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코로나19 대응으로 전담병원, 선별진료소 등에서 의료진 탈진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긴박한 감염 질환 대응을 위해 모두가 집중하다 보니 일부에게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만 해도 벌써 1년 6개월이 넘었다. 치료현장의 아우성은 어제오늘이 아닌데 대응은 없다면 이는 방치일 뿐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병상이 인구대비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많지만, 의료인력 특히 간호인력은 꼴등 수준이다. 간호인력이 많아야 오진과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며, 빠른 사회복귀도 가능하다. 한국은 극악의 인적구조다 보니 신규 간호사의 상당수는 몇 년 안에 임상현장을 등진다.

때문에 대부분 국가는 병상에 최소한의 간호인력기준이 있다. 규정이 법적이진 않더라도 공공병원이 대부분인 유럽국가에서는 병원운영위원회 등에서 간호인력이 부족하면 병동을 폐쇄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환자 30명을 간호사 1명과 지원인력이 돌봐도 제재가 없다.

정부는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인력 충원을 유도해왔지만, 그 근간이 ‘간호등급제’로 보상을 더 해주는 게 전부다. 환자대비 간호사가 비율이 높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기준 외인 병상을 폐쇄하거나 등급 외 병원을 운영중단 시키는 조치는 없다. 그렇다 보니 높은 간호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대형병원은 수익을 늘리는 데까지 인력을 더 고용했지만, 지방 중소병원은 인력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등급 외에 머물렀다.

이런 구조 속에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의료의 질 차이는 커지고, 국민들은 당연히 대형병원을 선호한다. 간호등급제는 당근만 제공하면서, 대형병원만을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 거기다 워낙 엉망인 중소병원이 많다 보니 대형병원들도 해외 기준만큼의 인력을 충원하지는 않고 딱 등급제로 수익이 최대화되는 지점까지만 고용을 유지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환자대비 간호인력 정책은 여전히 인센티브를 더 주니 마니에 머물러 있고, 등급 외 병원의 병상을 폐쇄하면 지역사회 중소병원이 없어져 어쩔 수 없다는 핑곗거리도 존재한다.

이런 시장중심 인력 공급과 민영의료 공급은 이제 의료진, 환자는 물론 사회적 문제다. 지방에서도 서울 대형병원을 선호해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할 뿐 아니라, 의료 불평등으로 지방 공동화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병원의 낮은 인력 충원으로는 지역사회 경제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간호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와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기준 외 병상은 운영을 멈춰야 한다. 한국은 병상 포화국가지만, 공공병상과 제대로 된 인력기준을 지키는 병상은 부족하다. 중소병원이 인력기준 미달로 폐쇄위기인데도 꼭 지역사회에 필요하다면, 국가가 인력기준을 맞추도록 지원을 하거나 공공매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냥 민간공급자의 선의에 기대고 환자를 핑계로 이를 모면하도록 한다면, 앞서 살펴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코로나 국면에서도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료현장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호소다. 파업의 일성은 인력확충이다. 코로나19 시기 ‘덕분에’를 외치면서도 필수사회서비스인 의료 부분의 인력 충원을 외면한 대가다. 최근 4차 유행으로 매일 2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와도 치료대응은 난항이다. 시급한 방역정책 전환 논의의 핵심은 충분한 치료대응능력이며 그 핵심은 의료인력 확충이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것은 병상에 충분한 간호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인력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병원과 병상을 놔두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방치하는 것이다. 명확한 병상대비 인력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고, 기준 외 병상은 과감히 폐쇄하자. 썩은 살을 도려내야 새 살이 자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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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질환의 주요 감염경로 가운데 하나가 병원이었다.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중요한 화두가 간병인 감염 관리다.

한국에서 간병인은 어떤 자격도 아니고, 병원이 고용하는 직원도 아니다. 중요한 환자 관리를 의료인이나 병원 직원이 아니라 환자나 환자 가족이 사사로이 고용한 간병인에게 맡기는 행태가 이어지는 건 간병서비스를 의료서비스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수적’으로 보이는 지원 행위가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최근 논란이 되는 병원 내 집단감염뿐 아니라 낙상이나 욕창 같은 합병증 및 사고 예방이 대표적인 예다.

좋은 간병인이 의료진 못지않게 중요한 근거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 이유로 선진국 대부분은 간병을 건강보험이나 국가의료체계 일부로 본다. 간호사가 이런 서비스를 다 하는 나라가 태반이고, 최소한 병원에 고용된 교육받은 인력이 간병 서비스에 준하는 것들을 지원한다. 한국의 간병인은 개인 고용이고, 간병 용역업체를 통해 공급되면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미비한 실정이다. 사적 간병노동이다 보니 24시간제이고, 고강도 노동으로 상당수는 중국 동포들이 취업비자로 이 일에 종사하는 게 현실이다.

간병노동은 대다수가 나이 든 여성들의 몫이다. 즉 이 노동은 주변화되어 있고, 동시에 공적 관리 밖에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간병이란 거동이 불가능하고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를 개개인에게 부담하게 하는 건 후진적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년 전부터 간병 문제는 3대 비급여의 하나로 건강보험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재정 부족을 핑계로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7년 전에 시작된 시범사업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간병 문제를 건강보험으로 일부 해결하고 있다. 때문에 시민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찾아 병원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 서비스의 국민 만족도는 높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확산이 더딘 이유에 대해서 병원들은 인력 고용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보상체계를 현실화하고 신규 간호사와 기존 간병인을 지원인력으로 전환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다. 실제 간병 문제 해결의 큰 장애물은 간병서비스를 부차적이고 개인적으로 간주하는 인식과 이에 기생하는 민간 공급자들이다. 특히 민간 공급자들은 인력관리소처럼 수수료만 가져간다. 국가가 책임지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간병비 부담으로 퇴원을 해버리거나, 막대한 간병 비용과 상호 책임전가로 가족 공동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간병지옥이 따로 없다. 이젠 감염 관리뿐 아니라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간병서비스를 공공 영역에서 공급해야 한다.

2021-05-25 29면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62202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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