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3_의료민영화 저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776585.html
[기고] 의료민영화 저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해 연일 국민들이 나서고 있다. 부대 사업확대 의료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마지막 날인 어제(7월 22일) 각종 포탈사이트에서 ‘의료민영화’란 단어가 1,2위를 다투었다. 단 하루 만에 의료민영화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반대 서명에 67만 명이 동참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금일(7월23일) 오전에도 의료민영화 저지 온라인 서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오전에 8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받은 서명 55만 명과 합하면 140만을 넘어간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의견쓰기에도 89만 5천 명이 조회를 하고 실명으로 등록해 6만801명이 반대의견을 남겼다. 지금도 덧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의견서도 오프라인 반대의견서 제출을 합하면 10만을 가뿐히 넘긴다.

세월호 참사, 아이들 목숨이 의료민영화를 늦췄다
우선 갑작스런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짧게는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각종 투쟁이다. 이날 진보적 보건의료인들이 모여 ‘의료민영화반대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다음날인 21일부터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했고, 어제는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 의료인들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가면서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었다.
좀더 멀리보면 정부의 막가파식 의료민영화 강행을 저지하고 국민여론을 환기한 것은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였다. 원래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4월에 강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생떼 같은 아이들 300명이 수장되면서, 이 정부도 함부로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지 못했다. 아이들의 핏값으로 우리는 의료민영화추진을 지연시킨 것이다. 사실 세월호 참사가 보건의료 ‘규제완화’ 인 의료영리화 정책추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그럼에도 지방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박근혜 정부는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인 영리자회사 추진과 부대사업 확대를 들고 나왔다. 2기 내각을 구성한답시고 문창극 참사를 만들고, 하나같이 부패하고 무능한 자들로 내각을 채우려고 한 박근혜 정부는 6월부터는 세월호 참사는 다 잊은 듯 다시 각종 규제완화와 민영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세월호 특별법’이 문제가 되었다.
집권여당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약속한 진상규명에 오리발을 내밀고, 야당은 무능하기만 했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주부터 세월호 특별법의 온전한 입안을 위해 거리로 나섰고, 이제는 단식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반성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의료민영화의 끔찍한 미래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요구를 촉발시킨 궁극적 기폭제다.
뻔뻔한 박근혜 정부의 빤한 꼼수...'문구 수정'
세월호에서 수장된 아이들이 지금도 돈벌이에 광분한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규제완화가 아니라 제대로된 ‘규제’를 확대하고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에 기댄 효과도 크다. 따라서 지금 여론이 의료민영화 저지에 쏠리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반문하는 과정의 일부로도 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국가기능의 포기이고, 규제완화책이며, 하나 같이 국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천박한 인식의 발로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런 천박한 인식에 더해 뻔뻔하기까지 하다. 우선 영리자법인 허용을 하는 가이드라인의 경우만 보아도, 어떠한 법적 규제조치도 되지 못하며,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다는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어 왔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한 나라의 보건복지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조차 각종 토론회에서 ‘맞다, 가이드라인으로는 규제도 할 수 없고, 아무때나 바꿀 수 있다’고 맞장구치는 상황이다. 그럼 이런 가이드라인을 폐기하고, 가이드라인으로 무언가를 규제하거나 도입하려는 시도를 사과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다음 조치는 항상 의견 수렴을 빙자해 문구의 일부를 바꾸거나, 다른 편법을 동원해서 의료민영화를 강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번에 나온 부대사업 확대안에도 보면 원래 작년 12월에 투자활성화 계획에 포함되었던 내용 중에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크게 받은 부분은 따로 언급까지 하며 빼놓았다. 대표적으로 의료기기 임대업,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등을 부대사업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자랑까지 한다.

그러나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개발업’을 떡하니 포함시켜 놓았다. 사실 병원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방법은 병원에 임대하는 것 말고도 의사가 처방하거나 권유해서 외부에서 구매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즉 판매는 병원이 직접 안하더라도 처방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상식을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병원의 의료기기임대업은 반대하고 의료기기개발업은 찬성하는 게 말이 되는가?
또한 건강기능식품 판매는 하지 않게 한다고 하면서 식품판매업을 이번에 허용하였다. 사실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경계는 모호하며, 비타민제, 자양강장제 같은 경우는 식품으로 허가 받을 수도 있다. 건강기능식품보다 훨씬 큰 범주의 식품 판매를 병원이 하게 하면서, 건강기능식품 판매는 불허했다고 광고하는 건 국민을 바보로 알아서 일까?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지금도 국민의 의료민영화 반대여론을 보면서, 의료민영화 추진자체를 멈추기보다는 일부 문구나 내용을 수정하여 교묘히 국민여론을 호도할 공산이 크다. 물론 재벌과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는 영혼까지 팔 수 있는 현 정부의 의료민영화론자들의 의지를 꺽는 것은 쉽지 않다. ‘창조경제’란 미명 하에 타산업과의 융합으로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 자체를 멈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여러 우회적 경로로 하다가 마지막에 내놓은 꼼수가 영리자회사 허용안이듯 말이다.
무능한 야당을 견인하는 것....바로 지금이 전력을 다해야 할 때
실망스러운 것은 제1야당의 무능함이다. 국민들의 의료민영화 반대여론이 거세질대로 거세졌지만 의료민영화에 당론 하나 내놓지 못한 것이 제1야당이다. 거리로 나선 병원 노동자들과 의료민영화 반대 온라인 서명을 불끈 태운 국민의 눈치를 보던 야당은 슬금슬금 의료민영화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이 나서고, 여론이 들썩이자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다.
지금 진보적 시민단체와 진보정당들은 국민의 요구를 받아 의료민영화 반대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이제 의료민영화 반대와 더불어, 이런 사태에 기반이 되고 있는 민간중심의 한국의료체계를 타개할 계획도 국민과 논의해야 한다. OECD 수준의 공공병원 설립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수립할 구체적 계획도 동시에 주장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세월호 유가족들이 각종 의료민영화 반대 집회를 순회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의료민영화 반대 발언을 하고 있다. 유가족 분들이야말로 아이들의 목숨값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의 목숨값으로 지연시킨 의료민영화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다. 의료민영화와 관련한 박근혜정부의 온갖 변명에도 국민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의료민영화 저지는 국민적 소명이다. 박근혜 정부의 미친 의료민영화 광풍을 완전히 저지하고 의료공공성을 확보할 때까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