 비만치료효과, 수면제 등)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충분히 연구되고 입증되어 허가된 의약품이나 의료처치의 경우도 10년이상 사용되다가 금지된 경우가 허다하다.(Vioxx같은 COX-2 inhibitor 일부 금지건 등)

이런 상황에서 개별 병의원의 광고확대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의 기간을 누가 책임져 주겠는가? 물건은 사서 써보고 불량이라고 생각되면 환불, 수리 받을 수 있으나, 의료서비스는 그럴 수도 없다. 사람의 몸은 환불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큰 돈을 벌려하는 행위는 자본주의의 비윤리적 행위 중에서도 최고의 악마 같은 짓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실제로 암에 걸린 환자들은 좋다고 알려진 모든 치료법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러한 모든 치료를 해 보고 싶어 한다. 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수 밖에 없다. 민간요법 같은 기존의 의료 외적인 치료법들을 찾게 된다.

환자들은 인터넷이나 잡지 귀퉁이에서 발견한 실험적인 치료제나 연구중인 치료제 등의 광고를 보고 스스로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검증되지 않고 실험중인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의 개발소식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전문의약품과 병원 방송광고를 허용한다면 이는 물에 빠진 사람에게 지푸라기를 잡으라고 꼬드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전 병원 외래에서 ALS(근위축성축색경화증 : 루게릭병으로도 알려져 있다)가 진단되어 근약증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가 현재 개발중인 약제의 처방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쉽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ALS의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자는 강하게 자신에게 그 약제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의사들은 매우 곤혹스럽다. 윤리적으로 이러한 약제는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임상시험의 수준에서 처방받으려면 연구당사자를 찾아가도록 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줄기 희망을 갖고 있던 환자들을 포함해 한국 사회를 허탈감과 배신감에 떨게 했던 '황우석 사태'를 기억해 보자. 당시 줄기세포에 대한 무차별적 언론보도는 척수손상 및 말초신경손상 환자들에게 기적 같은 치료의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아직 임상적으로 적용하려면 많은 단계와 연구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이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미 이런 언론의 허위 보도 이후 이를 영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빈번해졌다. 그래서 이미 수많은 약제와 시술과정에 '줄기세포'라는 용어가 트랜드가 되고 있는 경향이 있고,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광고주와 광고회사가 있다. 병원 수술에서는 '로봇 치료법'이 트랜드가 되어 있듯이 말이다.

다섯째, 전문의약품과 병원의 방송광고 허용은 병원자본과 제약기업에게만 유리하다.

최근 광고의 추세는 새로운 치료기기 도입이나 치료법, 약제개발 소식이다. 최근 개발되어 시술한다는 몇몇 의료장비의 가격은 수십억을 호가한다. 약품의 임상시험비용도 수억 원은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장비와 임상시험이 가능한 병의원이 단순히 광고비 지출에서 뿐만 아니라, 좀더 환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의료장비의 도입은 좋은 일일 수 있으나, 이런 장비의 대부분이 아시아 최초, 혹은 어느 지역 최초등의 타이틀을 달고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CT, MRI 처럼 고가의 장비이나, 이미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는 포화에 도달한 것들이 포함된다. 즉 과다한 지출을 보정하기 위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의료광고는 그런 상황을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이미 중앙일간지 등의 1면을 장식하는 병원광고는 대단위 네트워크 병원들이 독점하고 있다.

결국 의료 광고는 환자의 무지와 비전문성을 해결하고, 서비스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기본취지 마저도 완전히 왜곡시킬 것이다. 즉 병의원 광고의 경우 다른 의료기관과의 차이점을 강조한 나머지 실제로는 승인되지 않았거나, 연구중인 치료에 대한 광고가 될 공산이 크고, 이는 그러한 증상을 겪고 있는 목마른 환자들을 현혹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비용은 국민들의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환자들의 건강은 상업적 광고의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재벌 언론과 광고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국민건강을 팔아먹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정형준 의사·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필자의 다른 기


2011년 3월 9일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309113717&section=03


주민등록증에 혈액형 넣자고? 궁합 봐주려고?

[기고] 전자주민증의 혈액형 기입은 위험하다

정형준 의사·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부가 입법 발의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 내용 중 하나는 현재 주민등록증을 IC 칩을 내장한 전자주민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전자주민증이 필요하다고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가 응급 의료 상황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혈액형 정보를 넣는다는 것이다.

응급 의료 상황에서 혈액형을 알아야 한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행위이며 나아가 위험천만한 행위다. 혈액형 정보를 넣는다는 점으로 국민들을 호도하여 '전자주민증'의 본질을 희석하려는 행위일 뿐이다.

특히 전자주민증을 추진하는 행정안전부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논외로 하더라도, 야당인 민주당까지도 전자주민증 추진에 대해 '전자주민증 문제는 행정안전부와 시민단체가 합의할 일'이라는 식의 방관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 최근 행정안전부, 한나라당 등은 혈액형 정보 등이 들어간 전자주민증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프레시안
말로는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전자주민증에 기입된 혈액형 정보는 실제 수혈에서는 사실상 사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 수혈이 잘못되면 생명이 위험하다. 따라서 아무리 응급 수혈이라 하더라도 혈액형 검사는 수혈 전에 꼭 다시 해야만 한다. 정 시간이 없을 때는 O형 혈액을 먼저 수혈하고 그 사이에 교차 검사(cross match test)를 해야만 한다. 알려진 혈액형만 믿고 수혈을 하는 의사는 없다. 전자주민증에 기재되었건 본인이 기억하고 있건 알려진 혈액형만 믿고 수혈을 하게 될 경우 그 위험성이 오히려 크다.

혈액형은 ABO형 Rh+/-형 외에도 여러 가지 변이형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특정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ABO/Rh 형이 똑같다 해도 수혈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 목적으로 수혈을 할 때는 ABO/Rh 혈액형 검사는 기본이며, 이외에도 교차 검사와 항체 선별 검사 등의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한다. 따라서 알려진 혈액형을 정보화한다고 하여 응급 상황이나, 의료 현장에서 유용한 점은 거의 없다.

의학적 자문만을 구했어도 이러한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혈액형 기재를 내세워 전자주민증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전자주민증'이 유용하다는 점을 응급 의료 상황의 필요성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국민들을 호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전자주민증'은 인권 침해 논란과 비용 효율성 문제 등으로 1996년부터 수차례 논의되었으나, 폐기되었던 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매번 되풀이 되면서 논의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지난 여러 차례 논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전자주민증'에는 총 50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전자주민증 도입의 이득으로 거론되고 있는 위변조 방지, 개인 정보 보호, 인식 오류 방지 등의 이익은 평가된 적도 없다. 정부가 집계한 주민등록증 위변조는 1년에 500건 정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과연 5000억 원 가까운 국가 예산과 민간 비용을 낭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결국 카드 및 리더기 제조사 등 전자 업체에 대한 이권 사업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것이 '전자주민증'이다. 기업의 배를 불리는 이 같은 쓸모없는 사업에 투자할 예산만 절약해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돈 타령을 하는 무상 급식 예산으로 충분하다.

나아가 '전자주민증'은 개인 정보를 IC 칩에 내장하여 수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인 정보를 전자 칩에 내장하는 것은 발급부터 이용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용카드처럼 리더기를 통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또 개인의 각종 정보가 앞으로 법이 바뀜에 따라 더 기록될 수도 있다. 2006년 도입을 논의하다 폐기된 통합신분증 형태의 전자주민카드 도입의 전초 단계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행정안전부는 현재의 주민등록증의 주민등록번호가 전자 칩에 저장되어 겉으로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에 보안상 유리하다고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주민등록번호의 활용이 필요한 각종 관공서, 은행, 컴퓨터 가입, 하다못해 길을 가다 당하는 불심 검문에서까지 전자 칩 속의 주민등록번호를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전자 장비를 이용한 불필요한 정보 인지와 확인 절차가 추가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다. 툭하면 이야기하는 IT 강국의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고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해명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주민등록번호는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구시대적 정책으로 필요에 의한 사회보장번호 등으로 변경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만 해도 생년월일과 같은 기본적인 개인 정보를 번호에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별과 출신 지역도 일부 확인이 가능하다. 주민등록번호는 인터넷 실명제등 논란에서도 드러났듯이 특정인을 인지하는 도구로 그간 사용되면서 수많은 인권 침해 문제점이 들어난 바 있다.

여기에 주민등록증에 필수적인 지문 날인은 대다수 외국에서는 범죄자에게나 적용하는 제도다. 이러한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는 사실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맞다. 이런 상황에서 거꾸로 생체 정보를 포함한 이러한 정보를 전자 칩에 기록하려는 행위는 주민등록번호와 지문 날인 같은 구태의연한 악습을 기정사실화하고 확대하려는 것일 뿐이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 수 없고, 위험천만한 전자주민증 도입 법안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자주민증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도 방관자적 입장을 버리고 전자주민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야만 한다. 이제 또 다시 '전자' 주민증을 만들어 혈액형과 지문 등의 생체 정보를 넣고 그 외 개인 정보를 전자 칩에 몰아넣는, 21세기 기술을 활용한 19세기적 발상에 반대해야 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정형준 의사·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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