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친해지고 잘 활용하기

 

의료광고 수준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은 쿠키정보를 이용해 맞춤형으로 의료광고를 띄워준다. 어떻게 알았는지 허리통증으로 검색을 몇번하면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귀신같이 허리통증 잘 치료한다는 병의원 광고가 뜬다. 여기다 건강상담을 연계한 광고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무릎 퇴행관절염에 대한 자가줄기세포 치료술의 경우를 보면 무릎수술 없이 주사만 맞으면 된다는 광고가 먼저 뜬다. 그 광고를 클릭하면 병의원을 바로 소개하지 않고 상담사이트가 나온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건강상담을 가정한 광고전화가 오는 방식이다.

이들 광고사이트는 치료비 ‘무료’라는 것도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전화상담을 해보면 치료비가 무료가 된다는 건 실손의료보험이 있을 때에만 한정된다. 실제 ‘무료’가 아니고 내가 실비보험료를 내고 있어 받는 혜택을 가장한 과장광고인 셈이다.

이런 과장광고는 주로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전파되고 있어 규제도 쉽지 않다. 기술의학의 발전은 빠르고 실험적인 시술과 약품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기술과 약품 중 일부는 단기간의 임상시험 뿐 아니라 장기간의 효과도 입증된 진짜 치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는 아직 설익은 단계로 임상시험을 통과했다고 기존 치료기술보다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된 건 아니다. 표준치료와 신의료기술의 비교평가, 그리고 경제성평가에는 사실 10년도 부족하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의료기술과 약품의 허가·규제를 명확히해야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의료연구원 급여평가위원회 같은 국가기구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상담 가장한 광고 주의

이런 국가기구가 제 역할을 했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그중 하나가 광범하게 퍼져있는 건강상식, 의료광고, 그리고 언론에서 다루는 건강관련 기사들이다. ‘의약살롱’에 실리는 내용도 건강에 좋은 내용이지만 막상 약품이나 의료기술을 스스로 선택할 때는 제한점이 있다.

일반의약품 광고도 개개인의 판단을 믿는 영역이지만 만성질환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는 게 옳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을 대리해줄 의료전문가는 필요하다. 주요선진국은 주치의가 있어 이런 역할을 해주지만 한국은 아쉽게도 아직 주치의가 없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바로 가까운 동네의원과 친해지는 방법이다. 우선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주는 동네의원을 선택한다. 동네주민들의 소개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몇가지 팁이 있다. 좋은 동네의원은 비급여광고를 의원 앞에 많이 붙여두거나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다. 병원의 위치도 잘 살펴야 한다. 임대료가 비싼 곳에 개원한 동네의원은 어쩔 수 없이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의사의 성향도 중요하지만 처한 경제적 구조가 진료에 영향을 더 많이 준다. 휘황찬란한 인테리어와 대로변상가, 그리고 널찍한 공간을 쓰고 있는 동네의원은 그 모든 걸 유지하기 위해서 검사와 처치에 내몰린다.

그래서 좀 허름해 보이지만 오래된 곳에 있는 동네의원을 찾았다면 그 다음은 그 동네의사와 친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권위주의 문화가 아직 남아있어 의사가 지시나 처방을 하면 질문을 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동네의사와 친해지려면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질문은 정말 그동안 궁금한 내용을 솔직하게 해야 한다. 미리 질문을 준비해가는 것도 필요하다. 짧지만 정확한 답변을 해주는 의사라면 성공이다.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고 표정이 답답하더라도 동네의사의 답변에서 전문가적 소견이 느껴진다면 믿어도 좋다. 잔소리 같고 뭔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의사라면 대성공이다.

귀찮아하더라도 묻고 상담 받아라

끝으로 진료과목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은 대부분이 전문의라서 내과진료를 본다고 쓰여있는 동네의원이면 된다. 동네의원 한곳을 정했으면 이제 마음 붙이고 아픈 곳이 있을 때 먼저 가보는 게 좋다.

앞서 이야기한 의료광고를 보고 전화상담을 하거나 전문병원이나 대형병원을 먼저 찾아가기 앞서 한번 물어보고 의견을 청취하는게 필요하다. 말끝을 흐리고 그런 진료를 강권하지 않으면 동네의사가 추천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동네의원 한곳과 친해지면 의사가 좀 귀찮아하더라도 적당히 괴롭히고 상담도 받고 하면서 활용해야 한다.

주치의제 같은 제도적 도움이 구조적으로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범사업수준이다. 시민들 스스로 ‘현명한’ 의료소비자가 되기를 노력하기 보다는 친한 동네의원을 만드는 게 더 낫다. 아직까지 인터넷 정보보다는 동네의사의 판단이 더 낫기 때문이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

https://www.naeil.com/news/read/506023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정부가 강원도를 경제자유특구로 지정하면서 원격의료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됐다. 원격의료와 관련된 지난한 논란을 보면 챗바퀴를 도는 같은 논리의 반복에 국민들도 피로감이 심하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선거공약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어 공약파기 논란도 동반됐다.

원격의료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디지털헬스와의 연계, 환자편의, 효율성, 산업발전등의 논리를 든다면, 반대 논리는 불필요한 비용의 증가, 안전성과 효용성의 결핍, 대면진료의 약화, 그리고 대형병원 쏠림현상 강화 등을 주장한다.

사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말하는 '원격의료'는 정확하게 무엇을 지칭하는 지도 애매하다. 우리가 흔한게 병의원에서 치료받는 방식의 대면진료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가 전화, 컴퓨터, 화상단말기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원격결과 전송이 되는 검사장비가 집에서 병의원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모든 것이 원격의료인데, 도대체 한국에서 도입하겠다는 원격의료는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지가 불분병하다. 해외의 경우를 보면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한국처럼 격렬한 논쟁의 대상은 아니다. 대체로 구체적인 사안 사안에 대한 논의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쟁은 일부 해외학계의 관심사이기도 했다.

한국 원격의료 범위는 불분명

그렇다면 유독 한국에서만 '원격의료'라는 구체적 실체는 없는 추상적 개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지속될까?

우선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의료전달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동네의원과 병의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어 '원격의료'가 섬이나 산간벽지에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곳의 보완적 요소로만 작용된다. 때문에 큰 논란없이 일부 도입되었다. 대만의 경우는 특히 병원급은 지불제도가 총액예산제(연간 병원의 총수입을 결정해 지급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격의료도입을 불필요하게 시도하지 않으며, 병원들은 중환자진료외에는 큰 관심도 없다.

유럽국가들의 경우는 대부분 주치의제도로 상징되는 일차보건의료체계가 작동하고 있어서 이미 예전부터 전화를 해서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방문하는 체계가 정착되어 있다. 때문에 원격의료와 대면진료를 모순되는 개념으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대면진료에 원격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조합하는 것에 '안전성'과 '효용성' 문제에 근거를 학문적으로 관심보일 뿐이다. 국민들도 주치의가 단순히 아플 때 진단을 해주는 사람 이상의 지역사회보건의료체계의 기반이기 때문에, 대부분 원격의료를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주치의제도하에서 원격진료를 섞는다고 특별히 더 보상을 받거나 환자들이 비용을 부담하지도 않는다. 필요성을 중심으로 산간벽지, 북유럽국가의 섬들, 원양어선, 오스트렐리아의 서부내륙등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되며, 일차보건의료체계의 핵심요소들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해외의 사례조차 우리는 해외도입의 구체적 사례를 분석하지 않고, 한국만 도입이 늦어 제도에 뒤쳐진다는 비판 근거로만 쓰고 있다. 작년 6월 경제위기를 이겨낼 규제완화책의 첫번째로 경총(경제인총연합)이 주장한 것이 '원격의료'다. 보건의료 전문가도 아니고 경제인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이들은 온전히 '돈벌이' 수단으로써의 원격의료를 주창한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해외에서 누구도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원격의료가 굳이 한국에서는 영리적인 요인이 큰 이유도 다름 아닌 한국의료의 시장중심성 때문이다. 새로운 의료장비나 건강관리서비스가 모조리 영리기업의 돈벌이로 보이는 이유가 의료전달체계가 부재하고 주치의제도를 위시한 일차보건의료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 바탕 위 기술 도움

애초부터 지역사회의료 연계제도가 없고, 주치의제도 등의 의료체계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원격의료' 논란이 부추겨졌고, 돈벌이를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하자는 불나방들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이제라도 '원격의료' 도입에 진정성을 가질려면 주치의제도를 위시한 일차보건의료제도 전반을 확립하는 문제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주치의제도가 도입된다면 '원격의료' 논의가 지금처럼 논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국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서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도 '원격의료'가 아니라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노력에 경주해야 한다. 올바른 일차보건의료체계가 확립된다면 진료방식이나 첨단의료기술 도입은 필요에 따라서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논의의 해결책은 다름아닌 '주치의제도'이다.

 

m.naeil.com/m_news_view.php?id_art=329994

[기고] '문재인케어'에서 빠져 있는 것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지난주 발표되었다.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사회'라는 기치 하에 가계에 부담이 된 '의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비급여를 없애는 방식을 주된 전략으로 삼았다. 

사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의료보장은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다. 병원에서 평균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20%를 절대 넘지 않고, 이 또한 연소득의 2~5%를 넘어가면 무료가 된다. 이런 방식의 의료복지는 기본적으로 치료에 대해서는 국가(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 때문에 이루어졌다. 

일본은 물론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살고 있는 대만도 의료복지 수준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한국과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강보험 확대, 가입방식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이 출범했다. 당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의료보장성강화'와 '재정충원과 형평성 확대'였다. '보험적용확대'는 그 이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급여로 바꾸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방식으로 계속 추진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00년 이후로 매년 수많은 비급여가 급여화 되었다. CT, MRI등의 고가검사가 급여화되었고 고가의 항암제 등도 속속 급여화되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비급여는 계속 급여범위로 들어왔다.

문제는 이런 급여화 과정에서 비급여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2001년 12조원이었던 건강보험 총재정은 2015년에는 53조원으로 늘어났다. 무려 급여재정이 4배 이상 늘어났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답보상태다. 2001년 7∼8조이던 비급여가 2015년에는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2010년 건강보험 보장성은 62.7%이고 2015년은 63.7%이다. 5년간 보장성은 그대로인 셈이다. 그동안 급여재정은 33조원에서 53조원이 되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제 아무리 해도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체감의료비는 절감하지 못한다.

OECD 국가들은 어떻게 높은 의료보장을 유지할까? 비보험이 왜 OECD국가에서는 늘어나지 않는 것인가? 유럽국가들은 병원의 대부분이 공공병원인 점도 있지만, 입원에 대해서는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로 추가적인 행위가 있더라도 병원이 돈을 벌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가까운 대만도 병원에 대해서 이미 총액계약제를 실시한다. 

동네의원이 담당하는 1차진료도 환자등록을 중심으로 돈을 받는 인두제를 시행하거나, 한국과 같은 수가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일본처럼 비급여를 섞어진료할 수 없는 '혼합진료금지'제도를 이용한다. 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막고, 닥터쇼핑을 막기위해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작동시킨다. 경증환자가 대학병원급의 중환자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막혀 있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 필요

무엇보다 동네의원과 클리닉이 외래진료를 하고, 병원은 입원진료만 전담하는 임무분담도 명확하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처럼 의원과 병원이 무차별적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최소한 지역별로 공공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있어서, 돈이 없어도 진료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의원과 병원의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히 하고 서로의 임무분담을 시켜야 한다. 병원급의 지불제도라도 '포괄수가제'같은 비급여가 자리잡기 힘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비급여를 섞어서 진료하면 의료비 총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일본식 '혼합진료금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가 필요하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47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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