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법, 개인건강정보 갈취 위장 법안이다

기업이 개인 건강정보를 쉽게 취득해 이용할 수 있는 악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디지털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법안’(이하 디지털헬스케어법)이 그것이다. 법안명만 봐서는 ‘디지털헬스케어’가 무엇인지, ‘보건의료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도입 취지도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이를 통해 의료기술이 발전한다고만 되어 있다. 요약문을 읽어봐도 이 법안이 가진 위험성과 초법성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이 법은 개인정보법, 의료법, 약사법 등에 규정된 제3자 제공범위를 무시하고 개인 건강정보가 쉽게 전송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위험성과 초법성을 내포하고 있다. 각각의 법률에 규정된 제한 사항을 하위 행정법안인 보건복지부령으로 재규정하는 위법성에 더해 개인 건강정보를 무차별 전송하고 집적하기 위해 ‘디지털헬스케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디지털헬스케어’란 아직까지 불분명하고 연구과제 대부분이 광범위하다. 일종의 신기루 같은 영역인데, 법안은 이를 ‘지능정보기술과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을 예방·진단·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일련의 활동과 수단’으로 설명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산진료정보부터 스마트워치에서 측정하는 건강정보까지, 보건의료 서비스 전반을 뛰어넘는 뭔가가 ‘헬스케어’라는 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증진법 등에 명시된 내용을 포괄해 언급하는 수준이다. 이런 얼렁뚱땅 용어로 법안이 제안된 이유는 각종 법률에 규율되어 각각의 개정과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은 문제를 법안 하나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빅테크 기업과 민영보험사들의 민원 수리를 위한 꼼수인 것이다.

의료법과 약사법 등은 민감 정보의 핵심인 개인 건강정보 이동의 보안상 책임과 제3자 전송에 대한 제한 사항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 유출로 인한 부작용과 무차별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다. 반면 디지털헬스케어법은 개인 건강정보의 합법적 갈취와 집적화에 목적을 둘 뿐 나머지 내용은 매우 취약하다. 예를 들어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애초에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의료법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 일을 별도의 위원회와 입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법에 군더더기가 생긴다. 이미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수십년 전부터 의료현장에 도입된 디지털 장비나 전산차트를 별도 법안에 규정된 시범사업이나 위원회 등에서 추진할 이유가 없다. 대체로 이러한 별도의 허가 및 운영 조치는 완화된 규정을 낳게 마련이다. 이는 편법적인 규제 완화다.

국회가 나서 뜬구름 잡는 누더기 입법안을 논의하는 건 가뜩이나 투기세력이 눈독 들이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난맥상을 부추기는 일이다. 디지털헬스케어법에서 정말 개정하고 싶은 내용은 각각의 법률안에서 내실있게 논의해야 한다. 그게 정직한 길이고, 정도(正道)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실행위원·의사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311202034015

윤 정부 “필수의료 살리기” 실체는 건강보험 민영화 [왜냐면]

‘의료개혁’으로 포장된 의료 민영화 ①

전진한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정부가 ‘의료대란’ 수습에 다음달 초까지 건강보험 재정 2조3448억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환자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거나 의료비 부담 절감에 쓰는 게 아니다. 대부분 민간 대형병원들의 매출 손실을 메워주기 위해서다. 재난 상황에도 정부 관심사는 오로지 병원 자본의 이윤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멋대로 쓰는 것이 이 정부 들어 예삿일이 됐다.

이른바 ‘필수의료’ 개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병원 보상을 늘린다는 ‘수가 인상’을 남발한다. 무려 연 5조원 넘게 쓴다고 한다. 대체 그 돈은 어디서 난단 말인가? 정부는 이미 2월에 답을 내놓았다. ‘의료개혁’ 핵심인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다. 정부는 건강보험 패러다임을 ‘의료비 부담 완화’에서 ‘필수의료 살리기’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우선 기존 패러다임을 “급격한 보장성 확대”로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불필요한 의료쇼핑 증가”를 일으킨 구태로 규정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필수의료에 대한 미흡한 투자로 중증·응급의료 등 공백(을) 초래”했단다. 엉터리 분석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입원보장률은 오이시디 평균은 90%지만, 한국은 68%에 그친다. 그래서 의료비 본인 부담이 주요 국가들과 견줘 과중하다. 무엇보다 보장범위가 좁아 비급여가 범람해 과잉진료가 만연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애꿎게 환자들을 비난하며 건강보험 보장을 축소하고 본인 부담을 인상할 계획이다.

한술 더 떠 건강보험에 미국 민영보험 같은 최소부담금 제도도 검토 중이다. 일정액 이하는 환자 본인에게 100% 부담을 지우는 제도다. 또 보험료 일부를 자신이 노후에 쓸 의료비로 스스로 적립해두는 ‘저축계좌’도 고려한다고 한다. 의료를 많이 이용하면 페널티를 주고, 적게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사회보험을 해체하고, 각자도생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패러다임으로 ‘필수의료 살리기’를 앞세운다. 대체 ‘필수의료’란 무엇인가? 정부는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을 꼽는다. 그런데 심근경색·뇌졸중 치료가 필수면,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만성질환 관리는 왜 필수가 아닌가? 소아 진료는 필수고, 중장년·노인 진료는 필수가 아닌가? 피부과, 성형외과가 필수가 아니라면 화상 환자 피부 치료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재건 성형도 비필수인가?

결국 의료행위를 ‘필수’와 ‘비필수’로 구분하는 건 사회적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뜻하는 대로 필수의료를 협소하게 쓴다면 예방, 재활은 물론 대부분의 필수적 의료서비스가 제외된다. 의료는 사회보편적 필수서비스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국제기구에서는 ‘보편적 건강보장’ 맥락으로 이 말을 쓴다. 공중보건과 의료보장에 누구나 접근할 권리를 추구한다는 개념에 가깝다. 의료정책연구소의 2022년 10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연상한 단어는 ‘건강보험’(18.8%)이었다. ‘응급 및 중증’(6.5%)을 떠올린 사람은 많지 않았다. 즉 국민도 보편적 건강보장 영역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건의료정책 키워드가 그간 ‘건강보험 보장성’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를 ‘필수의료’로 대체하는 프레임 전환을 시작했다. 그 목적은 의료가 다 ‘필수’는 아니니 국가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이데올로기 전쟁이다. 이런 식이니 중증이 아닌 경증환자 응급진료를 보장하는 것은 ‘필수’도 ‘의무’도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쫓겨난 의료 분야는 자연히 기업들의 시장이 된다. 만성질환 관리와 치료는 윤석열 정부 들어 ‘비필수’로 격하됐고 행정적으로 ‘비의료’가 됐다. 민영보험사, 테크기업 등이 이 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른바 경증 의료행위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된다.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이고 건강보험 민영화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마저 살릴 수 없다. 응급, 중증, 소아, 분만이 외면받는 이유는 의료 시장화와 건강보험의 취약성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는 부르는 게 값이고, 그 돈벌이 기회를 좇아 의사들은 큰 병원을 떠난다. 그래서 해법은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에게 건강보험이 ‘필수’다. 윤석열 정부는 그 필수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기업과 부자들을 위해 우리에게 필수인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 그게 바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실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63657.html

미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의료문제가 인상 깊다. 마피아들이 민영 보험료를 깎기 위해 기업에 거짓으로 취직해 이름이라도 걸치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 보장 범위가 더 넓은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임금인상을 양보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미국에서도 민영보험 문제는 풍자의 대상, 조롱거리다. 미국의 저소득 노동자, 흑인, 이주민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단연코 높은 의료비다. 직장에서 해고됐을 때도 소득 손실보다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혹자는 미국도 한국처럼 공보험을 만들면 되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런 노력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민영보험 시장이 너무 커져 공보험을 도입하기에는 정치적·재정적 부담이 막대했다. 민영보험사를 국유화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작게나마 공보험을 시작해 커지면 민영보험시장 잠식 문제로 민영보험사에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미국 정치권이 민영보험사에 포섭돼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미국의 65세 이상은 메디케어라는 공적보험이 있다. 이는 민영보험사가 수익성이 없다며 공보험에 양보했기에 가능했다. ‘오바마 케어’ 역시 기본 민영보험 상품이라도 가입하도록 강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미국의 높은 의료비, 높은 보험료, 차별적인 의료 이용의 핵심 배경은 민영보험 체계다.

이런 이유로 2008년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민영보험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을 때 결사반대 목소리가 컸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민영보험 활성화가 의료민영화라는 것을 시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영보험사들은 민영보험 활성화 정책을 여러 모양으로 포장해야 했다.

그중 하나가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이다. 이름만 보면 ‘청구 간소화’란 편의성에 중점을 둔 정책으로 보이지만 민영보험사가 진료 정보를 전산으로 수집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게 핵심이다. 민영보험사가 개인 건강정보를 갖고 싶어 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균 손해율을 계산하고, 지불 또는 가입 거절 등에 활용하고 보험료 담합을 하기 위해서다. 이는 민영보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 병원과 민영보험의 직접 연결 고리도 된다.

국가기관의 인정을 받은 민영보험이 의료 체계에 깊이 침투하면서 낭비도 커졌다. 공보험 보장률이 답보 상태인 큰 이유 중 하나는 실손보험이 부추긴 비급여 진료 때문이다. 민영보험은 이제 건강보험과 비슷한 지위와 역할까지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이 만성질환 관리를 하도록 건강관리 서비스를 인정하고, 기업 플랫폼이 비대면 진료를 중계하고, 이들 사업에 민영보험사도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민영보험사는 청구 간소화란 명분으로 진료 정보까지 전산 수취하려 한다. 게다가 이런 논의는 보건복지부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아닌 금융위원회, 산업자원부가 주도하고 있다. 공보험에 미치는 영향 평가조차 없다.

조심스럽지만 미드 속 현실을 한국에서도 조금씩 체험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2023-06-02 26면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602026003

보건의료 후진국 미국을 추앙하는 나라

 

정부가 7월부터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건강관리서비스라고 하니 언뜻 들어서는 건강을 관리하는 좋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게 과연 순수하기만 한 것일까. 건강관리를 기업이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개념인데, 건강관리의 범주가 사실 무한대에 가까워 개인 헬스케어 전체를 사업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건강관리를 기업서비스로 제공하는 나라는 미국이 거의 유일하다. 미국에서 건강관리서비스가 성행하는 이유는 딱 하나, 의료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사진찰료가 기본 400달러가 넘는다. 검사하고 치료받으면 1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00만원 정도는 손쉽게 넘긴다. 생존을 위해서는 의사를 만날 일을 줄여야만 한다. 비용절감에 혈안이 된 민간보험회사 역시 보험료 지급액을 줄이기 위해 건강관리를 잘하면 보험료를 깎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과 달리 공공의료 체계를 갖춘 나라들에서는 건강관리는 당연히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건강관리는 사업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모든 건강관리 서비스는 건강보험이 책임진다. 유럽도 주치의가 건강관리를 담당한다.

건강증진으로 돈벌이를 하려고 덤비는 대한민국조차 건강관리서비스는 입법 사안이었다. 예방과 건강증진을 목적에 명시한 국민건강보험법과 상충될 뿐만 아니라 의료법이 규정하는 의료행위 제한 조건과도 부딪친다. 때문에 2009년과 2010년 이미 두 차례 입법 논의 결과 의료민영화 사안으로 분류돼 폐기된 바 있다. 보건 당국이 이를 다시 되살려 인증제를 실시하겠다고 하는 건 입법부 결정을 무시하고 행정독재를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물론 절차 자체는 본질이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제도에서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공백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만성질환을 관리할 일차의료체계를 갖추거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건 관심도 없고 지역사회 건강증진이나 사회체육과 체육시설 확충은 나몰라라 했다. 결국 국민들은 그 빈자리를 노리는 보험사와 정보기술 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그동안 보건 당국은 일차의료체계를 도입하지 못하는 걸 민간 병의원 의사들 반대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사실 개인사업자인 의원급 의사들이 주치의 제도에 호의적일 리 없다. 한국에서 상당수 의원은 돈벌이 의료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환자등록제도인 주치의 제도가 도입되면 과잉진료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찾으라고 정부가 존재한다. 명백한 문제를 방치하는 건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사회체육시설이나 건강증진사업도 비슷하다. 정부는 사회체육시설 확충에 민간헬스업체가 반대한다고 둘러댄다. 지역사회 건강증진사업은 민간주간보호센터와 민간요양시설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시작도 못 한다. 여기에다 예산도 문제다. 예방과 건강증진 사업에 배정되는 예산은 거의 없다.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체육학원에 등록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 미국조차 생활체육은 공공 영역이 담당한다.

동네의원과 민간헬스장, 민간요양시설 때문에 하지 못한다던 건강관리를 이제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민간기업을 인증해 주겠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사업가들 눈치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면서도 꾸준히 건강 영역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민간에 개방하는 시도는 이율배반 아닌가. 이럴 거라면 차라리 복지부를 해체하고 민간사업자들의 로비스트 단체로 재등록하는 게 어떠냐고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대통령이 말한 ‘공정’과 ‘상식’이 미국식 의료모델 도입이라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2022-07-01 25면

윤석열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건 괴담이라고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의료민영화를 언급한 적도 없고 ‘필수의료 국가책임’, ‘공공정책수가’ 같은 정책을 주장해서 억울하다고 한다.

‘괴담’이라고 주장했던 원희룡 본인은 제주도지사로 일하던 2018년 국내 첫 영리병원을 허용한 원죄가 있다. 당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조건부 허가는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으로 이어져 위법 판결이 나왔다. 며칠 전인 4월 5일에도 허가취소에 대해서 위법 판정이 나왔다. 원희룡의 영리병원 허가는 4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법적 소송으로 한번 허가가 난 영리병원이 내국인 진료까지 하는 것을 막는 방법이 없어지는 판례가 남게 됐다.

당시 원희룡은 제주도 공론조사위원회 권고까지 어기면서 중앙정치 진출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가했다. 최소한 의료민영화 괴담 운운하려면 당시 영리병원을 허가했던 일을 사과하고 반성부터 할 일이다. 하지만 그는 여지껏 이 문제를 사과한 적이 없다.

여기에다 올 2월 제주MBC의 영리병원 허가 관련 대선후보 질의에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는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장, 기회위원장 조합에 국민들이 의료민영화를 의심하는 건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이를 괴담이라고 하려면 인수위에서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필수의료 국가책임’, ‘공공정책수가’ 역시 이름처럼 국가책임에 걸맞거나 공공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공약은 민간의료기관이 수행하는 분만, 감염, 응급 질환 등 필수의료에 대한 시설 및 자본비용을 ‘수가’로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민간의료기관이라도 공익적인 역할을 한다면 건강보험이 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 이는 최소한 그 병원의 지배구조가 공공적이어야 한다. 하다못해 이사회 구성이라도 공익적이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민간소유 병원에 진료비용이 아닌 자본비용을 지불한다면 그냥 공공병원을 더 만드는 게 낫다. 굳이 공공병원을 만들면 되는 비용을 민간의료기관에 ‘정책수가’로 제공할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필수의료를 국가가 책임진다면 당연히 공공의료에서 해야 할 것들을 민간의료기관에 자본비용으로 투입한다는 발상은 명백하게 ‘의료민영화’나 다름없다.

윤 당선인은 대선 유세에서도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 없으며 민간의료기관만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환자의 80%가량을 진료한 것이 공공병원이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왜곡된 시각이었고, 의료공급은 민간이 해야 한다는 시장주의 발상이었다.

한국은 공공병상 비중이 10%도 안 된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 때문에 공공병원을 늘리지 않겠다는 공약도 사실 민간의료기관 활성화 공약으로 ‘민영화’라 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건강보험제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건강보험료 폭탄’, ‘중국인이 건강보험 30억 혜택’ 같은 근거 없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민들이 ‘의료민영화’를 걱정하는 걸 근거 없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의료민영화가 괴담이라고 생각한다면, 영리병원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공공병원을 늘리면서 건강보험을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면 된다. 본인들이 주장해서 촉발된 논란을 은근슬쩍 넘어가면서 국민들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곤란하다. 의료민영화란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의료민영화가 아닌 건 아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408025010

 

박근혜 최순실 의료게이트의 본질

 

정형준 | 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최순실이 벌인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분노는 꺼지지 않고 있다. 10월경부터 매일 벌어지는 뉴스에서의 폭로와 추가 탐문수사로 인해, 혹자는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현실이라고 비꼬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국정농단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조차 법정에서는 ‘죄가 없다’고 항변한다고 한다.

 

지금 현실의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배권력의 부패, 추문, 뒷거래 등의 소설 속 전개보다 더 하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는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패의 고리에 크게 부각된 것은 다름 아닌 ‘의료정책’ ‘의료기업체’ ‘의약품’ 그리고 ‘의사들’이다. 이를 우리는 ‘의료게이트’라고 부름직한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12월 14일에 세월호 7시간의 진실규명과 결합하여, 각종 약품사용, 특정 의원과 의사들의 결탁과 권한남용에 대한 광범한 질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의료게이트’는 단순히 몇몇 의사들과 정권의 결탁, 그리고 청와대에서 사용된 약품에만 국한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을 관통하고 있는 의료정책 그리고 그 때문에 발생한 국민들의 피해와 앞으로 한국의 의료제도에 미칠 영향 모두를 포괄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때문에, ‘의료게이트’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그 핵심을 추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산업체와의 결탁

 

 

‘의료게이트’가 폭로된 시발점은 최순실의 단골 성형외과로 알려진 김영재의원에 대한 정권의 특혜였다. 김영재의 부인이 설립한 화장품회사(존 제이콥스, 대표 박휘준 – 김영재의 처남)의 제품은 청와대에서 2016년 설 명절 선물로 선정되었다. 이 화장품 회사는 뚜렷한 해외판매 실적 등이 없었으나, 장충동 신라면세점(2016년 7월), 명동 신세계면세점(2016년 5월) 등에 입점하였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프랑스순방 때 직접 광고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김영재가 설립한 의료기기회사(주 와이제이콥스메디컬 – 사원수 8명의 소기업, 대표 박채윤 – 김영재의 부인)도 수술 부위 봉합에 사용하는 실 개발에 3년간 15억 가량을 분당서울대병원과 산학협력(책임연구원:서창석 – 현 서울대병원장, 전 대통령 주치의)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았다. 또한 2014년부터 청와대의 안종범수석 및 비서관이 직접적으로 서울대병원과 의료기기회사의 합작기업을 설립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 압력을 행사하는 자리에는 전 서울대병원장(오병희)과 현 서울대병원장(서창석)이 모두 동석했다.

 

서창석은 한술 더 떠 이 업체의 실을 서울대에서 쓰도록 압력을 행사에 이를 서울대병원에 등록하고, 김영재를 서울대 외래교수에 위촉했다. 김영재는 외래교수 자격에 미달되었고, 성형외과과장 및 외과과장과도 전혀 상의하지 않았음도 밝혀졌다.

김영재 부부가 받은 특혜의 화룡점정은 청와대가 나서서 해외 수주 계약을 주선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부는 대통령 해외순방에 3차례 동행했다.(2015년 4월 중남미 순방, 2015년 9월 중국, 2016년 5월 아프리카, 프랑스) 특히, 공식적인 경제사절단에 두 기업 모두를 이름에 올린 적도 있었다.(존 제이콥스 박휘준 대표이사, 와이제이콥스메디컬 기술이사 김영재)

 

이처럼 김영재이든 그의 부인이든 간에, 개인적인 최순실 혹은 박근혜와의 인맥으로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적기업의 배를 불려온 것은 명백한 부패게이트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김영재는 피부리프팅 전문가로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들어났다. 이는 박근혜의 필러, 보톡스 시술자로 김영재를 지목되게 만들었으나, 그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였다.

 

특정 의원과 의사와의 결탁은 단골성형의원의 경우에만 있지는 않았다. 최순실과 박근혜가 과거부터 이용했던 럭셔리의원도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차움병원은 차병원 계열 병원으로 회원권만 1억 5천만 원이고 연회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럭셔리 의료 콤플렉스다. 차병원은 2010년 이후로 ‘차바이오’라는 자회사를 바탕으로 줄기세포치료제 및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2014년 8월 줄기세포 상업 임상시험 1상의 면제범위를 확대하는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런 규제완화는 선진국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직접 2014년 5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동결난자의 연구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비동결난자 사용은 차병원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냉동보존 된 난자는 질이 떨어져 연구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여타 줄기세포 업체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다 2016년이 되어서는 차병원은 자신의 연구소에서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2016년 1월 19일)를 유치했다.(이 업무보고는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처가 같이 했음.) 당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는 모조리 의료산업화관련 사항으로만 채워졌다. 또한 이 연구소는 2016년 4월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참석한 바이오 현장간담회도 개최했다. 이런 로비의 대가로 2016년 5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 때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시 배아 사용요건 완화’가 규제 완화책 중 첫째로 꼽혔다. 또한 차바이오가 임상시험 중인 알츠하이머, 뇌경색 줄기세포 치료제와 같은 상병을 꼭 집어 임상3상 면제 대상으로 언급하였다. 최종적으로 차병원은 2016년 7월 9년 만에 줄기세포연구팀의 ‘체세포 복제배아연구’가 복지부로부터 조건부 승인되었다.

 

이런 특혜에 대해서 차병원과 차움병원은 최순실, 박근혜 모두 차움병원의 회원이 아니고, 의료서비스만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미용 목적의 태반 주사와 백옥 주사, 신데렐라 주사 같은 주사제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기능의학적 처치가 주된 ‘차움병원’에서 연회비를 내지 않고 진료를 받는 다는 것 자체가 거꾸로 차움병원의 진료가 로비의 성격이 강함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차병원이 이후 받은 각종 규제완화의 혜택도 정부와 의료기관의 결탁의 결과로 부패게이트라 할 수 있다. 즉, 매우 영세한 개인사업체부터 차병원으로 대표되는 의료산업체까지 규제완화와 국립대와의 결탁, 알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효과가 불분명한 미용제제의 남용

 

 

여기에 11월말 청와대에서 구매한 약품목록이 공개되면서 또 다른 가십거리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등이 포함되면서, 청와대 내부의 은밀한 사생활이 한동안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비아그라’등은 실제로 청와대의무실의 해명처럼 ‘고산병’ 치료 및 예방을 목적으로 구매했고,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 문제는 청와대의무실에서 해명을 하지 않는 약품들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등으로 알려진 피부미용성분의 주사제가 남용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런 주사제는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아, 비급여대상으로 시중에서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특히 공적기관에서도 2010년 태반주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국민들은 물론이고 의료계에도 심각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통령 주치의와 자문의사들은 이런 주사제를 처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간 차움병원에서 이런 대체주사제를 처방하던 김상만을 청와대는 따로 야간에 불러 처방을 받았던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약품의 안정성과 효용성 뿐 아니라, 공식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이용과는 한참 떨어진 의료행태를 대통령이 보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이를 위해 대통령의 혈액 같은 국가기밀사항(2급기밀사항)도 버젓이 시중의 의원으로 나갔다. 마지막으로 국민 대부분이 비급여로 처방받아야 하는 약품 등을 국가세금으로 막대한 양을 구매한 것도 청와대의 도덕적 해이의 한 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약품 구매와 관련된 논란은 미디어와 여론의 이슈는 되었지만, 실제로 ‘의료게이트’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코리아에이드’로 불리는 해외 의료원조건, ‘첨단재생의료’라는 단어의 줄기세포 규제완화등도 얽혀있지만, 이 또한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의료민영화

 

 

박근혜 정권의 ‘의료게이트’의 핵심이라면, 단연코 박근혜 정부가 역사상 최초로 해놓은 ‘의료만행’들에서 찾아봐야 한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역사상 최초의 공공의료원(진주의료원) 폐원과 최초의 국내 영리병원(제주도 녹지병원) 허용하였다. 공공병원 폐원과 영리병원 승인 모두가 최초인데, 이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바로 의료민영화를 구체화 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는 4년 동안 국회입법이 아니라 행정부에서 처리 가능한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유권해석 등등의 행정독재식 방법으로 노무현정부 때부터 병원자본과 의료기기업체들이 원한 민영화과제들을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병원 및 의료기기, 제약업의 민원 처리를 해줬으며, 의료산업화 ‘청부정부’의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최소한의 국민건강 보호장치를 해제했다. 여기에는 임상시험 규제완화,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줄기세포 허용, 약가정책 후퇴 등등 향후 제2의 옥시사태를 일으키고도 남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을 위해 보건의료서비스를 한층 더 서비스산업으로 묶어서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도록 추진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의 일개 부서처럼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형표, 방문규 같은 경제관료들이 보건복지부로 침투해 장관과 차관을 맡았다.

 

이런 큰 방향성은 사실 앞서 살펴본 동네의원에서부터 차병원에 이르는 의료산업체와의 연관, 그리고 이러한 결정과정은 효용성이나 안정성보다는 상업성이 농후한 의료서비스(피부미용)의 확대를 나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직접 수혜 받은 측면도 크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는 단순히 김영재, 차병원, 최순실, 차병원 같은 직접관련자들만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름 아닌 전반적인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이를 청탁한 세력은 따로 있었다.

 

 

재벌과 의료민영화

 

 

박근혜 정권은 2013년 12월 13일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이 대책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의료기관 자법인 설립 허용 및 부대사업 대폭 확대였고, 하나는 의료법인간 합병, 법인약국 허용이었다. 영리자법인은 이명박정부 때까지는 법리적으로 경영지원이란 명분으로 설립하려던 자회사를 행정부 독단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인데, 실제로는 영리병원의 우회적 적용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우회적 영리병원의 도입을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삼성경제연구소와 전경련이었다.

 

더욱이 이런 추진동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2014년 3월 20일 개최된 ‘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였다. 이 회의는 공중파 전체에 생방송으로 나갔을 뿐 아니라, 모든 규제를 적폐로 선언하는 선언장이었다. 당시 이 회의에서 가장 많은 민원사항을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었다. 이승철이 이 날 주장한 의료부분 규제완화 요구안은 더욱 가관이다. 우선 스마트폰 등에 탑재될 건강관리 목적 감지기 등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허가를 의료기기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 한 것이다. 이는 당시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의 허가를 위한 민원처리였고, 결국 일사천리로 의료기기에서 스마트폰의 감지기 등은 제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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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 자료, 2014.03.20.

 

 

또 다른 하나는 국내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이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허용은 이명박정부 때부터 삼성생명을 위시한 민간보험사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말로는 외국인 환자만 유치·알선하는 것이지만, 종국적으로는 환자를 민간보험사가 계약해서 유치알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로, 사실상 미국식의 병원-보험회사 연계모델을 가능한 부분부터 열어주자는 주장이었다. 놀랍게도 이 조항은 이후 2년간 청와대 여야대표 모임이나, 국무회의 때마다 나오던 ‘국제의료지원 특별법’의 핵심조항과도 관련이 있다.

 

즉, 재벌 특히 삼성의 이해관계와 관련해서 의료부분 규제개혁의 목표도 설정되었고 제기되었다. 이제는 모두 알다시피 이승철 전경련부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후원금을 걷은 총책의 역할도 한 바 있다. 삼성이 최순실 박근혜의 재단에 돈을 입금한 것은 단순히 압력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제일모직 삼성생명 합병 같은 사안뿐이 아니라, 이런 의료민영화 과제들을 해결해주는 대가도 이런 금액에는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벌인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들, 의료부분 규제완화를 일일이 거론하기는 매우 힘들다. 끝으로 2016년 5월 18일 마지막 규제개혁 장관회의(5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내용 중에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언급이 있다. 이 ‘갈라파고스규제’라는 말 자체가 전경련에서 만든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 규제장관회의 8일 전에 전경련이 발표한 7대 갈라파고스 규제의 두 번째는 ‘영리병원제한’이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무려 취업유발만 27만에 달한다고 전경련이 밝힌 것이다. 영리병원보다 비영리병원을 같은 수로 만들면 더 많은 인원이 취업시킬 수 있는데 이를 왜곡하고 말이다.

 

<표> 7대 갈라파고스 규제별 개혁 시 경제적 기대효과

연번 규제개혁 과제 부가가치 증대 일자리 창출 효과(명)
취업유발 고용유발
1 수도권 규제 11조4,700억원 15만9,829명 10만3,245명
2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 14조8,500억원 26만8,978명 22만7,384명
3 지주회사 규제 1조2,610억원 1만7,580명 1만1,356명
4 적합업종 16조6,230억원 23만1,639명 14만9,633명
5 게임셧 다운제 5,510억원 1만7,173명 1만3,716명
6 금산분리 18조5,760억원 21만3,623명 18만3,902명
7 택배 증차규제 1,710억원 1만4,323명 1만3,322명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런 일련의 주장들의 곳곳에 의료민영화의 핵심 사안인 ‘영리병원’ 허용이 숨어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작금의 ‘의료게이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정리하면, 지금 최순실-박근혜 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료부분의 각종특혜 및 의혹들은 실제로는 의료를 돈벌이로 전락시키려는 과정의 부차적인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여전히 ‘영리병원’으로 대표되는 병원의 직접적인 산업화·영리화 정책과 의료기기, 약품, 줄기세포류의 규제완화였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간 역사상 유래 없는 건강보험 긴축정책을 단행해 무려 20조원 이상의 흑자를 남겼다. 국민들은 의료비부담으로 아파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부유층의 피부미용, 돈벌이이용은 계속 부추긴 꼴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효율 극대화 추구로 결국 금융투자 및 국고지원 축소 획책으로 까지 나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근무시간에 보톡스, 필러 시술을 받는 것, 그리고 피부미용 수액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돈벌이의료에 희생양이 되는 의료산업화·영리화 정책이다. 박근혜퇴진 이후의 해결해야 할 의료적폐의 1순위는 지금까지 허용된 각종 의료산업화·영리화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고 전면 재검토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의료게이트’의 확실한 해결책이다.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page=31&document_srl=1486632&listStyle=list

 

 

 

 

 

 

  •  2014
  •  2014.01.10 
  •  442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정형준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박근혜 정부는 강성우파 정부로써 집권전부터 각종 민영화 및 사유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의료부분에서는 이명박정부 시절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을 새누리당에서도 특히 친박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점 등을 통해 우려를 자아냈다. 집권 전 박근혜 후보 시절에도 영리병원을 비롯한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고 계승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집권당시 ‘4대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같은 복지공약을 내세워, 선별적인 의료복지제공에 국민들의 기대를 걸게 했다. 이 때문에 노골적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촛불항쟁에 부딪혀 좌절한 이명박 정부와 달리, 아예 집권 초기에는 선별적 복지공약을 주되게 선전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복지공약은 지속된 경제위기로 인해 쉽게 공약파기로 나아갈 것이며, 공약파기가 명확해진다면 강성우파 정부의 본색이 드러날 위험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공약이었던 ‘4대중증질환 100%국가책임’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인수위 때부터 비급여 제외를 천명했고, 이제 간병비, 선택진료비, 차등병실료 같은 핵심 비급여는 완전히 제외하고, 일부만 별도로 보장성 강화를 논의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또 다른 핵심복지공약이었던 기초노령연금도 누더기가 되면서 의료민영화 드라이브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런 공약 폐기와 더불어 한국 역사 최초의 공공의료기관 폐원시도(진주의료원)가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복지정책의 방향을 예측케 했다. 우선 지자체의 복지축소에 대해 중앙정부는 철저하게 불개입을 했는데, 정부가 복지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방임을 천명한 것이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탓을 하면서 실제로는 복지축소의 면죄부까지 얻었다. 둘째는 설사 그나마 건강보험으로 대표되는 보험부분의 복지확대는 생색낼 정도로 이룰지라도, 공급부문 즉 병원부분의 민간확대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일 것이라는 반증이었다.

 

따라서 집권직후 벌어진 두가지 - 핵심복지공약(4대중증질환 100%국가보장) 폐기와 진주의료원 폐원시도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부분 방향이 제한된 복지확대시늉(공약에 못 미치는 생색내기용)과 의료공급의 사유화, 민영화일 것임을 예측케 한다.

 

그러나 앞서 주장했듯이 본인의 복지공약이 완전히 파기될 때까지는 노골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하였다. 이 때문에 집권 1년차 11월까지 크게 두 가지 방법의 의료민영화 시도를 하였다. 첫째는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의료상업화 시도이며, 둘째는 ‘원격의료’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 시도이다.

 

1. 우회적 의료민영화 시도

 

우선 ‘의료관광’의 경우 이미 의료상업화를 합리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예를 들면 각 지자체는 마치 ‘의료관광’을 미래산업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고, 외국인 대상의 의료영리화는 해도 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한국이 ‘의료관광’의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은 대부분 허상이다. 실제 ‘의료관광’을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숨겨진 의도는 ‘메디텔’ 같은 것을 통해 드러났다.

 

2013년 5월 31일 정부는 ‘의료관광’을 빌미로 ‘메디텔’이라는 병원이 경영하는 숙박호텔을 허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여기까지 보면 ‘메디텔’은 단순히 ‘의료관광’을 위한 상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같은 날 정부는 국회에 보험회사의 외국인환자 유치알선을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도 내었다. 이 법안도 ‘의료관광’을 위해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를 유치알선 할 수 있게 하려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두 가지 시도 모두 ‘의료관광’ 이란 아젠다에 충실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시도를 하나로 묶으면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 유치업자가 되어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메디텔’을 매개로 병원-보험회사 연계가 가능하게 된다. 즉 ‘의료관광’을 주된 명분으로 의료숙박업을 허용하고, 보험회사가 외국인환자를 유치 알선하게 하려는 듯 선전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 시도를 합치면 실제는 내국인환자를 대상으로 보험회사와 병원이 연계하는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숱한 논쟁에서 ‘영리병원’이 국민건강에 미칠 악영향은 입증되었고, 이제 드라마 등에서도 ‘영리병원’은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하다. 이 때문에 병원자본, 보험자본, 정부는 항상 우회적 방법으로 ‘영리병원’을 도입하고자 꼼수를 부려왔다. 그 중 지난 정권에서 제일 접하기 쉬운 논리가 ‘외국인환자 대상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이었는데, 이 또한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의료관광’을 선전하면서 실제로는 ‘영리병원’ 도입 효과를 내려고 정권 초부터 부단히 노력했던 것이다.

 

둘째, ‘원격의료’를 매개로 한 의료민영화는 더욱 가관이다. ‘원격의료’는 마치 IT와 의료가 연계되어 최첨단의 의료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 이 때문에 대중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을 의료민영화 세력은 노렸다. 덕분에 지난 6월 가장 먼저 국회에서 ‘원격의료’ 허용 법률안이 새누리당에 의해 상정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국무회의에서 ‘원격의료’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의협이 ‘원격의료’에 반대하자,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을 회유하고자 의원급부터 시행 하겠다는 유인책을 던지고 있다. 정말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원격의료’는 아직까지 환상이고, 시도했던 나라들도 대부분 폐기한 기술이다. 의료의 특성상, 생물학적 다양성과 여러 복잡성에 기초해 사람이 직접 문진하고 병력을 듣지 않고서 진단 및 예방이 쉽지 않다. 또한 ‘원격의료’는 안정성을 확보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입증되지도 실용화 되지도 않고, 주요 선진국에서 폐기된 ‘원격의료’를 신성장동력처럼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지금 진행되는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그것은 SK, LG, 삼성 같은 기업이 ‘원격의료’를 매개로 건강관리나 건강증진사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이 가장 크다. 예를 들어 원격으로 삼성에서 제공하는 혈압관리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아마도 고혈압 의심 시 삼성병원과 삼성생명을 소개할 것이고, 이는 사실상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같은 공공의료시스템의 역할이 민간의료시스템으로 대체되는 의료민영화의 한 방편이 된다.

또한 재벌회사들이 국민들의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보험자본은 꿈에도 그리던 환자정보 데이터 확보와 이윤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즉 재벌과 연계된 병원과 네트워크 병원들만 더욱 팽창되고 영리화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원격의료’ 역시 현재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키며 보험회사의 배를 불리는 효과를 낳게 된다.

 

2. 전면 의료민영화 시도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 시도 국면은 앞서 말한 핵심복지공약의 전면 후퇴와 철도민영화로 대표되는 전면 민영화 추진등과 맞물려 12월부터는 노골적이고 포괄적인 의료민영화 전략으로 바뀌게 된다. 그 중 핵심추진과제가 12월 13일 ‘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너무나 많은 민영화 방안을 담고 있어서 ‘의료민영화 쓰나미’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쟁점은 단연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안이다. 사실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환자 진료의 목적을 돈벌이에 두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리자회사를 두면 비영리법인의 자본도 손쉬운 투자처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도 자본 축적과 배당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즉 비영리 운영의 원칙과 상치되는 영리적 운영의 토대가 마련된다.

 

더구나 한국은 현재 의료법인을 비영리법인으로만 규정해 두었음에도 현실 의료의 영리화가 개탄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병원으로 돈을 벌거나 병원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여 투자하라는 것은 환자 진료를 더한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다. 즉 영리병원 문제점의 핵심인 이윤추구에 환자 진료를 이용한다는 전제가 동일해진다.

 

여기에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장했다. 기존의 부대사업인 주차장, 장례식장, 구내식당이 그나마 환자 편의를 고려한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허용되는 부동산, 건강증진식품, 의료기기업, 화장품 등은 그 자체로 종합 '의료사업체'를 차릴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창투사 같은 투기자본들도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투기자본이 투자하는 사업은 대부분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인 민자철도, 민자고속도로 및 작전투자, 그리고 고금리 사업이다. 만약 이런 투기자본들이 병원자회사에 투자한다면 병원경쟁은 한층 더한 복마전에 돌입할 것이다.

 

무엇보다 병원의 이익을 영리자회사가 모조리 빼가려 할 수 있고, 병원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된다. 사실상 영리병원의 도입이다. 문제는 직접적 영리병원 도입은 비영리법인의 세제혜택 등으로 일부만이 영리병원으로의 전환되는 문제였던 반면, 이번 안은 사실상 한국의 모든 병원은 영리병원이 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즉 직접적 영리병원 도입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 될 수 있다. 여기에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해주어, 실제로 수평, 수직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게끔 허용했다. 대형마트와 SSM슈퍼등의 수직·수평 연계가 의료사업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 의료기관임대업, 부동산임대업 같은 영리자회사까지 결합되면 사실상 의료기관의 수직화가 불 보듯 뻔하다. 즉 ‘삼성병원 네트워크’ 같은 것이 지역 곳곳으로 파고들게 된다.

 

영리법인약국도 도입한다고 한다. 미국이나 호주에서처럼 ‘기업형 네트워크 약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의약품 개발 병원자회사, 의약품 유통 병원자회사가 연결되면 사실상 ‘환자진료-약품공급–약품제조’ 모조리 최적의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신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신약허가 및 신의료기기 허가를 손쉽게 하여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하지 않아도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려는 병원이 빨리 돈을 벌 수 있게 하였다. 아마도 이런 약품과 의료기기는 비급여 혹은 유사비급여로 도입될 것이고, 국민의료비 상승에 일조할 것이다. 전문자격사에 대한 내용, 유헬스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아도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러한 전면 의료민영화의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대응하고 분석하는데도 많이 힘이 필요할 정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안 중 몇 가지만 현실에서 구현되어도 한국의 의료체계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한 번에 수십까지의 의료민영화 방안을 쏟아낸 박근혜 정부의 의중이 ‘의료민영화 밀어붙이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3. 의료민영화는 아니다?

 

상황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시도했던 의료법 전부 개정안보다 한층 더 심각한 의료민영화 추진을 천명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보건복지부는 뻔뻔스럽게도, ‘정부도 의료민영화를 막겠습니다.’라고 선전한다.

 

‘민영화’란 정부의 소유 뿐 아니라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도 민영화이다. 실제로 교육, 의료등은 소유는 한국의 경우 민간이 압도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경우 초중고 교육은 공교육으로 불릴 정도로 사실상 의무교육이 되고 있다. 의료도 공익적 기능을 하게끔 사회적 합의는 물론 법률로도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방안은 어떤 효과를 낳게 될까? 그것은 공익적 기능을 수익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도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료민영화’란 온전히 맞는 말이다.

 

또한 이번에 보면 병원 인수합병을 허용하여 비영리법인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려한다. 이는 그간 법인병원의 자산을 국가와 사회의 것으로 보는 통념을 개인의 소유로 명확히 바꾸는 일대 변환인 동시에 사실상 소유의 민영화의 다름 아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해체’만이 ‘의료민영화’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을 민간보험으로 바꿀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이 현실에 옮겨지면, 사실상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급격히 고갈되고, 가뜩이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민간보험시장이 확대되는 현상을 가중시키게 된다. 사실상의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가 이후에 무용론으로까지 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부분의 수익을 재벌과 금융자본이 손쉽게 가져가면서도, 건강보험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어찌될까? 아마도 국민들이 보험료를 계속 더 내거나, 혹은 병원이용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건강보험이 있어도 보험료 때문에 놀라고, 병원에 가지 못하는 미국식 의료의 탄생이다.

 

의료법상으로 한국에서 부대사업은 환자편의를 위한 것이라 명시되어 있다. 이는 ‘의료’를 법으로는 환자진료를 위한 것 이외의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진료수익도 공익적인 수준이외에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법인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이제 완전히 바꾸려는 것이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도이다. 즉 의료를 필요에 의한 공공재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패러다임을 이제 바꾸려 한다.

 

이런 패러다임과 성격이 바뀌는 것을 ‘투자활성화 대책’ 이니 투자개방형 병원이니 하면서 손쉽게 국회도 거치지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처리하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완전히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4. 미국보다 낫다가 아니라 최소한 OECD 국가 평균은 되어야.

 

한국은 하버드 대학교의 Hsaio 교수에 따르면 미국보다도 더 시장 중심적인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공적 의료보장률은 58%에 머물고 있어 OECD 중에서도 꼴찌인 미국과 멕시코에 비해 보장률은 그리 높지 않은 반면, 공급체계에서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7%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민간의료기관 중심적인 한국의 현재 보건의료체계를 보면, Hsaio 교수의 말이 과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더 이상의 의료민영화 조치를 막지 못한다면 한국의 의료체계는 급격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 영리자기업 허용, 병원 인수합병허용, 부대사업의 확장, 건강관리서비스의 민영화나 원격의료 허용, 영리병원의 지역적 허용, 민영의료보험의 제도적 보장, 민영의료보험과 민간의료기관과의 유착 등 사안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제도적 의료민영화 조치들의 도입을 막는다고 해도, 이미 시장 중심적인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에서 공공성이 더욱 커지지 않는다는 데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의료민영화 시도의 근간은 ‘의료가 산업이고 돈벌이라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의료는 돈벌이가 아니고,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기본권’이라는 점을 원칙부터 강조해 왔다. ‘의료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세력은 결코 의료민영화, 상업화를 포기하지 못한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영리병원을 막아내고, 각종 의료민영화 시도를 여러 차례 저지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역대 정권보다 빠르고 교묘하게 의료민영화/상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민중운동은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런 시도의 폐해를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민영화 반대와 더불어 공공의료기관의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의 강화, 민영의료보험 자본과 병원 자본의 공공적 의료제도하의 규제 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강성우파 정부의 도발은 끝이 없을 것이지만, 방어 이후에 필요한 대안과 공세에 대한 준비와 실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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