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보험에 직불제 허용? ‘판도라 상자’ 기어코 여나

‘의료개혁’으로 포장된 의료 민영화 ②

정형준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의료대란이 한국 사회의 보건의료 쟁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의사 인력 외에 시급히 대처할 과제는 많다. 국민이 감내하는 의료대란 고통을 더 나은 의료제도로 나아갈 마중물로라도 보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들의 준동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

민영보험은 이번 대란에서 자신의 지위를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상향시키려 한다. 정부가 8월 발표한 ‘의료개혁실행방안’을 보면, 향후 개발되는 실손보험은 병원과 직계약을 할 수 있다. 현재 민영보험은 환자가 의료비를 모두 의료기관에 내고 사후에 보험사에 개개인이 청구하는 구조다. 반면 건강보험 진료는 환자는 본인부담금만 직접 의료기관에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이 해결한다. 이를 ‘직불제’라고 한다. 지금까지 민영보험과 의료기관의 직불제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담합 혹은 종속관계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 건강보험은 직불제를 통해 건강보험 진료 내용을 심사평가하고 가격도 결정한다.

그렇다면 민영보험이 직불제를 시행하면 어떻게 될까? 우선 비급여 가격을 의료기관과 결정한다. 혹자는 싸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환상이다. 특정 비급여는 자사와 계약한 의료기관에서만 저렴하게 공급하는 미끼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총수익에서는 각자의 이익을 최적으로 하게 된다. 결국 비싼 보험료를 내는 민영보험에 가입하면 비급여 가격이 싸질 수 있지만, 싼 민영보험에 가입하면 보장 내용에서 제외될 수 있다. 현재 실손보험도 보장 제외를 조건으로 가격이 싼 경우가 많다. 평균 가격은 민영보험사와 민간 병원이 최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곳에서 결정된다. 건강보험이 최대한 가격을 낮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여기다 민영보험사는 환자의 진료정보도 심사평가를 명목으로 다 가져갈 수 있다. 현재도 건강보험공단의 개인건강정보 빅데이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직불제가 성사된다면, 보험사는 공단 빅데이터 말고 직접 환자들의 개인진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영보험이 민간 병원과 계약을 맺고 진료비를 대납하고 심사평가를 추진함으로써 사실상 건강보험과 동등한 지위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현재도 실손보험은 4천만명가량이 가입해 금융위원회가 “제2의 건강보험”으로 광고까지 해주고 있다. 실손보험에 많은 사람이 가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아 아직도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런데 실손보험이 별도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경쟁형 보험으로 의료기관과 계약까지 한다면 그때는 4천만명이 아니고 빈곤층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또 특정 민영보험과 계약한 특정병원은 더 높은 보험료를 감내할 환자들만 받을 수도 있다.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한층 더 강화된다.

민간 병·의원의 과잉진료와 과다 비급여 사용을 민간 보험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출시돼 비급여시장은 확대됐을 뿐 실손보험의 각종 규제가 비급여를 줄인 바는 없다. 민영보험과 민간 의료기관은 서로를 강화해주는 공생관계다.

우리는 민영보험이 의료기관과 계약하고 의료비를 결정하고 심사하는 게 만연한 나라를 알고 있다.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식 의료제도의 제일 큰 문제는 건강보험이 없고 민영보험이 의료기관과 직계약을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조합보험에 가입한 서민들은 조합 계약 병원만 가고, 비싼 보험에 가입한 부자는 고급 병원에 간다. 반면 민영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시민들은 집에서 약만 사 먹는다. 보건의료제도 개혁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과거의 잔재다. 지금 의사들의 저항도 민영의료 공급을 방치한 결과다.

미국처럼 한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민영보험 활성화 정책은 결국 민간 보험의 기득권을 강화시켜 이후 제대로 된 건강보험 개혁을 할 수 없는 방해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윤석열 정부 같은 친시장주의 정부를 한번 더 만나면 미국처럼 될 가능성도 크다. 현 정부는 이 지점에서 건강보험을 위협할 ‘의료 민영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는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64760.html

 

의사들 돈 좇게 만든 나라, 국민 돈 터는 민영보험

그 많던 전문의들은 어디로 갔나 [왜냐면]

 

진짜 ‘의료 개혁’ 위한 연속 기고 ③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

2010년 이후 10여년간 상급 종합병원은 1500명가량 의사가 늘어난 반면, 의원급 종사자는 1만명가량 늘어났다. 매년 3000명가량 배출한 의사 대부분이 개원의가 된 셈이다. 그 결과 중환자를 돌봐야 하는 병원에서는 의사, 특히 전문의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왜 한국에서는 전문의들이 개원의가 되는 걸까?

우선, 대형병원들은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목의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흉부외과, 뇌신경외과, 소아과가 이에 해당한다. 응급환자가 늘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는다. 응급실 뺑뺑이가 시작되는 첫 번째 길목이다.

반면 내과 계열과 통증·근골격계 의사들은 병원이 고용하려고 해도 개원가 소득이 높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개원가는 영양주사, 도수치료, 비급여 시술 같은 것들로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많다. 피부·미용 시장의 팽창도 원인이고, 탈모, 비만, 영양 등 이른바 관리의료 시장의 창출도 개원가 쏠림을 크게 부추겼다.

지난 20여년간 의료 상업화가 의사 공급의 불균형을 심화시킴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정부들은 모두 “의료 선진화”, “신성장 동력” 운운하며 의료 시장화를 가속했다. 의료 시장화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복지제도로서 의료에 대한 이해가 있는 나라 대부분은 신의료기기나 치료 재료를 그 효능과 위험도를 엄밀하게 평가해 규제하는 데 반해, 한국은 신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무조건 간소화해 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안전성 평가는 나중에 하고 시장에 먼저 진입시키는 ‘선 진입, 후 평가’까지 추진한다. 그래서 개원의들이 할 수 있는 비급여 시술의 종류와 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급자 주도의 도덕적 해이인 것이다.

사례를 하나 보자. 지난해 7월 허가된 무릎관절 자가골수줄기세포 주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만원짜리 연골주사와 비교해 별 차이도 없는 치료 대안이 규제도 없이 광고로 퍼지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내는 수백만원이 의사들의 영리적 개원가 쏠림을 부추겨 의료 공급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두 번째 핵심적 문제가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데, 이런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빠른 속도로 퍼지게 만드는 민영의료보험 시장의 엄청난 확장이다. 4000만명 이상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은 이런 비급여 시장을 창출하는 미다스의 손이다.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의원들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상식이다. 자궁근종 치료 등에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수백만원의 하이푸 치료도 의사가 아닌 상담사가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는 적극 권유한다. 보험상담사가 무릎관절 유전자 치료제로 광고했던 수백만원짜리 가짜 약 ‘인보사’도 같은 사례다. 모두 실손의료보험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이용을 장려하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오는 10월부터는 민영보험사가 환자 개인의료정보를 축적해 보험사에 이익이 되도록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낭비적 진료를 더 늘릴 것이다. 엄청나게 증가하는 비급여 시장은 의사와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

시장 중심 공급구조로 비급여 진료를 부추기고 실손보험을 활성화하는 정책은 한국 의료를 기형적으로 만드는 원인의 원인으로 작동해 왔다. 그 결과 응급, 중환자, 수술 진료에 집중해야 할 의사들의 개원 붐이 일어, 이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집단 개원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일차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할 동네의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한 시장 경쟁으로 내몰려 고가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환자 주머니에서 회수해야 하는 사업이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의료 대란을 해결하려면 의료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하고, 공적 사회서비스로서의 의료를 되찾아야 한다. 이제 비급여 통제, 실손보험 규제를 통해 정상적인 일차 의료로서 동네의원을 복원해야 한다. 이게 의료의 공공성이다.

마지막으로 일본도 의사들의 개원 자율권을 인정하지만 민간 사업체처럼 운영하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강력한 비급여 규제인 ‘혼합진료 금지’가 사회적으로 합의돼 있어 일본 의사들은 비급여가 아니라 필요한 의료행위는 모두 급여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혼합진료 금지’는 영리적인 한국의 외래진료 서비스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조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35804.html

책 읽기, 뇌 건강에 큰 도움 된다

 

언어능력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성이다. 동시에 각종 기록을 통해 인간이 통시성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핵심도구이기도 하다. 만약 언어능력을 상실하거나 손상받게 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질병상태를 야기하게 된다. 일차적으로 언어능력은 일상생활의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언어기능 손상은 일상생활 능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여기에 사고체계의 상당부분이 언어로 구동돼 사고영역의 경우 언어손상이 인지장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언어능력 저하로 시작된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언어활동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현재 치매예방을 위해 신경과학자들이 권유하는 것들은 규칙적인 신체활동(운동), 금연, 사회활동, 두뇌활동, 절주, 신선한 먹거리로 요약된다.

여기서 두뇌활동 영역에서 단연 첫번째 권유활동은 독서다. 수많은 언어활동 중에서도 대화나 듣기보다 독서를 권유하는 이유는 구어와 문어의 차이 때문이다. 우선 구어는 어휘수가 문어에 비해 매우 적다. 구어는 1000개 정도의 단어만 있으면 생존언어가 가능하다. 의사소통에는 2500개, 고급수준의 이용에는 7000개 정도가 필요하다.

반면 문어는 읽기를 위해 최소한 7000개의 단어가 필요하고 교육을 받은 경우는 20만단어까지도 어휘가 확장될 수 있다. 문맹도 대화는 가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어는 구어에 비해 다양하고 풍부한 어휘 사용을 하게 되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단어나 문법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영역을 구현하게 된다.

치매예방하고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

문어 사용은 읽기와 쓰기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읽기능력이 향상돼야 쓰기능력이 발전한다는 점에서 문어사용 능력의 핵심은 읽기능력이라 볼 수 있다. 읽기능력의 향상은 대부분 독서로 갖출 수밖에 없다.

덧붙여 독서는 듣기나 보기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보존하는 역할도 크다. 주요 뇌과학 연구를 보면 읽기, 특히 독서는 기억력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고 돼 있다. 평상시 쓰지 않던 어휘와 문법, 그리고 언어적 단계가 공간과 시각적 형상화를 하는 독서과정에 있다고 본다. 여타 읽기활동에 비해 독서는 시간을 소모하면서 언어기능을 온전히 향상시키는 활동으로 큰 효과를 가진다.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몇 안되는 치매예방법에는 독서가 항상 포함된다.

그렇다면 독서나 읽기 말고 동영상 시청이나 라디오 등의 청각적 언어활동은 어떨까? 현재까지의 수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실제 동영상 시청은 공급되는 정보량에 비해 치매예방이나 인지능력 향상에 기여한 바가 불분명하다. 동영상 시청은 인지능력에 기여하지 못하고 치매를 악화시킨다는 분석과 연구도 많다.

무엇보다 동영상은 직관적인 인지전달로 인해 사고와 어휘의 발전과 기억력 향상을 위한 뇌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자극속도는 빠르지만 비판적 사고나 기억 등의 영역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자극, 특히 최근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짧은 동영상의 다량 입력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기는 하나 현재까지의 뇌과학 연구에 근거해 볼 때 인지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거꾸로 말하면 치매를 더욱 가속화시킬 위험성이 동영상 시청에 있을 수 있다. 치매예방 인지능력향상 같은 뇌건강을 위해서는 동영상을 멀리하고 읽기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독서는 교양을 쌓거나 뭔가를 알아가는 과정 뿐 아니라 인지능력을 보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넘겨 보는 종이책 방식이 더 도움이 돼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는 어떨까? 주요연구를 보면 스크롤을 하면서 읽는 경우는 안구의 움직임이 없어 넘겨가면서 읽기를 하는 경우보다 기억력 및 사고능력 향상에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돼 있다. 종이책은 넘기는 과정에서 특정 정보의 대략적인 물리적 위치가 기억에 남고 책을 꽂아놓는 책장의 위치도 입력이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공간과 언어가 결합돼 기억영역의 확장을 가지고 온다. 반면 전자책은 이런 효과는 떨어진다. 인지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추천하는 독서양식은 책을 읽는 것이다.

가을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한국어는 이제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언어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책읽기로 만끽하면서 동시에 치매예방과 인지능력의 향상도 가져온다면 일석이조다. 단편적이고 중독성만 유발하는 뇌건강에 도움되지 않는 동영상을 멀리하고 읽기를 가까이 하는 게 건강해지는 길이다.

https://www.naeil.com/news/read/527690

 

https://www.naeil.com/news/read/527690

 

www.naeil.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