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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흑자와 복지축소[논설] 정형준 논설위원
정형준  |  akai07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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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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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흑자가 2014년 말까지 12조원을 넘었다. 작년 한해에만 4조원의 흑자가 또 발생했다. 흑자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면 여러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있겠지만, 간단히 보면 경제위기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줄거나 비용지출이 적은 쪽으로 이동한 것이 크다. 즉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겨진 흑자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쉬쉬하거나, 대안논의가 거의 없다.

우선 정부가 2월 3일 발표한 중장기 보장성 강화안을 보면, 대략적인 건강보험예산 사용내역이 나온다. 연평균 1.3조(공약이행사항 제외 시 연 3500억 원 수준) 정도의 예산만 건강보험 재정에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에만 4조 원의 흑자가 났고, 만약 이런 의료이용행태가 유지되면 올해도 4조 가량의 흑자가 발생할 것인데 말이다. 즉 계속 엄청난 흑자를 내겠다는 이야기다.

원래 건강보험재정계획은 지출과 수입이 일치하게 세워야 한다. 건강보험은 매년 전년상황을 고려해 보험요율 및 수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의 이번 계획은 이해할 수 없다. 근데 여기서 잘 봐야 할 지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건강보험 재정지원 만기도래('16년 말)에 대비하여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을 언급했다.

실제로 2016년까지 국민건강보험재정 지원이 명시되어 있을 뿐, 지난 법안 도입 때(2010년)도 국고지원을 줄이려 한 세력이 많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국고지원을 축소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계속 저축하면 국고지원금 축소의 명분이 커지므로, 정부는 남는 건강보험 흑자를 쓰지 않을수록 이득일 것이다.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건강보험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73.6%에서 2005년 이후 80%를 넘어섰고, 2012년에는 85.7%로 증가했다. 즉 국고 지원 비율은 계속 줄어들었고, 노동자•서민의 부담으로 보험 재정이 메워졌다. 사실상 복지긴축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병원들은 이런 흑자 국면에서 최대한 자신의 몫을 늘리려 한다. 대표적으로 3대비급여 해결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기준병실확대와 선택진료비 축소건은 조정되는 만큼 이상을 보상받았다. 보상액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있는 정도다. 여기에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앞두고, 전반적인 재정순증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수가인상협상과는 별개로 병원이 수가항목조정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국면이다.

그리고 그간 비용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각종 항목 등도 급여범위로 이참에 집어넣으려 한다. 물론 정부는 저축을 하고, 정부지원을 줄일 궁리중이라서, 의료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려 하지는 않는다. 의료계가 원하더라도, 의료이용이 증가하거나, 비용이 급증할 사업은 제외한다. 대표적으로 노인본인부담금 정액 상한선은 올리지 않는다. 여기에 입원일수와 법정본인부담금 비율을 연동하는 개악안까지 입법예고했다. 모두 국민들의 병원이용을 어렵게 하고, 치료비의 국민부담을 증대시키는 조치들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입장은 반영될 경로도 없다. 부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병원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병원 이용을 점점 더 자제하게 되는 구조다. 사실상 부자들에게 유리한 의료제도인 셈이다.

따라서 의료복지와 관련해서는 재정흑자에도 현재 긴축이 추진되는 형국이다. 그리고 긴축의 칼날은 서민과 빈곤층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진보’세력의 대응은 변변치 않다. 건강보험 흑자에도 강하게 복지확대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복지를 재정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일부 시민단체들은 증세운동까지 전개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건보재정이 많이 남아도, 왜 쓸 곳을 정하지 못할까? 재정확충을 해도 어떻게 사용할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까?

현재 흑자하의 의료긴축상황이 보여주는 지점은 복지는 결국 돈 문제가 아니고, 세력문제(‘정치’문제)라는 점이다.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한다는 주장에 진보는 동의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보험흑자를 보장성 확대로 이끌 운동이다.<끝>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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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이 16일 발표한 '2014년 건강보험 재정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은 4조 6천억 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흑자는 자그마치 12조 8천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총 진료급여비가 40조 원 남짓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건강보험지출의 1/3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돈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지난해에도 건강보험 총수입은 계속 증가했다. 2014년 총수입은 전년대비 7.4% 증가해 48조 5천억 원이었다. 정부는 직장가입자 수 증가, 보수월액 증가, 누적적립금 규모가 커진데 따른 이자수입 증가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출은 43조 9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지만 증가율은 전년 7.0%에 비해 둔화됐다.

우선 국민건강보험이 흑자를 내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은 지출과 수입이 일치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처럼 매년 돈을 남겨서 적립하는 것이 아니라 걷은 보험료 전액을 환자 치료에 지출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보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재정 흑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해에 그만큼의 금액을 환자 치료비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한 해 흑자를 봤다면, 다음 해에는 저소득층 의료보장을 확대하거나, 본인부담금 등을 경감하여 보험료를 낸 국민들에게 의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지출 예산을 짜야 한다. 아니면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맞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3일,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등 국정과제, 생애주기별 필수의료 중기 보장성 강화에만 이 돈을 쓰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1년에 3천억 원 정도만 쓰겠다고 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가보장 100%'가 사실이려면, 이 보장성 강화안에 필요한 재정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가 아니라 국고지원으로 전액 충당하는 게 맞다. 

이런 재정지원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밝힌 보장성 강화안을 모두 실행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누적 흑자 금액인 12조 8천억 원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결국 정부는 흑자 누적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흑자 유지하려는 정부의 속셈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한 환자의 21.7%가 가정 경체 형편을 이유로 들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최저생계비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비수급 빈곤층이 3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병원에 못 가는 환자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 국민건강보험은 보험료를 남겨 저축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이 최근 4년간 반복되었기 때문에, 정부를 향한 의심을 쉽게 거둘 수 없다. 

특히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이 의심을 더욱 굳히게 만든다.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법률 규정이 2016년 말 만료되는데, 이에 대해 기재부가 만기 도래에 따라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사실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연장뿐 아니라 14%밖에 안 되는 기존의 국고지원금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지원금을 축소하는 데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재정흑자를 계속 누적하고 있다.

건강보험 흑자는 건강보험 급여확대와 본인부담금 인하에 쓰여야 한다. 또 정부가 내놓은 보장성 강화안도 병원 퍼주기식 항목 나열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 보장성 강화안은 환자들의 실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이미 비용효과가 입증된 건강보험 급여범위 내에서 법정 본인부담금을 경감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입원 법정본인부담금을 현재의 20%에서 0%로 만드는 데에 드는 돈은 3조 원 남짓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5일 입원기간에 따라 차등하여 최대 40%까지 본인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입법예고(관련기사 : 돈 없으면 입원 안 돼...박근혜, 국민 분노 직면할 것) 중이다. 이는 국민들이 낸 보험료는 곳간에 쌓아두고, 의료비 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건강보험 누적흑자 12조 8천억 원은 바로 이런 국민들의 의료비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우선 쓰여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축소가 아니라 늘려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경감되고,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요구를 묵살하고 계속 흑자 쌓아두기와 국고지원축소를 획책한다면 의료비 때문에 분노한 국민들의 정권퇴진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 사회진보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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