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적의료보험이 시작된 지 45년이 됐다. 전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된 지도 35년이고,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으로 나아간 지도 24년차다. 단연코 건강보험은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사회복지제도다. 때문에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및 축소 방침 보도는 '의료민영화 반대' 물결이 됐고, 당시 광우병 촛불시위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영리자회사 도입 등 연성 의료민영화를 시작했을 때도 정부는 '건강보험을 지키겠다'는 홍보물을 만들어 의료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건강보험 사랑'이 있어 시장만능주의 정치인이라도 건강보험을 감히 건들겠다는 정책을 자신 있게 펴지 못한다. 약한 수준의 의료민영화 발언도 정치인에겐 치명적이다. 건강보험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은 많지만 건강보험을 축소하거나 건강보험영역을 민영화하겠다고는 쉽게 말하지 못 한다. 하지만 한국의 건강보험이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다. 드러내놓고 건강보험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잠식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의 발전과 성장을 바라지 않는 적들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건강보험 잠식하는 민영보험
우선 건강보험의 축소를 원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민영보험사(금융자본)들이다. 민간 금융자본은 미국식 의료제도인 민영의료보험 중심의 의료보장제도를 바란다. 물론 당장 이런 제도로의 전환은 의료민영화 자체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의 민영보험사는 조금씩 건강보험을 잠식하는 방식을 택했다.
첫째로 보충형 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을 확대해 왔다. 현재 한국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4000만 명을 넘었다. 재정 규모도 정액보험을 제외하고도 연간 25조 원에 육박한다. 건강보험의 1/4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고작 10여 년 정도가 걸린 셈이다. 건강보험을 방치한다면 현재의 성장 속도로 건강보험 총재정의 1/2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둘째는 민영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영역을 축소하려 한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인증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보면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관리는 민영보험사와 연계된 사기업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이 해야 하는 건강증진, 예방 등의 사업도 사기업이 하도록 전환하려고 하는데, 애초에 '건강관리서비스'업 자체가 미국에서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사업이란 점을 본다면 그 본질은 더 명확하다.
셋째는 의료기관과 민영보험의 직불제 추진이다. 미국처럼 의료기관과 민영보험사가 직접 의료비를 전달받는 체계는 민영보험확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1단계인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는 진료기록의 보험사전송의무 법안은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다. 보험회사와 금융 관료들은 이를 국민 편의를 위한 것으로 포장했지만, 그 본질은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의 직접 연계를 통해 직불제로 나아가려는 시도다.
이처럼 민영보험은 지난 30여 년간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제한하고, 건강보험의 관리 영역을 침범하고, 의료기관과 직접 진료 정보를 교류하려 했다. 끝으로 미국식으로 의료기관에 직접 의료비를 제공해 직계약을 맺고자 야금야금 건강보험을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애초에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높다면 이런 시도는 어려웠을 것인데, 한국의 보장율은 OECD 꼴등 수준으로 답보상태다. 보장률이 낮아 국민도 울며 겨자먹기로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 건강보험 재정 공포 조장
국민의 '건강보험 사랑'이 있어 시장만능주의 정치인이라도 건강보험을 감히 건들겠다는 정책을 자신 있게 펴지 못한다. 약한 수준의 의료민영화 발언도 정치인에겐 치명적이다. 건강보험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은 많지만 건강보험을 축소하거나 건강보험영역을 민영화하겠다고는 쉽게 말하지 못 한다. 하지만 한국의 건강보험이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다. 드러내놓고 건강보험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잠식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의 발전과 성장을 바라지 않는 적들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건강보험 잠식하는 민영보험
첫째로 보충형 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을 확대해 왔다. 현재 한국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4000만 명을 넘었다. 재정 규모도 정액보험을 제외하고도 연간 25조 원에 육박한다. 건강보험의 1/4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고작 10여 년 정도가 걸린 셈이다. 건강보험을 방치한다면 현재의 성장 속도로 건강보험 총재정의 1/2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둘째는 민영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영역을 축소하려 한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인증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보면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관리는 민영보험사와 연계된 사기업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이 해야 하는 건강증진, 예방 등의 사업도 사기업이 하도록 전환하려고 하는데, 애초에 '건강관리서비스'업 자체가 미국에서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사업이란 점을 본다면 그 본질은 더 명확하다.
셋째는 의료기관과 민영보험의 직불제 추진이다. 미국처럼 의료기관과 민영보험사가 직접 의료비를 전달받는 체계는 민영보험확대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1단계인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는 진료기록의 보험사전송의무 법안은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다. 보험회사와 금융 관료들은 이를 국민 편의를 위한 것으로 포장했지만, 그 본질은 보험회사와 의료기관의 직접 연계를 통해 직불제로 나아가려는 시도다.
이처럼 민영보험은 지난 30여 년간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제한하고, 건강보험의 관리 영역을 침범하고, 의료기관과 직접 진료 정보를 교류하려 했다. 끝으로 미국식으로 의료기관에 직접 의료비를 제공해 직계약을 맺고자 야금야금 건강보험을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애초에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높다면 이런 시도는 어려웠을 것인데, 한국의 보장율은 OECD 꼴등 수준으로 답보상태다. 보장률이 낮아 국민도 울며 겨자먹기로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 건강보험 재정 공포 조장
건강보험을 공격하는 민영보험사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정부도 한몫한다. 윤석열정부는 OECD 꼴등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는커녕, 이전 정권 공격을 위해 보장범위를 줄이려는 최초의 정부다1). 여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건강보험 재정파탄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2). 실제 한국의 건강보험 총재정은 국민총의료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재 총의료비가 연간 220조 원가량인데, 건강보험 총재정은 고작 90조 원 정도다. 낭비 없는 건강보험 재정관리가 중요하다고 국민 직접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확대를 방기하는 건 앞서 밝힌 민영보험사만 좋은 정치다.
여기에 '약자복지'를 말하면서 병·의원 이용이 과다한 극소수 환자들이나 외국인 가입자들에 대한 보장 수준을 축소하려 한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문제해결을 위해 시범 사업 중인 '한국형 상병수당제도' 예산도 삭감했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의료공급 부분에 대한 개혁이나 지불제도개편 등은 방기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쥐어짜겠다는 시도만 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재정 파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기에 앞서 법에 약속된 건강보험 국고 지원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일말의 일관성이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윤석열 정부도 여전히 국고 지원을 기대수익의 14%에 훨씬 못 미치는 11% 수준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건강보험 재정 공포를 조장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포퓰리즘'으로 몬다는 건 사실상 민영보험 활성화란 점에서 나쁜 정치다. 아마도 스스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3)를 주장했던 수준으로 노골적인 민영보험 활성화를 외치기에는 국민 정서와 여론을 살핀 듯하다. 하지만 그 본질이 진정한 건강보험 재정 건정화가 아니라 민영보험 살찌우기라는 건 건강보험 국고 지원액 축소, 보장 범위와 대상 축소, 공공의료 방기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재정 관료들의 악행
끝으로 민영보험사와 윤석열 정부의 나쁜 정치를 연결시키는 고리는 재정 관료들이다. 이들 재정 관료들은 민영보험사와 카르텔을 이뤄 건강보험의 성장을 막고, 민영보험 활성화를 위해 지난 30여 년간 노력해왔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누락해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막고 재정 위기를 초래했다. 사회보험시절(2000년까지) 지역가입자의 보험재정 국가납입분도 한 번도 제대로 납부한 바 없었고, 이를 승계한 국민건강보험의 국고 지원액도 매년 누락했다. 이 누락분만 가입자들의 보험료 징수처럼 소급해서 제대로 했다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5포인트 수준은 상향됐을 것이다.
재정 관료들이 그간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계속 누락한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초래해 보장률을 답보 상태로 만들고, 전반적인 공보험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서였다. 실손보험의 시장 장악력이 올라가자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나서서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 건강지킴이' 광고를 한 것은 이런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일례다. 여기에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곳으로 민영보험사들의 손해율을 계산하는 '보험개발원'을 상정한 것도 금융위원회와 재정 관료들이다.
여기에 '약자복지'를 말하면서 병·의원 이용이 과다한 극소수 환자들이나 외국인 가입자들에 대한 보장 수준을 축소하려 한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문제해결을 위해 시범 사업 중인 '한국형 상병수당제도' 예산도 삭감했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의료공급 부분에 대한 개혁이나 지불제도개편 등은 방기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쥐어짜겠다는 시도만 하고 있는 셈이다. 건강보험재정 파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기에 앞서 법에 약속된 건강보험 국고 지원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일말의 일관성이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윤석열 정부도 여전히 국고 지원을 기대수익의 14%에 훨씬 못 미치는 11% 수준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건강보험 재정 공포를 조장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포퓰리즘'으로 몬다는 건 사실상 민영보험 활성화란 점에서 나쁜 정치다. 아마도 스스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3)를 주장했던 수준으로 노골적인 민영보험 활성화를 외치기에는 국민 정서와 여론을 살핀 듯하다. 하지만 그 본질이 진정한 건강보험 재정 건정화가 아니라 민영보험 살찌우기라는 건 건강보험 국고 지원액 축소, 보장 범위와 대상 축소, 공공의료 방기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재정 관료들의 악행
끝으로 민영보험사와 윤석열 정부의 나쁜 정치를 연결시키는 고리는 재정 관료들이다. 이들 재정 관료들은 민영보험사와 카르텔을 이뤄 건강보험의 성장을 막고, 민영보험 활성화를 위해 지난 30여 년간 노력해왔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누락해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막고 재정 위기를 초래했다. 사회보험시절(2000년까지) 지역가입자의 보험재정 국가납입분도 한 번도 제대로 납부한 바 없었고, 이를 승계한 국민건강보험의 국고 지원액도 매년 누락했다. 이 누락분만 가입자들의 보험료 징수처럼 소급해서 제대로 했다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5포인트 수준은 상향됐을 것이다.
재정 관료들이 그간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계속 누락한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초래해 보장률을 답보 상태로 만들고, 전반적인 공보험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서였다. 실손보험의 시장 장악력이 올라가자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나서서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 건강지킴이' 광고를 한 것은 이런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일례다. 여기에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곳으로 민영보험사들의 손해율을 계산하는 '보험개발원'을 상정한 것도 금융위원회와 재정 관료들이다.
재정 관료들은 정권이 바꿔도 용어를 바꿔가면서 건강보험 재정 긴축을 획책하고, 건강 영역의 민간금융시장의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 문재인 정부가 문재인 케어라는 보장성 강화안을 내는 상황에서도 금융위원회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등의 건강 상품화에 앞장섰다. 2014년에는 '2060재정전망'이라는 공포 마케팅을 하면서 건강보험 누적 적자가 2040년에는 600조 원이 넘는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재정 관료들이다.
최근에 KDI를 통해 지방의료원 신축 경제성 평가를 통해 대통령 공약인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무산시킨 것도 역시 재정 관료다. 재정 관료들이 재정공포와 긴축재정을 추구하는 체계는 모든 사회보험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한데, 그 결과는 결국 민영의료보험과 사적연금 시장의 확대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배울 것
이처럼 건강보험을 야금야금 공격하고 소극적인 건강보험 정책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한국에서 30여 년간 해온 일은 건강보험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민영보험사, 윤석열 정부, 재정관료 같은 강력한 자본과 정치 집단이 한국에만 있지는 않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아베를 위시한 일본 신우파정부(자민당 신우파)와 일본민간보험사도 비슷한 정책을 추구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았는데, 이는 일본의 건강보험이 매우 높은 보장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실손보험이 팔리지 않는다. 또한 일본은 의료공급자들이 건강보험진료와 비급여진료를 섞어서 하지 못하도록 '혼합진료금지'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의료 공급자들인 의사들조차 아베 정부의 민영보험활성화, 신의료기술활성화 정책에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건강보험의 약한 고리인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건강보험의 적들이 암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 제도는 1980년대 노동자대투쟁으로 전 국민으로 확대됐고, 의료보험 확대를 위한 투쟁의 성과로 2000년 국민건강보험의 단일보험자로 성장해왔다. 아직도 한국의 건강보험은 갈 길이 멀다. 가까운 일본의 입원 보장률 92%에 비해 한국은 67%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의 부가 늘어나도 답보 상태인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건강보험의 적들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민영화 반대를 기치로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동자 투쟁으로 건강보험의 적들을 조속히 패퇴시켜주길 바란다. 그 혜택은 극소수 부자들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와 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주석]
1) '보장성 강화정책은….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 2022년 12월 13일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중
2) 2040년 재정적자가 6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2022년 12월 14일 대통령실 설명(건강보험보장성 축소를 대통령이 밝힌 데 따른 답변)
3) "이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가 하나의 경쟁이 되고, 시장화되면서 이것이 산업화된다고 하면, 이거 자체도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또 팩터(factor)가 되기 때문에 우리가 좀 많은 재정을 풀어서 사회보장을 부담을 해 주려고 하면, 그러면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도 시장화가 되고, 산업화가 되고, 경쟁 체제가 되고 이렇게 가야 됩니다. 그냥 뭐 사회적 기업이다, 난 사회보장 서비스로 한다, 그래서 일률적으로 거기에다가 돈 나눠주고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는 그거는 그냥 돈을 그냥 지출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이 시장화되지 않으면, 그것이 성장에 기여하는, 그런 성장 동력이 되지 않습니다."(사회보장 전략회의 모두 발언 2023.5.31)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형준씨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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