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대략 100만명 가운데 5명 안팎이다. 희귀하지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교통사고나 장거리 비행에 나타날 수 있는 혈전증 빈도와 비교하면 너무나 낮은 확률이다. 심지어 아스피린으로 인한 출혈 사망이나 경구피임약으로 인한 혈전증 비율보다도 훨씬 낮다. 보건통계는 언제나 숫자보다 해석이 중요하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백신 공포의 밑밥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통계 해석을 아전인수격으로 하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데이터에서도 나타난 의료진 부족 문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높은 의료접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 대기일이 0일(OECD 평균 129일)이라는 사실은 높은 의료접근성이란 사실 비응급수술에 대한 과도한 경쟁의 다른 모습이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대기기간이 비응급질환에서는 신중함을 뜻하는 지표란 점도 간과한다.

오히려 한국은 OECD에서 가장 병의원을 많이 찾지만 정작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가장 적다. 의료상품화가 높은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4년 보장성 보고회’는 기괴한 해석의 결정판이었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집권 전 10년과 비교해 낮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 가파르게 올랐다가 박근혜 정부에선 거의 동결이었다. 즉 이전 5년과 비교하지 않고 10년 평균을 비교해 통계적 착시효과를 노렸다.

애초 정부가 약속했던 보장성 70%에 턱없이 못 미치니(64.5%)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보장성 상승폭을 중심으로 보고했다. 애초 문재인케어 약속 달성이 안 돼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는 게 맞는 일이었다. 비급여를 없애기 위해 도입하겠다는 예비급여는 박근혜 정부의 선별급여와 차이가 없어 보고 내용에서 빠졌다. 결국 2017년 대통령이 약속했던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모두 지키지 못하거나 시도조차 못했다. 그런데도 일부 지표를 중심으로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백미는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약 17조 4000억원(2020년 말 기준) 발생한 것을 ‘안정적 운영’의 결과라고 밝힌 점이다. 건강보험은 1년을 주기로 하는 단기보험이기 때문에 당해 연도 수입만큼 지출로 사용하는 게 맞다. 그래서 매년 지출예상을 맞춰 보험료를 거둔다.

건강보험은 연금처럼 현금 지급이 아니라 의료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에 누적 흑자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신 보험 재정 지출을 억제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치료 대응에 난항을 거듭하는 현실을 자화자찬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국민건강을 제대로 챙기려면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건강보험 보장성과 OECD 꼴등인 공공병상이라는 우리의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1-08-17 29면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817029011

문재인케어에 대한 '속 보이는' 가짜뉴스

늘어나는 비급여 항목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때문? 번지수 잘못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강화 현장 방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검사를 희망하는 배권환 군(오른쪽), 작곡가를 희망하는 이경엽 군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있다. 2017.8.9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에 대한 비판은 다각도로 제기되어왔다. 제일 큰 쟁점은 재정관련 내용이다.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돈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보험재정을 확충할 방안이 필요하단 논리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고지원을 제대로 해 우선 필요한 재정을 충당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다. 보장성강화를 하면 할수록 대형병원의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어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더 몰릴 거란 주장이다. 이 주장도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도 의료전달체계를 갖춰 적절한 자원배분을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거기에 주치의제도 등을 도입해 1차 보건의료를 강화하자고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문재인케어에 대해 최근 황당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름 아닌 문재인케어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증가해서 국민의 민간보험 부담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논리는 공적보험의 보장성을 올리니 의료 이용이 많아져서 민간보험에도 영향을 준다는 내용과, 공적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수익성이 떨어진 병·의원이 비급여를 더 많이 해서 민간보험비용을 올린다는 내용이 섞여 있다.

실손보험 자체가 비급여증가의 온상

 

일단 공적보험의 보장성을 올리면 환자들은 그동안 부담이 무서워 하지 못했던 검사나 시술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는 행위량의 증가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동안 실손보험이 보장하던 비급여영역을 공적영역에서 보장하게 되어 실손보험이 이익을 보는 구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MRI, 초음파 검사는 과거 대부분 실손보험이 보장하던 영역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케어로 건강보험이 이를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실손보험은 반사이익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작년 건강보험공단정책연구원은 건보 보장 항목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든 만큼 "약 6.15%의 실손보험료 인하요인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즉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증가하는 게 아니고 손해율이 감소한다. 따라서 손해율 때문이라면 실손보험사는 문케어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증가한다면 이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 계속 늘어난다는 뜻이다. 건보보장항목을 늘리면 수익성을 위해 병·의원들이 비급여를 계속 개발하고 늘려나간다는 이른바 '비급여 풍선효과'이다.

비급여 풍선효과는 지난 10여 년간 계속 문제제기가 되어 왔는데 시장 주도 의료 구조와 비급여를 급여와 섞어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한 혼합진료허용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민간보험이 확대되면서 환자들의 비급여치료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늘어났고, 병·의원도 실손보험가입자에 대해서는 무차별 비급여 처방을 남발했다. 즉, 비급여 풍선효과의 원인이 실손보험 존재 자체에 탑재되어 있다.

그간 실손보험사는 온갖 비급여를 모두 보장할 것처럼 상품을 판매하고 난 뒤 이것저것 이유를 대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아 논란이 된 적이 많다. 여기에 비급여가 늘어서 손해율이 증가한다고 아우성을 부리며 매년 실손보험료를 올려왔다. 비급여가 늘어나면 실손보험이 손해가 나는 건 자명하다. 이런 자명한 사실을 알지만, 실손보험시장을 확대해 민간보험사가 배를 채우려 했기 때문에 비급여를 통제할 장치마련에는 둔감했다.

즉, 실손보험과 비급여시장은 서로 강화해주는 관계다. 최근 문제가 된 700만 원 상당의 무릎퇴행관절염치료제 인보사도 실손보험이 있어 3700여 명까지 시술이 가능했다. 만약 실손보험이 없었다면, 효과가 불분명하고 하나에 700만 원이나 하는 주사제가 1년 동안 그만큼 판매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비급여 증가는 애초에 실손보험이 가진 내재적 모순이다.

병·의원이 문재인케어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비급여를 더 시행한다는 주장도 황당하긴 매한가지다. 수익성만 추구하는 병·의원이 문제이지 국민의료비를 절감하는 대책이 문제가 될 수 없다. 앞서 밝혔듯이 의료전달체계 확립 및 1차 보건의료제도가 확립되면 해결될 문제다. 애꿎은 보장성강화 정책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병·의원의 심기를 건들지 말라는 것인가?

실손보험 사멸 위기... 보험회사의 공포

그렇다면 이런 황당한 논리로 문재인케어가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높인다고 주장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우선 실손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요구의 근거를 제시해 민간보험료를 올리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문재인케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려 공적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막아내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케어와 같은 보장성 강화정책이 확대되어 실손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사라지는 사회에 대한 보험사의 공포가 한몫 한 듯하다. 실손보험의 도입 취지가 애초 공적보험의 낮은 보장성이었던 만큼 공적보험이 대부분의 의료를 다 보장한다면 실손보험은 사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궤변의 기저에는 민간보험에서 건강영역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만약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줄이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문케어의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주장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주치의제 도입 등으로 효과도 불분명한 비급여가 사라지고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과잉 검사도 제한된다면 실손보험은 존재 자체를 의심받을 것이다.

끝으로 이런 황당한 주장을 보도하는 언론은 사실 가짜논리로 무장한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셈이다. 무분별하게 민간보험사의 이해관계만 옹호하는 기사가 일간지까지 침투한다면, 그런 언론의 다른 주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가짜뉴스로 국민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가짜논리와 가짜뉴스만이라도 제발 사라졌으면 한다.

omn.kr/1ki65

[기고] '문재인케어'에서 빠져 있는 것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지난주 발표되었다.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사회'라는 기치 하에 가계에 부담이 된 '의료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비급여를 없애는 방식을 주된 전략으로 삼았다. 

사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의료보장은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다. 병원에서 평균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20%를 절대 넘지 않고, 이 또한 연소득의 2~5%를 넘어가면 무료가 된다. 이런 방식의 의료복지는 기본적으로 치료에 대해서는 국가(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 때문에 이루어졌다. 

일본은 물론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살고 있는 대만도 의료복지 수준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한국과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강보험 확대, 가입방식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이 출범했다. 당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의료보장성강화'와 '재정충원과 형평성 확대'였다. '보험적용확대'는 그 이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급여로 바꾸는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방식으로 계속 추진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00년 이후로 매년 수많은 비급여가 급여화 되었다. CT, MRI등의 고가검사가 급여화되었고 고가의 항암제 등도 속속 급여화되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비급여는 계속 급여범위로 들어왔다.

문제는 이런 급여화 과정에서 비급여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2001년 12조원이었던 건강보험 총재정은 2015년에는 53조원으로 늘어났다. 무려 급여재정이 4배 이상 늘어났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답보상태다. 2001년 7∼8조이던 비급여가 2015년에는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2010년 건강보험 보장성은 62.7%이고 2015년은 63.7%이다. 5년간 보장성은 그대로인 셈이다. 그동안 급여재정은 33조원에서 53조원이 되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제 아무리 해도 비급여가 계속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체감의료비는 절감하지 못한다.

OECD 국가들은 어떻게 높은 의료보장을 유지할까? 비보험이 왜 OECD국가에서는 늘어나지 않는 것인가? 유럽국가들은 병원의 대부분이 공공병원인 점도 있지만, 입원에 대해서는 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로 추가적인 행위가 있더라도 병원이 돈을 벌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가까운 대만도 병원에 대해서 이미 총액계약제를 실시한다. 

동네의원이 담당하는 1차진료도 환자등록을 중심으로 돈을 받는 인두제를 시행하거나, 한국과 같은 수가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일본처럼 비급여를 섞어진료할 수 없는 '혼합진료금지'제도를 이용한다. 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막고, 닥터쇼핑을 막기위해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작동시킨다. 경증환자가 대학병원급의 중환자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사실상 막혀 있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 필요

무엇보다 동네의원과 클리닉이 외래진료를 하고, 병원은 입원진료만 전담하는 임무분담도 명확하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한국처럼 의원과 병원이 무차별적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최소한 지역별로 공공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있어서, 돈이 없어도 진료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의원과 병원의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히 하고 서로의 임무분담을 시켜야 한다. 병원급의 지불제도라도 '포괄수가제'같은 비급여가 자리잡기 힘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비급여를 섞어서 진료하면 의료비 총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일본식 '혼합진료금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만성질환부터라도 의원등록을 하는 '주치의제'가 필요하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4769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